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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율포(栗浦)로 가는 18번 국도를 따라 활성산 봇재를 넘으면 저 멀리 녹색 비단을 말아 놓은 듯한 계단식 다원이, 그 앞으로는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차창을 내리니, 저 멀리 보이는 다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차향이 코끝에서 맴돈다. 다원에 가까워질수록 차향이 짙어져, 코끝을 맴돌던 차향이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 우리 옛 선인들의 다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차 문화의 본원지’ 보성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다원일 터이다. 일제시대부터 보성 일대에 차밭을 만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 보성의 다원 중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기억되는 다원이 바로 ‘대한다원’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의 배경으로 알려지면서 예의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잃어가는 듯하지만, 사람들로 혼잡해지기 전인 새벽녘 다원의 풍경은 그 혼잡스러움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대한다원은 야트막한 능선을 뒤덮은 차밭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입구의 삼나무숲 또한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차향과는 또 다른 향기가 진동하는 이 숲길에 서 있으니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 다원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능선을 휘감는 긴 고랑을 따라 차밭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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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밭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질 좋은 고급차를 생산해 내는 ‘국보급’ 고장이다. 대한다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차밭이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되어 맛과 향에 있어서 야생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 3ha가 넘는 야생차밭도 그대로 남아 있다. 지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하면서도 습도가 적당해 차 재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차는 물 빠짐이 좋고 밤과 낮의 온도차가 크며 안개가 많은 곳에서 생산된 것이라야 색과 맛, 향이 모두 뛰어난데, 그런 점에서 보성은 차를 생산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다원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사이의 봄차 수확기. 연한 초록빛이 절정에 달하는 이 기간에 맞춰 보성에서는 ‘다향제’라는 차 문화행사가 열리는데, 이 기간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때문에 사람들로 붐비는 5월을 피해 6, 7월에 보성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다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법도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차를 마실 때는 찻잔을 왼손바닥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잡고 마시되, 차의 색과 향기, 맛을 느끼려면 3~4번에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찻잔에 전해지는 차의 온기와 도자기의 질감을 음미할 수 있다. 또한 차를 입안에 넣고 머금었다가 삼켜야만 차의 다섯 가지 맛을 고루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차의 풍취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작설차와 죽로차는 차의 품질과 맛을 표현한 이름으로, 작설차는 어린 찻잎이 참새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죽로차는 대나무 이슬을 머금고 자란 차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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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에서 다원 다음으로 많은 정자는 보성을 대표하는 명물 중에 명물. 대한다원을 중심으로 10여 개의 크고 작은 정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다향각(茶香閣)이다. 대한다원에서 율포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봇재를 넘자마자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이 정자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펼쳐지는 녹차밭이 영천제라는 저수지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를 만들어 낸다. 다향각을 지나 웅치 쪽으로 비탈길을 따라가면 대한다원의 제2다원이 초원처럼 펼쳐진다. 차향의 은은함을 뒤로하고 율포해수욕장에 이르면 짭조름한 바닷내음이 차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율포는 건강욕을 즐길 수 있는 녹차해수욕탕으로도 유명한데, 피부미용은 물론 고혈압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율포에서 나와 다시 18번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리면 서재필 기념공원이 나온다. 주암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강건한 삶을 살았던 독립투사 서재필 선생의 유혼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는 그의 유품 8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과 생가, 독립문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서재필 기념공원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미력옹기는 옹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독과 항아리를 만드는 옹기 장인이 빚어낸 다양한 종류의 옹기를 만날 수 있어 한번 둘러볼 만하다. 보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인돌공원은 18번 국도의 맨 끝, 송광면 주암호반에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주암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에 있던 선사유적을 옮겨 복원해 놓은 곳으로, 복원된 선사유적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새롭게 발굴된 유적 수백 개가 보전되어 있다. 유적 4개소, 집단 취락지 4개소 200기, 고인돌 24개소 400기, 백자 도요지 1개소, 선돌 4기 등이 새롭게 발굴된 유적들이다. 주목할 것은 역사교육장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온갖 유물들을 공원 형태로 조성해 놓은 것. 선사시대 움집, 고인돌, 솟대, 선돌 등이 전시된 야외전시장과 고인돌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해 놓은 유물전시관, 전남지방 시대별 묘제 변천과 영상실을 겸한 묘제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원 일원이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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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를 지나 대원사 가는 길 오른편에 자리잡은 백민미술관은 이 지역 출신 서양화가인 조규일 화백이 자신의 작품과 소장하고 있던 국내외 유명화가들의 회화작품 350여 점을 기증하고 폐교를 미술관으로 개보수해 1992년 문을 연 곳. 규모도 작은 편인데다 조금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채광방식으로 설계된 미술관으로 그 의미가 깊다. 밤이 되기 전까지는 자연광으로만 조명이 이루어져 자연광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민미술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원사(大原寺)는 천년 고찰의 신비함을 그대로 간직한 사찰이다. 백제 무령왕 3년인 503년에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한때는 사세를 크게 떨치기도 했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어 현재의 사찰은 그 이후에 중건된 것이다. 극락전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대부분 1990년대에 들어서 세워진 건물들로 고풍스러움을 느끼기는 힘들다. 눈여겨볼 것은, 입구 좌측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수미광명탑과 곳곳에 자리한 연못을 가득 채운 수생식물들. 경내를 가득 채운 석물과 화분, 불구용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설치 작품을 보는 듯하다. 극락전 안쪽 벽에는 수월관음보살도와 달마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찰 벽화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귀중한 유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