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 조화깃든 전통건축 천년궁궐
장인 혼 머금고 자연과 함께 한 완벽건축- 우리 한옥
오늘날 주거문화는 문명의 척도가 되고 있다. 인류는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주거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주거문화의 형태에 따라 민족의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그들만의 삶의 모습을 구분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조상들은 주거환경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자연속에 어우러진 세계제일의 우수한 건축문화 전통한옥이다.
반만년의 역사와 민족의 혼이 깃든 우리의 전통한옥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아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선을 중요시하는 예술성의 극치와 살아 숨쉬는 나무의 특성을 이용한 살아있는 생명체 그 자체였다. 이러한 전통한옥 중 고건축의 주류를 이루는 목조건축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 속에 조상들의 멋과 슬기가 곁들여진 미적 감각과 실용성이 어우러진 최대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전통 건축의 총 지휘자 도편수는 마음을 비우고 혼을 바쳐 한평생 외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전통의 계승자로서의 소임을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통한옥 목조건축의 종합예술자 도편수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아 인간의 정성을 바쳐 자연과 하나가 된 우리 고유의 목조건축은 세계 으뜸인 조형물로서 선의 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고유의 전통 건축 기법에 따라 소박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멋과 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건축물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자재 하나 하나에 장인의 혼과 땀이 배어있고 숨쉬고 있는 자연의 일부이며 한몸인 것이다.
이러한 목조건축을 자연과 한 몸으로 만드는 총 지휘자이며 종합예술가를 우리는 도편수(대목장)이라 지칭한다. 도편수는 집 짓는 일에서 기술 설계 감리를 총 감독하며 궁궐, 사대부가, 사당, 천년고찰, 군영 시설의 건축과 조율을 총 지휘하는 큰 목수이며 전문 예술가인 것이다.
옛부터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을 목장이라 부르는데 가구, 창호(문짝), 반자, 공예품을 전문으로 하는 소목과 큰 건축물을 짓는 대목으로 구분한다. 수많은 경험과 우수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전래의 대목은 ‘도제’ 방식에 의해 현장에서 양성되었으며 ‘기문’의 계보를 중요시했다.
예부터 목조건축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는 사대부가의 아흔 아홉칸 규모의 전통가옥이나 궁궐, 사찰, 군영 등의 큰 건축물이 모두 목조건축이었으며 이 건축물을 종합 지휘하는 도편수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다. 통일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시대까지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조선조 경국대전에 의하면 세종임금 때 숭례문(현남대문)의 재건을 맡은 도편수(대목장)의 벼슬이 정5품의 고위직이었다. 조선조 후기에 큰 목수에게 벼슬을 주는 제도가 없어졌고 큰 건축물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때 그 기능과 역할이 축소된 적도 있으나 현재 전통문화 육성에 따른 궁궐문화재 및 사찰문화재의 복원과 전통건축의 재조명을 통해 전통문화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며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지향하며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한다
오늘의 태양이 떠오른다. 내일은 좀 더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전통의 계승자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항상 연구하며 배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큰 목수 이성우 명인의 고향은 충남 부여의 조그만 마을이다. 비록 어려운 환경 속에 자라난 그였지만 주위의 여건에 굴복하지 않고 꿈을 먹으며 내일을 향해 조그마한 주먹을 굳게 움켜쥔 당찬 소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다고 인정을 받았던 소년 이성우는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친 후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17세 어린 나이에 맨몸으로 인연따라 서울에 상경한 그는 나무와 인연을 맺어 목공소에 첫 발을 내딛고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힘든 생활 속에 자신의 꿈을 키우며 소목 기술을 익히고 배웠다. 1970년대 초 처음 입문 당시 일당은 없었고 밥만 먹여주고 잠 재워 주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주위 여건에 적응하면서 즐겁게 살고저 노력한다. 모든 일에 100% 만족을 원하기 보다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현실에 적응하면서 밤잠을 잊고 나무의 생명력을 배웠고 기술을 익혀 나갔다.
나무와 인연을 맺고 17년간 소목장으로 활동하던 이성우 명인(이하 이명인)은 1987년 도편수 이중구 선생님과 김달원 선생님을 통해 대목의 기술을 배우며 5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통해 대목의 기법을 익히게 된다.
