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셔츠 의사
류 현옥
닥터 J는 병동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싱크대 앞에 선다.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다. 손을 씻기보다는 거울에 비친 얼굴과 머리를 다듬는 일이다. 물 젖은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다듬고는 병동 주방으로 간다. 우유와 설탕을 넣은 커피를 마시며 진료실에 돌아와서야 주위를 둘러보며 인사한다. 그전에 누군가가 급해서,
“저 환자 p 씨가 ……."
해봐야 소용없다. 홈케어 호스피스 의사로 일주일 두 번씩 와서 정규적인 회진을 한 지난 10여년 동안 전 간호사들을 이렇게 길들여 놓았다. 주말에 긴급 상태의 환자 때문에 전화를 하면 투덜거리며 나온다.
“어제 금요일은 회진 날도 아닌데, 날 불러내서 진료시키고 보호자와 이야기하고 새 처방을 다 써놓고 갔는데 밤새 달라진 게 뭐 있다고 또 와야 된다고 하냐?”
우선 이렇게 불평스럽게 대답을 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환자는 물론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호스피스의 긴급 상황이란 환자의 사망이 대부분이지만 간호사가 할 수 없는 생사를 좌우하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전화를 통한 구두 처방으로도 안 되고, 의사가 꼭 있어야만 처리되는 일이 있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언제 그곳에 도착하느냐가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도착할 아들을 기다리지 않고 눈을 감을 경우에 생사가 간호사들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오해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이 보호자들의 심정 못지않게 마음 아파하고 온 정성을 다하여 죽어가는 이가 다 풀지 못하고 떠나는 소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호자들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책임질 죄인을 찾다 보니 이런 어려움에 빠진다.
A 병원의 외과의사가 수술을 잘못한 것으로 시작하여 방사선 치료량이 높았고 항암제를 잘못 준 것이 원인이며... 등등 하다가도 마지막에 가서는 호스피스 간호사들이 남은 책임을 져야한다. 이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한 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어느 일요일이다.
그가 와서 사체 검안서를 써야만 장의사를 불러 시신의 뒤처리를 할 수 있고 다음날 월요일에 새 환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를 전화로 깨웠다. 이런 날 우리는 누가 그를 깨울 것인가로 커피 타임을 소비한다. 직장인 호스피스의 운영에 중요한 공적인 일임에도 일요일 이른 아침에 전화로 깨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꽁꽁 묶어놓았던 개인적인 감정을 폭발을 시키는 도화선이 되는 것처럼 오해되는가 하면 전화 한 통으로 둘 사이를 망치게 하는 계기가 될까 두려운 일이다.
“굿모닝 닥터J, 당신의 환자가 돌아가셨어요. 미안하지만 와주셔야겠네요.”
하는 전화를 하기 싫어한다... 거는 사람의 기분으로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스트레스가 된다. 때로는 간호사들보다 보호자가 더 성급하게 독촉을 한다. 몇 년 몇 달을 시달리다가 이제 그 괴로움에서 해방이 되었기에 어서어서 끝내기를 재촉한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 어느 곳엔가는 호스피스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호스피스병동은 살아서 떠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신청을 해놓고 그날부터 누구인가 침대를 비워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긴 병고를 끝나게 해줄 그들 인생의 마지막 이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작은 가방에 몇 가지 소지품을 미리 싸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 기다림은 불안의 나날일 것이다. 한 평생 지고 다니던 온갖 책임과 의무를 호스피스 문 앞에 내려놓고 살아서는 떠나지 못할 집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대개의 환자들은 호스피스에 도착하는 그날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면서 닥터 J는 바쁘고 성난 얼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왕진 가방을 든 채로 바로 주방부터 들려서는 커피를 부어 급하게 마신 후 바로 죽은 환자의 방으로 갔다. 웬일로 거울 앞에 가서 머리카락을 다듬는 절차를 생략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의 머리는 다른 날보다 더 헝클어져 있고 잠을 설친 듯 얼굴 역시 핼쑥하다 못해 회색빛이 돌았다. 그는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심각한 대머리다. 머리 한 복판에 남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라서 빗겨내려 커버를 했다. 몇 올 안 되는 금발이 다 덮지 못한 윤기도는 대머리가 민망스러울 지경으로 반질반질하다.
