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있는 한라산행
(제주올레 트래킹 1구간)
/梅谷堂 김 경숙
"차대장님 이 차 지금 어디로
가고 있대요?"
"한라산 가고 있습니다."
"네?"
그 때서야 채련은 뭔가 찜찜하
였던 기미를 알아차리고는 어
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노추산행 버스를 안타니 총무님 전화를 하시는가 보네." 혼자 중얼거리며 채련이
휴대폰을 열었다.
"지금 신갈인데 어디 있어? 안타길래 이상해서 전화 하는거야."
예상했던대로 총무님의 전화였다.
"총무님, 나 지금 한라산행 버스를 타고 있어요. 오늘 한라산행이 있다는 거 모르고서
은하수차가 오기에 탔더니 한라산 가는 거라네요. 채련이 어찌해야 한대요?"
"그렇잖아도 신갈서 올라타지 않길래 이상해서 전화를 했더니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버스는 톨게이트를 한참 지나 달리고 있었다.
전화통 붙잡고 씨름을 해본댔자 마음만 더 끓게 될 것이고, 에라 이쯤해서 용단을 내려
야겠단 생각에 채련은 핑계금에 제주도나 갔다오자 결심을 하였다.
"총무님, 중간에서 차를 옮겨 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노추산하고 제주도는 방향이 완전히 틀려서 중간에 만날 수가 없어."
"잘 알겠습니다. 총무님, 노추산 잘 다녀오십시오."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밖엔 나오지를 않는다. 옆좌석에 앉아
있던 일행들이 눈치를 채고는 그 때서야 채련이 제주도행 차를 타게 된 연유를 물어온
다.
"함께 제주도 가자구요." 일행중 한분이 내리지 말고 함께 가자고 한다.
"차대장님 나 어찌해야 한대요?"
"재미있게 해줄테니 이왕 올라탄거 제주도 함께 가요."
그 때 다시 휴대폰이 울려왔다.
"네~ 채련입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시 총무님이셨다.
"이제 노추산은 글렀으니 이왕 차 잘못탄거 제주도나 갔다오지 그래?"
"이럴 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마음 끓이지 말고 다녀오도록 해요."
"네, 그리해야 할까봅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갈정류장에서 올라타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좌석이 꽉 차
있어야 했음에도, 앞좌석이 3줄이나 쫙 비어있는 것 부터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
었음에도 오래간만에 차대장 얼굴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
가 보다.
'예약란에 있던대로라면 온달짱님도 앞좌석에 탔어야 했고, 호랑나비님 얼굴도 보여야
했으며, 아는 얼굴들이 한두사람이 아니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약속이나 한듯이
모두 펑크를 내버렸단 말인가?' 알수 없는 일이라며 채련은 애초부터 예정에 없던 분
위기에 이상한 감을 감지하지 못하였던건 아니었다.
차대장이 안내장을 나눠줄 때서야 그걸 알아차리게 되었으니.....
"이건 무슨 안내장예요?"
통로를 지나고 있는 차대장의 손에서 하얀 A4 용지에 프린트 되어 있는 것을 빼앗듯이
받아든 채련은 그 때서야 자기가 차를 잘못 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뒷자석 쪽으로
가고 있는 차대장을 향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 차냐'고 물었던 것이다.
노추산행이었으면 당연히 총무님도 그 차를 타고 있었어야 했음에도, 이상하다라는 생
각을 했을 뿐 얼른 물어보지 못한 책임이 채련에게 있었다. 경위(經緯)야 어찌되었든
이제야 제주도를 갔다 올 수밖엔 없겠다 싶었는데, 또 다시 휴대폰이 울려왔다.
"네, 채련입니다."
"지금 뭐하고 있어?"
"제주도 가고 있어."
"뭐? 갑자기 제주도는 또 왜?"
"그렇게 되었네. 이야기 하자면 좀 길어."
현석이 20일 전후해서 덕유산에 스키타러 갈 테니 그리로 오라 하던 생각을 그 때서야
떠올렸다. 채련이 갑자기 제주도를 가게된 연유를 이야기 하자 현석이 얼른 말을 받아
덕유산으로 오라 한다.
"덕유산엔 차도 없이 어찌 가누?"
"가다가 대전쯤에서 내려 전화를 해라. 그러면 데릴러 갈테니....."
그렇잖아도 겨우 갈팡이는 마음을 가라앉혀 놓았더니 이번엔 또 덕유산으로 오라하는
말에 채련은 다시 어찌해야 할까를 잠시 망설여야만 했다.
"덕유산 가서 그 일행들과 오랫만에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오늘은 어차피 산행
길을 나섰던 길이니 이왕 내친 김에 제주도나 갔다오련다."
"그러지 말고 덕유산으로 와라."
"나 자꾸 그러면 진짜 헷갈려버린다? 내가 생각 좀 해보고 금방 전화 할께."
"전화 기다릴께."
채련은 동네 친구인 현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 또 다시 마음을 끓여야 했다. 그것
도 잠깐 덕유산까지 가는 건 좋은데 나중에 다시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까지 돌아갈 생
각을 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일행들을 쫓아 남해쪽으로 갈 수도 없는 노
릇이고.....
5분이나 지났을까. 채련이 다시 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아무리 생각해도 갑자기 덕유산 가는 건 힘들 것 같아. 생각지도 않던 제주도 가는
길도 그리 쉽지 않건만 또 다시 방향을 바꾸어 덕유산으로 향하려니 여간 결정하기가
어려운게 아니네. 친구들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라."
"대전까지 데릴러 간다니까 그러네."
"집에 전화도 해야 되고, 갑자기 제주도 가게 된 것도 말하려니 좀 그러한데, 안되겠어.
다음에 얼굴이나 보자. "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아쉽지만 제주도 잘 다녀와라."
2월 21일, 아침 일찍 출발할 때의 일정은 분명 노추산이었건만 덕유산을 갈까 제주도를
갈까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엉뚱한 일로 채련이 마음을 끓이고 있으니, 이건 또 뭔 운
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목포 유달산아!
