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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랜드는 이름처럼 <얼음의 땅>이 분명합니다.
산과 산 사이를 가득 메운 엄청난 빙하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면 그 땅은 얼음 덮인 빙하를 넘어서 아름다운 신비의 땅으로
탈바꿈합니다. 빙하가 녹아 내려 호수를 만들고, 호수는 산 아래로 흘러가며 강을 만들고 시내를 만들고 폭포를 만들어 냅니다.
연두색 선명한 이끼가 산과 바위와 들을 덮고, 키 낮은 야생화가 앙증 맞은 꽃망울을 터뜨리면,
바람도 불고 구름도 펼치고 하늘과 산과 땅이 환상의 세계로 모습을 바꿉니다.
아이슬랜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화산의 땅>이기도 합니다.
산 위에 빙하가 쌓인다면, 땅 속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하늘은 온통 화산재로 가득찹니다.
용암은 산길따라 아래로 아래로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화산재는 용암 위에 눈처럼 내려 차갑게 식어갑니다.
바람이 불고 용암과 화산 재 위에 이끼가 덮이고 사이사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 야생화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비로소 아이슬랜드는 <얼음과 불의 땅>, 온전한 이름을 획득하게 됩니다.
용암과 화산재로 뒤덮인 외딴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아름답습니다.
흙이 없는 산과 들이 상상이 가시나요 ? 흙이 없으니 나무는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나무 비슷한 키 작은 풀들이 오히려 키다리로
행세하니, 이끼도 덩달아 산과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멀리서 보면 연두색 풀처럼 꽃처럼 산과 바위와 들을 뒤덮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검은 벌판이기에 이끼와 야생화는 꽃보다 아름다운 식물이 되어 보는 사람의 눈을 연두색으로 황홀하게
색칠합니다.
오불당원 20명이 그 곳 아이슬랜드를 탐사했습니다.
5대의 차에 텐트와 매트, 침낭 싣고, 쌀과 된장과 라면과 고추장, 건조김치, 간식거리 등등 가득 싣고 손수 운전해 가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아이슬랜드의 심장 한가운데를 직진한 후, 그러니까 in- land지요, 동쪽 해안도로를 거쳐 첫 출발지인 남쪽의 레이캬빅으로
무사귀환했습니다.
집 한채 보이지 않는 벌판 한 곳에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무더기 가득합니다.
분명 우리처럼 이 곳을 지나가며 자기 흔적을 남기려 했을까요, 아니면 이정표를 만들려고 했을까요,
또 아니면 이 허허벌판을 무사히 지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던 신앙일까요 ? 그러나 정답은 필요 없습니다.
저 무더기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이 돌무더기의 비밀일 테니까요.
< 산 넘고 물 건너>, 유행가 가사가 우리들의 일정입니다.
화산재와 부서진 용암으로 뒤덮인 산 모퉁이를 돌아드는데 거짓말처럼 우리가 탄 차량 앞으로 야생마 한 떼가 나타났습니다.
말갈기 바람에 휘날리며 우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앞으로 달려 들고 옆으로 스쳐가는 말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데 이윽고 카우보이 서너 명, 역시 말처럼 갑자기 나타나 눈인사 한 번 주지 않고 바람처럼 우리 옆을 지나갔습
니다.
잠깐 멍하고,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거칠고 황량한 이 벌판처럼 저렇게 힘차고 싱싱한 생명의 무리가 자리 잡고 있다니, 땅이 있으면 뿌리를 내리는 사람의 끈질긴
생명력이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들이 텐트를 친 곳,
그림엽서처럼 아름답지만, 바람 불고 비가 오고 한파까지 몰아쳐 새벽까지 제대로 잠을 이룬 대원이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만큼 속으로 체험하는 현실은 무섭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닥이 화산재와 용암이라서 빗물이 고이지 않고 잘 빠져 침수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네 번의 캠프장 중에서 세 곳은 잔디가 푹신푹신해 텐트에서 처음 자 보는 아내도 "잘 만하다" 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노심초사하던
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이 곳을 다시 찾아온 심대장,
"10년전 제가 이 곳에서 텐트를 칠 때는 텐트가 세 개밖에 없었습니다. "
10년 전 개량한복(?) 입고 수염 덥수룩한 한국 청년 미스터 심, 외로움 가득 안고 여기 저기 걸었을 그 모습 떠올라 애잔합니다.
월터가 세릴에게 말합니다.
