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직원이 채권 확인서류 받고도 파산채권자목록에 채권 미기재…면책 안 돼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면책 사건은 보통 법무사에게 맡겨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사건은 채무자가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 사건을 법무사에게 위임하여 법무사 직원이 금융기관 등 채권자로부터 부채증명을 발급받으면서 채권의 존재를 알게 되었음에도 이를 파산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책결정이 내려진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에 해당하여 비면책채권이 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법무사가 채무자로부터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을 위임받고 인감증명서 등 부채증명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아 직원으로 하여금 채권자로부터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도록 하였고 부채증명발급을 통해 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관계
○ 원고는 2017. 6. 12.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선고 및 면책을 신청하였고(서울회생법원 2017하단3127 파산선고사건과 2017하면3127 면책사건), 서울회생법원은 2017. 10. 27. 원고를 면책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면책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면책결정은 2017. 11. 21. 확정되었다.
○ 원고는 위 파산선고 및 면책 신청서의 제출, 부채증명서의 발급 신청 등을 D 법무사에게 부탁하였고, D 법무사의 직원은 2017. 6. 20.경 (직접 피고의 E 금융센터를 방문하거나 제3자에게 의뢰하여) 피고로부터 법원에 제출할 개인회생신청용으로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 무렵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2011. 10. 7. 자 대출계약에 따른 대출원금잔액 3,046,17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등 채무를 지고 있었고{이하 ‘이 사건 대출채권(또는 채무)’라 한다}, 피고는 위 부채증명서에 이 사건 대출채권의 내용을 적었다.
○ 원고가 위 파산선고 및 면책 사건에 제출한 파산채권자목록에는 이 사건 대출채권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와 D 법무사는 이 사건 면책결정이 있을 때까지도 파산채권자목록을 수정하지 않았다.
○ 한편, 피고로부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채권의 추심을 위임받은 F 주식회사는 2022년 7월경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채권의 원리금 12,397,933원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이 사건 면책결정의 확정으로써 이 사건 대출채권에 관하여 면책되었음을 이유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면책 확인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4. 선고 2022가단35399 판결)
원고로부터 부채증명서 발급 신청 등을 부탁받은 D 법무사의 직원은 피고로부터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확인함으로써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적어도) 실수로 원고의 파산채권자목록에 이 사건 대출채권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D 법무사의 원고 파산선고 및 면책사건 대리의 법적 효력과 관계없이) 원고가 위 파산선고 및 면책 신청서의 제출 대리 등을 부탁한 D 법무사의 직원이 이 사건 대출채권의 존재를 알면서도 과실로 원고의 파산채권자목록에 이 사건 대출채권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다 봄이 타당하다(민법 제116조 제1항의 취지 참조). 이 사건 대출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대출채권에 관하여 면책되지 않는다.
원고는,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2항에 의하면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이른바 재량면책이 허용되는 점, 원고가 초등학교만을 졸업하여 법적인 사항을 잘 알지 못하고 정신적 불안증세 때문에 부채증명서 발급 등을 법무사에게 맡겨 두고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점, 원고나 D 법무사 등이 악의적으로 이 사건 대출채권을 채권자목록에 누락한 것은 아닌 점, 원고가 이 사건 면책 이후에도 건강이 안 좋아 정상적인 경제생활 등을 하지 못하고 일용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대출채권에 관하여도 면책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는 것이지, 파산채권을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윤리적·도덕적으로 비난할 만한 사정에 터 잡은 경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피고는 D 법무사의 직원 등에게 ‘법원에 제출할 개인회생신청용’으로 부채증명서를 발급하였으므로, 이 사건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 단서의 규정, 즉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채무자에 대한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신청 등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현실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 단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기록상 피고가 원고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음을 알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 법원은 이 사건 대출채권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 단서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평 석
민법 제116조는 "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하여 결정한다.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좇아 그 행위를 한 때에는 본인은 자기가 안 사정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리행위로 인한 하자는 대리인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 사건을 대리하는 법무사가 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채무자도 알고 있는 것으로 되는 것이므로 위 판결은 대리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타당한 판결입니다.
이 경우 채무자는 위임사무를 처리한 법무사의 과실로 인하여 면책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법무사를 상대로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