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메일 www_mk7@hanmail.net
도도퀸★단비 공식카페 http://cafe.daum.net/dododanbi7
[36]
시연은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누르며 자리로 돌아왔다.
“괜찮은 거야?”
안색이 안좋은 시연을 보고 시우가 물었고, 시연은 괜찮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아직은 시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시연은 경솔하지 않았다.
채소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었고, 만약 새린이 그런 짓을 했더라도 시연이 해결하고 싶었다. 시우의 말대로, 한시연처럼, 한시연답게, 한시연스럽게.
D-DAY. 드디어 후속곡을 선보이는 날 돌아왔다.
시연은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가사를 입에서 떨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공교롭게도 오늘 대기실을 같이 쓰는 가수는 채소아였다.
시연은 달갑지 않았지만 짧게 인사를 해주고 거울 앞에 앉았다.
시연의 의상을 보고 채소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왠지 자신보다 포스가 커보인다고 느꼈는지 신경이 온통 시연에게로 가있었다.
시연은 미니스커트에 하얀블라우스를 겹쳐입고 검은 멜빵에, 검은 넥타이를 해 남성스러우면서도 어찌보면 굉장히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손에 낀 장갑까지도 돋보였다.
이지적으로 섹시해보이면서도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후속곡이 어떤건지 벌써부터 궁금해져 약이 바짝오른 채소아였다.
“야. 가서 커피 좀 뽑아와.”
진영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시연에게 채소아가 툭툭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진영도 시연도 황당해서 메이크업을 멈추고 채소아를 쳐다봤다.
“뭐해? 여기선 선배가 시키면 하는거야. 매장당하고 싶어?”
배알꼴리는대로 내뱉는 채소아의 말에 기분이 팍 상한 시연이 말하려고 하는 찰나에, 새린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진영은 이런 생리를 잘아는지라 얼른 새린에게 말했다.
“새린씨, 가서 커피 좀 뽑아다줄래?”
“네에..”
새린은 바로 커피를 뽑으러 대기실을 나갔고, 진영의 행동에 화가 난 채소아가 눈을 부라렸다.
“누가 뽑아오든 커피만 뽑아드리면 되는 거죠?”
진영이 생글생글 웃으며 채소아에게 말했다.
채소아는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휙 돌렸다.
새린이 커피를 들고오자, 진영은 채소아에게 가져다 주라는 눈짓을 보냈다.
새린이 커피를 주려고 하자 채소아가 ‘너나 마셔.’라며 싸가지없게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지가 무섭게 새린의 손에서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이 미끄러져 엎어졌다.
“아! 야!!”
“어, 죄..죄송합니다..”
새린이 채소아의 의상에 커피를 부어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됐어! 손 치워!”
“죄..송합니다..”
시연은 웃음이 났다.
새린이 저 순진한 얼굴을 하고 실수한 척을 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했다는 게 시연의 눈엔 보이기 때문이었다.
대기실 안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을 때, 시우가 들어왔다.
신경질을 내고 있던 채소아는 시우를 보자마자 인상을 펴고 일어났다.
“어머, 사장님. 오늘 날씨가 좋아요.”
“그래.”
시우가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자, 채소아는 입술을 깨물며 시연을 노려봤다.
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시선정도는 가볍게 무시했다.
시우는 시연에게 힘의 묘약을 주었다.
“오늘 방송끝나고 집에 갈꺼야.”
“네에?”
아까 채소아와 신경전을 벌이던 일은 싹 잊고 시우의 말에 화색이 도는 시연이었다.
“집에요?”
“미리 전화드렸어.”
시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표정으로 드러내었다.
시연에게 에너지를 주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려놓는 건 이 방법이 최고였다.
기뻐하는 시연을 보고 시우도 살짝 미소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는 채소아의 마음은 쓰렸다.
지금 저 사람이 자신에게 냉정하고 매몰차게 굴었던 사람이 맞는 가 싶었다.
옷까지 벗으며 가수 시켜달라고 애원하던 자신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시우를 보자, 채소아는 배알이 꼴렸다.
“채소아씨, 스탠바이. 그 다음에 바로 한시연씨 대기해주세요.”
“네!”
두 여자의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한시연과 채소아. 둘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채소아가 무대로 올라가자 앞에 있는 팬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쥐죽은 듯 조용했다.
노래가 시작되고 립싱크를 하면서 온갖 귀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무난하게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카메라에서 채소아의 모습이 사라지고, 팬들의 함성이 높아졌다.
“와하하하하!”
“쟤 뭐냐!”
높은 통굽을 신은 채소아가 비누방울에 바닥이 미끄러워 꽈당 넘어져버린 것이었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채소아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카메라 감독은 얼른 카메라를 팬들로 돌렸다.
그 틈에 채소아의 노래는 끝이 났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채소아는 무대를 내려오며 내내 신경질을 바락바락 부렸다.
백업댄서들이 무슨 잘못이냐. 넘어진 채소아 자신이 잘못이 아닌가!
시연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스테이지에 올랐다.
채소아가 나온 무대가 아니라, 반대편에 준비되어 있는 무대였다.(스테이지 두개가 마련되어 있음.)
꺼진 조명에 하얀 장막이 걷혀지며 시연이 등장했다.
intro부분이 나오며 시연의 손끝이 팬들을 향했다.
시연이 올라자오자 밀려드는 감동에 팬들은 꺅꺅 소리를 내질렀다.
AH AH AH-
ACTION!
리듬에 맞춰 즐겨봐
당당한 걸 즐겨봐
울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
하고 싶은 걸 표출해
당당하고 멋진 여자니까
겉치레에 두르고 있는 보석들로
마음을 감추지 마
내가 원하는 걸 말해
숨기는 건 진실이 아니잖아
사랑한다고, 잡고 싶다고 왜 말하지 못하는 거야
사랑을 놓치고 우는 일은 이제 그만해
바보같이 울고만 있지 않아
그대를 잡을 거야
난 원하는 걸 잡고 마는 여자니까
약하다고 하지마
울지 않아
기다리는 사랑따윈 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하고 싶은 걸 해
외쳐봐
come come come
울고만 있을꺼야?
떠나가는 사람을 보고만 있을꺼야?
어리석은 짓 하지마
girl girl girl
당당하게 앞을 봐
당당하게 소리쳐
여자니까
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여자니까
girl girl girl
세상남자들이 부러워하는 나니까
.
.
.
온몸에 전율이 오듯이 시연의 음색과 춤은 사람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강한 비트에 살아 숨쉬는 리듬이 시연의 몸에 살아 움직였다.
춤추며 라이브까지 하지만, 전혀 손색없었다.
숨이 찰만도 한데 완벽하게 두 조건을 조합시키고 있는 시연이었다.
파워풀한 그녀만의 매력에 어느새 사람들은 압도당하고 있었다.
후속곡 ‘여자니까’는 보이쉬하면서 이지적인 섹시함과 섬세한 여성스러움이 드러나는 곡이었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절제된 안무로 시연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팬들은 ‘한시연! 한시연!’하고 이름을 쉬지 않고 외쳤다.
그만큼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공개홀이 시연의 뜨거운 열정에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시연이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스탭들의 반응 또한 최고조였다.
“최고였어요, 시연씨!”
“시연아! 진짜 멋지더라!”
다른 가수들도 한마디씩 시연에게 응원을 했고, 시연은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쑥쓰러워하며 밝게 웃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팬들이 앵콜를 외치는 통에 MC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채소아에게 컨셉을 빼앗겨 분하고 억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셨다.
시연의 후속곡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평창동.
시연은 공개방송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2층에, 정원 딸린 주택은 예전 집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크고 좋은 집이었다.
자기 대신 가족들을 보살펴주는 시우에게 진한 고마움이 들었다.
“엄마! 아빠! 시원아!”
시연이 가족들을 부르자 모두 허둥지둥 신발을 껴신으며 시연을 마중나왔다.
“시연아!”
“우리딸!”
“누나아!”
변함없이 시연을 맞이하는 가족들을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
“후속곡으로 바꾼 거 봤어! 누나 진짜 멋있었어!”
