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임에는 저하고 지 목사님, 박 선생님, 안 병태님 이렇게 네 분이 참석했습니다.
주제가 모두의 현실생활에 밀접히 관련된 것인지라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만 개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은
가급적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
지: 작년에는 형이상학적이 주제들에 대해 다뤘는데
올해는 구체적으로 실천적인 주제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 주제인 이민자의 정체성도 그렇고 이번 주제도 그런 취지에서
선택했다.
평범한 사람에겐 영생 구원의 문제보다 가정의 평화가 더 시급하다.
요즘에는 싸울 일이 그다지 없지만 옛날에는 엄청 싸웠다.
박: 목사님은 운동을 하다보니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지: 우리 부부는 기질적으로 서로 다르다 보니 충돌이 잦았다.
여자를 이해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많았다.
여자를 이해하게 된 건 교목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그 당시 교사 중에 70퍼센트가 미혼의 여성들이었다.
그 당시 학교에 여자 전용 휴게실이 없었는데 그걸 만들어줌으로써
여교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속에서 여자들을 좀 더 이해하다보니
집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여자에 대한 이해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만큼 진행되는 것이다.
나는 활동적이고 아내는 정적이다.
처음에는 아내의 정적인 행동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그걸 가지고 참 많이도 들볶았던 것 같다.
나중에 그런 게 이해가 되고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건 그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늘 내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 일차적이 피해는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돌아간다.
그런 문제는 스스로를 디스카운트해야 해결된다.
내가 옳을 수도 있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용없는 것이다.
나는 집안의 가구든 뭐든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성격이고
집사람은 옮기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옮기면 싸움이 난다.
가구 하나라도 마음속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위해서는
나의 입장을 많이 포기하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
나는 완벽하고 상대방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문제이다. 그래서 아내와의 문제는
인간이해가 되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나라의 강희제를 마테오 릿치는 최고의 통치자로 칭송했는데
당시 청나라 황실에는 마테오 릿치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있었는데 선교사들끼리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강희제는 재상을 시켜 다툼을 멈추라했더니 재상이 보고하길
그것은 교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강희제는
그렇다면 안 싸우는 척, 화해하는 척이라도 할 때까지 선교사들에게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강희제는 어릴 적에 즉위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다.
당시 마테오 릿치 이후에 온 선교사들이 너무 완고해서
제사문제가 같은 데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박해를 자초했다.
박: 나 처럼 늦게 결혼 한 경우 부부관계에 정치학이 적용된다.
부부의 역학관계가 어느 한편으로 통일되어 지배-피지배 관계로 재편된다.
그게 안되면 깨질 수 밖에 없다. 두 왕이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에밀 뒤르켐은 남녀는 경쟁적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했다.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활동 면에서도 그렇다.
토인비에 의하면 초기 인류 사회는 모계사회였다고 한다.
남자는 사냥을 하고 여자는 농사를 지었다. 동절기가 되면 사냥은
중단되고 곡식이 겨울을 나는 주된 식량이었다. 남녀의 주도권이
넘어간 계기는 전쟁과 가축으로 밭을 갈기 시작한 이후부터이다.
주도권을 따르면 문제가 없다. 경쟁관계에 들어가면 갈등이 생긴다.
직장에서 수입도 여자가 더 버는 경우가 점점 많이 생긴다.
그래서 전업 주부 남편이 생기고 있다.
누군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야 한다.
안: 동물은 군집생활을 하는데 인간만 일부일처제에 기반한 핵가족 생활을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 그것이 인간적 성숙과정인데- 포기와 단념을
더 하게 된다. 아내의 삶의 조건 하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함에
따라 덜 싸우게 된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비즈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관계를 좀 더 쉽게 해준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가 될수록 가까워진다기 보담은 더 포용하게되고
더 배려하게 된다.
칸트가 결혼을 성기독점의 계약문서라고 했다.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문화적 조건 아래서 룰을 따라가지만 결혼 자체는 인간의 본성하고는 맞지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간의 문제 갈등은 평생 갖고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지: 결혼의 사회제도적 합목적성은 인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배우자와 나 사이가 다른 데 그런 걸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니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빠른 포기야말로 지혜다.
안: 부부관계도 권력 관계의 속성이 있다. 헤게모니를 서로 잡기 위한
박: 헤게모니 쟁탈 시기에 싸운다.
이: 같은 성향의 사람이 부부로 만나면 오히려 더 어렵다고 한다.
