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10년 여름엔 태백, 삼척, 울진을 거쳐 휴가를 다녀왔었다. 작년엔 다녀온 곳 모두 좋았지만, 풍력발전기와 푸른 고냉지 배추밭이 어울려 아름답고 이국적이었던 태백의 매봉산 바람의언덕과 울진 응봉산 문지골이 참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응봉산 입구 덕풍계곡은 1박2일에 방영된 탓으로 조용한 산골 계곡이었는데, 이젠 서울 근교 유원지 같았다.
그간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면서 여름 휴가지로 찜해 놓은 곳이, 바로 강원도 영월과 정선이었다. 원래 사하라님 부부와 함께 휴가를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왕눈이님 휴가와 맞지 않아, 이번에도 우리 둘만 조용히 여름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여름 휴가지는 여태까지 둘다 가보지 못한 조용한 곳을 되도록 가려고 한다. 이번에 가고픈 후보지로 지리산 구룡계곡, 소백산 남천계곡 등 여러 곳을 염두에 두고 물색했지만, 쇼핑할 때도 처음 필 꽂힌 물건을 사는 것처럼!~ 결국 계획했던 대로 영월로 가게 되었다 하루이틀 휴가가 더 가능하면 아예 정선 오지 덕구지계곡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영월이나 정선으로 휴가지로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우리 둘다 걸어다니는걸 좋아하는 뚜벅이로, 조금은 불편한 여행을 좋아해서 기차나 고속버스, 시골버스 타기를 즐겨한다. 이번엔 옆지기 휴가 일정이 불투명해서 떠나기 이틀 전날, 숙소며 기차며 갑자기 예약하느라 부산했다. 다만 이번엔 먹거리 준비를 거의 준비하지 않아 가볍게(!) 가기로 해서 김치나 조차도 넣지 않고 부담없이 훌쩍 떠날 수 있었다.
영월쪽 숙소를 찾기 위해 우선 '정보화 마을'에 싸이트에 클릭하여 보았다. 소박한 민박은 찾기 어렵고 아무래도 펜션이나 대형민박집이 검색되었다. 조용한 곳을 찾아 몇 번을 더 검색한 끝에 영월 주천에 있는 '김종길 고택'을 찾았다. 아직 덜 알려진 덕분에 고택 숙박을 순조롭게 예약할 수 있어, 인연이 되었다. (주천고택 : http://www.jogyundang.com/)
주천고택에 물어보니, 그곳에 오려면 영월역보다 제천역에서 오기가 더 수월하다고 하였다. 청량리역에서 9시 기차를 타고 제천역에 내리니 11시 조금 안 된 시간. 요금 8,900원! 와, 싸다! 싸!~~ ㅋㅋ
제천역 부근 정류장에서 주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있는데, 길 이름이 '의림대로'? 어? 그렇다면 전부터 가고싶던 '의림지'가 멀지 않다는 뜻이렸다! 시내버스로 10여분이면 간다고. 앗싸~!!! 예정에 없던 보너스다~!
제천 의림지는 원래 이름은 임지로, 둘레 1.8km 수심 8~11m이다. 신라 진흥왕대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의 3대 수리시설이라고 한다... 아마도 김제나, 밀양, 제천 세 곳은 옛부터 물이 부족한 곳이라 일찌감치 저수지를 만들었을 듯하다.
가야의 우륵이 제방을 쌓았다가, 700년 뒤 제천현감 박의림이 다시 튼튼히 쌓았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의림지'라는 이름으로 보나 그 시대의 정황을 보나 아마 가야의 우륵이 쌓았다는 얘기는 비약(?)이 섞이지 않았나싶다. ^^*
신라가 통일하기 전 수백년간 많은 백성들이 전쟁하느라 고통받는 와중에 가야의 악사인 우륵이 거문고 하나 들고 신라로 건너오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짧은 역사 지식을 비추어보면, 빈한하다 못해 궁핍한 삶을 살았을 악사 우륵이 어떻게 저수지를 쌓을 수 있었나싶다. 다만, 우륵이 노후에 살던 곳이라 하니 연관성이 아주 없진 않은 듯~~ ^^
소나무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약 200주 정도인데, 모두 관리받는(?) 나무들이다. 이 소나무길과 의림지는 명승지로 지정된 곳으로, 제천 10경중 제 1경이다.
비탈에 하얀 개망초와 노란 짚신나물이 피어있고, 많은 나비들이 날라다녔다.
지금은 유원지가 되어 오리배도 둥둥 떠다니고, 놀이시설도 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가해서 더욱 좋았다. 그곳의 간이의자에 앉아 막걸리 한 잔 마시니, 캬아~!!