시원의 말에 시연이 크게 웃으며 오랜만에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피피보다 더 멋있지?”
“그럼! 그럼!”
살가운 녀석, 시원이 시연에게 매달려 소리쳤다.
“울 누나가 최고!”
“밥은 먹고 다니는 거야? 왜이렇게 얼굴이 쏙 빠졌어, 우리 딸.”
“밥 잘먹어요. 근데 활동하다보니까 저절로 빠져.”
“힘들지?”
“힘들긴. 내가 하고 싶은 거 맘껏하는데, 제일 행복하지.”
예전보다 얼굴살은 빠졌지만, 얼굴에선 빛이 나왔다.
백만불짜리 미소가 입가에서 내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시우는 그런 시연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연의 모습이 시우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아이였다.
원망을 하기 보다는 자기가 못해주는 것에 대해 가슴아파할 줄 아는 아이였다.
시우는 그런 시연이 좋았다. 그런 시연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아! 권사장님! 어서 들어오세요!”
시연의 부모님은 시우와 시연을 안으로 들였다.
다과를 내놓고 서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뉴욕은 오늘?”
“네, 지금 바로 준비해서 뉴욕으로 갈 예정입니다. 움직이기 전에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시우의 말에 시연의 가족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만 몰랐는지 되물었다.
“뉴욕이요?”
“뮤직비디오 촬영하고 비즈니스 약속이 있어.”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일정이 급하게 잡혔어.”
시우는 한곳에 신경을 쓰게 해주고 싶었다.
일주일동안 잠도 안자고 후속곡에만 매달렸던 시연인만큼 그 실력이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아무것도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지금 가야된다는 얘기예요?”
“그렇지.”
시연이 바로 울상을 지었다.
꼬리를 내린 강아지처럼 불쌍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는 시연의 촉촉한 눈.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은 촉박하다.
오늘은 집에서 단란하게 가족들이랑 보내야지! 했던 시연의 바람은 산산히 깨어졌다.
“미루면 안되요?”
“미룰 수 없어.”
시우의 단호한 말에 시연은 더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권사장님 곤란하게 하지말고, 어서 가. 또 오면 되지.”
“오늘은 진짜 집에서 자고 가려고 했는데! 으앙!”
시연이 어린애같이 땡깡 부리는 걸 시우가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데리고 나왔다.
뾰루퉁해서 심통난 얼굴을 하고 있는 시연에게 안전벨트를 메주며 말했다.
“한시연 이러기야?”
“네, 이럴꺼예요.”
“후….”
시우가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고, 그 사이 태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준비 다 했습니다.
“그래. 바로 공항으로 가지.”
-예!
태혁의 듬직한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고, 운전하는 내내 가만히 창밖만 내다보는 시연을 보고 시우가 차를 세웠다.
“한시연. 나봐.”
시우의 낮은음성이 들렸지만 시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시우는 시연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 자신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
촉촉이 젖어있는 시연의 눈가에 가슴이 철렁한 시우였다.
얼마나 서러웠는지 눈가에는 잔뜩 눈물이 고여서는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시연에겐 가족이란 존재가 이리도 컸던 것이었다.
물론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시연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눈물이 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이였는데….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시연의 볼을 쓰다듬었다.
“울지마, 시연아….”
그의 따뜻한 음성에 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우를 쳐다봤다.
“울지마. 맛있는 거 사줄께.”
[37]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마자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마술같다….
그가 따뜻하게 불러주는 내 이름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일까.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공항
시연은 군소리없이 시우를 따라 공항에 도착했다.
“형님, 여깁니다.”
공항에 도착하자 태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짐은 다 넘겼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그래. 할아버지께는 내가 도착해서 연락드린다.”
“예, 형님!”
태혁이 고개숙여 인사했고, 시연은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다녀올께요.”
태혁의 수줍은 미소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시연에겐 푸근했다.
그의 미소는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체 웃지도 않고 인상을 쓰는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무섭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시연만은 그런 사람을 편안하게 대했고, 태혁 또한 시연에게만 특별히 미소를 보여주었다.
다시 생기발랄해진 시연은 기운이 넘쳤다.
그녀가 이렇게 싱글벙글 웃을 수 있는 건 시우의 멋진 조건 때문이었다.
시우는 시연에게 멋진 선물을 주었다.
[뉴욕일정이 끝나면 집으로 들어가 산다.]
“우리 빨리 비행기타요!”
.
.
뉴욕에 도착하려면 엉덩이에 쥐가 날 정도로 오랜시간 앉아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아깝게 낭비할 수 없었다.
후속곡이 급하게 나온 동시에 뮤직비디오 또한 시간을 앞다투어 나와야 했다.
시연은 좌석에 앉자마자 지금까지 정신없이 뮤직비디오에서 입어야 할 의상을 체크하고, 콘티를 체크했다.
“이 의상은 별로예요. 컨셉이 어긋날 수 있어요.”
“그래?”
신문을 읽고 있던 시우가 안경을 벗고 시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연의 말대로 의상이 너무 어린애스러운 베이비돌(baby doll) 스타일이었다.
“그건 빼도록 하지.”
시연은 꼼꼼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검토했다.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썼다.
시연을 바라보는 건 시연 자신 뿐아니라 언제나 대중들도 함께였다.
그녀의 프로근성은 춤, 노래, 스타일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아까 울어서 그런지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는데, 마침 기내에서 식사가 준비되어 나왔다.
기내음식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 시연은 눈 앞에 음식이 보이자 군침을 삼켰다.
새우요리와 전채요리인 토마토 샐러드, 크림스프가 나오고 그 뒤로 주요리가 나왔다.
노일리 크림 소스로 풍미를 더하고 바실 페스토로 맛을 낸 부드러운 농어살 구이가 나왔고, 호박, 당근 등 버섯구이를 곁들인 링귀니 파스타가 나와 시연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와. 행복해요, 진짜!”
먹는 것의 기쁨이란 이런 것이었다.
시연이 흡족해하는 걸 보고 시우가 피식 웃으며 시연을 쳐다봤다.
어린애같이 입가에 뭘 묻힌 녀석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시우는 자신의 손으로 시연의 입가를 닦아내었다.
“천천히 먹어.”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진 시연이다.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시연에게 풀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누군가의 살에 닿는 것 조차 싫어하던 그인데, 자신이 먼저 시연의 볼을 쓰다듬어주고, 입술을 닦아주는 자신이 놀라울 뿐이었다. 자신조차도. 시우는 변해가고 있었다.
시연이라는 여자 때문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었다.
시우의 차가웠던 마음에 시연이라는 뜨거운 열정의 꽃이 들어와 시우의 마음을 단번에 녹이고 있었다.
시연은 그의 장벽을 한번 무너뜨리는 틈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시연은 얼른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하이얀 구름 속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시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두근두근. 미열이 있는 것인가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마도 이유는 권시우라는 남자 때문인 것 같았다…….
-뉴욕(New York)
13시간동안의 지루한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뉴욕에 도착했다.
외국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아주 색달랐다.
외국을 처음와서 더욱 마음이 설레이는 시연이었다.
이것저것 신기한 것 투성인지 시연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떨어지질 않았다.
피곤한지도 모르고 팔팔한 시연을 보자 시우는 안심이 되었다.
뉴욕 힐튼호텔에 도착해 넓은 방에 들어가 짐을 놓고 시연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피곤하지만 호화스런 방을 혼자 쓴다니, 기분 최고였다.
“아하하! 방 진짜 좋네!”
시연은 하하 웃으며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뉴욕거리가 시연의 눈에 꽉 들어찼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굉장히 바쁘게 걸어가는 모습들을 보니 생동감이 넘쳐 기운이 났다.
거대하다. 설레인다. 기분좋다.
똑똑.
시우의 노크에 시연이 얼른 문을 열었다.
“방 마음에 들어?”
“무지요!”
“내려가서 아침 먹자.”
“네!”
시연은 시우와 호텔 레스토랑에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하고, 방에서 휴식을 취한 뒤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 향했다.
미리 도착한 감독님과 스탭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메이크업 받고 헤어를 만졌다.
의상실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촬영장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시연에게 집중했다.
