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레드문
권영유
개기월식이라는 뉴스에 옥상으로 가본다
붉은 달이 초콜릿 듬뿍 묻힌 초코파이 같다
한 입 베어 문 그때
평화동에 산 적 있다 절취선 같은 골목 따라가면 노인이 돋보기안경으로 거스름돈 꺼내주던 구멍가게가 나왔다 초코파이 한 상자 어김없이 한 봉지씩 우물거리는 밤 별들도 그 부스러기였다 네가 갈래? 내가 갈까? 자매끼리 서로 떠넘기다 마지못해 사러갔던 그 가게, 초코파이만큼은 늘 채워져 있었다 날마다 야금야금 갉아먹는 열다섯, 빈 봉지 털어보듯 용돈도 털려갔다 속을 채우고 담아도 늘 고팠던 그때의 정은 오직 초코파이
오리온자리를 찾아본다
그 자리 뜯어보면
열 두 개의 촉촉한 정이 있다
☞원문출처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레드문- 권영유 :: 경남신문 (knnews.co.kr)
☞심사평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심사평] 참된 삶의 의미 발견해내는 성찰적 인식 돋보여 :: 경남신문 (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