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를 꿈꾸는 그대에게
박 종 경
(제42회 최고령 합격)
Ⅰ. 그대에게
수험생활 중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많은 말들이 막상 그대에게 이야기하려고 드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고 또 어떤 말은 해도 되는지 조심스럽다. 그러나 지난 날 내가 읽었던 합격기가 모두 서로 다른 각도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었듯이 나의 이야기가 때론 그대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때론 그대에게 他山之石이라도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본다.
Ⅱ. 출발점에 선 그대에게
1. 轉職을 고려 중인 그대에게
새천년이라고 떠들썩했던 2000년의 시작은 나에게도 새로운 결심을 요구하고 있었다. 12년째 교직생활로 접어들면서 교직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욕구가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더욱이 40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참 많이도 초조해 있었다. 그러나 IMF직후의 불안정한 직장인들에 대한 소식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보장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고 두 아이를 둔 가장인 나의 발목을 잡고 있어 나의 속내를 드러내기가 참 어려웠다.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큰 아들놈과 단둘이서 2박3일 여행을 하며 혼자서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5년, 10년 후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때에도 당시의 고민을 벗어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유리한 상황이 아닌가? 다행스럽게 아내도 쉽게 동의했다. 아마도 그런 갈등으로 늘 전전긍긍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기 싫었을 것이다. (덧붙이면, 수험생활 중에 우리는 부부갈등이 거의 없었다. 위기일수록 더 뭉치게 되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문제는 오히려 퇴직 후에 있었다. 퇴직만 하면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퇴직 전에는 어떻게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만 골몰했지 정작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퇴직 다음날부터 내가 대학원을 다닌바 있던 대학의 도서관으로 달려갔지만 책을 잡기가 어려웠고 게다가 막연히 혼자 책을 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지만 진도는 지지부진했다. 그 해 유일한 소득이라면 대학 주변의 숲에서 산책을 핑계로 도토리를 주어다 묵해 먹은 것 밖에는 없다.
퇴직하는 문제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그대 또한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아니할까 하는 노파심이 앞선다. 퇴직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공부를 시작하면 어떨까? 수험생활 중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 두 명이 나를 찾아왔고 그 두 사람에게 먼저 공부를 시작하기를 권했지만 그 후로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또한 쉽지는 않은가 보다. 그러나 어차피 이 길이 나나 그대에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아니한가?
2. 젊은 그대에게
그대는 참 기회가 많다. 기회가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때론 그대를 우왕좌왕하게 할 수도 있다. 그대가 스스로 정한 시기 이내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인내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다가 쫓기듯 취업하고 다시 먼 길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곤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나 또한 그들 중의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말 시작도 신중해야 하지만 그만큼 포기도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Ⅲ. 1차를 준비하는 그대에게
1. 교과서&문제집 활용
내 낡은 교재들을 소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쩌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각 학원 수험생게시판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 다만 어줍은 조언을 하자면, 먼저 영어점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법과 상표법은 상대적으로 기본서에 더 충실하려고 했다. 물론 필요한 문제집은 보아야 하지만 앞뒤를 따져가며 기본개념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민법의 경우 먼저 기본서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된 후 문제집을 보게 되는데 문제집조차도 그 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목이다. 나의 경우 교과서를 2회독 가량하고 문제집은 처음부터 아는 문제는 지워가며 그 양을 줄였다. 자연과학은 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워 부담스러운 과목이다. 내 경우에는 학원 강의를 기준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시간적 효율성을 도모했다. 또 4분야 모두를 잘하기 어려워 간혹 특정 분야를 포기하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해마다 각 분야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므로 조금은 위험스러워 보인다.
2. 지방에서 공부하는 그대에게
지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서울에 가서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이것저것 형편을 고려하며 주저하는 경우를 본다. 내 경우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그렇게 주저하며 6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경제적으로 우리는 1년에 최소한 이천만원 이상의 기회비용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라리 과감하게 투자하고 더 열심히 하고 1년이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으로 그런 부담감을 떨쳤다. 대신 서울에 와 있는 기간을 최소화했다. 지방에 있으면 왠지 정보에 대한 불안도 생기지만 1차 준비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내 경우 필요할 때마다 2달 정도씩 서울에 올라가 배우고 왔고 주로 대학 도서관이나 집 근처에 독서실을 이용했다.
Ⅳ. 2차를 준비하는 그대에게
1. 동차, 생동차 준비
누구나 처음 2차에 임하는 그대는 동차를 꿈꾼다. 또 흔히 말하는 생동차가 가능한가에 대해 말이 많다. 그러나 1차 시험을 마치고 정말로 동차로 합격하겠다는 욕심으로 공부한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 봐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허법이나 상표법의 경우 기득권으로 1년을 더해 분명 실력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는 제자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설혹 합격을 못할지라도 다음 해의 시험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2. 필수과목
그대나 나나 마찬가지다. 모르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답안지도 열심히 채우고 왔는데 점수는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다행히도 올해부터 채점평이 제공되고 있으니 그것을 잘 분석하여 공부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점수로는 별로 효과가 없었던 내 공부방법을 듣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족으로, 특허법의 경우 늘 시험 보러가기 전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해 다시 공부해 보면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기본개념을 법전과 교재를 가지고 꼼꼼히 점검하여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상표법의 경우 최신 판례가 문제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례정보에 민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소법의 경우 판서노트가 있는 강의테이프를 이용했는데 내가 이해하는 만큼 답안작성에는 좀 부족한 것 같다. 대부분 많이 공부하고 공격적인 과목으로 생각하고 있어 답안작성 연습도 많이 필요한 것 같다.