커다란 눈망울에 오똑한 코, 앵두같이 예쁘게 자리잡은 입술을 가진 시연을 보니 인형이 연상되었다.
외국댄서들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시연을 바라보았다.
시연은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Hi! My name is ‘Han.Si.Yeon.’-”
시연이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얘기하자 여자 외국댄서들은 꼬부랑거리는 발음으로 ‘시연!’ ‘시연!’하고 이름을 불렀다. 외국인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쑥쓰러워하고 어색해 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분위기를 시연이 이끌고 있었다.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누구하고나 융화하고 잘 어울리는 시연이었다.
말이 안되면 몸짓으로, 느낌으로 뜻을 전달했다.
“Oh- Ok!”
서로 동작을 맞추며 리허설을 준비하는데, 외국댄서들과 스스럼없이 노는 시연의 모습에 스탭들도 놀랐다.
“yo, si yeon!”
늘씬한 외국미녀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시연이었다.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마력이 그러하였다.
감독님의 지시를 받은 후, 곧바로 뮤직비디오 촬영은 시작되었다.
“큐!”
후속곡 ‘여자니까’의 노래가 시작되고… 카메라가 시연을 클로즈업하여 잡자, 시연의 눈빛이 달라졌다. 생글거리며 리허설을 하던 시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온전히 카리스마로 가득찬 섹시하면서도 멋진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빨려들어가 모두들 숨죽이며 응시했다.
“오케이, 컷!”
감독의 컷소리와 함께 시연의 춤은 멈췄다.
모니터를 한 후, 다시 촬영은 시작되었다.
시연과 외국댄서들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오늘 처음 본 인연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금새 친해져있었다.
같이 춤으로 느끼고, 음악으로 느꼈기에….
스튜디오 촬영이 끝나고, 촬영장소를 옮겨 야외로 나왔다.
스탭들이 촬영준비를 하자, 외국인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시연과 댄서들이 의상을 시원하게 갈아입고 나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외국인들이 구경하는 가운데, 시연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시작되었다.
처음엔 여자댄서들과 춤을 추다, 클라이막스 부분은 시연이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오케이, 좋아! 그대로!”
감독의 사인은 이어지고, 시연이 혼자 춤을 추는 씬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음악과 시연의 댄스가 끝나자 말없이 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환호했다.
“si yeon, very nice!”
“Thank you!”
시연의 춤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밤까지 계속되는 촬영에도 시연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 하나없이 밝았다.
댄서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촬영을 하였고, 드디어 오늘의 촬영은 끝이 났다.
“오케이! 오늘 촬영은 끝났습니다!”
모니터 리뷰 결과를 보고 조감독이 외쳤다.
뉴욕의 밤이 그렇게 깊었다.
타국에서 처음으로 보내는 밤이라 왜이렇게 긴장되고 설레인지.
시연은 한국에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고, PP녀석들에게도 안부 겸 전화를 넣었다.
시라이 젠의 목소리와 후, 도광이의 목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이국땅에서 듣는 목소리라 더 정겨웠다.
“지금 여긴 밤이야. 자기 전에 전화한거야.”
-어때? 괜찮아? 힘들진 않구?
엄마같은 시라이 젠이 줄줄 질문을 늘어놓았다.
“괜찮아. 힘들지도 않구, 재밌어. 뉴욕 좋아. 사람들도 친절하구. 댄서언니들도 다 쿨해.”
-다행이네. 밥은? 밥은 먹었어?
“울엄마랑 똑같은 질문만 하네. 쿡쿡.”
-그러게 나 왜이러냐. 완전 시연군 엄마같잖아. 물가에 내던진 어린애같아서 그래.
“물가에 내던진다는 게 아니라, 내놓은 어린애같다고 하는거야.”
-아, 그렇지.
-이제 나도 좀 바꿔줘!
도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꿔달라고 어린애같이 아우성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라이 젠이 달라붙는 녀석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제자님! 나!
“응. 들려. 뉴욕인데도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린다-”
-헤에. 고추장 가지고 갔어?
“고추장?”
-예전에 우리 뉴욕갈 때 코디들이 고추장이랑 된장이랑 다 싸가지고 가서 밥먹구 그랬는데.
도광의 말에 시연이 꼴깍하고 침을 삼켰다. 군침이 돌았다.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긴 하지만, 역시 밥이 최고다. 한국음식이 뭐니뭐니 최고!
“비빔밥 먹고 싶다.”
-얼른 돌아와. 같이 비빔밥 먹자.
“그래.”
-뉴욕에서 나 많이 생각해야해.
“응. 알았어.”
-끊을까? 피곤하겠다.
“응.”
-사랑해. 빨리와서 숙제 검토해줘!
도광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니 시연은 웃음이 났다.
그렇게 미워하던 PP였는데. 이제는 여자친구들이라고 느껴질만큼 편안 사이가 되어 있었다.
도광의 사랑한다는 말도 이젠 생활어가 되어버렸다.
도광이는 여전히 동생 시원이와 같은 느낌이다. 남동생, 반도광.
시연은 침대에 누워 말똥말똥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피곤할만도 한데 잠은 오지 않고, 누군가 옆에서 자장가라도 불러줘야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시연은 하는수없이 시우의 방으로 건너갔다.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터라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향긋한 아기비누냄새가 시연을 기분좋게 만들었다.
시우가 있기 때문일까, 타국에서 보내는 시간도 즐거웠고,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든든했다.
“잠이 안와요, 사장님.”
“누워서 양을 세봐.”
“양을 세봐도 잠이 안와요.”
“그럼 같이 세줘?”
“그래줄래요?”
시우가 고개를 비스듬히 세워 시연을 쳐다봤다.
그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시연도 눈을 떼지 않고 쳐다봤다.
눈싸움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시연이었다.
시우가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열이면 열, 모두 눈을 피하거나 쑥쓰러워 얼굴을 돌리는 것이 다반사인데, 오직 시연만은 달랐다.
시우의 눈을 정확하게 쳐다보는 건 시연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순수하고 티끌 하나없이 깨끗했다.
“양 세러 가자.”
시우는 시연을 데리고 방을 나왔다.
시연의 방으로 건너가 시연을 재우기 위한 시우의 노력이 시작됐다.
시연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올려 말똥말똥한 눈으로 시우를 쳐다봤고, 의자를 끌어다 앉은 시우는 아무말없이 앉아있었다.
“뭐해요? 자장가 불러줘요!”
“양 센다며.”
“그냥 자장가로 바꿔요. 여기 양도 없어요.”
시우는 웃음이 나는 걸 참았다. 어린애같긴-
“자장자장 우리아가. 빨리 불러요.”
“자장가 듣는다고 잠이 오나?”
“효과 좋아요. 효과 좋은가, 안좋은가 일단 불러보세요.”
거의 억지로 빨리 불러달라는 요구에 시우는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천하의 권시우가, 여자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리라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시연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자장자장 우리아가. 잘도잔다 우리아가……♪”
불빛이 꺼진 방에 달빛이 큰 창가를 통해 새어들어왔다.
뉴욕거리에 반짝이는 밝은 불빛들과 경적소리들 모두 시연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시우의 자장가는 확실히 효과 백배였다.
시우가 옆에 있어준다는 것 자체로 시연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는지, 편하게 잠을 자는 시연이었다.
시연이 잠이 들동안 시우는 한참동안 의자에 앉아있었다.
호텔방에서 내려다보는 뉴욕 야경은 기가 막히도록 멋졌다.
검은 바탕에 별들을 수놓은듯한 야경을 내려다보니 황홀할 정도였으니….
“하… 너무하다, 꼬맹이. 혼자 잠들어 버리다니, 남은 잠 못자게 만들어 놓구…….”
[38]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뮤직비디오 촬영은 계속 되었다.
“지금꺼 좋았어! 시연씨 한번 더 가지!”
“예!”
뉴욕주를 배경으로 이곳저곳에서 촬영을 했다.
지친 기색없이 시연과 댄서들은 촬영에 임했다.
오로지 뮤직비디오 촬영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하나의 뮤비가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고생이 필요했다.