은하수차는 예정시간에 맞추어 목포에 도착하였다. 예약되어 있던 자그마한 식당에서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난 후 차대장으로부터 4시까지 자유시간을 허락받은 채
련은 남아도는 2시간을 어떻게 허비해야 할지 잠깐 망설이다 유달산을 오르기로 마음
먹고, 옆에 있던 부부 한쌍과 함께 걸음을 재촉하였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두분은
모두 닭띠였고 채련과는 갑장생이었다.
유달산 오르는 계단길에서 세 사람은 친구 하기로 하고 말을 놓아버렸다. 40대로 착각
하였던 두사람이 자신과 갑장이라니, 아담한 체격 때문인지 아니면 동안으로 보이는 얼
굴 덕분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웠으나, 다른 사람을 젊게 봐준다는 것이 꼭 나쁠
일만은 아닌 듯 싶어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까지 드는 채련이었다.
세사람은 오르는 길에 잠시 길을 잘못들어 막다른길에 다다랐다. 덕분에 사람의 통행이
잦지 않은 으슥한 옛길에서 따뜻한 지방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식물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늑한 숲에는 아름드리 나무를 칭칭 감고 오르는 아이비가 봄볕에 검붉은 빛을 토해내
고 있었다. 그 밑에는 한겨울을 노지에서 난 팔손이가 밑기지 않을만큼 푸른 빛을 띄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기에 화초를 좋아하는 채련이 그들을 가만히 지나칠리가 만무하였
다. 이왕 잘못 들어선 숲길에서 그들의 예쁜 모습이라도 담아가잔 심산으로 카메라를 들
이대었다.
"윗쪽 지방에선 화분에 담겨 실내에서나 키우는 줄 알고 있는 이러한 식물들이 이 곳에선
이렇게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지요?"
사계절부부님을 향하여 채련이 던진 말이었다.
"채련님은 아는 것도 많으십니다. 식물이나 야생화 이름들을 어떻게 그리도 잘 알고 계시
는지, 인터넷에서 글을 보면서 그것이 궁금하였습니다."
"글을 쓰자니 공부도 해야겠지만, 모르는 것을 대충 글에다 쓸 수도 없는 일이고 하여 검
색도 많이 하고 식물도감도 많이 펴보곤 한답니다."
"아무튼 덕분에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계절님은 채련의 팬이었다. 카페에서나 댓글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한번쯤 산행길에 만나봤으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채련은 남
다른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세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오른 곳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정각이었다. 사계절 부부님을
유달산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 입석옆에 서시라 이르고는 기념사진부터 한 장 찍어두었
다. 그리고 난 다음엔 채련이 서고, 서로 바꿔가며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목포의 날씨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자켓을 걸치지 않았는데도 전혀 추운기를 느낄 수가
없었으니, 모처럼만에 평온한 마음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가 있었다.
정각에 오르니 목포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유행가로나 접하던 '목포는 항구다'
라는 노랫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1.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2.유달산 잔디 우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3.여수로 떠나갈까 제주로 갈까
비젖은 선창 머리 돛대들 달고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고향.
덕유산으로 떠나갈까 한라산으로 갈까, 목포까지 오는동안 채련이 끓였던 마음속의
분위기가 그대로 노래가사에 들어있다. 그러고 보니 '목포의 눈물'도 생각난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기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사랑
깊은밤 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찌타 옛상처가 새로워진다
못오는 님이면 이마음도 보낼것을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
채련이 목포에 살지는 않았지만 '목포의 눈물'과는 깊은 인연이 있는 터라 각종 모임
이나 노래방 갈 일이 있을 때면 의례이 한번쯤은 부르고 지나가는 노래이다. 중 2시
절 짝꿍인 정자로부터 배워 부르게 되었던 이 노래를 우연히 학교에서 오락시간에 부
르게 되어 소문이 나게 된 것을 여지껏 십팔번지로 불려지고 있으니 채련과 인연이
깊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일이다.
유달산에 서서 목포앞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낭만에 젖어있는 사이 시간이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사계절님의 옆지기께서는 뱃시간에 늦을까봐 내내 걱정이 되시는가
보다. 이쯤에서 자꾸 내려가자고 보채신다.
"천천히 내려가면서 맞은편에 있는 종각에 잠시 들려서 사진이나 몇장 찍고 내려가죠."
채련이 먼저 앞장을 서며 말을 건넨다.
"그래야 할까 봅니다."
가슴속이 다 후련하도록 맑은 날씨에 조망이 좋은 유달산에 서있는 기분, 뭐라 할까?
샛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유달산을 내려가고 있는 세사람의 뒷모습이 마치 여
유있는 발걸음의 산책하는 목포시민의 한가로운 분위기다.
유달산을 내려오다 시민종각이 있는 곳에서 사진 몇장을 촬영 후 세 사람은 최종목적
지인 제주도를 가기 위하여 국제여객선터미널로 향하였다.
은하수차가 서있는 곳에 이르니 벌써 다른 일행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먼저 가서 표를 끊어 놓을테니 천천히들 오세요."
차대장이 먼저 매표를 하기 위하여 국제여객선터미널로 뛰어가고 채련은 나머지 일행
들과 함께 뒤를 쫓았다.
출발시간 30분전, 선착장엔 여객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산악회 일행들
은 팀별로 오른쪽에 별도로 서서 인원점검후 개찰구를 통과하였다. 선착장엔 어마어마
하게 큰 여객선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여름 한라산 산행
떠날때 타고 갔던 바로 그 여객선이다.
회색빛 노을아!
채련은 지난 날처럼 큰 방 하나를 차지하고 벽면에 자리를 잡았다. 예전 같으면 낭만을
즐기기 위하여 갑판을 찾았겠지만, 왠지 오늘은 예정에 없던 제주도행이라 그런가 만사
가 귀찮게 생각되는 터였기에 그대로 배안에 머물러 있기로 하였다.
