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둥지를 틀고 산 지 몇 년 됩니다만 공원묘지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
제 주위에 죽을사람들이(??) 없어서일것입니다 만 ..좁은 나라에 매장문화는 합당치 않다는
제 생각도 공원묘지의 존재를 잊게하는데 한 몫 했을 것 같습니다 .
장례지도사가 되고싶다고 블로그에도 알리고 여러 아는벗들에게도 나발을 불어댄지 어언 두달여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절절하게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
어제와 오늘은 하필 나이트 근무가 있는 날이라서 낮엔 시간이 있었습니다 .
JS 의전에서 천안공원묘지에 행사가 (?) 있다고 하여 공원묘지를 찾아가게됬습니다 .
세상에나! 아주 오랜옛날 후미진 덕대골 처럼 공원묘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두대가 있다고 합니다 .
공원묘지가 번화가에 있을 리 없지만 하루에 두 대 뿐인 버스를 어이 알고 시간 맞춰 타리요 ?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가는데 천안시 경계를 가뿐하게 넘어섭니다 .
아니 ..뭐여 그럼 천안이 아니잖여 ..
가다가 보니 연기군 행정수도사수 ,사생결단 따위의 깃발이 11월의 음산한 바람에 나부끼며
불그죽죽 ,시커멓게 타는가슴을 드러냅니다 .
추수가 끝난 들판은 어느새 겨울 바람이 스산하고 공원묘지에 가족을 통째로 묻고 돌아서는 유족의 마음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보다 더 속이 쓰린것은 공원묘지를 물어 물어 찾아가는 "나" 였습니다 .
행정리에서 내려니 승용차가 택시인 척 하고 영업을 하는데 그 택시(?)는 무조건 5천원을 받습디다그려 .
주차장에 내리니 식당이 딱 하나 있는데 거의 식사는 끝이 나는것 같고 장례식장 차는 이미 시동이 걸려있습니다 .
마음이 다급한 저는 우선 손 전화를 꺼내 손이사님을 찾았습니다 .
그는 앞마당에서 몇분과 말씀을 나누시다가 제게 손짓을 하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십니다
그가 이 분야의 베테랑임이 대화 도중 드러나는데 저는 묵묵히 들었습니다 .
당췌 아무것도 모르니 대답도 못하는 거지요 .
일단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도 다 있다는 운전면허가 저는 없구여 ...
시신의 염습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고 일부라는 사실을 알았고 ..기타등등 ..
11월의 가장 음산한 오후 !
어느새 잎새마저 다 떨어진 가지에 삭풍이 불고 칠이 벗겨진 벤취식 의자에 낙엽이 몇잎씩 쌓여 스산하고
상주들의 모습을 보니 이 장례식이 호상임이 드러날뿐 .
난 철제의자에 오두마니 앉아 한기를 있는대로 느꼈습니다 .
공원묘지는 산자를 위한 곳이 아니고 오로지 망자의 휴식공간임을 소름이 돋도록 알게해줍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별리가 어느 누군들 서럽고 슬프지 않으리오만
어떤이는 그 자리에서 산자의 눈물을 씻어주고 ..망자를 예를 갖춰 보내야 하는것입니다 .
가인의 입술은 하나 ..그는 어떤 재주로 죽은자를 위로하고 산자를 다독거릴 수 있으랴
제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운전면허를 반드시 따 놓고 다시 문을 두두릴것을 약속드립니다 .
첫댓글 천안공원묘지에 아버님을 모셨는데...아주 쾌적하고 좋은데요..ㅎㅎ 면허증은 정말 따셔야겠습니다
아직 이쪽일에대하여는 모르시는게 많고 모르기에 긴가 민가 뭐 그러시리라 경험상에 짐작이 갑니다. 또한 실망스러운 부분도 상당히 느낄것 같습니다. 우선 그공원묘지가 전국의 모든것은 아닙니다. 제생각으로는 이곳에서 궁금한 질문을 자주 하셔야 할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운전 면허가 필수 임도 모르셨다는게 염려하는 부분입니다.
좋은 인연이 좋은 때 이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글 만큼은 베테랑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