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행복 [감동적인 글/멋진글] 헬렌 켈러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좋은글귀/좋은생각)

[언제나 따뜻하게]

[감동적인 글/멋진글]

헬렌 켈러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좋은글귀/좋은생각)

제목 : Three Days To See

[도입]

  누구나 한 번쯤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년, 짧으면 24시간 정도이지요. 이 경우 우리는, 죽을 운명에 처한 그가, 마지막 날 또는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지 궁금해 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만약 우리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마지막 남은 시간들을 어떤 사건과 경험, 어떤 교재로 채워 넣어야 할까요? 과거를 회상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떠한 행복과 후회를 발견하게 될까요?

  이따금씩 저는 생각해 봅니다.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하루를 사는 것도 매우 훌륭한 삶의 원칙이 될 것이라고! 그러한 태도는 아마 인생의 가치를 한층 뚜렷하게 부각 시켜줄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상냥하고, 활기차며, 친절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시간들이 무한하다고 여길 때 우리는 종종, 그러한 마음가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죽을 운명의 주인공은 대게, 마지막 순간 운 좋게도 [구원]을 받곤 하는데, 그것은 거의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는 삶의 의미와 불멸하는 정신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죽음의 그림자 안에서도, 매사에 즐겁고 명랑하게 사는 사람, 혹은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을 주목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활기차고 건강할 때는, 죽음이란 거의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좀처럼 그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치 건강한 날들이 마냥 언제까지나 길게 뻗어져 있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일에 마음을 소진시키고, 열정이 없는 태도로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와 같은 무감각이, 우리의 모든 재능과 감각의 사용을 제한시킵니다.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은 귀머거리 뿐입니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채로운 축복인지를 깨닫는 사람은 장님뿐입니다. 만일 성인이 되어서 시각이나 청각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감각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겠지요.

 하지만 시각이나 청각의 문제로 고통받지 않은 사람들은 좀처럼 축복받은 재능을 완전하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귀와 눈은, 모든 볼거리와 소리들에 대해 약간의 고마움이나 집중도 없이, 대상을 그저 희미하게 받아들일 뿐입니다. 이것은 가진 것을 잃기 전까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옛말이나, 아프기 전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격언과도 같습니다.

  저는 종종, 각각의 사람들이 인생의 초년기에,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다쳐서 장님이나 귀머거리가 되어 본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생각해 봅니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감사히 여기도록 만들 것이며, 정적은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깨우쳐 줄 것입니다.

 이따금씩 저는 제 친구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알아보는 시험을 해보곤 합니다. 최근에 저는 매우 친한 친구의 방문을 받았지요. 저는 오래도록 숲을 걸어서 이곳까지 온 그녀에게, 오는 길에 무엇을 보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특별한 건 없었는데..' 라고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제가 만일 그러한 반응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말을 결코 믿을 수 없었겠지만, 저는 오래 전부터 앞이 보이는 사람들도 실제로 보는 것은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저는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한 시간 동안 숲속을 거닐면서 주목할 만할 것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볼 수 없는 저도,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것들을 수백 개나 찾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섬세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을 느낍니다. 저는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표피와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봄이면 저는 자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신호인 꽃봉오리를 찾기 위해 희망을 가득 안고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저는 꽃의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고 기뻐하며, 그것의 놀라운 선형구조를 발견합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제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만약에 아주 운이 좋다면, 작은 나무 위에 부드럽게 손을 올려 놓고, 목청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떨림을 느껴 봅니다. 저는 펼친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을 느끼며 기뻐합니다. 저에게는 쌓인 솔잎과 푹신한 잔디가 화려한 페르시아의 양탄자보다 반갑습니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계절의 변화가 저에게는 곧 끝없이 이어지는 가슴 벅찬 드라마인 것입니다.

  때때로 제 가슴은 이 모든 기적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소리칩니다. 단지 촉감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하물며 직접 눈으로 본다면야 얼마나 더 큰 아름다운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데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눈을 사진 사람들을 그것을 거의 보지 못합니다. 세상을 가득 채운 색채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맙니다. 아마도 인간이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가지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빛의 세상에서 시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이 삶의 풍성함을 더하는 수단이 아닌 단순한 편의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제가 만일 대학의 총장이라면, 정규 과목으로 '눈을 사용하는 방법' 이라는 강의를 개설할 것입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태껏 그들이 놓쳐버린 것들을 제대로 보게함으로써 그들의 삶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방법을 가르치겠지요. 그것은 잠들어 있고 둔감한 그들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수업이 되겠지요.

 [첫째 날]

  만일, 3일이라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저는 무엇이 가장 보고 싶은지 뚜렷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여러분도 한번 떠올려 보시겠습니까? '오직,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셋째 날 밤 어둠이 드리워지면, 다시는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안다면, 여러분은 그 3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실 것입니까? 여러분의 눈길을 가장 두고 싶은 곳은 어디입니까?