" 내가 처음 모히칸 머리 했을 때, 백팩을 메고 여행했는데 그 때 내가 장차 뭐가 되고 싶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했었죠. "
월터는 우리 탐사 대원, 오불당 회원 전체의 본명입니다 !!!
비바람과 추위에 밤새 시달린 우리 대원들,
야영지 바로 옆에 뜨거운 온천탕이 있어 온천욕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도, 발 잠깐 담가 보았다는 대원과, 새벽에 수영 팬티 하나
입지 않은 젊은 남녀가 알몸으로 수영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는 한 대원의 목격담 정도가 전부였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
아마 여행의 끝날 들리게 될, 세계 최대의 노천온촌인 <불루라군>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리라, 추측해 봅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운전한 날도 있었는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보다 무서운 것은 도강, 강 건너는 일입니다.
며칠 전 두 대의 차가 강을 건너다 물살에 휩쓸려 갔다는 곳에서는 차를 되돌려 안전한 길을 찾아 우회한 적도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너무 위험한 곳이라고 관리직원이 직접 차를 타고 앞장 서서 도강의 시범을 보여주어 우리 차 다섯 대가 무사히 강을
건너는 사례도 겪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예쁜 여관리직원은 우리 팀 20명의 열렬한 감사 연호와 박수, 사진세례까지 받았으니,
평생토록 오늘의 이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며, 혹 한국 여행자를 만나면 지금처럼 큰 호의를 베풀어주리라, 믿습니다. ^^^
세계 최대의 빙하가 산재해 있는 아이슬랜드.
얼마나 빙하가 크길레 빙하 녹은 물이 저렇게 장엄한 폭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폭포 가는 곳마다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반원의 절벽 아래로 떨어져 넓고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내는 악마의 목구멍을 닮은 폭포가 있는가 하면,
<프로메테우스>의 촬영지로 유명한 <데티폭포>(*가운데)를 보고 온 트래블님,
"데티폭포는 이제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독립선언서 낭독하듯 외쳤습니다.
거대한<데티폭포>를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마주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나는 하나의 작은 점, 한 줌 밖에 안 되는 미약한 존재입니다.
앞에서 보는 폭포보다 폭포 뒤쪽으로 돌아들어 마치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듯 폭포의 물 줄기 사이로 밖을 바라보는 신기한
아름다움을 맛 보기도 한 폭포도 있었습니다.
제주의 백록담처럼 화산이 폭발한 중심지, 분화구에 올랐습니다.
검은 화산재로 뒤덮은 구덩이의 규모가 보는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데,
물은 없고 아기 고래 한 마리 분화구에 갇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에워싸여 있는 아이슬랜드와, 분화구에 갇혀 있는 고래 한 마리, 분화구를 들여다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도저히 믿을 수 었는 별천지가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곳이 아이슬랜드입니다.
저 산들의 색깔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아이슬랜드에 오면 여행자들은 벙어리가 되거나 바보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니까요.
그래도 이 기적의 땅을 직접 마주하고 있다는 기쁨, 가슴 속에 가득 차오는 행복감에 그냥 빠져들고 말 테니까요.
숀 오코넬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표범이 막상 나타났는데도 샷타를 누르지 않습니다.
" 정말 멋진 순간에 나를 위해서,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순간에 머물 뿐이야."
월터에게 하는 이 대사로 숀은 사진작가에서 히말라야의 선지자로 격상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랜드 탐사의 하이라이트는 Seyðisfjarðarvegur Pass 도로를 드라이브하며 감상하는 피요르드지역으로 선정했습
니다. ^^^ 대관령처럼 커브길이 반복되는 2차선 도로인데,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나 비는 계속 내리고 길은 미끄러운데,
운무는 뿌옇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리고,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은 지리에 익숙한지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지나치
는데, 무전기에서는 안전운행하라는 당부가 계속 나오고,
초행길인 내 옆에는 "여우 같은 아내"가 앉아 있고,
뒷자리에는 아직 시집 한 번 못 가본 김선생, 황선생이 불안하게 앉아 있으니 네 명의 생명이 내 손에 달려 있는 셈,
운전대를 잡은 내 마음 무지 긴장되고 초조했습니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와서야 심대장이 무전기로 고1 양소진에게 설명하는 목소리가 비로소 또렷하게 들려왔습니다.
"소진아 ! 이 길이 바로 월터가 보드 타고 내려 오던 길이야 !"
