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산에 올린 글입니다,)
1. 산행 참가 산우
총동문산악회 선후배 산우 344명(1회~39회, 현지 합류 인원 포함)
동기 산우
-부부조: 김용춘, 김종무, 김종철, 남장현, 류창하
-단독조: 노재창, 명세환, 손진수, 양명륭, 이인우, 정현복, 최흥식, 하대현
이상 18명
2. 산행 시간
산음 휴양림 주차장 10:05
성현고개 10:40
늪산(814m) 11:25
정상(856m) 11:50(점심 ~12:25)
성현고개 13:05
배치고개 13:50
야생화 동산 14:05(탁족~14:20)
산음 휴양림 14:35
3. 산행 落穗
벌써 서늘한 숲그늘과 시원한 산바람이 그리워지는 초여름이다.
동네집 울타리에 붉은 장미꽃 활짝 피어나고 초록 융단이 짙게 펼쳐진 산자락의 숲속에는 흰 찔레꽃이 수줍게 피어날 때이다. 한 떨기 흰 들장미가 수줍게 피어난 모습을 보고 그 향기를 맡는 情趣만으로도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는 초여름 산행의 보람이 충분하다.
총산 여름 산행지 봉미산의 위치 지도를 들여다 보니 서울에서 비교적 가깝지만 강원도 홍천, 경기도 가평과 설악의 산골짜기가 맞닿은 글자 그대로 내륙 산간의 오지이다.
요즈음 험한 길이 포장이 되었다하지만 아직 길이 좁아 버스의 교행이 어렵고 길이 꺾이는 지점에서나 대형 차의 회전 운행이 어려울 정도이니 오지라 할만한데 요즈음은 코끝을 스쳐 허파 깊숙이 밀려들어오는 신선하고 향기로운 공기가 오지의 기준 같기도 하다.
처음 가보는 산은 항상 기대와 설렘이 앞서는데 호젓하고 운치 있는 숲길, 맑은 물 흘러 내리는 계곡, 정상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광활한 조망이 보장 되는 곳이라면 하루의 산행지로 아주 훌륭하다.
봉미산에서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10km 떨어진 곳에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1,157m)이 솟아있으니 이 산이 용문산의 동생 봉우리인 폭산(천사봉 992m), 용문봉(970m)과 더불어 용문산 줄기임을 알 수 있다.
어째서 이 산이 봉황의 꼬리인지 알 수 없지만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경기 제4 봉 용문산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북쪽으로는 장락산(627m)이 낮게 솟았다가 산줄기가 홍천강에 잠기는 모습이고 서쪽으로는 유명산, 어비산, 중미산, 통방산들도 가까운 모습인데 동북쪽으로는 깎아지른 바위 절벽으로 이름난 소리산(479m) 너머로 홍천의 스키장이 보일 터이다.
부럽게도 몇몇 동문 산우들(24회 김재주, 33회 송이익, 34회 어지선 등)이 어제 홍천의 팔봉산(302m)과 소리산을 넘어 이곳 휴양림에 닿아 밤하늘의 별을 헤며 야영을 했다는 소식이다.
압구정에 도착하니 총무단 아우들(29회 허논만, 30회 김계순, 31회 길려근, 34회 이성삼, 35회 홍대승, 38회 엄주관)과 등반대장(27회 김승원, 29회 한영균, 35회 박영진 외) 아우들이 일찍 나와 뒤풀이 식품과 주류를 나르며 대부대가 참가한 산행 준비에 바쁘다.
자신들의 산행 욕구를 포기하고 출발지와 산행지에서 산행 뒷바라지에 매달리는 이 아우들의 노고 덕택으로 편안한 산행을 하고 뒤풀이 음식도 즐길 수 있는 것인데 가끔 이 아우들의 수고를 고마와하고 격려를 하기는커녕 실수 하면 야단을 맞아야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보게 되니 아우들에게 조금 미안한 일인가.
총무단과 등반대장 아우들은 선배, 후배들의 칭찬이라는 이슬을 받아먹고 사는 풀벌레처럼 마음은 연약한 존재가 아닌가.