뮤비를 촬영하는 동안, 미국의 유명한 방송사들도 취재를 요청해 왔고, 시연은 인터뷰도 정성스럽게 해주었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동양의 인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시연에게 관심 쏟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완벽하게 마치고, 마지막 날, 감독들과 스탭들, 댄서들과 함께 뒷풀이를 가졌다. 뉴욕의 큰 술집에서 거하게 파티가 한창이다.
“자자, 우리 시연씨 노래 한 곡 들어볼까요?”
“한시연! 한시연!”
“불러줘! 불러줘!”
친해진 스탭들이 시연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부르기를 부추겼고, 시연은 “딱 한 곡 입니다!” 라고 외치고 수줍은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석 깔아준 자리에서 빼고 하는 성격이 아닌 시연인지라 화끈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넘어로…♬”
“아싸아싸아싸!”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스탭들은 하나같이 박수를 치며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었다.
술집에 같이 있는 외국인들도 시연의 흥겨운 노래에 몸을 절로 흔들어댔다.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으싸라 으싸, 으싸라 으싸!”
“깜빡깜빡이는 희미한 기억속에, 그 때 만난 그 사람, 말이 없던 그 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후루후루룩-”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와아아아아!”
시연의 노래가 끝나자 스탭들과 댄서들은 환호를 보냈다.
시연이 들뜬 얼굴로 기뻐하자 시우도 기분이 좋았다.
어디서나 밝게 그 자리를 빛내는 시연이 한편으론 대견스러웠다.
“자! 우리 시연씨 뮤직비디오 대박을 위하여!”
스탭들이 잔을 높이 올려들고 건배를 했다.
시연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화끈하게 술을 들이켰다.
스탭들 하나하나가 주는 술을 모두 감사히 받아 마시는 시연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시우다.
“그만 마시지.”
스탭들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시연이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한 손을 휘휘 내저으며.
“괜찮아요. 괜찮아. 기분이 엄청 좋다구요. 마지막 날인데, 확실하게 풀어야죠~ 아! 미쉘언니 내가 따라줄께요!”
시우에게 안심시키며 웃어주고는 외국댄서 중 한명인 미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짠! 마셔요, 마셔!”
시우에게도 어서 마시라며 재촉이는 시연이다.
시우는 그냥 술잔을 들고만 있고 마시지 않는다.
“왜 안마셔요? 기분인데 마세요!”
“둘 다 마셔서 취하면.”
“에이~ 괜찮아요! 마셔요, 마셔!”
시우는 어쩔 수 없이 한잔을 들이켰다.
술이 들어가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시연은 잘했다며 짝짝 박수를 쳤다.
.
.
택시를 타고 호텔 앞에 내렸다.
시우는 비틀거리는 시연을 제대로 등에 업고 호텔로 올라갔다.
다행히 별다른 주사가 없는 시연이라 힘들지는 않았다.
대신 계속 말을 하는 시연에게 대꾸를 해줘야 하는 시우였다.
“아- 사장님!”
“왜. 듣고 있으니까 말해.”
꼬부랑거리는 말로 이야기하는 시연이.
“그러니까! 채소아 말이예요, 채소아.”
“채소아?”
“그 때- 무슨말 했냐구요….”
“무슨 말이라니?”
시우는 시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 그 때라면.
“귓속말로 뭐라고 그랬는데요…?”
창립기념식 때 채소아에게 시우가 했던 말을 묻는 시연이었다.
“뭐라 그러긴. 알 거 없어.”
그 때 시우는 시연을 선택한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채소아에게 말했었다.
그게 궁금했었나보다.
그런데, 여지껏 묻지 않았던 그 질문을, 술이 취한 상태가 되서야 물어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시우는 그게 더 궁금했다.
“아- 사장님!”
또 시우를 부르는 시연의 목소리.
시우의 등에 업혀 있는 시연은 고개를 부비부비 묻으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요. 이상해요. 너무 이상해요.”
술기운을 빌어 속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감춰두었던 비밀 이야기.
“제가요. 사장님 때문에 이상해진 것 같아요. 되게되게. 봐봐요. 지금도 그러잖아요. 사장님 등이 막 두근두근거리잖아….”
시우의 등이 두근두근거린다는 게 아니었다.
시우의 등이 두근두근거린다는 건… 시연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거였다…….
시연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시우의 등에서 점점 잠이 들고 있었다.
“채소아랑 있는거 보면 신경질이 나구요… 말하고 있는거 보면 짜증이 나구요… 나 아닌 다른 여자랑 있으면 화가 나요….”
시연의 말에 시우가 멈칫하다 결국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등에 업혀 주절주절 천천히 말을 늘어놓고 있는 시연의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
“이게 뭐예요…?”
시연의 물음에 시우도 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이내 피식 웃어 넘겼다.
“글쎄 뭘까….”
답은 하나뿐이었다. 그 답의 키는 시연과 시우가 쥐고 있었다.
시우는 시연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시연을 침대에 눕혔다.
몸이 편안해지자 시연은 몸을 늘어뜨렸다.
“으….”
시연이 갑갑한지 뒤척였다.
시우는 어떻게 할까 시연을 바라만보다 숨을 한번 내쉬고, 손길이 바빠졌다.
단추가 목까지 잠겨있는 윗옷을 벗겨내고, 화장대에 올려놓은 뒤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넌 진짜… 후.”
시우는 시연의 긴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네 옆에 있으면, 화가 나….”
시연의 답은 곧 시우의 답이었다. 답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시우는 시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불을 꺼주고 방을 나왔다.
사랑…이야.
다음날.
시연의 호텔방안으로 눈부신 아침햇살이 들어왔다.
머리가 깨어질 듯한 아픔에 시연은 살며시 눈을 떴다.
‘어제 너무 과음을 했나.’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나자 눈 앞에 시우가 보였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시우가 보이자 눈을 번쩍떴다.
“어!”
“이제야 일어났군.”
시우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자, 가물가물한 어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무언가 휑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리는 순간, 화라락! 시연은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
“꺄아아아!”
“오랜만인데, 아침 발성.”
슬림차림에 시연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다니!
시우의 무표정함에 시연은 소리를 꽥 질렀다.
“뭐한거예요! 사장님이 이렇게 벗긴거예요?”
“잊었나본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옷을 벗겨버린다는 말. 기억 못하나?”
시우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시연이 말했다.
“왜 남의 옷을 훌렁훌렁 벗긴거예요!”
“훌렁훌렁 벗기진 않았어. 하도 뒤척여서 힘들게 벗긴거야.”
시우의 말에 황당한 눈을 하고 올려다보는 시연.
“네 생명을 구해준 사람한테 아침부터 이렇게 윽박질러도 되는거야?”
시연은 입을 꽁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시연은 잠잘 때 무조건 편안한 옷으로 간편하게 입고 자는 편이었고, 당연히 술 마신 사람의 옷은 숨통이 트이도록 벗겨주는게 맞는 것이었다.
어제 단추도 목까지 여러개달린 옷이었으니, 생각해보니 시우가 맞았다.
“고마워요!”
“그래야지.”
시우의 얼굴을 똑바로 보던 시연이 갑자기 어제의 일이 띄엄띄엄 생각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장님, 내가 뭐 실수한 거 없어요?”
“실수? 잘 생각해봐.”
<나 아닌 다른 여자랑 있으면 화가 나요….>
“……!”
어제의 고백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시연의 얼굴은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다.
“생각났나보네?”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시연이 얼굴을 이불에 푹 파묻어버렸다.
‘한시연, 너 대체 뭐한거니?’
시연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을 때, 시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옷입어. 아침 먹어야지.”
시우는 시연을 배려해 식사를 방으로 가져왔다.
명색에 한국여가수가 부스스한 차림으로 레스토랑에 내려가 밥을 먹을 순없지 않는가.
시연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준 시우에게 감사했다.
“오늘 하루 더 있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갈꺼야.”
시연이 아침식사를 하는 걸 보고만 있던 시우가 말을 꺼냈다.
“내일 아침 비행기요?”
“응.”
시연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온날부터 촬영만 하느라, 구경도 못하고 관광도 못했는데, 잘 됐다.
“지금부터 내 얘기 잘들어. 오늘 중요한 계약건이 있어.”
