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조 연간집 작품(시조 5편)
융릉
신강우
숨어서 흘린 눈물 가슴에 흥건하다
온몸이 묶이어 무수히 남은 상처
자정의 깊은 어둠에 촛불 하나 밝힌다.
사방에 길이 막혀 웃음을 잃은 분노
핏발 선 눈을 뜨고 커다란 벽에 서서
앓아서 뼈대만 남은 가슴을 다 보인다.
신음의 땀을 먹고 커가는 소나무들
발자국을 지키고 그림자도 피 흘리는
메마른 목어의 꿈만 하늘에 닿아간다.
융릉 : 사도세자의 묘
갯마을
나루터 가로등이 비린 고요 밝힌다
온몸이 상처가 난 갑판의 그물자락
땀방울 만선의 꿈이 올빼미 눈을 뜬다.
주름살 거미줄 친 허리 굽은 할머니
아직도 덜 마른 손 처마에 등불 켜고
천 년도 푸른 기다림 사슴의 목을 뺀다.
파도가 게거품 잔뜩 물고 기어와서
하나씩 터트리고 천 길 속 푸른 얘기
입술이 터진 등댓불 혼자 천리 닿는다.
산사
하늘이 가득 담긴 법어의 품에 안겨
가부좌 아직도 먼 득도의 길을 가고
독경이 피우는 연꽃 향기가 자욱하다.
이슬을 받아먹고 키가 큰 하얀 기도
시력을 얻어내어 생명의 길 가느라
마지막 남은 어둠에 촛불 하나 켜든다.
노스님 잠든 웃음 산골 물로 흐르고
어둠에 감추어도 목이 타는 목어의 꿈
날개 편 종소리 따라 하늘 기어오른다..
선암사
법어가 이파리에 숨어서 속삭인다
하늘로 향한 웃음 꽃으로 피워두고
물소리 조금씩 젖은 고요가 손 흔든다.
천길 속 빛을 캐나, 독경은 밤을 새워
조각달 다스한 손 득도의 길을 열고
알알이 익어서 터진 사리 웃음 환하다.
어린이 놀이터
풋풋한 메아리가 사방에 고개 든다
소나무 그림자를 지키는 할머니들
닳아진 무수한 얘기 잔뿌리 다 보인다.
이파리 푸른 웃음 날개를 파닥인다
아이처럼 기어가고 햇빛은 살금살금
열리어 가슴도 보인 에덴이 손 내민다.
싱싱한 어린이 웃음소리 손에 쥐고
미끄럼 혼자 타려 실바람 살며시 오고
하늘도 가까이 서서 푸른 발음 쏟는다.
약력
전남 고흥 출생
<시조문학 > 등단
시조집 : 청학동, 섬진강, 일년초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현대시인협회, 열린시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협회, 성암문학회 회원
열린문학상, 조선시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대통령표창 수상
주소 : 05813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 8길 20. 1004동 1301호
전화 : 010-6344-6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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