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운(東雲) 김근대(金根大)선생은 유명한 서예가(書藝家)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글 서예로 명성이 자자(藉藉)한 분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서예대전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며, 십여 년 이상 부산 동래에서 서실(서예학원)을 운영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아시다시피 우리 연붕서당의 외우(畏友)이기도 합니다.
동운 선생을 떠올릴 때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납니다. 겨레의 얼이 담긴 서예 분야에서 그 맥을 굳건하게 이어가는 분인데도 좀체 그 내면을 들여다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연붕서당에는 동운선생보다 더 고참 학우도 계시지만 선생처럼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좇아 오랫동안 외길을 걸어가시는 분은 드문 편입니다. 초고속 인터넷의 시대, 속도 중독(?)에 걸려 허둥지둥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서예는 느긋한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는 명약일 수도 있으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바로 이 점이 고메 초대석에 모시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여 이번 기회에 동운 선생을 우리 <고메 카페>에 모셔서 서예에 관한 진면목을 들어봅니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습니다.)
(*서예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동운 선생)
문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동운(東雲)이라는 호(號)에 관한 내력도 함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 저는 경남 고성에서 8남매중(3남 5녀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엄격한 부모 슬하에 절제된 생활에 순응하며 자랐습니다. 저의 아호 東雲(동운)은 동쪽의 구름, 동양(東洋)의 서운(瑞雲)-서예를 주로 하는 東洋에서 祥瑞로운 瑞雲이 되라는 뜻-. 곧 동양서예의 본보기가 되라는 뜻으로 선생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문 2.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계셨는데 서예는 어떤 계기로 빠져들게 되었는지요? 또한 서예가 취미를 넘어 어느덧 후진양성의 경지에까지 나가게 된 과정을 소개해 주십시오.
답: 초등학교 때 교실 뒤 작품란에 습자글씨가 붙여질 때부터 좋아서 멋모르고 선생님 시키는 대로 쓰다가 중고교를 거처 대학 졸업 후 교사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본격적인 서예는 군(軍)에 제대(除隊)하고 복직(復職)을 못하고 놀면서 심적으로 많은 상처(傷處)를 받았고 한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시기에 나를 다시 일으켜야한다는 강한 집념(執念)에 붓으로 나의 마음을 다짐하며 ‘이대로 쓰러질 순 없다’ 뭔가를 해야 한다. 몇 달 동안 붓으로 화병을 다스리며 몰입하게 되었으며 그 후로는 하루도 붓을 놓은 때가 없는 것 같다. 붓은 나의 제2의 애인(愛人)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 많은 제자들에게 서예보급을 위해 제자들을 거느리고 서예대회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거의 서예광(書藝狂)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고 봅니다.
문 3. 우연한 기회에 동운선생께서 <한글서예>라는 주제로 시민대상 특강을 하시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문외한인 제 입장에서는 일종의 ‘문화충격’을 느꼈습니다. 우선 서예를 즐기시는 분들은 대개 지긋한 연세의 노익장들일 줄 알았는데 이외로 40대 초반의 여성분들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한글서예의 매력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 서예는 한글은 한글대로 한문은 한문대로 매력이 있는 예술입니다.
한글의 시작은 궁중의 궁녀들의 가냘프고 섬세한 섬섬옥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보급되어온 것이 원초(原初)입니다. 그러다가 보니 획은 단조(單調)로우나 단아(端雅)하고 우아(優雅)한 맛을 살리는 데는 남성의 우람한 손보다는 여성이 적격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성들은 여간 소심한 사람이 아니면 한글 궁체를 끝까지 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한문서예로 전환하든지 또는 그림으로 전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문서예는 옳게 공부를 하려면 한학공부가 먼저 되어야 한문서예가 바로 되지만 한글서예는 대개 우리글이라 읽으면 뜻이 바로 통하는 이점이 있어 아름다운 시나 글을 쓰다가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몰입(沒入)하게 되며 여성들이 더욱 매력(魅力)을 느끼곤 합니다. 지긋한 연세(年歲)가 드신 분은 대부분 한문 글씨를 주로 씁니다. 한문 뜻도 모르고 쓰는 것 보다 우리의 혼이 담긴 우리의 한글을 더욱 많이 쓰고 보급하는 것이 더욱 애국(愛國)하는 길이라 생각도 됩니다.
