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몸치의 탱고강습기4
2003년 4월 28일 월요일 맑음
오늘 탱고 단체강습이 있는 날이다.
복습과 예습을 해두지 않으면 또 헤매면 어쩌나 하는 압박감이 들었다.
강습장인 댄스학원에는 다른 단체반 강습이 있어서 연습하기가 불편해서 한쪽 구석에서 홀딩자세만 취하고 있는데 마침 아가씨 선생님이 있었다.
난 잘 됐다 싶어 토요일 필라에서 혼자서 연습한 자이브의 베이직의 자세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미녀 아가씨 선생님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몇 가지 고쳐할 것을 다시 지적해주며 혼자서 더 많이 연습할 것을 당부했다.
탱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탱고의 초보적인 스텝 하나하나를 몇 번 익혔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고 멋진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래도 내 마음과 뜻대로 몸은 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머릿속으론 알겠는데 막상 파트너와 홀딩을 하니까 잘 안 되는 것.
그래도 난 수업에 버벅대지만 않을 목적으로 속성으로 미리 개인을 레슨 받았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로 만족하고 차츰 연습으로 몸에 익히는 전략으로 나가기로 했다.
회원님들도 잘 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난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처음 입문해서 왈츠 강습 때는 아예 참석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에 비해 탱고수업은 그럭저럭 따라가니까 회원님들 보기에는 엄청 많이 발전한 것처럼 비치나보다...ㅋㅋ
처음에 빵점(0점) 맞던 학생이 다음 시험 때 겨우 10점정도 맞았다고 대단한 성적이라고 칭찬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ㅋㅋ
칭찬을 해주시는 기존 회원님들 자신들은 내가 볼 때 잘 하시는 분들이야 80점 90점 이상 되는 분도 있었다. 아무리 못해도 경력이 있는 분들은 60점은 넘을 텐데, 겨우 이제 10점 맞은 사람보고 잘 한다고 칭찬해주시면... ㅋㅋ
그래서 아직은 칭찬 받기가 쑥스럽고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좋게 생각하면 그래도 전혀 댄스를 못할 것 같던 내가 조금은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다. 나쁘게 해석하면 지난번에 얼마나 못했으면 걸음마도 아직 못 떼고 알에서 이제 겨우 깨어날까 말까한 사람을 가지고 저토록 난리들일까 하는 심정... ㅋㅋ
어쨌든 칭찬은 좋은 거니까. ㅎㅎ.. 더욱 열심히 그리고 겸손하게 끈기 있게 끝장을 보는 게 이제 남은 과제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월인 것 같다.
무엇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봤자 세월과 경륜 앞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난 남보다 운동신경이 더 둔하고 순발력도 없는 상태란 걸 누구보다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꾸준한 노력과 투자(시간적 경제적)와 세월이 흘러야 어느 정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또 걱정거리는 스텝과 동작만 배우고 익힌다고 댄스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댄스는 결국 음악과 결부되기 때문이다.
난 음악은 무조건 자신 없는 과목이다.
그래서 더 큰 걱정은 앞으로의 댄스에서 기초 스텝과 동작을 배우고 나서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에 맞추는 거대한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음악 없이 선생님이 입으로 카운터를 해줄 때는 어떻게 쫓아갈 것 같았는데 탱고음악을 딱 틀고 하니까 금방 표가 났다.
솔직히 스텝과 루틴에 신경쓰다보니 음악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파트너와 홀딩까지 하고서 한다면...
난 자신 없다.
오늘은 숙녀 회원님들과 홀딩하고 하는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속으론 엄청 떨렸다. 다리까지 후들거려서 나도 모르게 등에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근데 음악까지 틀고 그렇게 하라면 난 못할 것 같다.
어떻게 음악에 맞추고, 스텝을 생각하며 또 스텝들의 조합인 루틴까지 밟아 갈 것인가... 거기다가 파트너와 호흡도 맞춰야 하구.
아이쿠! 생각만 해도 난 몸서리처질 것 같네.
선배 회원님들은 노련하게 홀딩하고 하는 걸 보니까 다시 보여 진다. 남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 정도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좋아서 발을 디민 이상 어느 정도까지는 기초라도 익혀서 흉내 정도는 낼 때까지 가보는 수밖에...
한편으론 각오를 다져보기도 한다.
댄스 제까짓 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나.
남들도 하는데, 나도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희망...ㅋㅋ
이왕 시작했으니 끝장은 봐야겠다는 심정이다.
근데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조금씩이라도 배워가니까 왜 점점 더 어려운 것 같구 골치도 더 아프고 동작도 더 어려워지는 것 같은지...
그러면서도 포기하기는 싫구 웬 댄스 도깨비한테 홀렸나 내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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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의 댄스일기
몸치의 댄스일기1[입문편] 11.탱고강습기4
청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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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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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가 춤을 익힐 때는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특히 고정관념(도그마 dogma)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저는 춤을 익히면서 배웠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도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상대적인 비교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죠...~^^
@청노루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지 잘 압니다.
@청노루 춤은 권력이죠.
모든 사람들이 손에 쥐고 샆어하는.
@지솔
권력은 개뿔...ㅋㅋ
춤판에서만 알량한 도토리 키재기죠.
@청노루 상징 권력이죠 ㅋ
@지솔 권력에 동의합니다.
놀줄아는 권력~~
댄스도깨비에 홀리고 싶네요~~
넘 어려워 발동이 안걸리고 겨우 수업만 참여하는 수준이니...
암튼 조금만 더 헤메이다가... ㅋ(핑계도 가지가지..)
조금씩 꾸준히 장기전으로 가는 사람이 승리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