다음 날, 다시 이 도로를 타고 피요르드 지역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니 바로 피요르드 트레킹하는 코스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트레킹하는 사람은 하나 없고, 우리 탐사대 차량 다섯 대만 산을 오르고 있으니 대한민국 역사상 20명의 대인원이 인랜드를
통과하는 최초의 역사적 시도라고 하는 자부심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다니기 위태로운 길을 차량으로 지나자니 우선 순위는 안전, 그래도 차창을 내리고 손에 닿는 빙하를 손으로 긁어 입에
넣으니 뽀드득 뽀드득 천 년 만년의 시간이 내 입 안에서 살아 맴도는 것 같아 빙하 맛은 참 달고 깨끗했습니다.
이윽고 우리 눈 앞에 나타난 만년설 빙하 !
차에서 내린 대원들의 환호성이 산을 울립니다.
서로 어깨를 껴안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는가 하면,
빙하 위에 들어 누워 두 팔 벌려 환호하고,
오불당 현수막 펼쳐들고 기념 사진 찍고, 까마득한 저 밑, 어제 우리가 야영했던 캠핑장과 집들을 내려다 봅니다.
벅찬 감격이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을 받아 더 벅차올랐습니다.
여기 서 있는 우리들이 글자 그대로 기적입니다!!!
그리고 아내도 감격에 겨워 여기서 또한번 죽었습니다. ^^^
이번 탐사의 최대 피해자이자 지원자는 트래블님의 부인 유진씨.
"아이슬랜드가 그렇게 좋으면 심대장하고 둘이서 다녀야지, 왜 사람들을 끌어들여 큰 판을 만드나요 ?
혹 사고라도 나면 사람들의 원성 어떻게 감당하려구요? "
그러나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다시 유진씨의 말,
"여기 따라와서 보니 어느 새 나도 반 정도는 여행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아요. "
풀밭에 누워 여유만만 포즈를 잡는 두 남자, 유진씨도 할 수 없이 웃으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
대원들이 입을 모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차선생님의 생일, 운영진에서 미리 준비한 작은 케잌과 와인. 케익 자르고 남편과 러브샷을 하고, 남편의 익살 맞은 춤공연도
보고, 차선생님 행복한 생일 맞아 행복한 얼굴 보니 우리는 한가족, 한 형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텐트를 칠 때도, 공동짐을 쌀 때도, 식사준비를 할 때도 우르르 달려들어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처럼 아름다운 사진이 따로
없었습니다. 마치 머리 속에 컴퓨터가 켜져 있는 것처럼 척척 닥친 일을 솜씨 좋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전문
여행꾼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들이라 더 좋았습니다.
첫 캠핑여행에 따라나선 아내도 대원들에게 감염되었는지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집에서 가져온 된장 풀어넣고 멸치가루로 맛을
내는 등 된장국을 맛 나게 끓여 두 그릇이나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대원들 셀 수 없이(???) 많아 덩달아 나도 참 기뻤습니다. ^^^
수마트라 여행 때처럼 이 신비의 땅을 오불당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어 험한 수고 마다하지 않은 진정한 여행가 트래블님과 심대장님,
그리고 유진씨, 대원들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수고 참 많이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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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도 이 곳에 있으니 간밤 하얗게 새웠다는 이야기네요.
그래도 혹성 같은 아이슬랜드의 매력, 시간이 아깝지 않았겠지요.
정말 멋집니다
저도 꿈꾸고 싶습니다
저런 곳에 여행가고 싶다고....
꿈만 꾸던 월터도 어느 날 꿈을 현실로 만들었지요.
님도 더 많은 꿈 간직하고 기다리면 아이슬랜드 꼭 가게 되리라, 응원 보냅니다.
볼때마다 웃습니다~ ^^
언젠가 억지로 웃어도 마음이 환해진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새벽 운동길에 자주 "하하하하하하 해해해해해해해 허허허허허허허 헤헤헤헤헤헤헤 ~~~
마음 속으로 소리내며 웃지요. ^^^
아이슬란드 곡 한번 가보고 싶네요^^
조금전 심대장님(T5낭인)의 아이슬란드 여행기에 나오는 사진과 글을 읽고 왔습니다.
벌써 몇 번이나 읽고 있지요. 그만큼 우주의 어떤 아름다운 행성에 불시착한 행운을 그곳에서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말 꼭 한 번 가 보세요 .
멋진 여행이네요
가는 곳마다 풍경이 달라 한 번 여행이 아니라 여러 나라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이었어요.
꼭 한 번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