  제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어둠속에서 제게 소중했던 것들입니다. 여러분 또한 여러분 자신에게 소중했던 것들에 오래도록 눈길을 주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어둠이 찾아왔을 때, 저는 그 아련한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만일 어떤 기적이라도 제게 일아나서, 만일 3일 동안이라도 볼 수 있는 축복이 주어진다면, 설령 다시금 암흑 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저는 그 시간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날에는, 친절과 온화함, 그리고 우정으로 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어릴 때 저에게 바깥 세상을 열어주셨던, 친애하는 앤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그녀 얼굴의 윤곽을 보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얼굴을 또렷히 관찰하여 저를 가르치는 그 힘든 일을 성취한 그녀에게서, 동정 어린 친절과 인내심의 살아 있는 증거를 찾아내어 제 기억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녀의 눈에서, 어려움에 직면해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강한 신념과, 저에게 자주 보여주셨던 전 인류에 대한 애정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영혼의 창'인 눈을 통해 친구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손가락 끝을 통해 얼굴의 윤곽을 대강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저는 웃음과 슬픔, 그리고 다른 많은 뚜렷한 감정들을 감지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들의 얼굴을 손끝으로 감지함으로써 친구들을 알아냅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행동만으로는 저는 그들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저는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들 가령, 그들의 안색이나, 그들의 눈과 얼굴 표정의 즉각적인 변화 곧, 각각의 상황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그들의 반응을 통해 그들을 깊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까운 친구들을 잘 아는 이유는, 여러 달과 여러 해 동안 그들은 자신의 모든 면들을 저에게 고스란히 드러내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모두 손잡았을 때의 느낌, 말할 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입술의 움직을 을 통해 얻은 인상, 그리고 제 손바닥 위에 쓰여진 글자를 통해 얻어진 것들입니다.

 표정의 미묘한 변화, 근육의 떨림, 손의 움직임을 눈으로 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본질을 재빨리 간파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쉽고 만족스러울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시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본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얼굴 표정만 보고 그들을 판단하지 않을까요?

  시험 삼아 저는, 오랜 세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남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내의 눈동자 색깔이 어떻게 되나요?" 라고 물으니,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당혹해 하면서, 솔직히 잘 모른다고 시인하더군요.. 게다가 그들이 새 옷, 새 모자, 가구 배치의 변화조차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은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만성적인 불만이지요...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주변환경에 곧 익숙해 집니다. 그래서 그들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반짝거리고 놀라운 것들 뿐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가장 환상적인 것들도 곧 지루해 집니다.

  아참, 사흘 동안 제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었지요?

 

  음, 첫째 날을 아마도 무척이나 바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아, 오래도록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의 내면에 깃든 아름다움 즉, 겉으로 드러난 증거들을 제 마음속에 새겨둘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기의 얼굴 위에 시선을 오래 둘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들을 아직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아기의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충직하고 믿음직스러운 개들의 눈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용감하고 빈틈없는 그레이트 종인 자그마한 다키와, 아마 그레이트데인 종으로 여겨지는 다부진 헬가는, 따뜻하고 친절하며 유쾌한 친구들이어서 그들은 저에게 많은 위안을 줍니다.

  그토론 바쁜 첫째 날 저는 또한 작고 아담한 우리 집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제 발 밑에 있는 양탄자의 따뜻한 색깔과, 벽에 걸린 그림들, 그리고 집을 아늑하게 꾸며 놓은 익숙한 소품들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눈}은 제가 읽었던 <점자책> 곧,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인쇄된 책들보다 내게 훨씬 더 흥미로웠던 책들, 곧 내 삶의 오랜 어둠의 시기동안 거대하게 빛나는 {등대}처럼 인간의 삶과 인간의 정신의 가장 깊은 통로를 드러내 보여주었던, 그 책들 위를 넘치는 <존경심>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볼 수 있는 첫째 날 오후, 저는 숲속을 오래도록 산책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필사적으로 얼마간의 시간 동안, 눈이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끝없이 펼쳐지는 그 굉장한 광채들을 흡수하기 위해 애쓰며, 대자연이 주는 아름다움들에 제 눈을 흠뻑 적시고 싶습니다. 숲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 있는 농장에 산보를 하여, 밭을 경작하는 인내심 많은 말들과(아마도.. 제가 볼 수 있는건 농기계뿐이겠지만!), 흙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채로운 석양의 영광을 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도할 것입니다.

  땅거미가 질 때, 저는 {두 배의 기쁨}을 경험할 것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을 바라봄으로써! 대자연이 어둠을 선고했을 때조차..

  볼 수 있는 첫째 날 밤, 저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제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낮에 보았던 아름다운 기억(잔상)들로 인해...

