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덧 2월 마지막 주일이 되었군요.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러서인지 이제는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남쪽 나라에서는 벌써 매화꽃이 피었다고 하더군요. 나라 안에서는 정치적인 여러 사안들이 이념과 사상에 따라 그리고 각자의 이익과 관심에 따라 여전히 갈리고 있네요. 하루 이틀 있던 일도 아니기에 감각도 없었졌지만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한 갈라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조국인 대한민국을 바르게 세우고, 굳건하고 올바른 나라가 되기 위한 진실한 의지들을 세워나가기 위한 논쟁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오늘은 삼일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 교단 모든 교회들이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 공동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의 내용도, 설교 본문과 내용도 모두 교단총회에서 하달되었지요. 그래서 예배 중에 독립선언문 낭독도 있었고, 애국가와 만세 삼창도 있었습니다. 설교도 제가 초안을 작성한 게 아니라 총회에서 내려 온 것을 우리 교회 예배 환경에 맞춰서 짧게 요약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일반적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신경쓰는 것이 동원되더군요. 설교는 역시 자신이 준비해서 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삼일운동의 역사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웠던 귀한 역사이지요. 해방은 우리의 힘으로 얻은 게 아니지만 삼일운동은 순수하게 우리 힘과 의지로 이루어진 귀한 역사 아니겠습니까? 아뭏튼 오늘 주일예배는 여러 성도님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참 감회가 깊고, 은혜로운 예배였습니다.
3. 오늘 주일예배 중에 가장 압권은 역시 독립선언문 낭독이었지요. 담당자이신 박화숙 권사님께서 100년 전 의상인 치마저고리를 입고, 일반 사각종이가 아니라 두루마리에 기록해서 낭독하셨지요. 100년 전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1부와 2부 모두를 담당해 주셨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매년 여전도회 주관으로 삼일절 기념예배를 드립니다만 앞으로 주일예배시에 독립선언문을 낭독할 수 있는 기회는 아마 50년 뒤이거나 100년 뒤에 오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4. 오늘 갈릴리찬양대의 찬양은 삼일절 분위기에 맞추려고 했는지 국악찬양이었고, 장구까지 동원이 되어서 국악의 분위기를 훨씬 잘 살려 주었습니다. 국악이 우리 음악인데도 사실은 많이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물론 국제화 시대이기 때문에 세계와 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이유 때문에 우리의 것을 잃어버리면 결국 세계 속에서도 내세울 게 없습니다. 우리 찬송가에도 국악 찬송이 몇 곡 있는데 앞으로 더 자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5. 요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어제도 주공6구역에 계신 김춘희 집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셔서 혼자 다닐 수 없어 교회에는 거의 오시지 못했지만 심방 때나 그리고 평일에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아서 가끔 교회에 오셔서 피아노도 치시고 저와 대화도 나누곤 했지요. 지난 구정 쯤에도 교회에 오셔서 같이 대화도 나누고 기도도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셨네요. 혼자 계셔서 장례를 치러 줄 자녀가 없어서 빈소도 마련하지 못했고, 오늘 화장했습니다. 장례식다운 장례식은 치러드리지 못했지만 화장하기 전에 임형철 목사님과 권사님 몇 분이 속초승화원에 가셔서 고별예배를 드려 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거운 육신의 짐을 벗어버리고 하나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6. 찬양예배와 그 이후 시간에 항존직 수련회를 진행했습니다. 저의 강의보다도 조별 토의를 진행하고 그 후에 발표회를 가졌는데 여러 가지 좋은 내용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좋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서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몇가지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건의사항들도 있었는데, 가능하면 교회 정책에 반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서로 토론하면서 의견이 갈릴 때도 가끔있지만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해보면 서로의 중심이 어떠한지 이해 되면서 서로간의 간격들이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시고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서리집사님들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식사하면 주로 권사님들이 식사 준비를 담당하게 되는데 서리집사님들께서 수고해 주셔서 권사님들이 안심하고 수련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수고해 주신 집사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7. 오늘도 주일 모든 시간이 끝났습니다. 오늘은 참 특별한 주일이었네요. 언제 또 있을지 모를 3.1절 100주년 기념예배도 드렸고, 항존직 수련회도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의 역할을 묵묵히 다해주셨기 때문에 오늘도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고 많은 일들을 감당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주일을 지내고 보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오늘 주일도 접으려 합니다. 한주간도 주님 주신 평강과 은혜 가운데 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