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의 나라 벨기에
우석자
유럽 북서쪽 작은 나라 벨기에. 와플과 홍합요리, 브루게의 레이스와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시장으로 기억되는 나라다. 만화 ‘틴틴’과 ‘스머프’가 벨기에 작가의 작품이며, 명품초콜릿 ‘고디바’가 벨기에 제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벨기에는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유럽 인기 여행지에 비해 선호도나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유럽을 여행할 때 잠시 거쳐 가는 나라 정도로 생각한다면 벨기에의 숨은 매력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둘러싸인 브뤼셀과 아기자기한 운하의 도시 브뤼헤는 잠시 들렀다 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벨기에는 유럽사에서 플랑드르로 더 친근하다. 네로와 개 파트라슈가 등장하는 만화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인 플란더스는 현재 벨기에의 북쪽 플랑드르를 뜻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가 플랑드르 출신, 즉 벨기에 사람이다.
중세적인 분위기 건물과 현대적인 모습이 뒤섞여 있는 브뤼셀은 벨기에 수도이자 유럽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랑 팔레스 광장
브뤼셀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랑플라스 광장이다. 브뤼셀의 중심이자 시내 관광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다.
돌이 촘촘히 깔려 오래된 느낌을 풍기는 그랑플라스 광장은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극찬하였다. 광장 주변으로 자유스러운 분위기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고 그랑플라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을 파는 작은 가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니 해가 질 때쯤 꼭 들리도록 한다.
▲아토미움 전망대
광장 주변은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청사는 그랑플라스를 상징하는 고딕 양식 건물로 화려하게 꾸민 내부 장식이 볼 만하다.
수백 년 전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 곳곳에 숨어 있는 조각과 그림들, 노천카페에 앉아 맥주는 즐기는 사람들, 밤이 되면 펼쳐지는 동화 같은 야경은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에 필적할 만하다.
이곳에는 200년 가까이 됐다는 초콜릿 가게와 ‘사탕 팬티’ 같은 재미난 사탕이 있는 사탕 가게, 줄잡아 봐도 수백 종의 맥주를 파는 맥주 전문점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초콜릿은 수많은 여행자를 벨기에로 끌어들이는 1등 공신이다. 거리마다 줄지어 선 초콜릿 가게는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빈다.
고딕 양식으로 복원된 왕의 집은 현재 브뤼셀 시립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브뤼셀 역사를 알려주는 미니어처와 조각, 자기 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세계 각국에서 선물한 오줌싸개 동상의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한복을 입은 오줌싸개 동상 모습도 재미있다.
▲왕립박물관
▲오줌싸게 동상
오줌싸개 동상은 브뤼셀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을 이용한 기념품도 무척 많다. 그러나 그랑플라스 광장 뒤편 한적한 곳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고, 동상의 크기가 너무 작아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찾아온 관광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벨기에의 루브르’로 불리는 왕립박물관은 나폴레옹 이전 세계에서 수집한 미술품들을 루브르에 채우고, 그래도 남는 것들은 이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갑자기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이곳의 미술품들은 그냥 눌러앉게 됐다고. 루벤스와 브뤼겔, 샤갈과 쇠라,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인 마그리트의 그림도 보였다.
더불어 만화 ‘땡땡’과 ‘스머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화박물관을,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시청사를, 음악을 좋아한다면 악기박물관을 가보는 것도 좋다. 이 모든 볼거리들이 중앙 광장에서 도보로 30분 이내 거리에 모여 있다는 것도 브뤼셀 여행의 장점이다.
▲브뤼셀 미니 유럽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운하의 도시 브뤼헤에 닿는다.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용하게 흐르는 운하 위로 50여 개 다리가 놓여 있고, 벨기에 많은 도시 가운데서도 특히 인기가 높다.
이곳은 관광명소가 많지 않고 도시가 작아 브뤼셀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돌아보는 당일 코스를 선택하는 관광객도 많다. 그러나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면서 직접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브뤼헤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브뤼헤 관광의 중심인 마르크르 광장은 규모는 작지만, 광장 주변으로 상점과 레스토랑, 노천카페 등이 줄지어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주청사, 다른 한쪽에는 종루가 우뚝 솟아 있다. 360여 개 돌계단을 올라 종루 꼭대기에 오르면 브뤼헤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매시 정각이 되면 종루에서 47개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꼽힌다.
운하의 도시, 브뤼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보트를 타고 유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세풍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평화롭고 낭만적인 운하 투어는 브뤼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시내 중심에 선착장 5개가 있고 약 20~30분이 소요된다.
보트를 타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수로 주변의 고풍스럽고 예쁜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또 푸른 잔디밭과 어우러진 풍차 언덕도 빼놓을 수 없다.
벨기에의 낭만적인 목적지를 찾는다면 앤트워프로 발길을 옮길 일이다.
스헬데강을 끼고 있는 작고 아름다운 이 항구도시에 중세와 현대가 천연덕스럽게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앤트워프 역시 유럽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앤트워프 여행의 중심에 마르크트 광장이 있다.
▲노트르담 성당
광장을 중심으로 그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해 시청사, 길드 하우스 등 15세기 이후의 건물들이 연잇는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앤트워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근사한 분수대가 세워져 있는데, 분수대 꼭대기에 한쪽 발을 디디고 서 있는 동상의 이름은 브라보다.
폭정을 일삼던 앙티곤의 팔을 잘라 스헬데강에 던져버렸다는 용감한 로마 병사다.
눈길은 대성당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위용과 레이스 세공 같은 첨탑의 섬세한 구조에 감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성당 내부에는 벨기에 대표 화가 루벤스의 그림 5점이 전시돼 있다.
▲자화상
▲루벤스와 브란트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중 벨기에의 보물이라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중앙 돔 천장에 그려져 있는 '성모승천' 등은 루벤스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시청사 역시 찬란한 외양을 지닌 벨기에 최대 네덜란드풍 르네상스 건물로 대성당과 시청사 주변에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섞여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노천 카페의 풍경이야말로 유럽을 특징짓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벨기에 맥주다.
벨기에 전역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종류만 해도 무려 350종 이상이며, 각 브랜드마다 컵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맥주와 맥주 문화가 풍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랑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두세 시간을 보낸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담소를 즐기기 위해 카페나 바를 찾기 때문이다.
대성당과 시청사 이외 '앤트워프의 중세'를 맛보고 싶다면 고성이었던 스텐 성의 일부를 개조한 해양박물관과 100살을 훌쩍 넘긴 아르누보 건물들이 즐비한 유대인 거리 부근을 찾으면 된다.
아르누보 양식의 특징은 사치스런 재료의 사용과 섬세한 디테일, 치열한 장인 정신, 그리고 아름다운 물결 모양의 곡선 무늬에 있다.
무엇보다 여느 거리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건물들을 일일이,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벨기에는 벽돌 건물들이 특유의 도시 풍광을 연출하는 브루게, 겐트, 브뤼셀, 앤트워프 등 도시 디자인을 비롯해 와플, 맥주, 초콜릿부터 의상, 가구, 건축까지 일상의 의식주와 더불어 ‘디자인 강국’이다.
온천 목욕을 뜻하는 스파가 중세시대 유럽 왕족이 즐겨 찾았던 벨기에의 동쪽 도시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