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 고기 익는 타운,,,,,주천 다하누촌

[푸른아[경기]]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학교 다닐 때 청록파니 무슨파니 외우면서 많이 읽었던 그 시, 바로 박목월님의 '나그네'다.

김삿갓 닮은 나그네가 터벅터벅 노을지는 마을을 걷는데, 어디선가 알싸하게 술익는 냄새가 난다. 생각만으로도 어지럽다. 아마, 나그네는 마을 정자에 앉아 약주 한 잔을 기분 좋게 마셨으리. 그랬으니 그 걸음이 구름에 달 가듯 할 밖에.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문장. 바로 "술 익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드라이브 맛집이다. 바로 여기.

 

술익는 마을, 주천!

물 좋고, 경치 좋고, 술 좋은 마을,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 주천면 지역에 술이 솟는 바위샘이 있었는데, 양반이 잔을 들이대면 청주(淸酒)가, 천민이 잔을 들이대면 탁주(濁酒)가 솟았다. 어느 날 한 천민이 양반 복장을 하고 잔을 들이대며 청주를 기대했지만, 바위샘이 이를 알아채고 탁주를 쏟아 냈다. 천민이 화가 나서 샘을 부숴 버리자 이후부터는 술 대신 맑은 물만 흘러나와 강이 되었다 한다. '주천강'이란 이름은 여기서 유래하였다.

그 놈의 술 샘은 참 계급적이다. 술을 줄 것이면 똑같이 줄 것이지, 어인 일로 반상의 구별이더냐.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청주 먹을 입이고, 누구는 탁주 먹을 입이었을까? 샘을 부숴 버린 천민, 당신 훌륭하다. 게다가 당신 덕분에 우리는  이 맑은 주천강을 얻은 것 아닌가?

어쨌건, 지금 주천은 술익는 마을이 아니라 고기 익는 마을이 되었다. '다하누'라는 한우브랜드를 만들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면서 한우 가격을 대폭 낮추었다. 유통을 단순화하면서 300%의 유통 거품이 빠진 것이다. 그 장터가 주천면의 '다하누촌'이다.

다하누촌에는 정육점과 식당이 총 55개나 된다.

물론 이런 식의 한우촌은 주천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정읍 산외마을>이 원조격이고 <경북 안동 풍산 불고기 타운>, <충남 예산 광시 한우마을> 등도 불경기 여행자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러나, 주천의 다하누촌은, 영월이 가진 천혜의 관광자원 덕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매력이 있다 하겠다.

이런 식의 간판이 양쪽길로 쭉 늘어서며

 
홍등의 불빛 속에서 작업하는 장면(^^)이 쉽게 포착된다.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서, 식당에서 직접 구워먹는 시스템이다. 식당은 1인 3천원에 불판과 채소, 장 등을 제공한다.

가운데 중앙점으로 들어가서

 
한우를 직접 고른 후

식당으로 고고씽.
 

가격은 정말 싸다. 일반 음식점에서 2-3만 원 하는 육회, 생고기 1접시(150g)이 여기서는 4천 원이다. 등심, 채끝, 살치, 토시,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가 담겨있는 한우 모둠 메뉴도 600g에 2만 8천 원이니, 한우에 한 들린 사람, 그 한 풀기는 딱이겠다.

 

2만 8천원짜리 모둠

맛을 보자.

불판에 고기와 버섯, 양파 등을 올린다. 잘 아시겠지만, 쇠고기는 조금씩 살짝 구어드셔야 한다. 졸지에 홀랑 타서 숯고기 바비큐를 먹을 수도 있다.

요것도 3천 원

조금씩 구워서 낼름 먹기

육질좀 보라지

쌈도 예쁘게 싸서.

고기도 신선하고 역시 한우고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허겁지겁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만, 간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고, 삼겹살보다 싼 한우에 대한 , "한우 우습게 보기" 마인드와 고급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북새통 속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 한우 우습게 먹기"의 조합으로 인해, 배는 부르되, 맛을 즐겼다기보다는 위장에 집어넣고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후유증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털털한 강원도 정서라고 해도, 식당의 서비스 마인드도 지나치게 털털하다. 처음부터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간다면, 인상쓰고 먹을 수 있으니 미리 주의할 것. 또 하나의 팁이라면, 고기를 고르는 것이 귀찮아서 대부분 모듬을 집어들지만, 식당 주인의 귓속말로는, " 모듬보다는 마블링이 좋은 것으로, 따로 따로 사는 것이 잘 사먹는 것" 이라는 전언이다. 실제 모듬의 경우, 기름이 없는 고기 위주이다보니 불판에 덕지덕지 붙어 낭패스러운 경험을 해야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영월이나 영월근처를 가신다면 한우로 뱃속 호강도 한번 시켜주시길. 주천의 다하누촌, 지역 공동체 개념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는 방향성도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