속속 원로 형님들(1회 이동집, 2회 김태수 외)과 산악회 고문님들(7회 정재우, 13회 김진수, 14회 장헌수, 15회 이영순, 16회 최치석, 16회 김종교, 17회 이정호, 18회 현철수, 19회 권세혁, 21회 한효택), 총산 집행부(22회 최택상, 23회 이용배, 24회 최광수, 25회 남장현)도 도착하시고 모처럼 총동창회장(15회 강대신)께서도 산행에 나오셔서 산행팀을 격려하신다.
수백 명의 동문 선후배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산행 행사를 직접 경험하시는 총동창회장 형님께서 앞으로도 산악회 산행 행사에 기꺼이 격려를 계속하신다는 약속을 하시니 큰 힘을 얻는 기분이고 재미 있는 산악회, 서로 돕는 산악회, 모교에 기여하는 산악회를 위한 형님, 아우들의 노고가 마땅히 인정을 받는 느낌이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 어느 동기(25회)가 어디선가 낯이 익은 듯한 이 총동창회장 형님을 보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동기인 줄 알고 <야! 오랜만이다!>하며 악수차 손을 내미니 잠시 어리둥절하신 이 형님께서 금세 사태를 파악하시고 <10년을 젊게 봐주어서 고맙다>고 응수하시며 기분 좋게 껄껄 웃어 넘기시지 않으셨던가.
총동문산악회 가족회원 300여 명을 태운 10대의 버스가 압구정을 출발해 중간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사이 개인별로 등산 모자가 지급이 된다.
산악회 동문 산우들간에 단결과 동문 산악회원들의 전통적 美德인上敬下愛를 상징하는 여름 등산 모자를 모두 같이 쓰고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는데 Fila에서 특별 제작하여 협찬한 이 등산 모자의 품질과 디자인이 훌륭하다.
버스가 양평군 단월면의 비슬고개를 넘어가자니 용문산 줄기인 도일봉(864m)이 가깝게 나타나고 시나브로 용문산의 산그림자가 덮쳐올 듯하다. 도일봉 넘어 중원산(800m)에 총산의 여름 산행을 다녀온지가 벌써 7년 전인가.
좁은 오르막 외길에서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틀어 휴양림 입구에 닿자마자 짐 정리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오늘의 산행 코스를 훓어보니 휴양림 입구에서 임도와 산길을 따라 봉미산과 폭산(992m) 사이의 고개인 성현 고개로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늪산(814m)을 거쳐 봉미산 정상을 오르게 되어 있다. 하산은 다시 성현고개로 내려와 원점 회귀할 수도 있고 욕심을 낸다면 폭산과 용문산 방향의 배치고개까지 걸어갔다가 야생화 동산을 거쳐 휴양림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휴양림에 아늑한 산책길이 곳곳으로 뚫려있고 운치 있는 통나무집들이 있어 산행 아니더라도 별을 헤며 하룻밤 묵어봄직하다.
휴양림의 임도가 끝난 후 성현고개까지 평탄한 길과 비탈이 교차한다. 산길에 비탈이 있더라도 모르는 사이 한껏 무성해진 초록숲에서 새소리와 함께 맑은 기운이 몰려오니 상쾌한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산길에 미끈하게 뻗은 나무들이 다투어 솟아나 있고 산자락으로 수풀이 울울창창하여 깊은 산중으로 들어서는 느낌인데 산길의 나무 터널 사이로 6월의 밝은 햇살이 스미어 비쳐오니 산중이 환하고 눈도 시원해진다. 이 분위기가 초여름 산길의 매력이다.
해발 500m 남짓의 성현고개에서 늪산까지 된비탈이 계속 된다.
약 1.2Km 구간에 고도가 300m 정도 높아진다니 오르막이 계속 되는데 이 산길이 평소 어지러운 생활에 대한 속죄의 길인양 땀을 뚝뚝 흘리며 묵묵히 산길을 올라간다. 한참 땀을 뻘뻘 흘리며 비탈을 올라가니 어느 사이 바로 앞에 돌길이 나타나는 늪산 봉우리가 보이고 왼편으로 봉미산 봉우리가 나무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늪산에 닿아 한숨을 돌리고 깊게 심호흡을 하니 피톤치드 가득 담긴 맑은 공기의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산자락으로 펼쳐지는 촉 바다의 물결이 잔잔하다.