저 위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3단으로 막아쌓아 올렸다고. 돌 바닥에 '박의림' 현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떨어지는 물 높이가 대단하여 의림지가 꽤 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왼쪽으론 주변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게 나무 계단 시설을 해놓았다.
뒤에 보이는 돌문(?)은 자연석에 인공석을 얹어 조성했다. 위로는 계곡물을 흐르게 하여 시원함과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걷는 목책길 오른쪽으로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다. 어쨌든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어 좋다.
이제 막 지고 있는 왕원추리 뒤로 물과 석문(?)이 보인다.
짙은 솔향과 물바람이 시원해서 떠나기 싫을 정도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제천역으로 나와 주천행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돌아 주천 도착! 주천 사람들은 영월보다 제천이 더 가까워 많이 왕래한다. . . .
강원도 영월 주천(酒泉)은 술샘이 있었다고 하여 주천이다. 주천에 도착하니 바로 그 유명한 '영월 다하누촌'이다. 스마트폰 가동하여 금방 주천고택을 찾아갔다. 주천 시내에서 가까운 5분 거리에 있다.
400년 된 보호수인 밤나무가 사천왕처럼 서있는 주천고택 조견당! 강원도 문화재 71호!~ 야호~~ 드디어 주천에 휴가 왔다. 이제부터 아주 행복하고 충만하게 쉬어야지~~~^^
일단 주천고택에 짐을 풀고, 요선정 구경하러 갔다. 요선정과 요선암에 가보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2사람 6천원! 작은 소도시인 주천터미널 근처 슈러 처마 밑에 제비집들이 많았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제비집들이 지어져있어 '제비집 빌라' 같았다.
다 큰 제비들이 다 컸는데도, 아직 엄마 곁에 붙어살고 있나부다. ㅋ 디카를 들이대자 살짝 숨었다가 특유의 호기심으로 다시 얼굴을 내민다. 동해 해파랑길 걸어보면, 바닷가집 처마 밑에 집 짓고 사는 제비들 많이 본다.
택시를 타고 요선정으로 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아름다운 서강을 따라가는데, 절경이 나오길래 기사에게 물어보니, '무릉도원'이라고.. 지역명이 무릉리다. 절벽과 강변 풍경이 절경이다.ㅎ
입구에 내려서 걸어올라가는 길이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었던 요선정!
숙종의 어제가 새겨진 현판... 일제강점기때 이곳에 살던 요선계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일본인에게 '숙종대왕어제'를 사왔다고 한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 특이하게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돌올하게 새겨져 있다.
이렇듯 불균형하게 생긴 마애불상은 대부분 고려시대 석불이다.
조망이 아주 조오타~
주천강쪽으로 흐르는 물길...
법흥천부터 흘러내리는 계곡...
지금 산초나무에는 작은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반대편 쪽 가파른 길을 내려가 계곡으로 내려섰다.
와~~ 신난다~~ 계곡물 완전 시원해요~~~ ^^*
다시 시내로 들어와, 주천의 명물음식이라는 '꼴두국수'를 먹으러 들어갔다.
주천의 명물인 꼴두국수... 쫄깃한 메밀에 마눌, 김, 깨소금을 고명으로 얹었다. 하두 해달라고 해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꼴두국수라는 주인 할머니의 설명! 따끈한 국물에 메밀로 반죽한 면과 두부와 감자를 넣어 얼큰하게 끓였다. 직접 바로 반죽을 해서 면을 만들어 내온다. 담백하다.
괜히 메밀전이랑 동동주까지 시켜서 배불러 주글 뻔 했다. 남은 메밀전은 싸왔다. 그렇게 휴가 첫날이 갔네.... 다음은 한옥의 정취를 느끼는 시간이 기다린다.
(2011. 7. 29.) 휴가 첫날 금요일!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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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30일과 31일은 속초에서 보내고, 8월 1일은 신림에서 숯가마찜질 후 주천의 다하누 촌에서 식사 했었는데 ---, 진작 miya 님께 정보 들었으면 더욱 알찬 주천을 느끼련 만 ---, 암튼 신림 불가마에 가끔가니 그때 miya 님 후기 참고 삼아서 주천의 이곳 저곳 들러 볼까 합니다. 후기 계속편 기다려 지네요.
알콩달콩 멋지고 보람차게 휴가를 보내셨습니다. 즐감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여름휴가를 다녀가셨네요...함께 한 시간들 넘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다음 주천에 오시거든 꼬 미리 연락 주세요. 사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두분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주천에서 "불사조"입니다.
헉~~~완전 부롭구 언제 나두 갈꼬야여 ㅎ 사진넘 멋지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