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의 매시간 닥치는 스트레스의 홍수속에 놓여 있습니다. 하도 단련되어 이제는 그것이 스트레스인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문명화한다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 늪속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자연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문명화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야말로 오지속이나 무인도에 살지 않고서는 문명과 떨어질 수 없습니다. 만일 아주 옛적 그야말로 원시인이 오늘 이시간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 있다면 아마도 그는 공포속에 잘 버티지도 못할 것입니다. 거주하는 곳이 땅으로부터 수십미터 올라간 곳이지요, 집에는 온갖 가전제품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모두 전기로 작동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을 나서면 어떤가요. 수많은 차들이 난리를 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지하로 들어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조금 지나니 긴 괴물같은 열차가 돌아다닙니다. 원시인을 놀라 자빠집니다. 원시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살던 사람이 바로 지금 이 자리로 온다면 그도 혼비백산할 것입니다. 다리가 후들 후들할 것입니다. 스트레스속에 며칠 못가서 큰 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습니다. 현대인들은 그만큼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각각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트라우마속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의 생활 자체가 트라우마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해소하려 할 것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거나 맛난 음식을 먹거나 멋진 관광지를 찾거나 하지요. 그렇게 할 형편이 안되거나 시간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주 음주를 하게 됩니다. 특히 여러사람들이 함께 회식이라는 모임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단합을 이뤄내기도 합니다. 인간의 스트레스를 푸는데 가장 간단한 매체가 바로 알코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사람간의 관계 개선에서 우호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막혀있던 대화도 뚫리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본심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지요.
그런데 적당한 음주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면 이제 음주를 자유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을 제외하곤 말이죠. 그리고 술은 민주주의 혹은 독재주의 체제에서도 용납됩니다. 그냥 돈만 있으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정말 세계적으로 대단한 제품입니다. 술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노벨 화학상을 비롯한 온갖 상을 독차지했을 것입니다. 인간들이 술을 즐기면서 인간들 주변에 다양한 술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담배도 같습니다. 하지만 담배는 주로 혼자 즐기는 것인데다 담배를 피면서 취한다는 상태를 느끼지는 못합니다. 일부 마리화나같은 것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렇지만 알코올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조건 취합니다. 바로 취한다는 것때문에 즐겨 찾게 됩니다. 취하지 않으면 그냥 물을 마시지 굳이 상대적으로 비싼 알코올를 찾지 않겠지요.
원래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에 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력 또는 유전적이라고도 합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거나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음할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습니다. 취한 상태에서 기행을 행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과 싸움도 하게 됩니다. 비도덕적인 짓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술이 깨고 나서 지난밤을 생각하면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한 경우가 많습니다.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속에 있는 스트레스와 무의식적 불만을 표출하다보니 주변인들에게 피곤함과 불편함을 주기 마련입니다. 술은 몸에 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과도한 음주가 부른 폐해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또 술을 찾습니다. 바로 자신의 도피처로 알코올을 찾는 것입니다. 처음 술을 시작했을 때부터 술을 먹고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가졌던 그 기억이 대부분 뇌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도파민이라는 일종의 쾌락 호르몬이 뇌를 통제하게 됩니다. 신체는 술을 거부하더라도 뇌속의 도파민이 부추깁니다. 술을 마시라고 말이죠. 술을 마시면서 느끼는 그 행복함과 쾌락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은 그런 도파민의 유혹을 참아냅니다. 그리고 술 말고도 즐거움을 찾을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술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다든가, 스포츠를 즐긴다든가, 악기 연주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게 됩니다. 굳이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면서 속이 더부룩하게 되고, 살도 찌고, 술에 취해 대리 운전을 불러야 하고, 택시 등 비싼 값에 귀가를 하기보다 술에서 벗어나 더욱 건전하고 편안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입다.