늪산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늪지의 자취를 찾아보려 하나 찾을 수가 없는데 옆의 형님(21회 이관영)께서 고맙게도 차갑게 갈무리해 가지고 오신 거품이 피어나는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따라주시려 한다.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산중에서 흠뻑 땀을 흘린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의 유혹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인데 뒤풀이 장소에 내려가면 눈병이 나을 때가지 술을 절제하겠다는 다짐이 거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순간만은 참기로 한다.
맑고 시원한 봉미산의 산공기가 아픈 눈을 낫게 해주리라 굳게 믿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데 同病相憐인지 성큼성큼 걷는 虎步法을 구사하시고 술 좋아하시는 준족 형님(14회 조병찬)께서도 백내장 수술의 여파로 술을 삼가하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산길이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되어 정상으로 향한다. 모르는 사이 하늘에 구름이 끼어 햇빛이 사라지고 먼 산에 운무가 깃드는 모습이다.
작은 헬기장이 마련된 정상에 서서 멀리 운무가 감돌아 시야가 흐려진 팔방을 바라본다. 다행히 남쪽으로 안개에 가린 용문산이 육중하게 솟아오르고 앞에 보이는 폭산이 용문봉을 살짝 가린 모습이 나타난다. 이 모습이 마음에 드는데 산중에서 다른 산이 그윽하게 솟은 모습을 볼 때는 항상 마음이 밝아오고 가슴이 후련하다.
정상 부근에서 동기들과 함께 마음의 점을 찍는데 지난 4월 봄산행지인 장령산 꼭대기에서 뵌 원로 형님(2회 김태수)께서 步武도 당당하게 정상을 다녀오시는 모습이시다. <형님! 대단하십니다>라고 동기들과 함께 치하를 드린다. 바로 전에 고문님(7회 정재우)을 비롯한 여러 분의 원로 형님들께서 정상을 다녀오시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다시 성현 고개로 내려서서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짧을 듯하여 성현고개에서 한 고개만 지나면 푹신하고 널널한 육산의 산길이 기다린다는 배치고개로 가기로 한다.
늪산에서 성현고개로 내려오는 길이 올라온 길인데 웬지 낯설다. 나와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인지 동행하는 아우(32회 김성모)가 한 마디 한다. 낮에 보는 여자와 밤에 보는 여자가 다를 수 있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옆에 있던 동기(25회 류창하)가 보석 전문가인 이 아우에게 낮에 보는 보석과 밤에 보는 보석이 다르냐고 물어본다.
성현고개에 거의 닿으니 거꾸로 산행을 시작하여 배치고개를 넘어온 준족 아우(31회 김경현) 일행이 씩씩거리며 비탈을 올라오고 있다. 이 더위에 가파른 배치고개 비탈을 넘어왔으니 땀깨나 흘렸을 것인데 정상에 닿으려면 또 땀을 흘려야 될 것이다.
성현고개 임도에서 바로 산길로 들어서서 배치고개로 향하는데 바로 앞에 봉우리 하나가 솟아 있다.
산길이 좁고 호젓하지만 짧은 구간에서 해발이 150m 정도 높아지니 비탈에서 숨을 헉헉거리며 고된 땀을 흘리게 된다.
이 산을 넘어가면 나타날 계곡의 맑은 물에 발을 담구고 시원한 등목을 하는 것을 상상하며 고달픔을 참으니 바로 정상이다. 정상에 털석 앉아 초록 숲을 내려다 보고 새소리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니 후련하다.
계속 호젓한 내리막 산길을 가니 철탑이 나오고 가파른 비탈을 내려서니 배치 고개에 닿는다.
앞서 나가던 동기(25회 류창하, 25회 정현복)들이 임도에서 배치고개로 향하는 리본을 보지 못하고 거의 폭산 근처 된봉고개 부근까지 달려갔다가 제법 늦게 돌아왔으니 제대로 땀을 흘린 셈인데 용문산의 산기운을 느끼며 용문산을 가깝게 보는 것으로 벌충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인가.
