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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우리집…언제나 웃음꽃”경영 컨설턴트이자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윤은기(52) IBS컨설팅 그룹 회장은 나이 서른아홉에 총각 신세를 면한,비교적 ‘만혼’에 드는 편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친구 딸 주례를 섰지만 정작 자신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지웅(13)이와 초등학교 5학년인 지현(11)이 남매를 키우고 있다. 친구들보다 ‘진도’가 10년은 늦은 셈이다.
그래도 윤 회장은 “나이 들어 아이를 키워보니 장점이 훨씬 많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결혼선배인 친구들 얘기로는 하나같이 과장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새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있더라는 것. 또 ‘젊은 아빠’는 성숙도가 떨어져 대화나 설득보다 고함과 회초리부터 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는 지웅이가 태어났을 때 이미 경제적인 기반이 안정된 상태였고,감정적인 폭발도 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대 때 아이들을 낳았더라면 내가 얼마나 철이 없었을까 생각해 봐요. 물론 내가 불리한 점도 있겠죠. 나중에 지현이 결혼식 때 손잡고 들어가면 나이 먹은 아빠라 ‘때깔’이 안 나겠지요?”
부인 임옥재(41)씨와의 금슬도 각별하다. 친구들 중에는 ‘기러기 아빠’도 몇 있지만 “늦게 만난 것도 억울한데” 부인과 떨어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진작부터 유학은 생각도 하지 말고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자고 해두었단다.
‘행복하고 재미있게’는 윤 회장이 가장 높이 사는 인생의 가치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업과 건강,그리고 인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가르친다. 그는 아이들에게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짐을 지우지도 않는다.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에 대해 전망하는 것이 그의 직업인지라,이제 학벌만으로 행세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21세기에 걸맞는 ‘신 엘리트’는 IQ(지능지수)와 EQ(감성지수),MQ(도덕지수)의 3Q를 고루 갖춘 인물입니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능과 전문성은 기본이고 친화력과 윤리성이 높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하버드대 심리학과 다니엘 골맨 교수가 주창했던 EQ이론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20세기의 엘리트가 권위주의로 조직 구성원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21세기의 엘리트는 남녀노소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은 MQ다. 이전까지는 윤리에 어긋나는 짓을 저질러도 어느 정도 은폐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지도층일수록 더욱 더 엄격한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IQ는 유전의 영향이 크지만 EQ와 MQ는 부모의 개발노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특히 MQ는 전적으로 어린 시절 부모의 언행을 보고 형성되므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윤회장은 설명한다. 부모가 양심적이면 자녀의 MQ가 올라가고,부모가 비양심적이면 자녀의 MQ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저는 EQ 개발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성적이나 나이,가정환경과는 관계없이 폭넓게 친구를 사귀라고 격려합니다. 다만 피했으면 하는 친구는 앞뒷말이 다르고 남의 것 탐내는 아이라고 못을 박아둡니다. MQ가 낮은 사람을 피하라는 충고죠.”
그는 가족이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가훈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내와 10년 전에 정해둔 가훈은 ‘신나게 살자,(남을) 신나게 해 주면서 살자’다. 공부도 신나게,일도 신나게,노는 것도 신나게,설거지도 신나게 하자는 취지다.
가훈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지침도 따로 있다. 하루에 착한 일 한가지씩,아이디어 하나씩 내자는 뜻으로 ‘1日1善,1日1創’이라고 붙였다. 양보운전 같은 작은 선행이 습관처럼 쌓여야 제대로 착한 일을 할 수 있고,커다란 혁신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그는 그들 부부가 바라는 자녀상을 적은 ‘10계명’도 만들었다. 하나,미래의 꿈과 희망을 지니고 산다. 둘,남보다 솔선수범해서 지도력을 기른다. 셋,가족을 사랑하고 효도한다. 넷,좋은 친구를 사귀고 먼저 도와준다. 다섯,건강과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 여섯,독서를 많이 해서 지식과 교양을 쌓는다. 일곱,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똑똑하게 발음한다. 여덟,단정한 용모와 당당한 자세를 지닌다. 아홉,인사를 잘하고 예의범절을 지킨다. 열,시간관리를 잘 하고 시간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알려주는 의미죠. 10계명을 프린트 해서 아이들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잘못했거나 실천이 미진하다 싶으면 큰 소리로 읽어보게 시킵니다. 덕분에 잔소리 할 일이 없죠.”
아이들에게 부모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만큼 그는 관대하고 ‘화끈한’ 아빠를 자처한다. 잘하면 상을 주고,거짓말이나 훔치는 것만 빼고는 잘못해도 꾸짖지 않는 ‘신상불벌’ 원칙을 고수한다. 악의를 가지고 한 나쁜 일이야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 그래서 아이들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가르치기보다 실수를 하면 즉시 시인하고,사과하고,책임지고,변상하라고 가르치는 실용주의 아빠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뜻밖의 큰 칭찬이나 여행,이벤트로 예상 외의 기쁨을 선사하는 ‘감동경영’도 권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선물공세를 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사달라는 거 다 사주지 말고,사주더라도 일정기간 조르게 만드세요. 그렇게 결핍체험을 해봐야 소중한 줄도 알고 경제개념도 생깁니다. 과자를 눈앞에 두고 1시간 후에 먹으라고 했을 때 그만큼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훨씬 성취도가 높다는 실험도 있지 않습니까.”
권혜숙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Detail.asp?newsClusterNo=01100201.200308140000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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