“계약이요?”
“뉴욕의 크리스탈C 화장품 회사랑 광고모델 계약하기로 했어.”
“진짜요?!”
시연은 식사를 멈추고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시우를 바라봤다.
‘크리스탈C’라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그 유명한!
헐리우드 여배우들도 한번만 모델을 하고 싶어서 안달을 낸다는 그 큰 화장품 회사!
‘크리스탈C’ 광고주가 찾는 이미지가 단아하고 인형같이 신비스러우면서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동양인이었다. 마침 시연의 활동모습을 보고 그쪽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온 것이었다. 한국인인 시연이, 아시아 최초로 이 회사의 모델이 되는 기회가 왔다.
이건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씻고 준비해.”
“네! 알았어요!”
시연은 밥도 먹다말고 바로 욕실로 달려들어갔다.
얼마나 좋은지 허둥지둥대는 그 모습도 귀여웠다.
뉴욕의 본사로 가니, ‘크리스탈C’ 크리스사장이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시우와 시연은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차를 한잔 마셨다.
시우의 영어실력은 굉장히 유창했다. 옆에 있던 시연도 놀랄 정도였다.
계약서를 받고는 천천히 읽어보는 시우와 시연.
“떨려요.”
“떨릴 거 없어.”
시연은 계약서 맨 밑에 써있는 계약금액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단히 높은 금액인 것 같은데…
“이게 공이 몇 개야?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100억.”
“헉!”
100억이라는 소리에 시연은 옆에서 말도 못하고 놀라고만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금액에 놀랄 뿐이었다.
시우는 조건을 천천히 읽어보았고, 좋은 계약조건에 만족했다.
“이 정도면 좋은조건인데.”
시우가 말하자 시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시연과 시우가 싸인을 마쳤고 계약은 그렇게 순조롭게 성사되었다.
크리스사장이 밖에까지 배웅을 나왔고, 시연과 시우는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
얼떨떨한지 정신을 못차리는 시연을 시우가 불렀다.
“한시연씨.”
“사장님, 제가요. 이 화장품 CF를 한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는데요, 계약금이 100억이라는 거는 더더 믿기지가 않네요.”
“하하.”
역시 한시연이다. 시우가 웃자 덩달아 시연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 꿈같애! 아! 그럼 나 2억 다 갚은 거예요! 3달안에!”
“안받을껀데?”
“네에?”
“100억 너꺼야. 넌 벌써 2억 갚았어, 아주 오래전에.”
알 수 없는 시우의 말에 시연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며 바보같이 헤-하고 웃었다.
“그럼 빚 하나 더 질께요! 잠깐 키 낮춰보세요.”
“……?”
“얼른요!”
시연의 말대로 시우 살짝 몸을 낮췄다. 시연은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시우의 볼에 뽀뽀를 했다.
시연의 촉촉한 입술이 시우의 볼에 닿았다.
‘쪽-’
시연이 입술을 떼었을 때, 바로 시우의 입술이 시연의 입술을 찾았다.
“……!”
시우의 기습키스에 놀란 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부드러운 키스에 시연은 눈을 꼬옥 감았다.
살짝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시우가 시연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달콤한 첫키스…….
[39]
#공항
기자들이 공항에 진을 치고 있었다.
예상대로 공항을 거의 가득 메우고 있었고, 팬들도 나와있었다.
시우가 이럴 것을 미리 대비해 귀국시간을 미뤘지만, 그래도 시연을 취재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은 많았다.
시연의 후속곡 컨셉이 목말라있던 패션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한편, 크리스탈C의 광고모델이 되었다는 대소식이 더해져 공항엔 기자들과 사람들이 시연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다.
시우와 시연은 시간을 조금 늦춰 귀국했다.
출국 게이트가 열리고 시연과 시우가 나오는 순간, 공항에 있던 기자들이 삽시간에 둘을 둘러쌌다.
몰려든 기자들 때문에 행여 시연이 다칠까 시우는 철저하게 보호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매니저들과 보디가드, 경찰들이 안전하게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한시연씨,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네, 아주 좋습니다.”
시연은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밝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크리스탈C에서 백억대의 몸값으로 광고모델이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기쁩니다.”
질문이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 다 대답해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대답을 해주는 시연이다.
간단하게 답을 해도 기자들에겐 그 시연의 말한마디가 생수였다.
“한시연씨! 뉴욕에 있는 동안 음반판매량이 1위로 오르신 거 아십니까?”
“미국진출이 있을거라고 하던데, 거기에 대해 한마디 좀 해주시죠!”
“한시연씨! 여기 한번만 봐주세요!”
인터뷰를 하려고 기자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기자들간의 몸싸움도 대단히 치열했다.
보디가드와 시우가 시연을 안전하게 보호해 큰 사고없이 차에 태웠다.
시연이 탄 차의 문은 굳게 닫혔고, 창문에 달라붙은 기자들은 정신없이 카메라에 시연을 담아냈다.
“휴.”
시연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짧은 숨에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우는 매니저와 앞좌석에 앉았고, 시연은 편하게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에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보고 뉴욕에서의 일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 다시 한번 그려진다.
시우와의 첫키스… 비밀스럽고 신비한 일에 시연의 얼굴은 금새 빨개졌다.
...
키스를 하고나서 시연은 어쩔 줄 몰라하며 물었다.
그 모습은 앙증맞게도 깨물어 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나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
시우의 대답에 시연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고…
이어지는 시우의 말에 시연은 수줍은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한시연, 내가 지킬께, 내 여자니까.
시우는 시연의 손을 잡았고, 시연은 처음으로 그의 손이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
약속대로 시연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방도 꾸며져 있었고, 시연의 짐도 다 정리가 되어있었다.
이제야 안정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은 시연이 집에 들어서자 껴안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세를 외치며 시연을 응원했다.
뉴욕에서 돌아온 시연의 인생은 또 달라져 있었다.
국내에서 후속곡의 반응은 가히 폭발이라 할만큼 굉장했다.
첫키스와 다른 분위기인 ‘여자니까’ 스타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사이에선 시연의 머리모양부터 옷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있었고, 시연의 브랜드로 모델을 제의하는 회사가 하루에도 물밀 듯 쏟아져 들어왔다.
크리스탈C 화장품의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시연을 최고로 올려놓기 바빴다.
한시연 1인이 기업이 되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연은 후속곡 활동을 계속하며 바로 2집 준비를 했다.
#녹음실
“시연군, 지금 이 파트 다시 한번!”
“응!”
밖에서 시라이 젠이 말했고, 녹음실 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껴고 있는 시연이 알겠다고 손을 들어보인다.
다시 한번 노래가 시작되었고, 시라이 젠의 곡에 시연의 노래가 입혀진다.
제자 시연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음반까지 맡아야 하는 건 PP의 의무가 되어버렸다.
실력파 젠이 시연의 2집 노래를 완성했고, 시연은 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녹음을 하고 있을 때, 녹음실에 도광이 들어왔다.
녹음기사분들과 프로듀서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가사를 중얼댔다.
“Ok! 도광이 파트 들어가야 하니까, 시연군 이제 나와. 잘했어.”
젠의 말에 시연은 헤벌쭉 웃으며 녹음실을 나왔다.
그동안 더 헬쓱해진 시연이었다. 그래도 밝은 빛이 나는 건 여전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은 누구나 견디기 힘들었지만, 시연은 이를 꽉 물고 이겨내고 있었다.
시연이 나오자, 도광이 쪼르르 달려갔다.
“물 마셔-”
“고마워.”
도광이 내민 생수병을 받아들었다.
시연은 도광에게 미안했다. 숙제도 보지 못하고….
시연에게 한번 웃어주고 녹음실로 들어가는 도광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는 시연이.
‘그래, 오늘 말하자.’
남자 랩파트는 도광이 맡았다.
시라이 젠이 만든 이번 노래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였다.
도광은 랩을 하고 시연은 노래를 하여 곡을 완성했다.
도광의 녹음이 끝나고, 시라이 젠은 뒷작업이 있다고 하여 남겨두고 둘이 녹음실을 나왔다.
