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개량한옥에서 한국식 스테이크를 맛보다”
민가다헌 (Min’s Club)
[사진: 고추장 굴소스의 삼겹살찜(Braised pork belly served with light spicy Gochujang)]
한국을 여행하다 보면 전통한옥의 모습을 본뜬 음식점들을 더러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음식점 민가다헌은 실제 한옥에, 그것도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민속 문화재에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해외 방문객이나 외국인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민가다헌은1900년대 초기에 명성황후의 친척 후손인 민병옥이 살았던 저택이며, 원래 같은 모양의 건물이2개가 있었으나 현재 하나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한옥과는 달리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바닥과 복도, 그리고 집 외부에 위치하던 화장실과 욕실을 내부로 넣어 H자형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개량한옥이라는 것. 천장에 조명이 있고 서재, 응접실도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지만 창문 등 전체적인 골격은 전통한옥 그대로여서 동서양의 조화가 흥미롭다.
민가다헌의 특징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미 독창적인 한식메뉴로 유명한 이 곳에서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주 메뉴 중 하나인 ‘한우 떡갈비’의 경우, 떡갈비는 한국식인데 함께 나오는 감자와 토마토는 이태리 조리기법을 사용했다. 더덕 드레싱을 곁들인 뿌리샐러드, 너비아니 스테이크 등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서양음식인데 식재료는 한국식. 맛도 “한국적”이다.
이러한 새로운 메뉴를 처음 맛본 외국인 쉐프들은 “여느 스테이크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전혀 색다른 맛”이라며 “마치 양식에 한식을 입힌 것 같다”는 평을 했다. 이에 대해 민가다헌 송경섭 총주방장은 “한식에 서양스타일을 가미하여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예전에는 한식에 사용되는 식재료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종류가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한식메뉴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French Cuisine을 전공한 그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전 신라/리츠칼튼 호텔 총주방장 Roland Hinni의 자문을 받아 다양한 조리기법과 식재료를 응용한 새로운 한식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사진: 더덕 드레싱의 뿌리 샐러드(Korean root vegetables salad and edible flowers served with baby greens and Durderk dressing and crispy bread)]
[송경섭 민가다헌 총주방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음식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메뉴는 드물어요,” 송경섭 총주방장은 말했다. “한식도 옛날 그대로의 한식만 생각할 게 아니라 현대인,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외국 쉐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식 레시피가 많아진다면 우리 한식이 더 빨리 세계로 퍼져나가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2002년 1월에 오픈한 민가다헌은 김대중 전대통령, 우루과이 대통령, 이탈리아, 네덜란드 수상 등 여러 국빈과 주한 대사, 외국인 투자가들이 많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전통의 멋과 현대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곳.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독창적인, “세계적인 한식”메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