옆에는 사계절부부님과 감자님 그리고 산행초보님이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로 얼
굴을 마주하고 앉았자니 맹숭맹숭한 것이 계면쩍었던가 보다. 여기저기서 일행들이 삼
삼오오 짝을 지어 고스톱판을 펼친다. 이 나이 되도록 무얼 했던고? 채련은 이럴 때 고
스톱이라도 배워둘 것을 그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무료한 시간들을 어찌 채울
것인지.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가려면 족히 5시간은 잡아야 할 것인데, 그 시간이 얼마나
지루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사계절 옆지기님께서 이슬이 한병을 내놓으신다. 안주거리라며 사과 몇알 꺼내어 쪼개놓
고는 한잔 하자고 부추긴다. '그래 한잔하고 졸음이 쏟아지면 잠이나 한잠 자고 일어나자'
하고 채련은 술자리에 끼어앉는다. 어느 틈에 일어나 나갔다 오는지 산행초보님이 오징
어와 쥐포를 사서 구워들고 들어와 찢어놓는다. 젊은 사람이 속도 깊지,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 술안주를 구해오다니.....ㅋㅋ
겨우 이슬이 한잔에 취기가 올라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 앉으니 3시간이 흘렀다. 다른 일
행들은 바다구경을 나갔는가 아무도 자리엔 안보이고 채련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밖이 궁금하여 채련도 한번 이층 위로 올라가 볼까 하다가 일행들의 배낭이 모두 그곳에
있었기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그대로 머물러 앉아있기로 하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
을까 사계절옆지기님께서 바깥바람이 세다면서 밖에는 나갈 수가 없다며 다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어느듯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을 하고 있었다. 종일 딸아이가 전화를 받지 않아 갑자기
제주도를 가고 있다는 걸 이야기 하지 못하였기에 다시 전화를 넣었다.
"도대체 어딜 가 있기에 종일 전화도 안받는담."
이번엔 남편한테 전화를 넣었다. 남편 전화도 불통이다. 그 다음은 아들 차례이다.
"엄마 갑자기 제주도에 가게 되어 가고 있다."
"네? 어쩌다 제주도에까지 가게 되셨어요? 강원도 노추산 간다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랬지. 집에서 나올 땐 그랬는데 갑자기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긴 얘기는 나중에 집
에 가서 하기로 하고, 아빠한테는 네가 말씀을 드려라."
"네,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아들과 겨우 통화를 마친 채련이 방 지킬 사람들이 들어와 앉자 바닷바람이라도 쏘여볼
까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날씨가 흐린 것도 아니건만 어찌 저녁 노을이 회색빛을 띄고 있다냐? 석양이 붉게 타올
라야 이튿날 날씨가 좋은 법인데, 어찌하여 맑은 하늘에 회색빛 노을이 끼는지 알수가
없네."
뭔가 석연치 않은 예감을 받는다. 어쩌다 한라산 산행이 있는 날이면 일기나 좋아야 할
텐데 내일 아침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0-40mm의 강우량이 예상된다니 강풍만
불지 않는다면 비맞을 각오로 한라산산행을 감행하리라.
몇개월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 선착장은 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선착장을 빠져나가니
예상했던대로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는 지난 여름 묵었던 그 호텔이었다.
속사정이야 잘 알고 있는 터이니 크게 불편한 점만 없다면야 하룻밤쯤 그냥 묵을만한
곳이었다. 이번엔 4인실에 여인네 4명이 함께 묵게 되었다.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하
룻밤 인연을 맺기로 하고, 저녁식사를 끝낸 후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약속한 대로
김영순시인님께 전화를 넣었다. 불통이다. 제주도에서 보건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시인님께서는 저녁시간에도 집으로 퇴근을 안하시고 숙소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
고 계시는 성실한 분이시다. 전화를 안받으시는걸 보니 이 시간 주민들과의 체조시간
인가 보다. 늦게 도착하여 오늘은 만나뵙기가 좀 그럴 것 같아 연락을 드릴려 했더니
만 몇차례 전화를 넣어도 받지를 않으신다.
"에라. 잘되었다. 그냥 일행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 늦게라도 전화가 올테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더니,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신체상의 문제가 생겼다.
채련이 제주도에까지 오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하였었기에 속옷을 챙겨오지 못한 것
이 불찰이었다. 일단은 속옷부터 사고 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룻밤이라 해도
여자가 속옷은 갈아입어야 되겠기에 후론트(front)직원에게 물어 마트를 찾았다. 그곳
에서 속옷과 이튿날 점심식사로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넣은 다음 호텔로 돌아왔다.
채련은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정문앞에서 감자님과 산행초보님을 만났다. 바다를 건
너올 때 배안에서 고스톱을 쳐서 산행초보님이 맥주값을 땄다면서 맥주한잔 사겠다고
나가자 하였다. 김영순시인님과의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찍부터 잠을 청해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던 참이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두사람을 따라 맥주집으로 향하였다.
번화가가 아니어서 그런가 호프집은 한산한 분위기다. 골뱅이무침에 생맥주 한잔씩을
시켜놓고 나누는 이야기가 정겹기만 하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 답지않게 하
룻만에 정이 들어버렸는지, 털털한 분위기의 두 남정네들과의 담소에 채련이 푹 빠져
들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새벽 4시30분 기상, 아침식사 중에 누군가의 입에서 비가 오고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
왔다. 아뿔사, 아무리 일기예보가 그랬어도 그렇지 정말로 비가 오고 있다니.....
밖에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럴 때 두고 하는 말, 청승맞게 비가 내
리고 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럴 땐 일기예보가 적중을 안하여도 되는데 말이
다. 그럴 땐 기상청도 쪽집게란 말이야.