차를 가지고 온 도광이 시연을 앞에 태웠다.
“아무도 안탔던 자리야-”
시연이 뉴욕에 있는 동안, 도광은 차를 샀다.
제일 먼저 시연을 앞좌석에 앉히고 싶어서 남겨두었는데, 오늘 그 자리를 내놓았다.
“우리 드라이브 할까?”
도광의 애기같은 웃음에 시연은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고개만 끄덕였다.
신나는 노래가 차 안을 가득 메우는데, 전부 PP노래였다.
자기가 자기노래 부르며 신나하는 도광을 보자 시연은 피식 웃음이 났다.
“YO! 신나게 행복하게 씩씩하게 용감하게- 앞을 보며 달려 달려-♬”
.
.
시연의 집 앞에 도착.
안전벨트를 푸르고 시연은 도광의 눈을 바라봤다.
“도광아.”
“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도광의 강아지같은 큰 눈은 더 커졌고 이내 자기라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시연은 성격대로 시원하게, 정직하게 도광에게 말했다. 솔직하고 질질끄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니 당연했고, 또 그래야 도광이도 상처받지 않을테니까 시연은 말해야했다.
“미안.”
시연의 입에서 미안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도광의 표정은 금새 시무룩해졌다.
“누군데. 좋아하는 사람.”
“…항상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
시연의 대답에 도광은 시우 형이라는 걸 알았고, 고개를 떨구며 시선을 피했다.
“널 좋아해, 친구로써. 아주 많이. 그런데 사랑은 아닌 거 같아.”
“…….”
도광은 아무말이 없었다.
도광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아 시연의 마음 또한 아팠다.
“몰랐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
“나도 힘들어져. 나 너 아니면 안된다고 했잖아. 숙제하면 사랑하기로 했잖아.”
“도광아… 난 널 소중하게 생각해. 그런데, 사랑은 아닌 것 같아. 널 보면 그냥 편안해질 뿐이야. 날 언제나 바라봐 주고 사랑해주지만, 내 마음은… 권시우라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어. 지금 너가 나한테 해주고 싶은 게 많듯이 나도 그 사람한테 해주고 싶은 게 많아. 내가 이렇게 잔인하게까지 말하는 건, 도광이 널 위해서야. 내 마음 이해하겠어?”
“몰라.”
도광의 어린애같은 대답에 시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아니어두 널 사랑하는 사람들 많잖아. 그 사람들을 다 짝사랑으로 벌 세울 거야?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내가 널 사랑해버리면 난 그 순간 불타버리게 될걸!”
도광은 입을 꾹 다물고 시연을 바라보았다.
“친구로 지내자, 잘 부탁해!”
시연이 내미는 손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도광이 입을 열었다.
“난 친구 안해. 포기안해!”
“친구해!”
“싫어! 아무리 상대가 시우 형이라도 뺏을꺼야! 골키퍼 있다고 공 못들어가란 법 있어? 아직 숙제도 안보여줬는데-”
“그래두 친구해!”
“못해!”
둘이 씩씩거리며 말하는 것이 꼭 두 형제가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참 이상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시연이 내민 손을 쏙 빼고 팔짱을 꼈다.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거 문제네.”
자화자찬에 빠진 시연을 더욱 부추기는 도광이.
“맞아! 그렇게 사랑스러우면 어떡해!”
“태생이 이런걸 어떡하라구!”
“그건 어쩔 수 없지.”
갑자기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도광의 말에 시연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모님께 감사드려야지.”
“나 지금 인사드릴꺼야! 형보다 먼저 인사해서 점수 딸꺼야!”
“안돼! 들어오지마!”
시연은 얼른 차에서 내렸고, 도광이도 차에 재빨리 내렸다.
“나 진짜 삐질꺼야!”
이 막무가내인 여자. 지금 누가 삐져야하는 상황인데. 시연의 말에 멈칫하는 도광이다. 이 녀석도 이 여자의 말이라면 누구처럼 꼼짝을 못한다.
“우리 친구하는 거다!”
시연이 도광의 앞으로 달려와 소리쳤다.
“친구 싫은데…….”
기어들어가는 도광의 목소리를 듣고 시연이 더 크게 말했다.
“그럼 누나해줄께!”
신이시여, 이 여자를 어떻게 하오리까.
도광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시연이 다시 외쳤다.
“알았어! 그럼 여동생!”
“누나도 해주고 여동생도 해줘. 그럼 난 그 누나랑 여동생을 좋아하는 남자가 될께.”
도광의 해바라기같은 꽃은 시연도 꺾을 수 없다.
마음의 꽃은 이미 햇빛을 보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시연이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어차피 근친은 안되는 거니까.”
“난 근친도 무시해. 반도광은 한시연한테 미쳤거든.”
그래, 반도광답다. 시연은 녀석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가 누군가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일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기에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도광은 산뜻한 웃음을 지어보이곤 차에 올라탔다.
“형보고 단단히 긴장하라고 해. 골키퍼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꼭 전해줘.”
“그래. 전할게. 되게 긴장할꺼야.”
“응. 나 갈게, 누나-”
‘픽’ 웃는 시연이다. 도광이 차에 시동을 걸었고, 한 손을 흔들어주고는 차를 움직여 동네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시연이. 한참을 그러고 있는 중에, “누가 긴장을 해?”시우의 목소리에 시연이 토끼눈을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따라 더 멋있는 시우가 한 손엔 꽃을 또 한 손엔 케익을 들고 서있었다.
짙은 눈썹은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깜짝이야! 왜 인기척도 없이 사람을 놀래켜요!”
오히려 더 당당한 시연이다.
시우에게 소리를 치다 시우의 손에 들린 이쁜 꽃을 보고 그것에 관심이 돌아갔다.
“이게 뭐예요? 이쁘다~”
시연이 묻자, 시우는 선물들을 얼른 뒤로 숨겼다.
“어머! 쪼잔하게!”
질투하는지, 삐친 척하는 시우다.
그를 보고 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 버렸다.
“질투하는 거예요? 네?”
“질투안해!”
“질투하면서.”
“맞아. 질투해. 나 질투 많아. 그러니까 질투 안나게 나만 봐.”
시연은 얼른 시우에게 다가가 볼을 살짝 꼬집었다.
“질투하지마요. 질투쟁이.”
“질투하게 하지마.”
“권시우밖에 안보이니까 걱정마셔요!”
시우는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에 있던 것들을 시연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선물에 시연은 웃음꽃이 환하게 폈다.
“꽃이랑 케익이네? 이 꽃 너무 이쁘다~ 무슨 꽃이예요?”
“스노우드롭. 1월 1일 한시연 탄생화.”
“와! 내 탄생화요? 너무너무 이쁘다!”
시우가 꽃을 내밀자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하얀 눈꽃같은 스노우드롭은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깨끗했다. 고귀했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나던 날 눈이 엄청 많이 왔었대. 이브가 너무 추워서 절망하고 있을 때 천사가 내려와 위로하면서 하얀 눈송이를 손으로 저었는데, 그 하얀 눈송이가 스노우드롭으로 변했대. 그 때부터 스노우드롭 꽃은 매년 겨울에 피어나는데 추위에 떨고 있을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렇대. 한시연처럼.”
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 스노우드롭.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위해 피어나는 순백의 꽃.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시연과 너무나 많이 닮은 탄생화였다.
“스노우드롭이 탄생화인 사람은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인내심을 가진 성격이라던데, 닮았어. 많이.”
시우의 따뜻한 말에 시연이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하얀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시연의 모습은 스노우드롭과 어울렸다.
“고마워요.”
“고마우면 나 질투나게 하지마.”
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꽃을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있는 시연을 보며 시우가 입술을 열었다.
“그 꽃도 너무 이뻐하지는 마. 난 꽃도 질투하니까.”
[40]
시우에게 받은 꽃과 케익을 가지고 집에 들어가자 시연의 엄마가 받아들며 좋아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파티하라고 집에 들어가자는 걸 한사코를 사양하며 시우는 뒤돌아 섰다.
시우의 배려에 시연은 고마웠다.
“누구한테 받은거야? 팬?”
“아뇨. 사장님.”