서로의 단점을 너무 잘 아는지라 부부싸움에 상대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댄다고 한다. 대개 부부는 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야 서로 보완하게 된다.
사람이 정적이거나 내성적이면 그 배우자는 대개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내가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집사람은 무척 활동적이다. 나는 가구 같은 게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익숙하고 좋은데 집사람은 심심하면 집안 살림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긴다.
배우자에 대한 이해는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 가운데서 생겨난다.
카톨릭의 ME에서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부부간의 소통기술이다.
배우자에게 자기를 알리되 생각을 전하지 말고 느낌을 전하라고 한다.
의견을 말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화가 생각에 의존하는 대화이다.
특히 상대방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말은 대개 부부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기 쉽상이다.
그런 것보다는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내가 받은 느낌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안: feeling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의 고유성을 잊고 살게 될 때는 어떤 파트너를 만나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본래 모습에서 벗어난 사람은 그 오염된 모습으로 인해
화합이 불가능하다. 그건 같이 있어선 안되는 경우다.
그런 경우는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
지: 기계를 다룰 때 기계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되고 안 되고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기계에도 안 되는 기능이 잇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싸운다. 그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상의 문제다. 그건 빨리 포기해야 한다.
자기를 아느냐? 모르면 끝까지 불행하다.
나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데 어느 날 아내에게 '시끄러!'하고
소리지르다가 민주화 운동한다는 사람이 아내를 억압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싸움 중에 자기 발견하기가 제일 어렵다.
이: 그게 다 심리학이고 종교가 추구하는 바다.
사람은 자신을 앎아감으로써 성장하고 완성에 이르는데
가정은 그런 배움의 최전선이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배우자에게 자신의 인간적 약점이
가장 잘 노출된다. 그것은 자신을 알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지: 치부가 용납되는 곳이 가정이다. 그것이 지성소이다.
더러운 것도 그 안에서 죽어야 한다.
박: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적에 (이기적인) 새엄마와
인간적 관계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를 배려해주는 느낌을 받을 때 감동을 받는다. 그런 게 없이
이용만 하거나 해하려들 때 나쁜 기억만 남는다.
지: 우리 부모는 행복하지 못한는 결혼 생활을 했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졌었다.
박: 인간만이 불완전하게 태어난다. 인간만 20년을 키워야 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연속성이 보장되야 한다.
이: 가정이 더 중요하냐 나라가 더 중요 하냐 그런 건 아니다.
가정의 문제가 나라의 문제가 되고 사회의 문제가 된다.
카톨릭의 ME 운동은 청소년 문제를 다루다가 생겨났다.
문제아의 배후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고 부부관계가 회복될 때
자녀들도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카톨릭에서는 ME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호언한다.
가정의 회복을 통해서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지 않는가.
지: 부부의 에고끼리 부딪힐 때 아이가 완충 역할을 한다. 그게 없으면
깨지기 쉽다.
박: 토인비는 미래 사회는 여성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모계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이미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가정의 중요한 결정들을 여자가 주도적으로
하는 가정이 많다.
안: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박: 그렇다. 동거하되 혼인은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안: 제도적으로 동성 결혼이 인정되고 있는 마당에 성적보완관계로서
결혼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결혼이 최고의 선택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건만 주어지만 해체하겠다는 생각이다. 싸우면서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
결혼을 통해 잃는 게 많다.
지: 실제적으로도 그럴까? 그게 안전하면 그리 가도 되겠지.
노동 시인 박노해는 운동권에서 가장 극좌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박진주라는 혁명적 동지이자 후원자인 아내가 있었다.
박노해는 그녀를 버리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버렸다.
최근에 그 일을 후회하던데
그럴 것 같은데 인간은 변화하기 때문에 그걸 담보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
가정은 속박이기도 하지만 보호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권투에서 '사각의 링'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생겼다.
가정은 '사각의 링'같은 곳이다.
첫댓글 세메온 님이 너무 정확하게 기록을 하셔서 공개되면 가정의 평화에 지장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그런 부분을 빼고 다시 올렸습니다. 인류평화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가는비 님이 달았던 댓글 입니다.....남자들만의 수다...속에 잠깐 들어갔다나온 기분입니다. 말씀중에 나를 우울하게 하는것이...'비극이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은 매서운것인가 봅니다. 말씀을 듣는중에도 저는 계속 꿈을 쫒습니다. 하지만 우리아이들에겐 결혼이 최선이다, 할수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5월 주제는 '나의 삶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걸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