[둘째 날]

  볼 수 있게 된 <둘째 날>, 저는 새벽부터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그 생생한 기적을 바라보겠습니다. 태양이 잠이든 대지를 깨우는 그 장엄한 빛의 향연을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저는 이 날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는 일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하루 만에 볼까! 물론 저는 박물관을 찾을 것입니다. 이 지구를 누비고 다녔던 공룡들, 거대한 화석들, 그리고 인간이 이 지구를 안정된 터전으로 만드는데 사용했던 도구들. 그밖에 자연사의 수많은 모습들을 보고 싶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입니다. 박물관이 세상의 물질적인 측면을 보여준다면, 미술관은 인간 영혼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역사를 볼 때 예술적 표현에 대한 욕망은, 음식이나 집, 종족번식의 욕구만큼이나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몇 개의 파르테논 신전의 복제품을 가지고 있고, 돌진하는 아테네 전사들의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도 느껴본 바 있습니다. 아폴로와 비너스, 날개를 펼친 사모트라케는 제 손가락 끝의 친구들이랍니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호메로스의 주름진 얼굴 생김새가 저에게 특히 정감이 가는 것은 그 역시 장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손은, 로마와 그 다음 시대들의 경이로운 조각품들 위를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곤 했습니다. 또한 저의 손은, 미켈란젤로의 영감이 깃든 씩씩한 모세 석고상을 만지기도 했고, 로댕의 힘을 느끼기도 했으며고, 나무로 만든 고딕 조각품의 드높은 정신에 경외심을 품곤 했습니다. 이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미술품들은 저에게 의미가 있지만, 눈으로 보기에 적합하도록 창조된 것들은 저에게 아름다움을 감추고 말기에, 다만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리스 꽃병의 단순한 선에 감탄할 순 있지만, 그것에 새겨진 그림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볼 수 있는 둘째 날, 예술품을 통하여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고 싶습니다. 손으로 느끼던 것을 이제 저는 <눈>으로 봅니다. 오, 각 시대의 예술품들에는 얼마나 풍부한 의미와 많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나요..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저는 몹시 안타까울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는 그 미술관을 떠나야만 한다는 것은.. 하지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굳이 메트로폴리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과 같은 열쇠를 더 작은 미술관, 매우 작은 도서관의 선반 위에 놓인 책들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저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위대한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 그 장소를 선택한 것 뿐입니다..

  둘째 날 저녁은,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종종 다양한 연극을 보러 다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친구가 손바닥에 써주어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화려한 엘리자베스 시대를 대표하는 햄릿의 열정적인 모습과, 뚱보 폴스타프의 모습을, 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햄릿의 우아한 동작과 폴스타프의 쾌활한 걸음걸이를, 제 눈으로 쫓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기쁠까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오직 한 편의 연극만을 볼 수 있다면, 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겁니다. 보고 싶었던 연극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여러분과 같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라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궁금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편의 연극이나 영화, 혹은 어떤 장관을 볼 때 그것의 색깔이나 우아함, 그리고 움직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보이는 것>의 기적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거나 감사함을 표현하는지...?

  저는 제 손이 만질 수 있는 제한된 범위를 제외하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아름다움은 누릴 수 없습니다. 저는 희마하게나마 안나 파블로바의 우아한 발레 동작, 마룻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음향의 리듬(떨림)을 통해 상상해볼 따름입니다. 분명 율동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해주는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리석의 윤곽을 더듬어 보면서 조금이나마 그 율동미를 느끼곤 한답니다. 하물며 정적인 우아함이 이토록 사랑스러운데, 역동적인 우아함은 얼마나 더 강렬하고 가슴벅찰 것인가...!

 아마 제가 볼 수 있는 둘째 날 밤에는, 작품속의 위대한 인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제 눈에서 잠을 덜어내겠지요..

[셋째 날] 

  다음 날 아침, 저는 또 다시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흥미진진한 광경을 지켜볼 것입니다. 저는 매일매일 밝아오는 새벽이,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반복될 아름다운 축복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날은 제가 볼 수 있는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지요. 설령, 상상으로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하더라도.. 후회나 미련 따위로 낭비할 시간이 제겐 없답니다. 봐야할 것이 너무나 많거든요. 오늘은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보내고 싶습니다.

 제 눈은 언제나 행복과 불행 모두에 주목합니다.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광경들도 있지만, 불행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광경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행하고 비참한 광경에 눈을 감고 외면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것도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눈을 감는 것은 정신과 영혼에 눈감는 것이니까요..

  이제 자정이 되어 암흑으로부터의 피난처였던 사흘이 마침내 끝이나면, 제게는 다시 영원한 밤이 찾아오겠지요. 어둠이 다시 내린 후에야 얼마나 많은 것들을 빠뜨리고 보지 못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멋진 기억들로 가득 차 있어서, 놓친 것들에 대해서 아쉬워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이후로 제가 만지는 물건마다, 볼 수 있었을 때 얻은 생생한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장님이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힌트 -

시각이라는 선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 사람처럼 자신의 눈을 사용하십시오.

내일 귀가 안 들리게 될 사람처럼 음악 소리와 새의 지저귐을 들어보십시오.

내일이면 촉각이 모두 마비될 사람처럼 그렇게 만지고 싶은 것들을 만지십시오.

내일이면 후각도 미각도 잃을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십시오.

세상이 당신에게 주는 다양한 방식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영광을 돌리세요.

그렇지만 단언컨대 모든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랍니다......

-좋은글-  

[감동적인 글/멋진글] 헬렌켈러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좋은글귀/좋은생각)

출처  http://blog.naver.com/kingknight77/70045034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