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usic.youtube.com/watch?v=Gx4jGeL1nRk&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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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5일 금요일, 지난 1년간 피땀 흘리며 준비한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금요일 온라인 수업이 끝나자마자 전날 빌린 양복으로 무장하고 용산 아트홀로 향합니다. 연습실에 도착해 악기를 풀고 리허설 시간이 되기 전까지 미친 듯이 연습합니다. 그렇게 3시가 되고, 총 리허설을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가 무대로 올라갑니다.
총 리허설이 끝나고 다시 연습실로 내려와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첫 정기공연 때 저녁 먹은 게 체해서 공연 때 아예 악기를 불지도 못했던 경험이 있어 좀 걱정되긴 했지만 어쨌든 저녁을 먹고 다시 맹연습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무대로 올라갑니다.
마침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고, 지난 1년간 연습했던 모든 것들을 쏟아붓습니다. 먼저 첫 곡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입니다. 여러 광고나 유튜브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등장한 곡이죠. 제가 연주하는 악기인 트롬본의 솔로 파트 중 가장 어려운 파트가 들어간 곡이기도 합니다. 하필 그 파트에서 작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다행해 관객들 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해프닝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 곡은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입니다.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한 곡으로,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연주했던 곡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이후 15분의 인터미션(쉬는 시간)이 지나고 연주회는 2부에 돌입합니다. 2부의 첫 곡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입니다. 관악기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관 파트는 이 곡이 끝나고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마지막 곡은 이 공연의 클라이막스인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 9번 신세계로부터' 입니다. 드보르작이 미국에 갔다가 영감을 받아서 쓴 곡으로, 4악장의 도입부 멜로디가 각종 매체나 유튜브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유명한 곡입니다. 죠스의 테마곡과도 비슷하죠. 또한 고향을 그리는 듯한 2악장 도입부의 멜로디는 제가 연주하는 트롬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1악장을 지나 2악장의 도입부 파트를 완벽하게 끝내고, 3악장을 지나 드디어 클라이막스인 4악장의 도입부, 연주에 심취한 나머지 무아지경에 이르러 마지막 부분을 끝내고 나니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앵콜곡인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연주하고 나니 이제 진짜로 모든 곡이 끝났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악기를 정리하고 바로 관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공연 영상을 촬영하신 부모님과 보러 오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와 외삼촌, 오랜만에 만난 준하와 동네 친구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습니다. 이렇게 또 올해의 공연이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