성판악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산악회의 차들이 들어와 있었다. 차안에서 모두 내리지
를 않고 앉아있는 폼들이 산행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들이다. 일단은
내려서 화장실부터 둘러나온 다음 휴게실에 들어가 눈치를 살폈다. 그 때까지도 한라
산을 오르려고 준비하는 팀은 한팀도 눈에 띄지를 않았다.
차대장님은 어찌해야 할것인지 일행들에게 묻고 있었다. 몇몇 일행이 산행을 강행하
겠다고 나선다.
"우리가 한라산산행을 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비바람을 맞고 추위에 떨며 고생을
하자고 제주도에 오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날씨가 좋아 산행을 한다해도 힘이 들판에
굳이 많은 비를 맞으며 산행을 강행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채련이 나서며 하는 말이었다.
"한라산 산행은 다음 기회에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람이 이 정도
불정도면 정상에서의 폭풍우가 어느정도는 예상이 되는데, 이럴 땐 산행을 안하는 것
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표소에 들어가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하더란 말을 곁들였
다. 누군가 대장님께서 결정을 내려달란 말을 한다.
"오늘 산행일정은 역산행으로 하여 관음사방향에서 실시하기로 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오르다 힘이들면 되돌아 내려오면 되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차머리를 관음사방향으로 돌렸다. 관음사로 향하는 중에 채련이 먼저 이야기를
내놓았다.
"어차피 정상까지 오르지 못할 산행이라면 비맞으며 땅만보고 걷다마는 한라산 산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올레길 체험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요즈
음 걷는 코스가 많이 생겨서 걷기 붐도 일고 있으니 차라리 그쪽편이 낫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일단 어려운 결심들을 하시고 제주도를 왔으니 추억거리 하나쯤은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저기서 그렇게 하자고 찬성을 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올레길을 체험해 보신 분이 계신지요?"
그 사이 산행초보님이 잽싸게도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열어 올레길 1구간을 찾아보았는
가 보다. 대장님과 그걸 들고 의논 끝에 그쪽으로 실행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관음사에 대었던 버스를 다시 시흥초교로 돌렸다. 기사님께서는 애초에 그렇게 하지 관
음사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투덜거린다. 시간이야 넉넉하니 시흥초교까지 다시 가기로
하였다. 1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시흥초등학교앞.....
제주올레길 트래킹 1구간(시흥초교에서 광치기해변까지 15Km)
시흥초교앞에 도착하여서도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완전무장을 하고 있던 채련
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산행초보님이 따라 나서주었다. 비는 맞아도 사진은 몇장 찍어
두어야겠단 생각에 채련이 가슴팍에 묻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었다.
"지금부턴 무조건 찍습니다. 자 기념촬영들 하시기 바랍니다."
제주올레길 1구간 표시가 시작되는 푯말앞에서 채련이 길을 건너는 순서대로 카메라 셔
터를 눌러대었다.
시흥초교 앞에는 제법 그럴싸한 안내푯말이 부착되어 있었다. 길을 모르면 무조건 화살
표를 따라서 가라. 우리는 그저 화살표만을 믿습니다.(흐흐)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6CE0D49A21F65AD)
제주올레길 제1구간은 제주도의 동쪽해안의 일부를 걷는 코스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ejuolle.org%2Fimages%2Fcourse%2Fcourse_type1.jpg)
코스 경로(총 15km, 5~6시간)
시흥초등학교-> 말미오름(2.9Km) -> 알오름(3.8Km) -> 중산간도로 ->종달리 회관
(7.3Km) -> 목화휴게소 -> 성산갑문(12.1Km) -> 광치기해변 (15Km)
성산일출봉의 모습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ejuolle.org%2Fimages%2Fsample%2Fcourse_img03.jpg)
시흥초교에서 20미터쯤 걸어와 오른쪽으로 하얀나무푯말에 화살표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옳거니 저 길만을 따라가 보자. 뒤돌아보니 아직도 일행들은 발걸음을 놓지 못
하고 있었다. 그 때서야 우비를 챙기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기에 잠시 산행초보님과 같이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가 내리는 제주도의 올레길은 온통 시커멓게 젖어 있었다. 그렇잖아도 어두운 날씨에
분위기는 밤으로 향한 초저녁의 폭풍전야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별처럼 빛나는 미소가 있었다. 제주도의 시골길은 온통 봄꽃으로 낯선 이
방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보일듯 말듯한 작은 꽃들의 환한 미소가 어두운 올레길을
밝히고 있었다.
유채꽃이 화사하다. 비닐하우스 속에서나 꽃을 피울 줄 알았더니만, 노지에서 저렇게 꽃
을 피우고 있었다니 참으로 제주도는 별스런 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예쁜 너희들의 모
습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갈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일출사를 지나며, 뒤를 쫓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4FD71749A2559EF0)
제주도는 지금 봄이 한창 진행중
'길 위에 답이 있다'라는 오랜 격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길 끝에서 답을 찾는다. 바
쁘게 지나쳤던 길 위에 '나'라는 답이 있음을 모르고 또다시 어디론가 바쁘게 떠나려 하
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생각하면 오늘 빗길에 한라산 산행을 포기해야 했음이 어쩌
면 제주도와의 인연을 좀 더 깊이하라는 신의 계시일런지도 모르겠다. 서귀포를 중심으
로 제주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제주 올레는 길 위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길이 되리라.
'올레'는 거리의 넓은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 제주
도에서 나서 자란 서명숙 시사저널 전 편집장이 도보 여행자의 천국인 스페인 산티아고
를 다녀와 제주도에 길을 내었다. 원시적인 옛길, 자연스러운 흙길, 사라져가는 길을 찾
아내 걷자는 취지이다. 2008년 9월 1코스 개방으로 시작한 제주 올레는 지난 10월 총
10개의 코스가 완성되어 도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8~22km로 구성된 각각의 코스는 하루에 한 코스, 많게는 두 코스를 걸으면 적당할 것같
다. 벌써 일주일 혹은 최장 20여 일을 걷는 마니아층도 생겨났고 전문가들은 최소 5박 6
일 일정을 권할 정도니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올레 길을 밟을 생각은 애시당초 버려
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한라산 산행을 포기해야 했던 은하수팀들의 올레길 일정은 그
리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았다.
