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청주가 사케, 정종은 상표 이름 세계적으로 ‘사케’는 일본식 청주를 뜻하는 고유명사다. 일본에서 사케(酒)란 ‘술’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맥주·소주·양주 등 알코올 음료를 말한다. 예전에 사케는 쌀·쌀누룩·물을 원료로 해 발효시켜 만든 ‘청주(淸酒·세이슈)’와 ‘일본 소주(<713C>酎쇼추)’로 구분됐지만 지금은 청주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굳어졌다. 같은 말로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마사무네’로 발음되는 정종(正宗)이 청주의 동의어로 사용됐다. 일제시대 때 국내에 세워졌던 일본 술 공장에서도 ‘정종’이란 브랜드를 생산했다. 또 이 이름을 사용한 술이 100개를 훌쩍 넘어설 만큼 인기를 얻으면서 상품명 정종이 청주를 대신해 불리게 된 것이다.
사양길 걷다가 장인정신으로 질적 도약 일식의 세계화는 사케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도운 일등 공신이다. 와인만큼 다양한 맛과 향,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케는 세계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에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전 국토에 걸쳐 양조장이 있다(가고시마현 제외). 메이지 시대 초기였던 1800년대 후반 청주 제조 면허를 가진 곳은 무려 1만6000여 곳이었지만 요즘은 천자리 대로 내려 앉았다. 오랜 기간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마시는 술’이라는 젊은이들의 사케에 대한 인식이 꽤 심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방 양조장들의 장인 정신이 질적 성장을 도왔다. 정부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원조를, 장인들은 사케 맛을 좌우하는 쌀·효모와 같은 재료의 지속적인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대량으로 사케를 생산하는 회사들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와 마케팅 활동이 합쳐져 오늘날 사케는 미국·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될 정도로 세계화됐다. 국내에 들어온 사케 중에도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 만든 사케가 있다.
사케 주원료는 물·쌀·누룩·효모 그리고 주정 ①물=사케 성분의 80%는 물이다. 물에 칼슘·마그네슘과 같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으면 ‘경수’라 하고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있으면 ‘연수’라 하는데 어떤 물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술 맛도 달라진다. 경수로 빚은 사케의 경우 다량의 미네랄 성분이 효모의 활동을 도와 발효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 물로 만든 술은 입안을 꽉 채우는 묵직한 느낌이 나고 연수로 빚은 술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담백하다. 구보타, 핫카이산, 고시노 간바이 등과 같은 유명한 사케가 많이 나는 니가타현이 연수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②쌀=일본은 술을 만들기 위한 쌀과 주식으로 먹는 쌀의 구분이 명확하다.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을 주조미라 하는데 그 종류만 80 종이 넘는다. 주조미엔 엄격한 등급이 매겨져 특정 명칭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쌀은 3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쌀은 효모와 함께 사케의 맛과 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좋은 사케일수록 많이 깎아낸 쌀을 사용하는데, 이는 쌀 한가운데 있는 전분질 덩어리인 ‘심백’을 최대한 드러내면 깔끔한 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조미 중에서는 특히 ‘야마다니시키’가 심백이 뚜렷하고 크기 때문에 많이 깎아낸 쌀을 가지고 만드는 다이긴조슈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당 가격이 가장 비싼 쌀로 일본에서 사케 생산량이 가장 많은 효고현을 대표하는 쌀이다. ‘고햐쿠만고쿠’는 니가타현에서 재배가 활발하다. 부드러운 술 맛을 내는 ‘미야마니시키’는 1980년대 나가노현에서 만들어진 후 3대 주조미 중 하나로 자리 매김을 했을 만큼 인기가 좋은 쌀이다.
③누룩과 효모=양조장마다 가장 신경을 쓰는 공정이 누룩 만들기다. 누룩은 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킨다. 여기에 효모가 더해져 발효가 일어나 비로소 술이 만들어진다. 효모는 원재료는 아니지만, 술의 맛과 향에 매우 중요하다. 일본이 효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적인 공급을 시작한 것은 1911년 시작된 전국신주감평회(전국 규모의 사케 품평회)를 통해서부터다. 일본주조연합회가 개발하는 효모뿐 아니라 개별 양조장들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술을 만들기 위해 독자적인 효모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④양조용 알코올(주정)=흔히 긴조슈는 향으로 맛보는 술이라고 할 만큼 화려한 향과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양조 알코올의 기여도가 크다. 양조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았다 해서 준마이슈 계열의 술만을 한사코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술의 방부제 역할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사케 등급엔 뭐가 있나 특정 명칭주 & 후쓰슈(普通酒)
1990년대 초반, 일본은 ‘특정 명칭주’란 새로운 사케 등급을 발표했다. 원료, 쌀을 깎아낸 정도, 누룩 사용 비율 등등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8개의 명칭을 부여한 것. 이 기준에 맞지 않는 모든 사케는 후쓰슈(테이블 사케)에 넣는다.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는 특정 명칭주와 후쓰슈를 구분하는 큰 잣대다. 특정 명칭주의 사케는 오직 쌀, 쌀누룩, 양조용 알코올(주정)만을 사용해 만들지만 후쓰슈는 여기에 각종 화학조미료, 산미료, 당분 등의 많은 첨가물이 들어간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시중에 유통되는 80%는 후쓰슈라고 봐도 좋다.
양조 알코올의 첨가 여부에 따라 특정 명칭주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원래 사케는 쌀과 쌀누룩만 가지고 만들어졌다.
양조용 알코올이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준마이’란 말이 들어가 있는 4개의 특정 명칭주에는 단 1%의 양조용 알코올도 첨가되지
않는다.
다이긴조, 긴조, 혼조조는 얼마만큼 깎아낸 쌀을 가지고 만들었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쌀알의 바깥쪽엔 단백질이나 지방질과 같은 영양소가 많다. 쌀을 주식으로 먹을 때는 이것들이 유용해 많이 도정하지 않은 쌀(현미)을 권장하지만, 술은 반대다. 이런 영양소가 술 맛과 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쌀을 깎아내고 남은 비율을 ‘정미율 ’이라고 한다. 정미율은 숫자가 적을수록 ‘높다’라고 표현하는데 정미율이 높을수록 사케의 품질은 올라간다. 최근엔 20% 초반대의 정미율 쌀을 가지고 만든 술이 나와 있을 정도다.
준마이슈는 정미율 기준이 특별히 없다. ‘도쿠베쓰(特別)’는 준마이슈와 혼조조슈 중 향과 색이 특히 양호할 경우 그 이유가 특별한 제조방법(유기농 재배 등), 정미율이 60% 이하일 경우 등에 붙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