“권사장님이? 어머, 꽃이 너무 이쁘다.”
“사장님이 누나한테 이런 것도 줘? 왜?”
“왜긴 왜야! 날 좋아하니까 그렇지.”
“뭐?”
시연의 말에 가족 모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시연을 쳐다봤다.
“우리 사랑하고 있어요.”
시연은 가족들에겐 모든 털어놓았다.
시연은 가족들이 반대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경사났네! 경사났어!”
몇초간 시연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가족들이 일제히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뭐야? 왜이래요?”
오히려 시연이 당황해 묻자 가족들은 헤벌쭉 웃으며 대답했다.
“우린 권사장님 쪼아♡”
띠옹. 반대도 좀 해주고! 딸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하고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엔 권시우라는 남자가 시연의 가족들에게 큰 사랑과 힘이 되어있었다.
그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춤을 추는 가족들을 보니 단단히 시우가 맘에 들었나보다.
사실, 시연의 부모님은 이제까지 권시우 사장을 보아오며 마음에 점찍어 두고 계셨다.
그의 진심을 보고 가족들은 모두 시우를 좋아했다.
시연에게 티내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시연의 가족들을 보살펴 주었고, 풍족한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준 시우였다.
시연의 집을 살려준대다, 시연을 톱가수로 만들어주기까지 했고, 거기다 타고난 기품있는 교양과 매너에 그동안 보아오며 뿅가버린 것이었다.
가족들은 두배로 기쁜 일이 늘어났다며 좋아하며 케익을 꺼내고 저녁상을 차렸다.
가족들과 한참 저녁밥을 먹고 있다가, 시연이 ‘아!’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녹음실에 깜빡하고 가사집하고 모자를 두고 왔네.”
“그래? 녹음실 가까워?”
“응.”
“그럼 얼른 가지고 와.”
“그럴까? 이 밤에 혼자는 무서운디.”
시연이 무섭다고 하자, 가족들은 시연의 눈을 피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왜 웃어! 나도 여자야! 무섭단말야. 나 귀신 제일 무서워하는 거 몰라?”
“왜 사장님 앞에서 내숭떨 준비를 미리 하고 그러시나.”
시원의 말에 시연이 버럭 소리를 냈다.
“나 진짜 귀신 무서워 해!”
“알았어, 알았어. 내가 같이 가줄께!”
“그래, 시원이 너가 누나 따라 갔다와.”
“옛썰!”
시원이 따라나서기로 하고, 옷을 챙겨입었다.
시연은 계속 ‘원래 귀신 무서워했어- 나 내숭떠는 거 아냐-’ 이 말을 반복했다.
“나 내숭 아니야!”
가족들은 한대 입을 모아 외쳤다.
“알았어!”
시연은 오랜만에 시원과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많이 든든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녀석이 운동을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누나, 녹음실에 PP 형들 있을까?”
이 따식.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탑-가수가 된 누나를 옆에 두고 피피를 찾다니.
시원은 아직 소년티를 벗으려면 멀었나보다.
“시간이 늦어서 아무도 없을껄.”
“아, 아쉽다. 나 PP 형들 또 보고 싶은데-”
시원과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택시를 기다렸다.
“누나, 채소아 실제로 봤어? 실제로도 그렇게 이뻐?”
“채소아 얘기는 꺼내지도 마!”
버럭 소리치는 시연을 보며 시원이 쫄아서 말했다.
“알았어, 근데 왜 그렇게 화내는데?”
“채소아 싫어!”
“이쁘던데.”
“칵!”
시연은 그대로다.
시원은 가수가 되기 전이나, 가수가 된 후에나 똑같은 친누나인 걸 느끼자 기분이 좋아졌다.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우리 누나다.
누나가 바뀌어서 너무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던 시원이었다.
멀어질래야 멀어질 수 없는 여전히 똑같은 시연이 옆에 서있다니, 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바보같이 실실 웃는 동생을 보고 시연이 말했다.
“왜 반도광을 따라해?”
기다리던 택시가 바로 왔고, 시연과 시원은 뒷좌석에 올라탔다.
“누나가 예전하고 똑같아.”
“내가 똑같지. 성형안했잖아.”
“난 울누나가 젤루 좋다!”
“짜식. 그렇지! 누나가 PP보다 더 좋지?”
시연은 환희에 찬 얼굴로 물었는데, 시원은 대답을 하지 않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시원이 귀여운지 시연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장난을 쳤다.
시원과 시연을 태운 택시는 기획사로 향했다.
#기획사.
“우와. 여기가 누나네 회사? 큰데!”
“크지? 나 처음에 여기와서 얼마나 놀랬는데. 그 때도 이 시간 때 쯤이었다.”
시원은 시연을 쫄래쫄래 따라가며 빌딩 이곳저곳에 눈을 돌렸다.
경비아저씨께 녹음실 키를 받아서 시연은 녹음실이 있는 곳으로 시원을 데리고 갔다.
“누나. 나 꿈이 생겼어.”
“꿈? 뭔데?”
갑자기 들뜬 기분으로 말하기 시작하는 시원이다.
“사장님! 엔터테인먼트 사장님!”
“될 수 있을꺼야.”
“응!”
두 남매는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녹음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시연은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다.
“아!”
“……!”
시연과 부딪친 누군가는 새린이었다.
“새린씨?”
시연과 부딪쳐 놀란 건 새린도 마찬가지였다.
눈이 동그래져서는 덜덜 떨며 시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연은 새린을 보다, 옆에 떨어진 CD들로 눈을 돌렸다.
새린은 엎어지면서 쏟아진 CD들을 감추려고 황급히 줍기 시작했다.
그 CD들에는 시연의 2집 녹음작업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새린이 방금 녹음실에서 나와 그것들을 가지고 가려다 시연에게 딱 들켜버린 것이었다.
시연은 그 사실을 감지하고 새린을 무서운 눈으로 쳐다봤다.
“내놔요.”
다 주운 CD들을 감추며 도망가기 시작하는 새린! 시원은 눈치껏 새린을 쫓아가 잡았다.
어디도 못가게 잡아둔 새린을 녹음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떨고있는 새린이 CD들을 가슴에 품은 채 소파 밑에 쭈그려 앉았다.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시죠.”
“…….”
“강새린씨!”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새린이었다.
“나한테 왜이래요?”
“…….”
“그거 빼돌려서 뭐하게요? 누가 시킨거예요, 아님 새린씨 혼자 이러는 거예요?”
“미…”
“미안하다고 사과할 문제 아니예요.”
시원은 새린의 품에서 CD를 빼앗아 시연에게 넘겼다. 시연은 그 CD를 틀어보았고, 역시 새린이 훔쳐가려고 하는 건 오늘 도광과 시연이 녹음한 시라이 젠의 곡이었다.
“정말 새린씨 무서운 사람이네. 그래도 난 믿었는데, 내가 사람 잘못본거네. 이유가 뭐예요? 돈 때문이예요? 아님 정말 내가 밉고 싫어서 이러는 거예요?”
시연의 말에 여전히 대답없이 손톱만 만지작거리는 새린.
“이건 나 뿐만 고생한 게 아니야. 도광이도 시라이도 모두 밤새 작업하고 밤새 쉬지 않고 나온 결과란 말이야! 그런데 그걸 한순간에 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야? 새린씨가 나 싫어하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도 내 사람이니까, 내 일을 도와주는 멋진 여자니까 같이 일하면서 잘지낼 수 있겠지 했어. 그런데 내가 그동안 아주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그렇지?”
“…….”
배신감에 찬 시연의 목소리도 떨려왔다. 그동안 수고했던 앨범준비가 고스란히 날아갈 뻔한 걸 생각하니 마음부터 다리까지 떨려왔다. 시연 뿐만 아닌, 모두가 열심히 한 것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뻔한 걸 겪으니 당연했다.
“날 싫어할 수는 있어.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날 괴롭히고 싫어해도 이런 짓까진 정말 하지 말아야 하잖아! 이건 너무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거잖아!”
시연의 말에 새린의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예요? 단지 내가 싫어하는 이러는 거예요? 새린씨가 이러는 이유, 알아야겠어.”
