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강해⑦]
무명의 이스라엘 소사사들/사사기12:8-15
여러분에게 질문할까요? 지난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의 이름은 누구입니까?(닐 암스트롱) 그렇다면 두 번째 착륙한 우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에드윈 버즈 올드린) 지난 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그렇다면 은메달을 딴 선수는요? 거의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사람들은 비록 메달의 색깔이 다르고,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할지라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순간까지 선수들이 흘린 눈물과 땀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일인자만 기억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끊임없이 경쟁하고 도전합니다.
무명의 이스라엘 소사사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12지파에게 땅을 분배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분배받은 땅에 남아있는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고 그들의 신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순종하지 않고 가나안 족속과 혼인관계를 맺고 저들의 신을 섬김으로 하나님께서 저들을 진노하사 주변에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치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개하면 하나님께서 사사를 세워 저들을 구원하셨습니다.
사사기에 총12명의 사사가 등장합니다. 사사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지휘관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평상시에는 재판관이나 행정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사사기에 등장하는 12명의 사사를 대사사와 소사사로 구분합니다. 구분하는 기준은 그 사사에 대한 기록의 분량입니다. 기록된 분량이 많으면 대(大)사사, 기록이 적으면 소(小)사사입니다. 소사사의 경우 그 사사에 대한 기록은 1~3절에 지나지 않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도 믿음의 선진들을 소개하는 11장에서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히11:32) 사사를 언급합니다. 여기에도 소사사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만약 소사사로 분류된 사사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무척 섭섭할 것입니다. 이왕이면 자신들이 많은 업적을 남긴 대사사로 기억되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사사들의 기록이 적은 것은 저들의 활동 당시 전쟁이 없었고, 그 대신 이스라엘 사회에 만연한 우상숭배와 죄악을 재판관과 행정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하게 감당하였습니다.
소사사들도 하나님께서 세우셨고,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이스라엘의 지도자입니다. 비록 우리에게는 무명의 사사일지라도 영적으로 어두었던 사사시대에 재판으로 악을 심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저들의 역할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40년 광야생활에서 홍해가 갈라지고, 마라의 쓴물이 단물로 바뀌고, 반석에서 물이 나고, 해와 달과 별이 머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광야 40년동안 날마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시는 일상의 소소한 축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우리는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일상이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소사사(1) 삼갈(삿3:31)
에훗이 모압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죽은 후 “삼갈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600명을 죽였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다.” 이것이 삼갈에 대한 기록 전부입니다. 그가 언제 사사로 부름을 받아 몇 년간 통치하였는지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사사 드보라의 노래를 통해 삼갈의 시대가 어떠했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삼갈의 시대에 대로가 비었고 길의 행인들은 오솔길로 다녔도다”(삿5:6)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블레셋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오솔길로 다닐만큼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께서 삼갈에게 힘을 주시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600명을 죽여 이스라엘을 구원하였습니다.
그 후 기드온이 300명의 용사로 미디안을 물리쳤지만 그가 죽은 후 이스라엘이 다시 범죄하자 기드온이 첩으로부터 낳은 아들 아비멜렉이 이복형제 70명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어 3년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그러다가 한 여인이 던진 맷돌에 맞아 두개골이 깨어져 비참하게 죽습니다.
소사사(2) 돌라(삿10:1-2)
아비멜렉이 죽은 후 돌라가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23년간 활동하였습니다. 그가 누구로부터, 그리고 어떻게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돌라는 바알과 바알브릿 우상을 섬기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재판관과 행정관으로서 이러한 죄에서 돌이키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소사사(3) 야일(삿10:3-5)
돌라가 죽은 후 야일이 22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가 됩니다. 그런데 야일에 대한 기록은 아들 30명이 있어 어린 나귀 30을 탔고, 성읍 30개를 가졌습니다. 성읍 30개는 모두 길르앗 땅에 있었고, 30명의 아들들이 하나씩 소유하게 함으로써 자기가 통치하는 곳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고 했던 것입니다.
소사사(4) 입산(삿12:8-10)
입산은 7년동안 이스라엘 사사로 활동하였습니다. 그에게 아들 30명, 딸 30명이 있었는데 딸들을 밖으로 시집보냈고, 아들을 위한 며느리는 밖에서 데려왔습니다. 여기에서 ‘밖’이란 다른 지파 또는 주변 다른 이방나라입니다. 입산은 저들과 사돈관계를 맺음으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이스라엘의 평안을 도모하고자 하였습니다. 입산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서 재판관과 행정관의 소임을 다하였습니다.
소사사(5) 엘론(삿12:11-12)
입산의 뒤를 이어 엘론은 이스라엘의 사사로 10년동안 통치하였습니다. 단 한 줄 외에 다른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나 엘론은 재판관과 행정관으로서의 소임을 감당하였습니다.
소사사(6) 압돈(삿12:13-15)
엘론의 뒤를 이어 압돈이 이스라엘의 사사로 8년동안 통치하였습니다. 그에게 아들 40명과 손자 30명이 있었고, 어린 나귀 70마리를 탔다고 했습니다. 아들만 40명이하 하였으니 딸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자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 나귀 70마리는 아들과 손자들에게 주어졌을 것이니 압돈의 재력이 대단하였습니다. 압돈도 전쟁이 없었던 평온한 상황에서 재판관과 행정관으로서의 소임을 감당하였습니다.
이름없이 빛없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중에 내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최선을 다하여 일했지만 마치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취급받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무엇인가 이루었다고 내어놓을 만한 업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 생각하는 순간 교만하게 되고, 그런 것이 없으면 실패한 인생, 있으나마나한 인생이라고 스스로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평가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주어도 하나님께서 나를 인정하신다면 됩니다. 이름없이 빛없이 걸어온 우리의 뒤에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세요. 우리의 발자취가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의 길이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울왕은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이긴 후 자신을 위한 기념비를 세웠지만(삼상15:12)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영이 떠나고 악령에 사로잡혔습니다.(삼상16:14) 사도 바울은 자신의 화려한 이력서를 배설물로 여기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는 순교당하기 전 이런 위대한 고백을 하였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생명의 면류관이 예비되었다”(딤후4:7-8) 여러분이 이 땅에 쌓아둔 것은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죽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무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서는 날, 내가 살아온 모든 것들에 대한 상급이 있을 것입니다.
목사인 저도 유명한 목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대형교회를 세우고, 지역에서 유지가 되고, 언론에 노출되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인기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 목사라도 괜찮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천하보다 귀한 여러분의 영혼을 제게 맡기신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여 섬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직 하나님께 인정받고, 칭찬받고, 생명의 면류관을 얻는 목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내가 한 알의 밀알과 같이 죽을 때 비로소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내가 소금과 같이 녹아질 때 맛을 내고 썩지 않게 합니다. 내가 양초와 같이 온전히 태워질 때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무명의 소사사 6명, 그들에게는 영웅적인 전쟁 승리나 업적이 없었기에 그들에 대한 기록이 빈약하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이름없이 빛없이 각자 하나님께 부르신 자리에서 사사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였습니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는 자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