그가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처방을 받을 일이 있기에 나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환자가 밤새 토하며 잠을 못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오후 번 동료와 트러블이 생길 것이다. 그는 사체를 검시하며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날 그는 누구와도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한다. 사체 검안서는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모든 의사들이 혐오하는 것 같이 보이는 작업이다. 검안서 종이 한 장이 유일한 증서로 장의사에게 사체 운반의 허락을 윤허한다. 죽음은 법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소유권을 말살시킨다. 나에게 속해있던 내 몸은 내 것이고 내 몸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가 결정한다는 원칙이 숨을 거두는 순간으로 끝난다. 가족은 장례를 치를 의무가 있지만 의사의 서명이 담긴 종이 한 장이 없이는 남편, 혹은 아내, 자식으로써 사체 소유 권리가 없이 법이 정해놓은 기간 내에 처리를 해야 한다.
내가 마음을 졸이며 닥터 J가 있는 방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여다보는데,
“어, 옥이 잘 지내? 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병가를 좀 내지 않구...!?”
나를 지극하게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금방 지나가겠지 뭐...그런데 너의 담당환자 P 씨 말인데...”
그는 내말을 잔인하게 중단 시키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너는 좋겠다. 난 정말 이제 더 못 해먹겠어! 모인 친구들과 저녁부터 시작해서 자정을 기해 오늘, 생일잔치를 하는데 말이야, 밤중에 두 번이나 환자 집으로 불려 갔거든. 6시에 눈 좀 붙이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여기서 또 불렀잖아!”
“ 오, 그럼 오늘이 샘 생일이구나!”
나는 그에게로 가까이 가서 악수를 청해 축하를 했다. 내 환자 일은 잊은 채 간호사들이 보호사들로 받은 선물을 모아서 보관하고 있는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특히 비싼 샴페인 같은 것은 모여 앉아서 같이 마실 기회도 없고 모두 한 병씩 집으로 들고 가기에는 충분하지 못하기에 모아놓는 곳이다. 장문을 여니 샴페인뿐만 아니라 선물종이에 메이커 있는 고급 초콜릿, 온갖 고급술을 넣어 만든 과자, 고급 바이오 커피와 차 등이 포장된 채 로 쌓여 있다.
나는 급한 대로 섣달 그믐날 파티를 위해 나온 1 리터짜리 대형 샴페인 한 병과 그 옆에 있는 생일 축하 카드를 하나 골랐다. 급하다고 보지 않고 했다가는 붉은 장미가 그려진 생일 카드를 닥터 J 에게 주게 될 큰 실수를 할까봐 다시 한 번 검토했다. 나는 뛰어다니며 동료들을 찾아 카드에 서명을 시키고 부엌 아주머니까지 동원하여 간호실 앞에 세웠다.
의사가 일을 마치고 나오자 목청을 가다듬어 일제히 생일 축가를 불러 주었다.
어리둥절했던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게 담겼다. 동료들의 재촉으로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hoch sollst Du leben)”를 부른 후에 세 번 “오래”호흐( HOCH )를 부르자 그는 감동해서 울먹일 듯 했다. 생일잔치 하객들이 아직 자고 있으니 빨리 가서 같이 아침을 먹어야 한다며 서두르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술 마신 후라 자동차도 못타고 택시로 왔다고 했다. 밤중에 환자 집으로 불려 갈 때는 두 번을 택시를 타고 가서 금방 나올 것 같아 환자집 앞에 택시를 기다리게 했단다. 혼자 사는 환자가 울며 매달리는 바람에 금방 나오지 못해 그날 밤에 벌인 진료비의 몇 배나 되는 택시요금이 들었다고 했다.
“환자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입장에서는 담당의사가 생일이던 말던 이미 출발했던 여행길에서 다시 돌아올 리가 없잖아! 네가 생일인줄 알았더라면 앰불런스 의사를 불러 사체검안서를 쓰게 할 수도 있었지!” 동료 하나가 사과를 했다. 우리가 또 전화로 불러도 오늘은 다시 오지 않겠다며 급히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졌다.
며칠 후 그는 분홍색 꽃무늬 셔츠를 입고 병동에 나타났다. 회색 바닥에 짙은 분홍과 연분홍이 조화를 이룬 꽃무늬 면 셔츠였다.
“와우! J, 셔츠 너무 멋있다. 너에게 분홍색이의 꽃무늬가 그렇게 잘 어울릴 줄을 누가 알았겠어!?”