문 4. 한편으로 젊은 학생층에서는 서예에 관한 관심이 날로 뒷걸음치고 있는 듯합니다. 이 기회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서예를 배울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 지 말씀해 주십시오. 혹시 본보기 사례라도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모든 게 빠른 것만 좋은 게 아닙니다. 좀 더디지만 실수 없이 단번에 말끔히 한다면 더딘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서예를 앞 다투어 배웠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영어나 수학 입시위주의 교육에 밀려 서예는 안중에도 없는 편입니다. 저는 40여 년 간 제자들에게 아침 자습은 무조건 서예를 시켰습니다. 그 효과는 충분이 증명이 되었으며 다른 교과학습에 전이효과(轉移效果), 동기유발(動機誘發)이 저절로 되어 다음 시간의 학습의 전이효과가 倍가됨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오늘날 교육은 정말 10년 뒤를 보는 眼目이 없고 단지 눈앞의 입학시험만 보이니 정말 閒心합니다. 교육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앞으로 문화결핍증(文化缺乏症)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한탄(恨歎)과 후회(後悔)가 사회 문제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豊饒)하나 정신이 결핍(缺乏)하여 일어나는 온갖 비리(非理), 부패(腐敗), 비인륜적(非人倫的)인 작태(作態)가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서예를 꾸준히 한 제자는 끈기와 집념(執念)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에 익숙하여 스스로 공부하며 과외에 의지하지 않고 문제해결능력이 저절로 길러져 자력으로 문제 해결하는 힘이 생기며 매사를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하며 학년이 더할수록 진보(進步)하는 제자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곧 서예를 통하여 인성교육도 함께 되며 효행도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감옥(監獄)에서도 서예교육을 시키며, 병원에서도 틈내어 간호사들에게 서예교육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곧 서예는 인격수양(人格修養)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서예를 열심히 한 제자들의 본보기 사례는 많으나 지면 관계로 생략(省略)합니다.
문 5. 일전에 동운선생께서 자신의 서체를 개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의 독특한 서체는 왕희지체, 안진경체, 구양순체 등과 같이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체 개발의 의의와 효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답: 서체(書體)란 서풍(書風)이란 말과도 통합니다. 동일한 스승아래 수학(修學)해도 각자의 개성(個性)에 따라 그 글씨의 느낌이나 풍기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왕희지체란 왕희지 서예가가 쓴 글씨란 뜻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저가 연구 중에 있는 한글 조형체(造形體)는 그야말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組合)하여 조형의 미를 살려 좀은 독특한 이미지의 글자체를 개발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형체를 개발한 사람의 이름을 따 김근대체라고도 명명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겸손(謙遜)이 미덕(美德)이지요. 아직은 보급(普及)이 덜되었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마음에서 보면 전통 궁체에서 탈바꿈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문 6. 역사상 서예 분야에게 일가를 이룬 분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동운선생께서 가장 존경하는 서예가와 그 서체를 들어주시고, 그 이유를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답: 한글 분야에서만 얘기하드라도 작고하신 갈물 이철경선생(갈물체) 생존하신 꽃뜰 이미경선생(꽃뜰체) 작고하신 일중 김충현선생(일중체)등 여러분이 계십니다. 갈물과 꽃뜰선생은 자매로서 불모지의 땅에 해방 후 한글 궁체를 보급시킨 여성선구자이며 일중선생은 남성으로 남성미 넘치는 글씨로 초장기 궁체 보급에 헌신하신분입니다. 현대에는 한글 보급이 잘되어 글씨 잘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문분야에서는 대개 중국고대서예가의 글씨를 탁본한 교재를 보고 임서하며 공부하는 경향이 흐름입니다. 중국에는 왕희지를 서성(書聖)으로 불리며 많은 서예가(書藝家)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않은 서예가가 있으나 열거하는 것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문 7. 서예는 ‘서도(書道)’라고 하여 마음공부 중에서도 최고의 수단 중에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서예가로서 좌우명이 있다면, 또한 후학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답: 일본은 서도(書道), 중국은 서법(書法), 우리나라는 서예(書藝)라는 이름으로 주로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인성을 중시하여 書道라는 말도 겸하여 쓰기도 하고 있습니다. 부산교육자서도회가 좋은 예입니다. 書藝(書道)로 마음 닦는 좋은 점을 다 열거하려면 지면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공부 잘하는 자식보다 훗날 痛嘆없고 後悔없는 자식으로 키우려면 서도를 가르치라고 권하는 바입니다’.