그렇지만 젊었을때부터 즐거우나 슬프나 술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그냥 습관적으로 술을 찾습니다. 정말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절친처럼 말입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술과 연관시킵니다. 즐거워서 슬퍼서 피곤해서 답답해서 배가 출출해서 하다하다 그냥 마십니다. 그리고 폭음합니다. 깨어나서 후회하기가 싫어 또 마십니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해장한다는 것입니다. 어젯밤 그렇게 마셨는데 새벽부터 또 마십니다. 깨어나기가 싫고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술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심약한 사람들입니다.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자극이나 스트레스가 닥치면 그것을 차분히 해결할 생각보다 우선 그런 분위기 그런 상황속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일단 술을 찾습니다. 술을 자신의 절친 멘토 나아가 자신의 스승처럼 판단하는 것입니다. 옆에 술을 두면 든든하고 술이 떨어지면 불안해지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런 사람을 결코 술에서 해방될 수가 없습니다. 평생 술때문에 고생하다가 가족들까지 큰 피해를 준 뒤에 떠나는 것으로 대단원의 음주극은 끝날 수 있는 것입니다.
술 의존도가 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자랐던 사람들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어머니로부터 젖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사람,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가 별로 없었던 사람, 어릴 때부터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형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많이 봐왔던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바로 그 술에게서 엄청난 친밀감을 느끼면서 그야말로 절친이 되어버립니다. 어릴 때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정서적 불안감 등을 한순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술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힘들면 절친인 술을 찾게 됩니다. 자신의 몸 어디서라도 술을 자제할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더욱 마시라고 부추깁니다. 바로 뇌속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괴물이 자신에게 내리는 지령인 것입니다. 특히 유아시절 어머니의 젖을 먹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술잔에서 어머니의 젖가슴의 느낌을 갖게 되고 그래서 음주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술뿐만이 아닙니다. 마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박도 불륜도 마찬가집니다. 요즘에는 인터넷 중독증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음주와 마약이 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이 행해지는 것입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고 흉기를 쥐는 것입니다. 자신만 망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인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됩니다. 정신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흡연이나 도박 이런 것은 나와 무관한 사람들까지 해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주와 마약 중독은 불특정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니까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가운데 동물들의 특이행동과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개나 고양이 등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그것이 트라우마 상태로 존재하다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 행동 전문가들은 동물들의 행동을 보고 진단하고 처방을 내립니다. 이런 저런 방법 이런 저런 도구를 이용해 그 이상 행동을 교정합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내리는 방법대로 따르고 대체로 그런 이상행동을 고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을 그렇지 못합니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인간들은 스스로 자신이 그렇게 행한다고 판단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지적에 화부터 냅니다. 자신을 음해하는 짓이라며 분개합니다. 그리고 정신과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지만 잘 지키려 하지 않습니다. 대충 받아드리고 잘 지키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어느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맙니다. 알코올 중독 센터에 수용됐다가 몇달 금주한 뒤 퇴원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하는 행동이 뭔지 아십니까. 상당수가 병원 앞 편의점에서 퇴원 기념으로 폭탄주를 먹습니다. 몇달 입원할 때는 어서 퇴원해 시원한 폭탄주 마셔야겠다는 일념으로 견딥니다. 그러니 무슨 교정이 되겠습니까. 입원중에는 주변에 술이 없으니 마시지 않지만 퇴원하면 다시 그 지긋지긋한 음주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동물들은 사람들의 간여로 중독 행위를 교정할 수 있지만 인간은 스스로 도파민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도파민 억제약들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도파민이 덜 배출되면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뇌속 도파민의 원천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적당한 약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술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육체적인 근육훈련뿐 아니라 정신적 근력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술과 마약 흡연 도박 불륜 인터넷의 유혹을 이겨내는 정신적 훈련이 시급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변명하고 또 다른 핑계거리를 찾아내니 원천 근절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릴 때부터 자기 스스로의 멘탈을 강하게 하는 훈련 버릇을 키우고 술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또한 어린 자녀앞에서 음주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방송이나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도 술마시는 것을 대폭 줄이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배는 요즘 모자이크로 가려주지만 여전히 술 마시는 장면은 너무도 많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기쁘다고 술, 슬프다고 술, 행복하다고 술, 불행하다고 술, 이겨서 술, 져서 술, 비가 오니 술, 눈이 오니 술, 그렇게 멋진 배우들이 마시는 그 술에서 관객들은 대리 만족을 얻고 자신도 그런 배우처럼 행동하고 싶은 충동에 또 술을 찾습니다. 술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려면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술을 아예 두지 말아야 하고, 술 장면이 나오는 방송이나 영화 보는 것을 자제하고, 태어나 술의 노예가 되어서야 하겠느냐는 자신과의 다짐을 수시로 하는 방법 등을 통한 노력을 해야만 중독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힘을 주어 말합니다.
2024년 3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