간호사들이 모여들며 환성을 질렀다.
“ 생일 선물로 받았어.”
“누군지는 몰라도 안목 있는 사람이네. 예술가 ?”
“런던의 예술가 구역인 소호(Soho)에서 샀다는데 비싼 것은 아니래.”
“그럴 리가 있나 ”
“헌옷 파는 집 ( second hand shop)에서 샀데.”
둘러싸고 있던 동료들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돌았다.
“세상에... 생일 선물을 Second hand shop에서 사다니 !”
입빠른 젊은 동료가 한말이다
“소호의 second hand shop 이 아니면 이런 옷 못 사! 파리에나 가면 몰라도 “
“...... 그럴 거야 !”
간호사들은 각자 일을 하러 헤어졌지만 속으로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생일날 헌옷을 선물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아 입고 생일 선물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 분홍꽃 무늬의 와이셔츠가 어울리는 이 의사를 새삼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눈치들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 발코니에 모여 서서 담배를 피우던 동료 하나의 말인즉 닥터 J 의 눈썹을 자세히 봤느냐고 물었다. 아주 여자처럼 곱게 문신을 했다고 했다. 모두 의아해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뭔가 얼굴 전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환자 Z 씨는 16명의 Hospiz 환자 중 최연소이다. 그는 발병이후 겨우 2년 밖에 안 돼서 우리 병동으로 왔다. 컴퓨터 회사의 중진으로 승직되던 해 진단을 받았다. 스위스의 전문가를 찾아가 수술을 받고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이전처럼 하루에 12 시간 씩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직장에서 쓸어져 앰블런스로 실려가 회복하는 중에 왼쪽 귀 뒤에 자라는 전이된 암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크게 좌절했다. 그가 호스피스로 오기 전의 투병 과정은 건강한 사람도 감당 할 수 없을 투쟁의 길이었다. 처음으로 자기 인생이 자신의 의지나 결정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포자기의 정신 상태에 들어가 식음을 전폐한 아들을 부모는 번갈아서 한 시간도 혼자 있지 못하게 지키면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애걸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의학이 더 발달하여 그를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헬기에 태워 운반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는 그의 아내는 이세상 어떤 의술도 환자가 포기한 상태면 효력이 없으니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하여 시부모와 트러블이 생겼다. 양부모가 번갈아 지키고 앉은 남편의 침상 근처를 서성거리며 아내의 사랑을 전하려 애썼지만 멀어져 가는 남편의 영혼은 그녀에게서 떠나가고 있었다.
세 사람은 다가오는 죽음을 제각기 스스로의 죽음으로 받아 들였다. 마치 한 가족이 침몰하는 배에 탄 것처럼 구제불능의 귀한 아들, 사랑하는 남편과 연대했다. 아무도 이끌려가는 세 사람을 붙들어 다른 쪽으로 끌어올 수가 없었다.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른 친척도 친구들도 동료들도 오지 않았다. 그는 피골이 상접한 곧 이 세상을 떠나게 될 상태의 환자로써 드물게도 의식은 명료하였다. 엷은 피부로 사여져서 곧 피부를 헤치고 터져 나올듯한 광대뼈가 얼굴전체를 장식하고 그의 초록색 두 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처연하게 만들었다.
팀 회의 때 그와 동년의 동료 한명은 그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호소했고, 환갑 전후의 동료들은 그들의 딸과 아들의 나이와 비교하며 가슴 아파했다. 이 와중에 우리는 담당 의사인 J가 그 환자와 갑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닥터 J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주말에 나타났다.
“... 마침 근처에 불려왔다가 들렸지. 커피도 한 잔 마실 겸 누가 주말 근무를 하나 볼 겸 말이야. 이 근처에는 기분 좋게 커피한잔 마실 곳도 없어 유감이야. 의사 때려 치고 커피숍이나 할까보다. 옥이 너는 정년퇴직해서 뭐할 생각인데?”
“ 아직 계획은 없지만 커피숍은 열지 않을 거야.”
“ 아, 참 그리고 Z씨 간 밤 잘 지냈나? 나는 내일부터 휴가로 여행을 떠나니 ... 내가 돌아올 때 까지 버틸 거 같질 않아.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 ” 했다.
담당 간호사는 얼씨구나 차드를 찾아내어 들고 따라 나섰다.
