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된 제45회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906명 중에는 49세의 조영종(曺永宗)씨가 있다. 남들은 명퇴나 구조조정으로 회사문을 나설 나이에 최고령 합격자가 된 조씨는 최연소 합격자인 이금진(李錦珍·여·21)씨보다 스물 여덟 살이나 많다.
조씨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고시 공부에 매달린 것에 대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동안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공부만 한 것이 좀 그렇다”고 겸연쩍어했다.
조씨는 서울대 중문과 73학번으로 입학, 77년 졸업장을 받은 뒤 병역을 마치고 83년 재벌회사에 입사해서 93년까지 10년을 일했다. 39살이 되던 93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 10년간의 고시 여정의 출발이라고 한다. 번번이 2차 시험에 실패한 끝에 변리사 시험을 접고, 사법시험으로 ‘종목’을 바꾼 것은 지난 2000년. 조씨는 “아무래도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시 3번째 도전 만인 지난해 1차 객관식 시험에 합격했고, 올해 2차 주관식 시험과 3차 면접 시험을 통과하고 합격증을 손에 쥐게 됐다.
10년간의 고시 공부 내조를 끝내게 된 조씨의 부인은 “세상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노장 고시생의 부인답게 낙방생들에 대한 위로를 잊지 않았다. 조씨와 부인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녀가 없다는 것이 공부에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고 체력도 부쳤지만 조씨가 하루 10시간이 넘기도 하는 고시 공부를 버텨낸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씨는 구직난으로 법학도가 아닌 대학생들과 취직을 하지 못한 대학 졸업생들이 너도나도 고시에 몰리는 ‘고시 열풍’에 대해 “국가가 일자리를 많이 마련해서 (일 하려는 젊은이들을) 흡수해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사시 합격자 중 35세 이상이 12.3%로 지난해에 비해 3.9%포인트나 늘어났다.
조씨는 “이번에 낙방했더라도 계속 도전했을 것”이라며 “나이가 많다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