해안가를 따라 조그만 오솔길들이 이어지는 올레길을 탁트인 바닷길을 가슴속이 후련하
도록 걸었어야 했음에도 빗길에 험한 올레길을 체험으로 끝맺음을 했어야 했으니 그리 탐
탁한 트래킹은 아니었던 것같다.
800km에 이르지만 바다를 볼 수 없는 산티아고 길에 비한다면 제주올레길은 그야말로 눈
이 즐거운 걸음이다. 걷다가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한라산이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문섬,
섭섬 등이 어느샌가 나타나 여행자들을 반기는 곳, 크고 작음 오름과 햇살이 쏟아지는 들
판 길, 억새가 춤추는 산길과 푸른 바다를 곁에 둔 해안 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 소똥 말똥
조차 정겹다는 생각이 들리라.
제주올레길 주요코스
제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총 15km, 5~6시간)
시흥초등학교-말미오름 -알오름 -중산간도로 -종달리 회관-목화휴게소-성산갑문
-광치기 해변
▶ 제주 올레 길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 이 길은 오름과 바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오
름 바당 올레'다. 작고 아담한 시골 초등학교인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거북 등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은 들판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를 지나면 다시 성산 일출봉
이 눈앞에 펼쳐지는 수마포 해변에 닿는다. 길이 끝나는 광치기 해변의 물빛도 환상적
이다.
2코스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약 14.4km)
▶2코스는 해안-도심복합올레로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금막과 난대림과 천연
기념물 5종이 서식하는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통과한다. 누구나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문화-생태 올레로 많은 올레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경로 쇠소깍-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포구-서귀포 보목하수처리장-서
귀포KAL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 소라의 성-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 화백 거
주지-천지연폭포 생태공원-남성리 마을회관 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찻집 솔빛바다
제3코스 온평·표선 올레(총 22km, 6~7시간)
온평 포구-온평도댓불(옛날등대)-중산간 올레-난산리-통오름-독자봉-삼달리-김영갑
갤러리-신풍리-신풍, 신천 바다목장 올레-신천리 마을 올레-하천리 배고픈다리 -표선
1, 2백사장-당케 포구
▶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양옆에는 오래된 제주 돌담
과 제주에 자생하는 수목이 울창하다. 나지막하지만 전망이 툭 트인 '통오름'과 '독자
봉' 또한 제주의 오름이 지닌 고유의 멋을 느끼게 해줄 것이고, 김영갑갤러리를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중산간 길을 지나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바다목장 길이 열
린다. 푸른 바다와 푸른 초장이 함께 어우러지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길이다.
제4코스 월평포구에서 대평포구까지(약 17.6km)
주요 경로 월평포구-굿당 산책로-마늘밭-대포포구-시에스 호텔-배릿내 오름-돌고래
쑈장-중문해수욕장-해병대길-논짓물-대평 포구
▶제주올레 4코스는 월평포구를 시작해 대평포구까지 이르는 포구 올레다. 특히 4코
스의 종점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가득한 곳으로,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고도 불리는 마을이
다. 마을을 품고 있는 ‘군산(신산오름)’은 동해용왕아들이 스승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제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총 15km, 5~6시간)
남원포구-큰엉 경승지 산책로-신그물-동백나무 군락지 -위미항 조배머들코지-넙빌레
-공천포 검은모래사장-망장포구-예촌망-효돈천-쇠소깍
▶ 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
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남원읍과 해병대 93대대의 도움을 받아 8코스 개척 과정에서 사라지고 묻혀지
고 끊어진 바당올레 길 3곳을 복원한 덕분에 난대 식물이 울창한 숲을 지나서 바다로
나아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제6코스 화순선주협회사무실에서 하모 해수욕장까지(약 14km)
주요 경로 화순선주협회사무실-화순해수욕장-산방산 옆 해안-용머리 해안-산방산 입구
-설큼바당-사계포구-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송악산-말 방목장-알뜨르 비행장 해안도로
-하모 해수욕장
▶해안과 초지가 어우러진 길. 송악산에 올라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마라도를 눈에 담고,
2차대전 당시 일본이 남제주군 대정읍 안덕면에 만든 알뜨르 비행장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
제7코스 외돌개·월평 올레(총 15.1km, 4~5시간)
외돌개-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수봉로-법환 포구-월드컵 사거리-서건도 바다 산책길
-수봉교 태우-제주 풍림리조트-강정사거리-강정 포구-안강정-월평포구
▶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제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공물해안 길
인근의 '수봉로'와 제주 풍림리조트 인근의 '수봉교'는 제주올레 탐사팀 김수봉씨가 직
접 삽과 곡괭이로 길을 내고 돌다리를 만든 것. 2008년 봄, 큰 밀물로 인해 수봉교가 수
몰됐지만 그 자리에 제주 전통 뗏목인 '태우'를 타고 건널 수 있도록 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제8코스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약 15km)
주요 경로 남원포구-큰엉 경승지 산책로-신그물-동백나무 군락지-위미항 조배머들
코지-넙빌레-공천포 검은모래사장-망장포구-예촌망-효돈천-쇠소깍
▶일출봉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바당 올레와 마을 올레
를 오감으로 느끼면서 걷는 길. 사라지고 묻히고 끊어진 바당 올레길 3곳을 복원한 덕에
난대 식물이 울창한 숲을 지나 바다로 나아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제9코스 온평리에서 당케포구까지(약 22km)
주요 경로 온평리-온평도댓불(옛날등대)-중산간 올레-난산리-통오름-독자봉-삼달리
-김영갑갤러리-신풍리-신풍,신천 바다목장 올레-신천리마을 올레-하천리 배고픈다리
-표선1, 2백사장-당케포구
▶제주올레 9코스는 중산간 올레길이 대부분인 코스로, 양옆에는 오래된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수목이 울창한 중산간 길(14km)을 지나면 푸른 바다와 푸른 초장이
함께 어우러진 바다목장 길이 열려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코스의 마지막에는 넓게
펼쳐지는 표선 백사장과 포구가 장대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제10코스 표선 당케포구부터 남원포구까지(약 23km)
주요 경로 표선 당케포구-방애동산-갯늪-거웃개-흰동산-앞머들-너브름-한지동-거문
머처-가마리개-멀개-가는개-샤인빌 바다산책로-토산새동네-망도름-영천사-송천 삼석
교-태흥2리 교차로-의귀천-햇살좋은 쉼터-남원해안길-남원포구
▶10월25일에 개장한 따끈따끈한 10 코스는 총길이 23km로 현재 코스 중에 가장 길다.