“환자 어머니가 밤새 옆에 앉아 지켰는데...그는 곧 먼 길을 떠난다고 했다는구나!”
죽음을 지켜야 하는 간호사들은 잠시라도 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5분간의 의사 회진 후 오전 한나절을 대치해야 한다. 그날 우리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닥터 J 가 분홍꽃 무늬의 샤쓰를 입고 나타난 건 행운의 주말이었다. 문신으로 곱게 그린 눈썹과 갈색의 큰 눈동자가 유난하게 들어나 보이고 립스틱이라도 칠한 것처럼 두툼한 입술이 은은하게 분홍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같이 들어갔던 동료가 보고했다.
“닥터 J는 조용하게 그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Z 씨 침대에 가서 앉았어.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입술위에 올리고 쉬 했어... 창가의 안락의자에서 밤을 새운 환자 어머니가 잠시 발코니에 나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닥터 J 가 나에게 손짓으로 나가라고 했어. 10분후에 부저가 울려 들어가니 환자가 깨어 있고, 닥터 J는 여전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어. 환자 어머니가 들어오고 뒤따라 교대를 하려 환자의 아버지가 뒤따라 들어왔어. 환자가 조용하게 입을 열고 이렇게 말했어.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유년기와 학생시절을 즐기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당신들을 두고 가야 하는 제 운명이지만 저는 당신들 두 분을 부모로 가졌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더 이상 이 통증을 감수하며 숨을 쉰다하여 사는 게 아닙니다. 부모님의 덕택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온 날들의 기억을 상실하고 싶지 않습니다...제가 이렇게 심한 마음의 통증을 참는다는 것은 어머님께 잘못하는 것입니다, 제 마음에 상처를 줄까 내가 괴로워할까 걱정하셔 세상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멀리 하여 보호해 주셨는데 지금 이렇게 여기에 누워 일어나 화장실에도 못가는 아픔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겔린더(부인)는 저를 이해할 것입니다...“ 쉬어가며 하는 그의 말은 묵직하였다.
모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Z 씨는 자기 말을 끝가지 들어준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그날부터 부모님의 반대로 못하던 모르핀주사를 4시간 간격으로 맞으며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다. 닥터 J는 벌서 며칠 전 환자로부터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부모님을 설득 시키는 말을 준비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야 할 어려운 시간에 옆에 있어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자는 환자를 닥터 J씨는 흔들어 깨웠단다.
“닥터 J 당신은 멋있는 사람입니다. 저한테도 꽃무늬 셔츠가 하나 있는데 색깔이 다르지요. 노란색과 갈색의 꽃이 올리브 그린 바탕에 그려진 것입니다. 런던의 소호에서 샀지요.”
했다고 한다. 같이 듣고 있는 젊은 간호사들이 또 탄성을 질렀다.
꽃무늬 셔츠의 두 남자가 만난 것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이 일은 닥터J의 주가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닥터 J가 노란색과 갈색의 꽃무늬 샤스를 입고 나타났다. 간호사들이 또 와우! 하며 그가 커피 잔을 들고 선 부엌으로 모여들었는데 닥터 J는,
“선물 받았어!” 했다.
“와, 멋있어!. 이번에는 누가 선물했는데!?”
닥터 J 는 머뭇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말했다 .
“ 4주간의 휴가가 끝나가는 날 소포가 도착했어. Z씨 부인이 돌아가신 남편의 부탁으로 카드와 와 함께 보냈어!“
동료들은 또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
“....죽은 환자의 옷을?”
“ second hand shop 옷들의 출처가 다 그런 거야! 그건 그렇고 어때, 내 한태 어울려!?‘
“............”
“너희들 unfair 하구나! 왜 말들이 없어 ?”
닥터 J의 실망한 얼굴을 차마 그대로 둘 수 없어 누군가 한마디 했다.
“......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 바꿔가며 입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 일로 그의 인기가 식지는 않았다.
첫댓글 님의 글은 소재가 먼 이국이어서인지 항상 흥미롭게 읽힙니다. 더구나 호스피스 병동이라니....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독일에 거주하는 류현옥 (에세이스트 31호 신인상) 선생님의 글입니다. 아직 카페에 들어가는 것이 서툴어서 제게 보내온 메일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닥터 J가 참으로 멋져 보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작가의 힘도 대단합니다. 읽고 나니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