오는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서울 북가좌동 '가재울 래미안 e편한세상' 아파트. 가재울 뉴타운3구역내 단지로 3293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한경DB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올 들어 잠잠하던 서울 전세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1만여가구나 발생하는 데 반해 올가을 서울에서 완공되는 새 아파트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송파·서초구 등 강남권에 집중돼 있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3%로 작년 같은 기간(7.8%)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재건축 신규 이사수요 1만여가구
15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이주를 앞둔 가구는
가락시영(6600가구)과 잠원동 대림(637가구) 반포동 한신1차(790가구)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410가구) 등 9개 구역, 1만221가구에 이른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당장 이달 말부터 이주가 본격화된다. 재건축조합은 오는 25일부터 이주비를 지급하고 향후 6개월간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삿짐을 싸는 집들이 늘면서 주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락동 K공인 대표는 “연립주택 전셋값은 최근 한두 달 새 1000만~2000만원 올랐다”며 “이주가 시작되면 인근 전셋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00여가구가 한꺼번에 이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잠원과 반포 인근 중개업소에도 전셋집
문의전화가 늘고 있다.
◆준공 아파트는 작년보다 줄어
이주 수요는 늘어난 반면 올가을 집들이가 이뤄질 신규 아파트는 작년보다 줄었다. 일반적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의 30~40%가 전세 물건으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 감소에 따른 전세난이 우려된다는 게 중개업계의 예상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는 9~11월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는 7867가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9728가구)보다 19.1% 감소한 수준이다. 상도동 상도엠코타운(9월·1559가구)과 서대문 가재울
뉴타운(10월·3293가구) 등 대단지 입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1~2인 거주용 주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전용면적 30㎡ 안팎의 소형주택은 3~4인 가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가 강남과 인근 성남·하남시로 이동할 경우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난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빠져 나오는 전세 수요를 감당해야 할 수도권 새 아파트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2만4268가구로 작년(3만7568가구)보다 35.4% 감소했다. 입주지역도 인천 영종신도시(6747가구)등 수도권 서부지역에 몰려 있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구역 세입자들이 주로 찾는 다세대·다가구 물량은 풍부한 만큼 전세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말 고덕시영(2444가구) 재건축 이사수요에 따른 강동권 전세난도 일시적 현상으로 끝났다”며 “수도권 대단지와 연립주택 공실물량도 많아 심각한 전세난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5천가구 이주가 시작된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 8월 10일 가락시영 5천4백여 가구 이주 시작
- 송파, 강동은 물론 성남, 하남까지 여파 예상
- 1억원대 이하 전세물건 동나고 2억~4억원대도 수요 크게 늘 듯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조합원 이주 안내 공고가 7월 24일 있었다. 신탁등기 및 이주계획 안내를 담은 책자는 조합사무실을 통해 배포가 시작됐다.
이로써 금년 하반기 최대 규모의 재건축단지 이주가 눈 앞에 다가옴을 알렸다.
가락시영은 총 6천6백가구의 대단지로 지난 2008년 이주 완료한 1천1백64가구를 제외하더라도 5천4백36가구에 달해 송파구는 물론 인근 전세시장에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8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이주 스타트
가락시영은 2003년 6월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2006년 9월 정비구역지정, 2008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총 6천6백가구 중 1천1백64가구가 이주 완료했다. 그러나 사업성문제와 사업시행인가 무효소송으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이후 사업시행인가 무효소송 2심에서 조합설립 유효 판결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고 2011년 12월 ‘3종 종상향’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조합측은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지난 5월 19일 열린 총회에서 이주 재개를 결정했다. 이주 기간은 금년 8월 1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약 6개월로 관리처분 이전에 이주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 인근 지역은 이주 시작 전부터 전세물건 턱없이 부족해
이주기간은 통상적인 6개월로 동일하지만 단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이주가 본격화 되면 전세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락시영은 세입자 비율이 전체의 72(조합측 추정)~85(중개업소 추정)% 정도다. 이들이 집주인(조합원)으로부터 반환받을 전세금은 약 4천만~1억4천만원.
따라서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우선적으로 전세물건이 동이 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할 곳은 지역적으로 가장 동질성이 강한 송파구와 강동구다. 그 중 전세가격대를 그나마 맞출 수 있는 다세대주택이다.
그러나 이미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2천5백가구)이 상반기에 이주해 전세물건은 거의 바닥난 상태인데다 전세를 내던 집주인들도 임대사업 열풍으로 월세로 상당수 전환했기 때문에 전세물건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송파구 가락동 H공인 관계자는 “90년대 건물로 가락시영과 비슷한 크기에 방이 2칸 정도 있는 물건의 전세가는 보통 1억~1억2천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골목당 한두집 정도만 나와 가락시영 이주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강동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동구 K공인은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이고 얼마 전 고덕시영 이주까지 있었던 터라 물건이 거의 없다”고 상황을 알렸다.
>> 성남, 하남 등 외곽지역 일부 노후아파트와 다세대주택까지 발길 이어질 것
자녀교육 문제로 전세금 차액을 월세로 보전하거나 가락시영 전세가 보다 높은 전세가에도 계약을 할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울지하철 8호선을 따라 성남시, 외곽순환고속국도를 따라 하남시까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2가지다. 5천가구 이상의 대규모 이동이라 송파구와 강동구 물량만으로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세입자 대부분(약 95%)의 전세금이 1억원 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덕주공4단지(4백10가구, 10~11월 예정)와 고덕주공7단지(8백90가구, 빠르면 하반기)가 이주를 시작한다면 외곽지역으로 빠지는 세입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1억원대 이하 전세가 급등, 2억~4억원대도 수요 크게 늘 듯
금액적으로 본다면 송파구와 강동구의 1억원대 이하 전세물건은 모두 동나고 전세금 역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민 대부분이 전세금 1억원 이내. 따라서 초기에는 송파구와 강동구 내 전세가 1억원대 이하 다세대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대다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현재 전세가가 1억원이었다면 1억2천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대규모 이주인 만큼 인근지역으로의 확산도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성남시나 하남시도 1억원대 이하의 전세물건이 적은 편이라 더욱 그렇다.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소재 H공인 관계자는 “상대원동이나 하대원동의 노후 단지 위주로 전세가 1억원 미만이 분포됐지만 워낙 단지 규모가 적고 재계약률이 높아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세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송파구와 강동구의 2억~4억원대 전세물건도 안심할 순 없다. 1억원대 물건이 부족해지면서 2억~4억대 전세물건역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주비를 2억4천만~4억8천만원(기본이주비+1차 추가이주비)까지 받을 수 있는 15(중개업소 추정)~28(조합 추정)%의 자가거주자들을 고려한다면 2~4억원대 전세수요 역시 크게 늘어 전세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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