남원 중산간 마을과 망오름까지 포함된 거리라 다소 길지만 중간중간 단축 가능한 샛길
이 있으니 각자의 체력과 취향에 맞춰 선택이 가능하다.
■자료 제공 /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북하우스)
제주올레「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폭우속에서 제주도의 봄을 즐기다
나뭇가지에 움만 트지 않았을 뿐이지 제주도는 봄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올레길 주변
검은 돌들 틈사이로 작고 앙증맞은 야생초들이 모두 꽃을 피워내고 있었으니, 그 모습
이 마치 어려운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같은 모습이었다.
올봄, 예년보다도 어려운 경제난을 생각하면서 저들처럼 때가 되면 한번쯤은 활짝 꽃
을 피워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꽃에 붙여서
봄의 화신은 하늘의 뜻을
꽃으로 묵시(默示)한다.
동면으로 잠자던 꿈들을 일으켜 세워
스스로에게 때와 장소를 일깨우고
피어나는 순서를 알게 하고는
깨끗한 영혼을 부추긴다.
자신이 지녀야할 색을 알고
뿜어야 할 향기를 지니며
져야할 시기를 알고 피게 한다.
꽃이여,
그대들이 색으로 향으로 피어남과 같이
사람들의 꿈속에서도 꽃을 피우소서.
두번 피어날 수 없는
오랜 시간속 갈망을
영혼으로 지는 순간까지
더 이상 찬사가 필요없는
생에 최고의 아름다운 꿈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사람들의 가슴속에
신의 默示로 피어나는 꽃이여!(09.02,22)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넓이의 농로를 지나 화살표는 오른쪽 말미오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하여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뒤를 쫓던
일행들이 어느새 앞을 질러 가기 시작하였다.
말미오름길은 오를만 하였다. 그러나 산등성이를 걸으면서 흙길에 빗물이 고여 칠턱
거리며 미끄러웠기에 아래 언덕으로 비껴서 걸어야만 하였다. 여차하면 미끄러져 언
덕 밑으로 굴러떨어질 태세였다.
알오름을 오르며,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한그루의 소나무곁을 지나며 그냥 함께 함
이 좋아서 사진 한 컷 했을 뿐, 촉촉한 빗물에 젖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FD71749A255A4F3)
알오름 정상에서는 우중이어도 제법 조망권은 있었다. 옛염전이었던 벌판이 내려다
보이고, 터진목(광치기 해안)이 멀리 눈아래 들어왔다. 운무사이로 어렴풋하기는 하
였으나 성산 일출봉도 보일 정도였으니까. 은하수일행들이 가야할 최종목적지인 광
치기해안, 버스를 그곳에다 대라하였지만 이렇게 미끄러운 길을 찾아 15Km를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채련은 빗속이라 카메라를 내놓을 수가 없어 저 아름다운 경치들을 담을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였다. 잘못하였다가는 카메라를 못쓰게 만들 수가 있으니 담고 싶은
비경들을 동공안에 담아두는 수밖엔 별 도리가 없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미끄러운 산등성이를 넘어지지 않으려 발목에 힘을 주고 걷다보
니 슬슬 다릿목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알오름을 내려오며, 앞서가던 일행들의 뒤
를 쫓았을 뿐이다. 어느 방향이 중산간도로로 향하는 길인지 성산갑문은 어디에 있
고 광치기해변은 어느 방향이란 말인가? 채련은 앞서가는 일행들이 화살표를 찾아
제대로 가고 있으려니 믿고 뒤를 따랐을 뿐이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4FD71749A255A6F4)
알오름을 내려와 목장길로 들어섰는가 보다. 이상하게도 흙이 검다하였더니 빗속
에 칠겅거리며 걷다보니 온통 그건 소의 분비물이었다. 이미 등산화속은 온통 빗물
로 가득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신발 밑바닥은 진흙으로 떡이되어 발걸음은 더욱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어렵게 한참을 걷다보니 목장길을 나서는 대문에 올레길 나가
는 문이란 푯말이 붙어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 문이 올레길 나가는 길이라니 그저
밑거니 하고서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목장을 빠져나오니 목장주인인 듯한 아저씨께서 두엄을 치고 있었다. 한참 지나 생
각을 해보니 그 분한테 길을 물었어야 했을 것을 그냥 믿거라 지나쳤던 것이 크나큰
실수로 나중에서야 후회를 하게 되었다.
뒤를 쫓던 후미는 중도에서 되돌아갔는지 영 쫓아오는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목장
을 빠져나와 한참을 걸어 이른 곳은 소나무숲이었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하는대로
철조망을 건너 마차가 다닐 수 있는 농로에 내려서니 일행들이 모두 그 곳에 모여있
었다. 큰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길이 아니었기에 되돌아 왔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면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한길 뿐, 숲으로 난 길 뿐이었다.
잠시 우왕좌왕하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누구 지도 갖고 계신분 계십니까?"
채련이 지도를 구해보고자 하나 어느 누구 한사람 지도를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앞서가던 산행초보님이 잠시 있어보라며 숲길로 먼저 앞서가 본다. 그런 연후 오라
손짓을 하기에 따라가 보았다.