*좌우명한글-눈물을 흘리면서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없다(괴테의 말씀)
*좌우명한문- “盡人事待天命”(사람으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추천하고 싶은 책: 때를 알아라(안병욱박사)
“우리의 얼굴을 보라. 좌우 양쪽에 귀가 둘 있다. 이쪽 이야기도 듣고, 저쪽
이야기도 들으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골고루 듣는 귀를 한문에서 총이
(聰耳)라고 한다. 우리는 나를 즐겁게 하는 칭찬(稱讚)의 소리만 들어서는 안 된다.
나를 냉엄(冷嚴)하게 비판(批判)하는 충고(忠告)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 8. 이 시대는 초고속 인터넷과 같이 ‘빛의 속도’를 추구하는 ‘광속(光速)의 시대’라고 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서예는 ‘도끼 자루가 썩어도 모를 정도로 한없이 느려터진 예술’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서예가로서 서예의 존재 이유를 대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답: 오늘날 속도감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급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속도감으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대략 열거한다면
*建築分野에서-不實工事
*不實子女農事-父母殺人 悖倫兒.
*不實敎師-弟子 性犯罪
*不實政治家-不實政治, 不正腐敗
*不實判檢事-左傾判檢事, 정치판검사
*不實富者(猝富)-傲慢, 건만, 안아무인, 과소비, 꼴불견행동
여기서 不實이란 급조된 인간, 도덕성이 결핍된 사람을 말하며 기초 질서 하나도 제대로 못 지키는 사람, 眼下無人格인 猝富, 차창 밖으로 내던지는 담배꽁초,
도로를 무법으로 달리는 輻輳族, 거친 말투, 함부로 내뱉는 욕설....................
이와같은 사회를 정화 순화시키는 데는 書藝術이 필수적이라 생각하며
어릴 때부터 중심교과가 되어 明心寶鑑, 四字小學, 童蒙先習, 擊蒙要訣등과 더불어 교육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공자의 말씀에 먼저 인간이 되고 난후에 공부를 가르치라고 하신 말씀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문 9. 서예와 고전(古典)을 굳이 촌수로 따지자면, 사촌 정도로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예나 고전이나 젊은이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마치 원점 회귀 성향처럼 서예와 고전에 대해 향수를 느낍니다. 서예와 고전이 과연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 지 말씀해 주십시오.
답: 고전(古典)을 배우고 그것을 서예화한다면 좋으리라 봅니다. 서예는 앞서 언급한 바도 있었고 古典은 바로 그릇 속에 담기는 내용이라고 할까요
古典은 우리의 精神世界를 채우고 豊饒로운 삶을 살아가는 智慧와 슬기
더 나아가 참삶을 깨우치게 하는 聖書와도 같은 것이라 比喩됩니다.
聖書를 안고 나쁜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붓을 잡고 있으면 나의 연약함을 엿볼 수 있으며 그러므로 겸손해짐을 알 게하여 마음 다스리기에는 서예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부족한 한학공부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붓으로 표현할 때 그 기쁨은 배가 되지요.
문 10. 끝으로 서예가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답: 요즈음은 배운 고전내용을 한자 붓글씨로 여러 서체로 표현하는데 푹 빠져 생활하고 있습니다. 욕심(慾心)을 부린다면 고전공부(古典工夫)를 열심히 하고 한문 서예화하여 후진들에게 한문서예를 널리 보급하고 생활화 하도록 하여 선비정신을 잇는 서예가로 자리매김 되고 싶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서로 배려(配慮)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채우는 것 보다 비워야 하는데 자꾸만 공부에 빠지니 이게 걱정도 됩니다. ‘9988231’-99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파 누었다가 벌떡 일어나야 지요. 그래야 고전도 서예도 할 게 아닙니까? 부족한 저를 고메에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첫댓글 박하선생님!! 고전메아리에 있는 글을 옮겨온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