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남한강생태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교사모임(이하 환생교)’에서는 2016년부터 주로 단순한 문제풀이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학생들의 과외활동을 다양하게 하여 어린이들이 도구를 이용하여 손을 움직이는 창조적인 작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주말학교의 형태로 목공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 일을 위해 강경호 선생님은 여주 한살림의 땅에 ‘ㄷ’자로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지붕을 덧대는 등의 공간마련부터 공구와 재료를 준비에 관한 모든 준비를 1년간 직접 하셨다. 안정적인 공간이 마련된 후 지인들을 중심으로 목공교실을 열어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드는 모임을 가졌고,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그동안 지속하여왔던 남한강생태학교의 어린이 회원을 모집할 때 더불어 남한강목공학교 회원을 14명을 모집하였다. 남한강생태학교의 회원모집은 아는 사람을 위주로 다음카페를 활용하여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목공작업은 나무를 자르고 부착하기 위해서는 날카롭거나 전기로 움직이는 공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이를 사전에 공지하고 이 점에 대해 부모님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또 목공작업을 하면서 다칠 수 있다는 점은 모임을 시작할 때 부모님들에게 재차 설명을 하였다. 이를 위해 보험을 따로 가입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드는 일의 재미가 있어서인지 부모님이 직접 함께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실제로 함께하는 경우는 2명뿐이어서 모두 16명의 회원으로 목공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모두 어머니였고 그나마 한 분은 이미 환생교에서 함께 활동을 하는 교사였다.
첫모임
2016년 4월 2일 토요일 오후 1시,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다. 작업실이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사전에 위치를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휴대전화 문자로 작업장의 주소를 발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1시 정각에 모임이 즉시 시작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남한강생태학교에서도 종종 나타나는데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과 달리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싫은데도 억지로 오게 된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집에 있는 우체통이 너무 보잘 것이 없어서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고 온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남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4명의 학생회원 중에 여자 어린이는 3명에 불과하다.
우리사회에서 이분법적인 성차별교육은 양성평등교육으로 많은 진척을 이루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목공작업은 여학생에게는 공구를 다루기 힘들거나 먼지가 많아 불편한 일로 치부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목공작업이 가진 큰 교육적 편익에 비해 남학생들과는 대조적으로 여학생의 경우에는 성별에 따른 성향정도로 간주하는 경향은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뭇결과 닭살
목공작업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지식은 나무가 섬유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이 나무의 기본구조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적합한 공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때 한 고학년 남자 어린이는 닭살을 찢어 먹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나무가 결에 따라 쪼개지듯 닭살로 결에 다라 찢어진다는 자신의 관찰경험을 새로운 지식과 연결시킨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연결시키는 활동은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대단히 높은 수준이 두뇌활동이다. 항상 정답만을 찾아 암기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 가지 답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서로 달라 보이는 정보를 서로 연관시키려고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하는 내용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환영해주어야 한다. 특히나 수업시간이라면 학생이 더욱 수업에 충실하게 몰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게 되면 새로운 상황에서는 그것에 대해 자신의 힘으로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는 일이 쉽고 재미있어지게 된다. 정답만을 찾는 기술적 훈련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이미 최선의 해결책은 이미 정해져 있고 자신은 그것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과정에서 그렇게 쉽게 답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육은 삶의 축소판이어야 한다.
새총 만들기
새총 만들기는 다소 즉흥적으로 진행하였지만 번듯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상품을 손쉽게 구입하여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실증이 나면 다시 가지고 놀지 않고 집안에 쌓아두는 최근의 생활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새총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일은 어떤 것이 원래부터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눈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그렇게 세련된 모양은 아니지만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재미있게 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은 이런 것을 바로 알아채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커서라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만 경험이 없다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완전히 차단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아이들의 놀이문화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 돈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총을 만드는 것은 놀 때조차도 돈을 주고 놀거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으로부터 재미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자신의 흥밋거리를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발견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큰 자산이라고 믿는다.
나무구하기
한살림 목공작업실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나무가 충분한 산이 없었기 때문에 ‘Y’자로 된 나뭇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구할 때는 위쪽 두 가지사이의 폭이 넓은 것보다는 가능한 좁은 것이 좋다. 그래야 돌을 쏠 때 정확도가 높다.
물론 그렇게 생긴 가지를 스스로 찾는 학생은 극히 드물었고 모두 선생님이 찾아주어야만 했다. 가지의 두께와 각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달라 매끈하게 생기지 않은 경우라서 실망하는 학생은 선생님이 구해준 것조차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 학생의 경우에는 다른 친구들이 새총을 만들어서 쏘는 것을 보고는 톱을 달라고 조르다가 결국 버렸던 곳에 가서 나뭇가지를 다시 주워다가 급하게 새총을 만들기도 하였다.
고무줄 묶기
남한강생태학교에서 연 만들기를 할 때도 연줄을 묶지 못해 곤란함을 겪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뭇가지에 고무줄 매듭을 지을 때도 이런 문제는 걸림돌이 되었다. 집에서 실뜨기나 고무밴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매듭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부모님은 자녀를 위해서 재미도 있고 아름답기도 한 매듭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고무줄은 기저귀용으로 사용하던 고무줄이 아니라 고무밴드 뿐이어서 이를 두 겹씩 이어서 사용하였다. 1회용 기저귀만 사용하는 세상이 되어서 이제는 ‘기저귀용 고무줄’이라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되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많은 것들은 우리의 곁을 떠난다.
새총 쏘기
다행히 쓰지 않는 나무로 만든 표지판이 있어서 이를 과녁으로 삼아 새총을 쏠 수 있었다. 돌이 과녁에 맞았을 때 소리가 커서 재미를 더해주었다. 과녁 맞추기가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는 멀리 쏘기도 해보았다.
아무리 고무밴드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새총 또한 직접 돌을 맞는 경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땅에 금을 긋고 쏘도록 유도하였다. 새총을 쏠 때는 어깨를 틀어서 턱 쪽으로 넣어 새총과 눈, 그리고 당김 손이 일치 되게 해야 정확도가 높지만 새총을 처음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만약 집에서 새총을 쏘게 된다면 부모님이 따로 지도를 해주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