천 년 세월 흐른 후 인정받는 전통 한옥 짓고 싶다
우리의 고건축은 작업현장의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스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거울삼아 장인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바를 굽히지 않고 밀어 붙이는 고집과 뚝심이 있어야 한다.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튼튼한 우리 건축물 궁궐과 전통 한옥을 짓고 싶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기법과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일에 대해서만큼은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추구하며 이명인은 모든 일에 임한다. 이러한 장인 정신과 우수한 기량을 그는 스승 신응수 선생님을 통해 몸에 익히며 전수받았다. 1992년부터 천년 궁궐을 짓던 스승 신응수 선생님 문하에서 부편수로 스승을 보좌하며 10여년의 세월을 몸바치며 경복궁 창덕궁의 궁궐 공사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이명인은 말한다. 경복궁의 강녕전, 경회루, 근정전을 비롯 창덕궁의 인정전, 선정전, 규장각과 덕수궁의 중화전 등 궁궐 공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스승을 모시고 전통문화계승에 젊음을 불태웠다.
2002년 독립한 후 육군사관학교 청헌당과 미 대사 관저 그리고 전주객사 등을 공사하면서 전통의 건축 기법이 변형되는 경우를 목격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자신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전통의 기본을 벗어나기보다 전통의 토대 위에서 창의력이 가미되어야만 진정한 우리의 건축이 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새삼 강조하는 이명인의 눈빛에 강한 그의 집념이 어려 있다.
최원식-조원재-이광규-신응수로 이어지는 우리 고건축의 진수를 이어받아 내일을 향해 꾸준히 정진하는 이명인은 지금도 스승의 격려와 자문 등 세심한 배려에 항상 감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고건축 도편수의 꿈을 키우며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성우 명인과의 대담
Q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징과 우수성에 대해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징은 우선 목조건축입니다. 주건축 자재가 자연 그 자체이며 자연 속에서 생명을 가진 살아 숨쉬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물의 선을 중요시하는 전통한옥은 예술적이며 실용성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목조건축문화의 골격을 이루는 나무는 그 자체로만 볼 때는 그냥 나무이나 원하는 형태로 다듬어 건물을 세우면 단순한 나무가 아닌, 살아 숨쉬는 과학적인 공간을 연출하게 되지요.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우리의 전통건축은 완전 자연이며 우아함 속에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나무가 살아 숨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농부가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Q 전통한옥을 지을 때 도편수로서의 마음가짐은
전통한옥을 이루는 기본은 우선 좋은 지형을 선택해야 하며 우수한 목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장인이란 정성과 혼을 바쳐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전문가를 뜻합니다. 모든 것을 빨리 한다는 마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한번의 작은 실수가 건물 전체를 망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전통한옥을 지을 때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잘 지어진 우리의 전통 건축물은 관리만 잘하면 최소 몇 백년의 수명을 갖고 있습니다.
진정한 장인 정신을 갖고 금전의 유혹을 벗어나 도편수 자신의 이름과 작품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명예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Q 후진 양성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전통계숭에 뜻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싶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지 말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최대한의 지원과 뒷받침을 할 것입니다. 기술과 정신을 함께 가르쳐 자부심과 긍지를 갖춘 전문 장인으로 육성하여 전통건축의 발전에 한 축을 이룰 젊은 인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포부가 있다면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크든 적든 제가 맡은 공사는 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공사를 하고 싶습니다.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전통한옥과 궁궐을 짓는다는 일념으로 민족의 유산으로 남을 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로 전통문화의 계승자임을 자부하며 한국 고건축의 계보를 잇고저 노력하는 이성우 명인의 정열과 뜻이 이루어져 누구나 인정하는 큰 목수로 대성하여 전통문화 발전에 금자탑을 세우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_ 김정수기자 도편수 은당 이성우의 발자취
1971~87 소목
1987~1992
부산 대성암 선방 누각 요사
금정사 누각 사리암 요사 군포 법해암 법당(도편수 이중구)
서울 수국사 법당 치목 청주 용화사 법당 치목
법주사 조사당 몽화당 (도편수 김달원)
1992~2002.5.31
신축-경복궁: 침전 7동(강녕전, 교태전, 경성, 연생전, 응지당 연길당, 함외전, 흠경각 및 동서 행각, 동궁지역 자선당 비현각 및 행각, 흥례문권역 흥례문 유화문 및 회랑
창덕궁: 진선문, 숙장문 및 외행각 복원, 규장각, 구선원전 권역 약방, 영의사 검서청 진설청등 및 행각
보수-경복궁: 근정전 경회루 자경전, 수정전 신무문 및 행각
창덕궁: 동화무 인정전, 선정전 신선원 전 및 행각
덕수궁: 중화전 도편수 신응수)
2002.6
경남 산청 덕천 서원 보수
하동 최참판댁 뒷채, 중문채 산청
내원사 심우실 신축
서울 문묘, 신삼문, 청직관사, 육사 청현당
전주객사 미국 대사 관리, 성북동
성낙원 해체 보수 외
사당 및 미가 다수
현재 김해 한옥체험단지 조성공사
바깥채 행랑채 등(도편수 이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