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은 벌써 가을이다. 다른 곳은 꽃 이야기를 하지만, 경산에는 단풍이 빨갛게 물들었다. 경산시립박물관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열리는 “경산지역 진한 지배자의 무덤 -빛나는” 전시를 보러 갔더니 박물관 앞 단풍나무 아래에서 세 분의 어르신이 단풍놀이를 오셨다. 원효대사와 설총, 그리고 일연스님이란다.
이름만 듣다가 직접 뵈니 반가웠다. 경산 출신으로는 가장 출세한 분들이다. 고향 사람이 이렇게 좋다. 일연스님이 가장 어리고 원효대사가 가장 형이란다. 그런데 얼굴을 봐서는 연령 서열을 알 수가 없다. 내 눈에는 모두 같은 할배다. 이 세 분의 대를 이어 네 번째 이름을 올린 젊은 사람이 있다. 최승호 경산신문 대표다.
최승호 대표는 젊은 시절에는 때를 놓친 사람을 위해 야학을 개설해 돕고, 지금은 지역 발전과 문화를 위해 헌신한다. 특히 지역이 가진 아픔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6.25 전쟁 중 군경에 의한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 사건’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최승호 대표는 몇 년에 걸쳐 유족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한을 듣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 결과물이 ‘경산 코발트광산 유족 구술 증언집’ 두 권으로 세상에 나왔다. 학이사금요북토크 스물네 번째 시간은 그를 초청해 진실과 애끓는 마음을 숨기며 살아온 유족의 슬픔과 취재 과정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진행은 언제나 독자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하승미 북토크 M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