이곳은 길이 아니었다. 다만 목장으로 향하는 목장주인들의 통로였을 뿐이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화살표 방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큰 길로 향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하니 믿기지는 않았지만 숲으로 난 오솔길을 택할
수밖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선은 이 숲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책이란 생각
이 들었기에 산행초보님의 뒤를 따라 채련은 숲을 헤집고 나아갔다.
한참을 앞서가던 산행초보님이 이곳은 길이 아니라고 외쳐댄다.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 길은 길이었다. 좁은 오솔길이기는 하였으나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였기에 '그럴리가?' 하는 생각으로 막다른 곳까지 가보았다.
숲길은 그곳에서 끝이나 있었다. 밖으로 향하는 길은 오로지 벼랑길을 내리는 길
밖엔 없었다. 어디에 매여져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벼랑밑으로 하얀 로프가 한줄
매여져 있을 뿐, 그래도 급한 사람들은 이곳으로 통행을 하는가 보다 하고 망설일
필요도 없이 산행초보님보고 이 길로 가자 이른다.
벼랑길은 생각보다도 훨씬 위험하였다. 가파르기도 하였지만 비가 내려 미끄러웠
기 때문에 한줄 가느다란 로프에 목숨을 거는 수밖에는 없었다.
손에 들었던 스틱을 한단계씩 밑으로 던져가며 밧줄에 의지하여 구르듯이 흘러
내렸다. 가장 위험한 구간을 면하였다 생각하고 스틱을 잡으려는 순간, 채련은 밑
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머리를 땅에 꼬나박고는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옴짝
달싹을 할 수가 없었다.
위급한 순간에는 단 몇초의 시간도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인식되어지리라. 벼랑밑
으로 구를 듯 말 듯 겨우겨우 버팅기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사이, 뒤를
쫓던 최고연장자인 어르신께서 채련을 일으켜 세우시며 '괜찮으시냐?' 물어오신다.
채련은 감사하단 말도 입밖으로 흘러나오질 않았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였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성거려야 했으니까.
함께 한다는 것이 그래서 좋은가 보다. 어러울 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 그
래서 인생길은 홀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다. 먼저 내려가라며 밧줄을 잡고 있어주는
남정네들의 속마음이 미덥기만 하였다.
채련은 아예 엉금엉금 기듯이 안전을 위한 일이라면 체면같은 것은 진작에 접어두
기로 하였다. 어렵게 어렵게 겨우 벼랑을 빠져나오며 빗속에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어 아찔한 순간의 현장을 두어장 박아두었다.
그놈의 산행이 무엇인지, 제주올레길은 또 무엇이고 이러다간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추억커녕 가슴에 핏멍이나 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다. 서로를 위하고 다른 사람
을 안전하게 앞세우는 일행들의 모습에서 채련은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받고 있었
다.
인생길에 만나지는 사람들
인생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하였던 두갈래길에 맞닥드렸을 때
넓고 평탄한 길은 그 곳에서 끝이 나고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좁은 길을 따라 가노라니
길이 끝나는 곳에 벼랑으로 내리는 길이 있었다면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그 곳엔 한줄 가는 로프가 매여있었다.
벼랑을 따라 온갖 가시덩쿨이
드러누운 좁은 길을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을
황천길 나서듯 한가닥 생명줄에 목숨을 맏기고선
구르듯 벼랑을 내려서서
한참 내려온 길을 올려다 보았다.
고통스럽긴 하였어도
오던길을 되돌아가지 못했음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생명줄이 가늘기는 하였으나
쉽게 끊기지 않는 새줄이 매여져 있어
살아서 가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여졌기에
멈칫거리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렇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평탄한 길만을 걸을 수는 없다.
걸어온 길은 너무나 멀리 와 있기에
되돌아 가기에는 불가능한 일이고
앞에 나있는 길이 험한 길이라고
피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쳤을 때
용기가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곳에 주저 앉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비겁할 수도 없었다.
이미 선택되어진 고난의 길엔
용기와 슬기만이 필요하였고
비가 퍼붓는 미끄러운 벼랑길을
피해 갈 수는 없었으니까.
혼자 가는 길이 아니었기에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
인생길에 동반자가 있다는 것
어려움을 함께 나눌 조력자(助力者)가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도
그 곳을 탈출하고 나서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먼 훗날
난 그 일을 웃으며 이야기 할 것이다.
벼랑처럼 떨어지는 수풀림에서
함께 하였던 그 사람들과의 추억담을
혼자가 아니어서 고통스러운 순간도
행복할 수 있었노라고
"누렇게 시든 숲속 두갈래 길에서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어딘가로 통하겠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벼랑길을 피하지 않았으며
그 길을 과감하게 도전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09.02,22)
벼랑길을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들길이야 이제는 룰루랄라 일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제주도의 빗길은 은하수일행들에게 그리 만만하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들길에
수로를 만들어 놓지 않아서일까. 온통 길거리는 빗물로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이왕 버린 몸 발목이면 어떻고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면 어떠하랴.'하고, 목장길을
걸어오며 소의 분비물에 절었던 등산화에 땟물도 뺄겸하여 첨벙첨벙 빗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한참을 걸어나와 이 길이 터진목(광치기해변)으로 향하려니 하였었는데, 큰 도로에
나서고 보니 어디선가 눈에 많이 익은 듯한 관광버스가 눈앞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일행들이 모두 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기에 자세히 보니 차안에 차대장님이 수건
으로 빗물을 닦고 있었다.
"이것이 은하수차가 맞습니까?"
"맞아요. 그런데 왜 벌써들 오셨어요? 3시까지 더 걷다가 오세요."
차대장은 예상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일행들에게 시간을 채우고 오라고 이른다.
"황천길을 걷다가 겨우 살아서 왔더니 또다시 죽으러가란 말입니까?"
채련이 젖은 몸으로 시간을 채우기 위하여 광치기해변을 가야된다 생각을 하니 아찔
한 생각이 들어 차대장께 한 말이었다.
