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화문의 찬란한 아침
드디어 고대하던 결전의 날, 전국에서 모인 24000여명의 참가자와 가족들로 광화문앞 세종로의 넓은도로는 넘쳐나는 인파의 물결속에 대망의 동아마라톤을 알리는 빵파레가 울려퍼지면서 광화문의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정해년 따스한 봄 105리길에 도전하기 위해 나는 오늘을 기다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 105리길. 출발의 축포
ㄱ) 0~15km
동아마라톤 역시 조선일보 춘천대회와 마찬가지로 풀코스로만 제한되어있고 기록순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나는 B그룹(3시간 20분~ 3시간 40분의 기록을 가진자. A~F그룹까지 있음)으로 배정받아 08시 정각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들을 선두로 A그룹에 이어 우리 B그룹도 출발, 주자들의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지고 총성이 울리면서 42.195km는 막이 열렸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3시간 29분. 영원히 깨지 못하고 있는 3시간 30분의 벽을 기필코 달성하리라... 다소 흥분된 마음을 진정하며 남대문(숭례문)을 돌아 을지로를 경유, 수십여년을 어둠속에 묻혀있다 아름답고 단정하게 복원되어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의 경관을 감상하면서 초반 레이스에 열중합니다.
ㄴ) 15~30km
15km를 통과하고 종로를 지나 신설동 5거리 부근의 20km를 향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 아래 그 동안 겨우내내 부천 종합운동장, 헬스클럽, 부천지양산, 목동운동장, 영서초등학교 운동장, 남산, 여의도, 상암동난지천공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1936년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나라를 빼앗긴 서러움 속에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고 손기정 옹의 업적을 잠시 생각하면서.... 군자역을 통과하고 30km지점인 성동교 4거리를 향하면서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온몸은 땀으로 베어있지만 그래도 한낮에 서울 도심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얼마나 행복한 일이 아닌가.
ㄷ) 30~42.195km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 새로운 목표에 대한 열망이 있기에 나는 달리고 있는 것인가. 최선을 다할 때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30km를 지나 자연과 생명의 숲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된 서울숲 앞을 통과합니다. 30km를 통과하면서 내 몸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약 1개월전부터 연습중 오른쪽 발목에 약간의 부상이 생긴 것이 조금씩 통증이 오는 신호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레이스 중에 몸에 이상이 생길 시에는 즉시 포기하여 더 큰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느냐, 아니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완주해야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것입니다. 남자가 전쟁터에서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나에게는 허락하지 않아 결론은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고독과 인내와의 전쟁.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실 대교에 들어서는 순간 엘리트선수들도 싫어한다는 마라톤의 벽 35km 표지판이 보입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만이 내가 살 길이다. 한순간만 참고 견디면 잠시뒤에는 영광된 순간을 맞이하리라.... 잠실역 4거리를 지나면서 계속되는 고통. 석촌호수 4거리 약 38km지점 가장 힘든 구간에서 헉헉대고 있을 때, 직접 이곳까지 와서 노문아! 화이팅! 이라는 소리와 함께 물 한컵을 건네주는 은상이 친구 (부인까지 동행했음)의 응원은 마침 꺼져가는 불씨를 훨훨 타오르게 할 수 있는 큰 힘을 나에게 실어주었습니다. 아시아 선수촌아파트 앞을 경유, 어느덧 저멀리 종착지인 잠실 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나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마지막이다 젖먹던 힘까지 쏟아붓자. 마음을 비우려 해도 비워지지 않은 나의 염원. 무쇠같았던 나의 두다리도 힘겨운듯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운동장 입구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소리에 막판 투혼을 불태우며 운동장으로 진입. 3시간 32분 45초의 기록으로 105리길의 긴 여정은 막이 내렸습니다.
3. 결혼 28주년에 이룬 두번째의 최고기록
1979년 3월 18일 지금의 아내(정동연)와 혼인서약. 결혼 28주년인 오늘 마라톤 최고기록에 도전했지만 역부족. 3시간 32분 45초. 지금까지 풀코스 18회중 두번째로 좋은 기록 (최고기록: 3시간 32분 33초. 2004년 11월 중앙 마라톤대회. 잠실 종합운동장↔판교 왕복코스)이라는 위안으로 대신해봅니다.
그동안 3개월간 지도해준 김유미코치(前중장거리 여자 청소년 대표)와 언제나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성원해준 일구회의 친구들 고맙습니다. 특히, 모처럼 휴일날 귀중한 시간을 가족분들과 오붓하게 보내야 함에도 친구의 직접 뛰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차 석촌호수 4거리 및 결승점인 잠실 종합 운동장까지 나와준 이은상 친구 부부 정말 감사합니다.
끝으로 늘 곁에서 조언과 오늘의 내가 있게끔 도와준 나의 영원한 동반자(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끝-
아자! 아자! 화이팅!!!~~~
2007. 3. 18 오후
박 노 문
첫댓글 와아!!! 대단하다는 말 밖에... 발목 부상의 통증까지 있었다면서 그렇게 좋은 기록으로 완주를 하다니 대단하십니다. 그 불굴의 의지로 뭔들 못하리오! 인간 승리랄 밖에... 게으름에 몇 분도 걷기를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네요. 꼬리말 실력때 알아봤지만 어쩜 글도 그렇게 잘 쓴대? 장한 마지막 골인 모습 직접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그래도 궁금해서 들어와봤습니다.
마라톤에 대한 친구의 열정! 사랑합니다...
뛰면서 감상할 것은 다 감상했네....뛰면서 느끼는 것이 더 화려한가? 다음엔 나도 풀코스 한번 도전해 봐야지...ㅋ 젊은이들이 뛰고 나이 먹은 사람이 응원해야하는데...꺼꾸로 가는건가? 정말 장하네....
친구의 부지런함과 목표향한 도전정신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되는군. 요즘 여성화 되어가는 신세대의 젊은청년들의 나약함을 비교하며 청년들에게 외치고 싶네. 이론에 억매이지 말고 현장에 뛰어 들어 부딪쳐보라구. 나는 대한해병이 아니지만, 친구의 나이와는 걸맞지 않는 목표쟁취의 열정은 해병대정신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하네.참으로 대단한 정신력!!! 감탄했네.
제목을 멋있게 수정해준 카페지기님 고마우이.
어렸을 때(중학시절)부터 알아봤어. 정의의 사나이, 의지의 사나이, 불굴의 사나이란 걸. 그 정신을 좀 닮아야 할텐데.........많이 늦었지만.
대단하다 .대단해 왕복 8km를 뛰는 데도 6개월은 트래인 해야 하던데 역시 멋있다 남자의 멋은 뭐니 뭐니 해도 목표를 향해 성공 했을 때가 아닌가? 늘 이런 생활 오래 오래 즐기도록 해병은 영원한 해병 !박노문 짱!
참...대단합니다......
50대의 지천명 1개월전의 부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인내로 자신에게 고독과오래참은으로 인간승리 42.159km의 결승전까지완주 한것도 대단한것인데 기록까지 단축했다니 박노문 너무정말멋지다 `~`와자 와자 ~`화이팅 ~~정말불굴의 사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