배치고개에서 임도를 걷다가 왼편 산길로 들어서니 미끈하게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로 찔레꽃 피어나는 널널하고 새색시 같이 유순한 산길이 맞아준다. 걸을 맛이 제대로 나는 편안한 길에 초여름의 밝은 기운이 초록빛을 뿜고 있다.
군데군데 찔레꽃 구경을 하며 맑은 물 졸졸 흐르는 계곡에 닿는다.
계곡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구고 등목을 하여 땀을 씻어내니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하고 시원하다. 이미 등목을 마친 등반대장 아우들(29회 한영균, 35회 박영진)이 사뿐사뿐 가볍게 산을 내려간다.
먼저 내려온 동기들이 모여있는 데크에 도착하니 동기인 전문 산행요리사(25회 양명륭)가 첨단 주방 장비들을 동원하여 한창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돼지 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 찌개도 얼큰하게 맛있고 라면도 입에 맞고 갖은 양념을 뿌려 먹음직스럽게 구워낸 고기도 최상의 안주이다. 가벼운 고민 끝에 막걸리와 소주를 두어 잔 나눠 마셔 아쉬운대로 산행의 회포를 풀어본다. 오랜만에 고문 형님(18회 현철수)과도 가볍게 한 잔을 나눈다.
시원한 그늘에서 형님, 아우, 동기들이 어울려 원초적 교류를 갖는 즐거운 초여름이 낮시간이 꿈결 같이 흘러가니 어느덧 산행 행사가 아쉽게 끝나간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총동창회장(15회 강대신)과 산악회장(22회 최택상)의 선창으로 교가를 3절까지 부른다.
교가를 부르는 순간은 항상 마음의 고향인 모교를 생각하는 순간이기도 하니 비록 진리를 탐구하지도 못하였고 나라의 미쁜 일꾼이 되지 못하였더라도 학창 시절의 꿈과 추억을 떠올려보며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오늘만큼은 모두 창창한 수풀 속에서 배우는 젊은이들이다.
돌아오는 길에서 10년 위 15회 형님들(산악회장 함영균)과 몇 잔 술을 더 나누며 형님들의 칠순 잔치와 기념 산행은 10년 아래 아우들이 준비하겠다고 약속을 드리니 흡족한 표정이시다.
형님들께 술을 너무 권해 드려도 문제이고 권해 드리지 않아도 문제라면 권해 드리는 것이 조금 나은가. 형님, 아우 간에 산행과 한 잔 술을 매개로 허물 없는이야기가 오간다.
대간과 정맥에서 자주 뵙는 형님들(15회 나병구, 15회 송수섭, 15회 최종일)께도 한 잔 씩 올리는 사이 기분 좋게 취하신 어느 형님(15회 최종일)께서 금년에 아쉽게도 지리산 산행에 불참한 사유를 말씀하시는데 그 사유가 단적으로 라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키 크고 마른 사람들은 기초 대사량이 커 금세 허기가 지고 배가 고프면 못걷게 되므로 장거리 산행에 취사 장비와 식품을 챙겨야 하니 배낭이 무거워지고 부담이 된다는 말씀이시다. 큰 키로 빠르게 걸으시는 이 형님에게 이런 고민이 있었나.
지리산 산행 시 세석에서 라면을 끓여준다고 사전에 공지가 됐으면 일착으로 지리산 산행을 신청했을 터인데 왜 너만 라면 얻어먹었냐는 지적이시다. 좌우지간 <형님 알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이 형님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지 생각을 해본다.
압구정에 도챡해도 아직 해가 창창하고 헤어지기 아쉬운 듯 동기간, 선후배간 이어지는 저녁 행사가 늦도록 창창하다.
章
2011. 6.
첫댓글 선후배들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하는 총산행은 항상 흥겨운 한마당입니다. 같이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공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달래 봅니다.
총산 산행 참석 하신 모든 분들 즐거운 시간 보내신 것 축하 드립니다. 귀국 예정일이 아직 꽤 남아 있어 조금 지루합니다. 아침이니 운동 후 Charles 사무실에 출근 하려고 합니다.
어 ? 고기 굽는 냄새가 안나네 ? 날고기들 드셨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