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기다리는 집에 나무를 심어요 病이 깊어 나는 사월의 바람이 무섭지요 나의 집에 그대가 당도할 때에도 가을나무는 여전히 단풍입니다 그래서 겨울 봄 가을 여름 나무를 심어요 어떤 나무는 벌써 울울창창이고 동영상으로 그대는 웃지요 그대가 없는 자리에 네이버 노을을 걸고 엠파스 바람을 퍼다 놓지요 한 삽 한 삽 통째로 숲을 가져와도 그대가 숲에 누울 수는 없습니다 노이로제나무, 내가 오래도록 비밀로 저장해놓은 화계사 수령 사백년 은행나무를 공개할까요 나의 화계사 노이로제나무를 핸드폰에 담을 때 그대는 나무에 기대어 있었지요 당신도 심어요 기다림이 노이로제로 바뀌는 울분도 심어요 겨울 봄 가을 여름 내가 퍼온 나무들은 불멸이지요 노이로제나무가 제 수명을 다하기 전에 사랑도 심을 수 있을까요 그건 다음 식목일을 위한 나의 숙제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블로그에 노이로제를 심어요 오늘은 식목일이잖아요
------------------- 박진성 / 1978년 충남 연기 출생. 2001년 <현대시>로 등단. 2002년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시집 『목숨』『아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