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SUV 베스트셀러 티구안의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가격. 출시 시점에서 할인을 시작했다. 4개 트림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은 3802만7000원으로 4000만원의 벽을 깨트렸다. 여기서 약 200만원 정도 차이를 두고 네비게이션과 썬루프 등을 추가한 프레스티지 모델과 4륜구동인 4모션을 추가한 모델이 있다. 국산 중형 SUV와 비슷하거나 옵션에 따라 더 저렴할 수 있다. 기존 모델에서도 이어오던 폭스바겐의 대중화 전략의 진가가 나온다.
새로운 티구안의 가장 큰 특징은 EA288 엔진에 적용한 트윈 도징 시스템이다.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를 정제하는 방식으로 요소수를 두 번에 나눠 분사한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작지만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그래서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선택적 환원 촉매 (SCR) 방식을 사용해 약 80%를 줄일 수 있다고 폭스바겐은 밝혔다.
이 방식은 2018년 이후 모든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에 SCR을 사용했는데 트윈 도징을 적용하면서 향후 도입 예정인 유로7까지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2019년부터 신차에 이 기술을 적용한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티구안이 첫 시작이고 향후 골프 등의 신차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디젤차는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방식을 사용하면 환경오염의 문제로 지적되는 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록스(Eurox)는 롯데정밀화학이 만드는 요소수 브랜드로, 판매 1등(13년 연속 국내 판매 1위)과 순정 1등(벤츠, BMW, 현대기아 등 12개 브랜드 순정 공급)을 기록하며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 소폭 변경됐다. 가로 선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 신형이다. 또,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는데 IQ. LIGHT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방 상황에 따라 상향등을 조절해 마주오는 차를 피해 점등하거나 주변 상황에 따라 밝기를 자동 조절하기도 한다.
후면에는 방향지시등의 변화가 주목할 만 하다. 순차점등식으로 변경됐다. 리어램프를 포함한 뒷모습은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 램프의 점등 모양이 조금 바뀌었고 하단의 디퓨저에 크롬이 조금 더 들어갔으며 티구안 앰블럼이 폭스바겐 앰블럼 아래로 들어갔다.
실내는 외부보다 조금 더 변화의 폭이 크다.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레인 어시스트를 포함한 운전자 보조시스템 ‘IQ.DRIVE’가 전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릴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레인 어시스트 기능은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벗어날 경우 경고하고 반대로 운전대를 꺾어주는 기능이라 장거리 주행에 활용하기는 조금 아쉽다.
시승차는 4380만원의 2.0 TDI 프레스티지 모델. 폭스바겐의 공식 할인 혜택을 더하면 4158만5000원이다. 4모션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들어간 모델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컴바이너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보이고 그 아래는 폭스바겐이 디지털 콕핏이라고 부르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왼쪽에는 냉각수 온도, 오른쪽에는 주유량을 보여주는 계기반이 있고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중앙의 LCD 디스플레이에서 전해준다.
계기반에서 주행상태, 내비게이션, 전화 등의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우측 중앙 스크린에서 내비게이션 정보를 봐야하는 부담을 줄였다. 중앙의 9.2인치 터치 스크린은 폭스바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IB3를 탑재했다. 놀랍게도 손을 가깝게 가져가면 선택 가능한 메뉴를 보여주는 제스쳐 컨트롤 기능을 지원하며 내비게이션은 국내 맵피 내비게이션으로 유명한 맵퍼스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해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외에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차량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으며 USB-C 포트를 적용했다. 프리미엄 트림과의 가장 큰 차이는 9.2인치 디스플레이와 맵퍼스 지도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이며 프리미엄 트림은 내비게이션이 빠진 8인치 스크린을 탑재한다.
티구안의 시트는 바닥까지 넉넉한 크기다. 폭스바겐의 풋레스트 역시 단단하게 받쳐준다. 운전대를 포함한 실내의 부품 대부분은 다른 폭스바겐에서도 본듯한 비슷한 형태다. 익숙하다는 장점 이외에도 연간 1천만대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의 디자인과 기술 노하우가 들어갔다. 비싼 기능과 부품이라도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춰 적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의외로 티구안에는 360도 에어리어 뷰 기능이나 제스쳐 컨트롤처럼 소위 말하는 고급차의 옵션들이 들어갔다.
주행을 시작하면 디젤 엔진의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디젤 엔진은 저속에서 가장 소음과 진동이 크고 고속으로 주행하면 가솔린 엔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폭스바겐은 EA288 엔진을 유로7 기준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당분간 디젤 엔진의 종말은 없을 것이며 계속해서 디젤 엔진을 개량, 생산한다는 뜻이다. 티구안의 엔진은 그래서 지금의 디젤 엔진 가운데 가장 앞선 것이며 가장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이다.
7단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도 좋다. 예전보다 조금 더 커진 차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움직임은 조금 점잖아졌다. 1세대 티구안이 골프를 조금 늘린 듯 날렵하게 달렸다면 2세대 티구안은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감이 있다. 우리나라 SUV와 비교하면 싼타페와 쏘렌토의 중간쯤이다. 싼타페는 조금 말랑하고 쏘렌토는 단단한 편인데 그 중간 어디엔가 티구안의 승차감이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디젤 엔진의 진가가 나온다. 연비는 리터당 20Km를 넘나들고 강한 토크에서 나오는 엔진의 힘은 추월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좋다. 기본적으로 독일차는 아우토반 주행을 감안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디젤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주행거리가 많거나 장거리 운행이 많은 경우. 강한 토크를 필요로 하는 운행 패턴에는 디젤 엔진만큼 좋은 대안이 없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티구안을 내놓으면서도 강력한 할인을 시작했다. 이제 가격으로는 국산차 소비자가 쉽게 눈을 돌릴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여기에 트윈 도징 시스템을 적용한 가장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산차가 어필하지 못하는 틈새를 잘 파고든 전략이다. 폭스바겐의 이런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