"그럼 차에 올라오세요."
어떨결에 버스에 올라 생각을 하니,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어진 것이었을까? 중도에서
길을 잘못 찾아 벼랑길을 타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광치기
해변과는 동떨어진 시흥초교앞으로 원점회귀를 하였으니, 그것도 버스에 올라 한참
을 지난 다음에서야 그걸 알아차리고는 모두 웃음보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어찌되었든 제 코스를 제대로 걷지는 못하였어도 남들이 하지 못할 어려운 코스를
체험하였으니 제주에서의 일정이 아주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준비가 된 상태
에서 철저한 대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보람있는
트래킹이었음을 자부하면서, 채련과 그 일행은 기사님이 이끄시는대로 어영해안도로
를 달려 바닷가 어느 생선횟집에서 생선조림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밭에는 푸른 채소들이 빗속에 너풀거리고 있었다. 중부지방에서는
아직 파종도 아니하였는데 완두콩이 넝쿨을 지고 있지 않나, 다자란 마늘들이 오래잖
아 쫑을 내밀 것 처럼 웃자라 있는 모습이 역시 제주도는 한반도에서도 별도의 낙원과
같은 땅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4FD71749A255ADF8)
점심식사후 자유시간 4시간을 김영순시인님과의 해후를 끝으로 예정에 없던 한라산
산행길의 일정을 마무리 지어볼까 한다.
이 섬에서 며칠만 살아보면 좋겠다.
올레길도 좋고
한라산 등반을 해도 좋고
섬을 향한 그리움이 사라질 때까지
고향 생각이 내 가슴속에서 희미해질 때까지
며칠 만이라도 이 섬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뜬눈으로 며칠밤을
지새운다 하여도 좋으리.
제주도의 앞바다를 그릇에 떠담을 수는 없지만
구멍난 가슴 헛헛한 자리마다
푸른 파도가 넘실인다.
내 고향이 아니어도 좋으리
이곳에 깊은 사랑을 심지 않아도 좋으리
그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내 가슴속에서 지워질 때까지만이라도
이 섬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제주도 바다에는
슬픔을 삼키는
묘약이 있어서 좋다.
그냥 이대로 며칠만
오래된 아픔이 사라질 때까지만
이 섬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09.02,22)
비행기가 아니었어도 좋았다. 예정에 없던 제주도 산행길을 접으면서 변덕 심한 제
주도 일기예보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하루밖에 허락되지 않는 제주도 섬에서의 빡
빡한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애초의 걱정과는 거리가 멀게 다시 제주도를 떠나려니
만족치 못하였던 산행일정이 미련으로 남는다. 머지 않은 날에 올레길 체험길에 올
라보리라.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며 미련 없는 여행길에 한번 올라보리라.
제주에는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있다. 안개 자욱한 제주의 오름과 청명한 제주의 해
안가, 그 길을 걷고 또 걷다보면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리라. 발끝에서 전해
지는 느낌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느릿한 걸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때로는 초라한 마을
을 걸으면서 어떤 때는 흙길을 밟고 어떤 때는 바닷바람을 쏘이면서, 그렇게 걷다보면
문득 문득 살아있음에 맑은 공기를 흡입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리라.
이렇게 행복을 쌓고 추억을 쌓다보면 너무나 많은 행복감과 추억으로 내 기억속에 부
화가 걸리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늘상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하면서 즐거움을 낳고,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었을
때 그 외로움을 삭힐 수가 없어 고통을 안아야 되는 날이 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즈
음 채련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서 그것이 걱정거리가 되어 이런 걱정거리를 안겨
주시는 은하수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뜻하지 않은 한라산 산행길에 함께 하여주셨던 일행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주도 산행길을 허락하여 주신 총무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산행길에 다시 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행복한 하루하루 엮어
가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드리면서.....(09.02,22)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651696%2F200807%2F1216872432_bullet030.gif)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651696%2F200807%2F1216872432_bullet031.gif)
* 사진 - 제주올레 트래킹중에(위), 제주도 용두암에서(아래)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52419%2F200507%2F1121668446_7%EA%B3%B5%EC%A3%BC%2520%ED%8A%B8%EC%9C%84%EC%8A%A4%ED%8A%B8.gif)
첫댓글 제주에 가시면서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단편소설로 읽으니 더욱 실감이 됩니다. 어찌되었건 목포 유달산에도 다녀 가셨군요 제가 서울에서 내려와 약2년 동안 유달산 밑자락에서 살았었습니다 좋은 추억 만드시고 행복 하셨으니 얼마나 좋은 일 인가요 일기 불순하여 수고는 더 하셨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길이 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유달산, 평화로워 보이던 바닷가의 작은 도시..... 시인님의 체취가 서려있어 그리도 정다워보였던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겐 일상탈출이 참으로 어렵다는데 선생님의 삶은 떠남이 일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매순간을 소중한 터득의 자세로 임하심에, 부러움을 두고 갑니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사람의 눈에 그것이 어찌 보이려는가 모르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즐거움을 쫓고 있을 뿐이지요. 감사합니다~
제주, 목포, 찍고 광주까지 대단하시네요. 더욱 강건하시고 힘내세요.
아직도 안찍은 곳이 많이 있네요. 그곳을 찾아 발자국을 찍어야 할까 봅니다. 감사합니다~
하루 하루의 일과를 한 순간도 놓치치 않는 시인님 산행일지가 넘 좋습니다. 같이 동행한듯 하네요..아고 해드린것도 없는데..폭우가 오는 되도 제주 올레길 체험에 감사드립니다.아직은 서귀포 시에만 조성된 제주 올레길이 우리 제주의 또다른 관광체험이라 고맙기만 합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봄비가 촉촉히 내리네요 더욱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다녀와서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며칠 머무르며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다리가 아파 산을 못오르게 되면 그런 날들은 올레길 체험에 나서볼까 해집니다.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시옵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