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칠보는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7세기경 나라[奈良] 근교의 무덤에서 발견된 금속제 칠보 유물이 일본 칠보의 기원으로 보인다. 8세기에 편찬된 다이호 율령은 금속과 '유리장식'을 담당하는 관리를 둘 것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17세기까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도닌 히라타(1591~1646)가 한국인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서 칠보용기를 만들었을 때 그를 후원했던 일본의 통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그의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금속제 칠보장식이 달린 무복, 미닫이문의 장석(裝錫)과 교토[京都]의 가츠라 궁[桂宮]에 있는 상인방이 칠보로 장식되었다. 그의 가족은 유선칠보와 조금칠보 방식으로 소형의 칠보장식품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19세기 후반까지 교역을 계속했다.
그후 가지 쓰네 기이치(1803~83)와 그의 제자들이 나고야[名古屋]에 성공적인 유선칠보 제조공장을 세웠으며 특히 외국인들 사이에 상당히 유행했다. 가지는 황동제 윤곽선과 불투명 칠보를 사용했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은제 윤곽선을 사용했으며 투명·반투명 칠보를 동시에 만들어 작업했다. 더욱이 그들은 뛰어난 재능으로 유선칠보 과정으로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나무나 꽃 등 아주 사실적이고 정교한 유선칠보 작업을 단시간에 재생산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880년 칠보색의 아름다움과 광택을 지닌 무선칠보가 생산되었다. 19세기 후반에 도쿄[東京]의 나미쿠와 소스케 공장의 장인들은 이 기술이 가장 뛰어났다. 나고야의 주베이 안도 공장은 더욱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적 발달은 칠보예술을 옛 전통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칠보공예 특유의 장인정신이 상업성에 의해 오염될 우려를 낳았다.
Macropaedia| 洪正實 글
한국의 칠보
삼국시대에 이미 시작된 한국의 칠보는 '파란'이라고 하는데, 이는 칠보를 부르는 또다른 이름인 법랑의 중국식 발음에서 기인했다고도 하며 혹은 한국의 칠보가 파란색이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파란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최초의 한국 칠보는 5, 6세기의 신라시대 고분으로 추정되는 경주의 금령총(金鈴塚)에서 출토된 금지환(金指環)을 들 수 있는데, 이 초기의 칠보는 파란색 한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고 500℃ 정도의 저온에서 구운 저화도 칠보이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더욱 발달했으리라 추정되지만 현재까지는 유물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기록에 의하면 에도[江戶] 시대에 교토에 거주했던 칠보사인 히라타 시로[平田四郞:1596~1615]가 일찍이 조선인으로부터 칠보기법을 배웠다고 하여, 조선에서 칠보가 발달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유물들은 대체로 조선시대 후기의 작품들이며, 이들만을 고찰해보아도 칠보기법이 수준 높게 발달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의 칠보기법은 지방질을 제거한 순은 바탕에 곱게 쌓은 투명의 유약을 물에 걸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순은 위에 얇게 입혀 한지(韓紙)로 물기를 없앤 다음 600~700℃ 정도의 고온에서 구워낸 것이다. 이때 구워진 칠보의 색은 주로 빨간색·노란색·녹색·청색·보라색이다.
한국에서 칠보기법이 사용된 공예품은 여성용 장신구들이 주종을 이루었으며 각종 노리개·반지·팔찌·귀고리·비녀·뒤꽂이·족두리·단추 등에도 사용되었다. 그밖에도 남성용 장식품으로는 부채 끝에 매달던 선추의 장식과 휴대용 물컵인 표주박을 들 수 있다. 생활용품으로는 주전자나 수저에도 부분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사용된 문양은 주로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문양을 표현하여 조선 후기의 미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문으로는 호접·사슴·박쥐·원앙·물고기 등이 널리 사용되었다. 식물과 자연물로는 구름·소나무·사군자 등이 많이 표현되었으며 기하문양으로는 아자·뇌문이 주로 사용되었다. 또한 길상적인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문자들인 희(喜)·복(福)·수(壽)·다자(多子) 등을 문양처럼 사용했던 것도 조선후기 칠보문양의 특징이다. 조선시대 말기인 19세기경부터는 이전 시기에 비해 순은의 표면에 입혀지는 칠보가 부분적으로 조금씩 구사되었으며, 유약도 얇게 입혀지게 되었다. 표현된 문양이나 색채 또한 점차 불분명해지는 경향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