새린은 갑자기 일어나 도망가려고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시연은 그녀를 빠르게 잡아챘다. 그리고 새린을 벽에다 몰아부쳤다.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뭔데!”
시연은 벽을 한손으로 탕 치며 똑바로 새린을 쳐다봤다.
새린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렀다.
“이러면… 이러기라도 해야… 하니까.”
“뭐라구요?”
“반도광이 좋은 걸 어떡하란말야! 이렇게 해서라도 관심 받고 싶어서 그래!”
예상 외의 새린의 대답이었다.
눈물을 마구 흘리며 악에 받치듯 소리쳤다.
“그래! 컨셉 빼돌리고! 곡까지 빼돌리려고 했어! 반도광이 널 좋아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야! 싫었어. 내가 가지지 못하는 걸 가진 너가 부러우면서 미웠어! 화가나서 그랬어! 난 언제나 안되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은 날 봐주지 않으니까! 언제나 난 뒷전이고 반도광은 너만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랬어!”
시원은 갑자기 변하는 두 얼굴을 가진 여자의 모습에 입을 떡 벌어졌다.
하지만 시연은 침착했다. 가만히 강새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사랑만 받는 넌 몰라! 이쁜 넌 내 맘 조금도 몰라! 인기많은 넌 사랑도 쉽겠지!”
새린은 계속해서 악을 질러댔다.
“난 안이쁘고 촌스럽고, 내 부모를 원망할만큼 난 바보같고 아름답지 않아. 그래서 무시를 받아. 그래서 사랑도 못…”
‘찰싹!’
시연은 새린의 뺨을 내려쳤다.
시원도 새린도 놀라 두 눈이 커졌고, 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새린을 무섭게 쳐다봤다.
“넌 부모를 원망할 자격 없어! 뭐, 바보같고 아름답지 않다고? 그래서 무시를 받는다고? 착각하지마! 얼굴 때문이라고 말하지마! 부모님이 낳아준 귀한 몸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넌 네 마음이 삐뚤어져 있는 거야!”
새린은 한손으로 뺨을 감싸고 눈물을 바닥으로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안 이쁘고 촌스러운 건 꾸미기 나름이야. 반도광이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한번쯤 진심으로 다가간 적있어? 도광이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이러지 못해. 도광이가 좋아하는 여자들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이렇게 뒤에서 괴롭히고 나쁜 짓 꾸미는 게 강새린의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왜 이런 유치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거야?”
시연은 정말로 화가났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은 어디서나 빛이 난다.
새린에게 그런 빛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녀는 너무나 자신감이 없었고, 자신 스스로를 비하시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거기에 단단히 화가 난 시연이었다.
“사람 얼굴엔 모든 게 쓰여있어. 나쁜 짓을 하는 사람 얼굴은 나쁜 얼굴이 들어가있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 얼굴엔 착한 얼굴이 들어가있어. 강새린씨는 나쁜 얼굴이 들어가있는데, 당연히 착하게 보이고 이뻐보일 리가 없지.”
“흐흑…….”
새린은 스르륵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사람 얼굴 다 다르듯이 각자 매력 다른거야. 이쁘지 않은 사람은 없어. 꾸미지 않고 가꾸지 않으니까, 자꾸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해서 자신을 비하시키니까 이쁜 얼굴도 변해가는거야. 꾸며. 자기가 코디면서 왜 자기는 안꾸며. 남은 이쁘게 꾸며주면서 왜 자기는 꾸미지 않는 건데?”
시연은 울고 있는 새린에게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
“코닦아!”
새린은 시연이 내민 휴지를 받았다.
“한시연 코디면 한시연 코디답게 당당해져!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어! 이뻐서 당당한 게 아니라, 당당하니까 이뻐보이는 거야. 이제부터 당당해져. 강새린은 그럴 수 있잖아.”
시연의 말에 새린은 눈물을 더 쏟아냈다.
시연은 티슈를 몇장 더 뽑아주며 외쳤다.
“그만 울어! 티슈 아까워! 이거 고급이란 말야. 나도 몇 번밖에 못써본거야.”
시연의 말에 시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고, 새린도 코를 풀다 웃었다.
“뭐야! 울다 웃으면 어떡해? 참 이상한 사람이네. 그리고 도광이랑 나, 우린 남매야! 난 도광이 누나라고. 알겠어?”
“…닮고 싶었어.”
작은 목소리로 새린이 말했다.
시연은 귀에다 손을 갖다대며 물었다.
“뭐라구?”
“닮고 싶었다구. 반도광이 좋아할만한 여자니까 더 미운 거였는지도 몰라. 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새린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넌 좀 달라. 다른 여자연예인들이랑. 내가 괴롭히면 언제나 물러나주던 약한빠진 애들만 보다가 한시연을 만나고 완전 참패했어.”
새린은 시연에게 못되게 굴어서 그걸 빌미로 도광에게 협박하며 다가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연은 이상하게도 그런 방법이 통하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나 도광에게 하소연을 하며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통방법으론 시연을 이기기 어려웠다. 시연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나! 밥먹으러 가자!”
시연이 새린을 일으켜 세웠다.
새린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시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밥 먹었는데..”
“일어나! 난 밥 먹다 나왔어! 시원아, 거기 모자 챙겨! 나와.”
※불펌, 개인소장 하지 마시고, 단비 카페 안에서 즐겨주세요※
다음편 너무 기대..ㅜㅜ 시연이 정말 짱인듯 ㅎㅎ
시연이 정말 멋져!!!!!!
완전 ㅋㅋ 시연이 너무 멋져요!!~~ 닮고싶어요!! ㅋㅋ 담편 기대기대 ~~~
담편언제나와용??ㅜㅜ
시연이 진짜 성격좋다~ 담편 언제 나와요??
41편 보고싶어요 올려주세여~
마력 보고파열,,,,,ㅠ
담편 빨리 보고싶어요~~ㅠㅠ 언능 보구싶다!! 마력 대박
다음편!!!!!!!!!!!!!!!!!!!!!!!!!!!!!!!ㅠㅠ
다음편은 안올려주세요??한달이 넘게 지났는데ㅠㅠㅠㅠㅠㅠ너무기다리고 있어요
보고싶어요~~ ㅠㅠ 기다리고 있어용
시연이 정말 대단 하네요 ㅋㅋ 멋있어요~~~ 마력 저번에 빌려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도 지루해 지지가 않내요 3번이나 빌려봤요 넘 재미있어서 물론 돈은 정말 많이 들어갔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다시봐도 정말 마력있네요ㅎㅎ 다음편 빨리보고싶어요♡
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핫 지존 짱이당~
엄청 기다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속쉬원해여!ㅋㅋㅋㅋㅋㅋ
시연이 최고오오오오오~~~~
이야울~~~~역시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ㅜ ㅜ 더 많이 보고시픈데 !
시우너무멋잇다 ㅠㅠ
잘되서 좋아요^^. 그리고 조폭사장님 너무 멋진걸요?
시연이 멋잇다 +ㅁ+ 헤헤
와~ 시연이 되게 멋있네요~ 새린이는 착해지나요? ㅎㅎ
시연이 성격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시연이 성격 쵝오!
시연이 대박이요!!!!!!!!!
내가 이 순간 만을 기다렸지! ㅋㅋ 언젠가 친해질줄 알았다니까 > <//
아최고에요!! >0< 짱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연이 완전최고!!!
성격 쿨 걸
와우 시연이 넘 좋아요. 이런 친구한명있으면 너무 좋겠다.
역시나! 시연이는 최고!!!!!!
최고다, 진짜 +_ +
새린이.....왜그러니! ㅠㅠ 시연이가 사람 여럿 바꿔놓데~ 도광이랑 새린이가 됫음 조켓다....은근?ㅋ
역시 시연이야!♥
쏘쿨~~
도광이어쩌니ㅠㅠ
역시 시연이야♥ 시연이 최공 꺅
새린이가 시연이 덕분에 새사람이 됬구나~ 역시 시연이의 마력은 대단해.
시연이가 짱이다!!!!
나는 시연이 짱 좋아용^^
새린이도 이제 정신차렸겠죵???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