3. 선택과목의 선택과 디자인보호법
(1) 선택과목의 선택
선택과목을 선택하는 자체가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39회 때의 처음 2차에는 시간상 디자인보호법을 고민 없이 했지만, 40회에 확실하게 붙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회로이론을 선택하고 2002년 10월에 기초과정을, 2003년 1월에는 중급과정을 수강하며 준비했다. 교과서, 강의, 기출문제정도를 보고 이해하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다른 분들과 경쟁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4l회에 다시 1차를 보면서는 시간상 디자인보호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보호법으로 41회에 69점 정도를 받으면서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42회에서는 75.66을 받으며 합격의 견인차가 되었다.
선택과목의 선택에 있어 2가지정도는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험특성상 70점 정도의 확보가 가능해야 하고, 선택과목에 투자되는 시간이 전체 공부시간의 40%를 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2) 디자인보호법
디자인보호법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50점을 넘기 쉽지만 70점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적분포상으로도 그렇다. 70점 이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로 법과목의 특성으로 보는 생각도 있지만, 너무 쉽게 공부하려는 데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우선 교과서 한권에 의존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가능한 자료를 최대로 모아야 한다. 그래도 많지 않다. 나의 경우 기본서, 참고서, 심사기준, 기타자료를 갖고 기본서를 중심으로 목차구성을 새롭게 했다. 그래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① 단원별로 문제화 가능성을 생각하며 목차를 잡아보았다. 교과서의 목차가 모든 경우를 대비할 수 없는 것이고 고민하면서 하는 목차구성을 통해 보다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 ② 참고서는 우선 목차구성의 도움 자료로 또는 내용을 부가하는 자료로 필요시에만 보았다. ③ 심사기준은 대부분 교과서에 반영되었지만 그래도 빠진 부분을 찾아 넣었고 심사기준에 언급된 것은 가급적 철저하게 외웠다. ④ 기타자료는 최근 법개정 등을 통해 출제 가능성이 높은 사항(41회 화상디자인, 42회 문자 등)에 대한 대비로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강의를 듣는 경우 보충자료로 구할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 그런 자료를 구할 수 없어 각종 수험자료실, 강사운영 까페, 수험생간 질의 및 답변 등을 통해서 단 한 줄이라도 보충해 나갔다. ⑤ 마지막으로 출제자는 풍부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해 갔다. 41회 때에 내가 임의로 판단하여 생략하고 썼던 문제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는 기억이 있다. 그러나 42회에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가령 42회 [B-1문제]가 ‘물품성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고~’ 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간단이라는 기준이 어는 정도를 말하는가? 명확히 그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내 입장보다는 출제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역시 그 문제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Ⅴ. 슬럼프 그리고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그대에게
1. 슬럼프 그리고 스트레스의 원인
내 경우에는 크게 슬럼프나 스트레스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참 많았다. 특히 수험생 게시판에서 변리사전망에 대해 우울한 이야기가 오고가면 나이 먹은 나로서는 더 우울해졌고, 3년 동안 동네의 한 독서실에서 3년을 있었는데 처음 몇 개월은 같이 공부하는 친구도 있어 많은 도움을 얻었지만, 그 친구가 서울로 간 후 혼자서 동내 중․고등학생들과 2년을 함께 보냈으니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는 1주일에 한 번은 치과를 가야 했고, 1주일에 2번 정도는 어깨 통증으로 한의원에 가서 1시간 이상씩 물리치료를 받는 상황이었으니 슬럼프나 스트레스가 사소한 문제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저런 가능성은 참 많았던것 같다.
2. 그 대응책
쉽게 말하면 생각을 바꾸면 된다. 독서실에서 제 집처럼 뛰어다니는 중학생들을 보며 그래도 공부하겠다고 온 그 마음을 가상하게 생각했고, 1시간을 걸어 치과를 가면서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갔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는 편안하게 누워서 쉰다고 생각했다. 전에 치아에 문제가 있는데도 조급한 마음으로 공부가 끝나면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병만 키우고 치통과 싸우느냐고 고생만 했다.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그대에게 성경을 권하고 싶다. 그대가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성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는 전에는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3년 기득권으로 떨어지고 2004년 1월에 다시 1차부터 시작하며 매우 조급해 있었다. 공연히 떨어진 것도 억울하고 얼마 남지 않은 1차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성경을 접하게 되었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성경을 읽으며 안정을 찾아갔다. 그래서 오전, 오후, 저녁공부를 하기 전에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그 후 3월부터는 2차 준비를 하면서는 글씨연습을 명분으로 성경쓰기를 시작했다. 성경쓰기도 공부계획에 포함시켜 목표를 정하고 한 번에 30분정도씩 하루에 1시간 30분정도는 성경을 썼다. 어떤 날은 다른 일들로 인하여 공부는 전혀 못하고 성경만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했고 그 덕분에 그 날은 공부를 못했어도 다음 날에는 다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수험생활을 통해 얻은 변리사라는 자격증도 고맙지만 그 덕분에 만난 성경에 더 감사한다. 만약 그대가 성경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진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Ⅵ. 그대에게 전하는 말을 마무리하며
합격자 발표 전에 오산리에 갔다. 거기에서 나는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선배들의 말처럼 이제 겨우 하나의 터널을 통과했다. 앞으로의 남은 터널 또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제는 나만이 아니라 그대를 위해서도 기도할 여유가 생겼다. 이 글을 쓰면서 내내 그대에게 티끌만한 도움이라도 되어 그대의 귀한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또 앞으로 그대의 힘든 수험생활을 건강하게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젠 그대가 그대를 위해 기도할 차례다. 그대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