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 포메이션의 비밀 3
- 축구 왕국의 과거와 현재 -
Column 3. 압박형 4-2-2-2(1989~1998)
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압박 전술’이 축구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브라질도 압박 능력을 갖추기 위해 테크니컬한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 전문 플레이어들을 5번과 8번 자리에 배치하고, 스위퍼를 활용하는 등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코파 아메리카 89때 처음 시도된 후 약 10년 간 변형을 거듭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표팀이 4-2-2-2와 압박 전술을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이번 시리즈는 글쓴이가 2016년 7월에 출간한 축구 전술사 1. 남미_브라질 편(도서출판 사람들/220p)을 간추려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
▶ 사진, 번호 표
ex> 86 멕시코 월드컵 당시 18번을 달고 활약했던 소크라테스는 10번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86 멕시코 월드컵 당시 소크라테스를 10번이라 지칭할 것이다.
▶ 공격형 4-2-2-2 → 압박형 3-5-2(3-3-2-2)
브라질 축구의 현대화는 4-2-2-2를 3-5-2(3-3-2-2)로 변경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8번 자리에 앵커 맨(수비 전문 미드필더)이 위치하고 5번이 3번과 4번의 후방에 스위퍼로 자리하면서 3-5-2가 탄생했다. 공격적인 풀백 두 명(6번, 2번)과 10번 플레이메이커를 공존시키는 기존의 경기 방식을 유지하면서 그간 나타났던 수비 문제를 영리하게 해소한 조치였다.
▶ 압박형 3-5-2(3-3-2-2, 10번 타입의 미드필더 2명 활용) - 브라질 코파 아메리카 89
# 코치 : 세바스티앙 라자로니
# 베스트 11 : ‘( )-실제 등번호’ ①-타파렐(1) ②-마지뉴(2) ③-아우다이르(14) ④-R.고메즈<C>(6) ⑤-M.가우방(3) ⑥-브랑코(5) ⑦-실라스(20) ⑧-둥가(17) ⑨-베베투(7) ⑩-바우두(9) ⑪-호마리우(11)
8번이 1차 저지선, 5번이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해주면서 수비가 단단해졌다. 3-5-2로 사전 압박을 하고 5-3-2로 문전 수비를 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운영 방식은 4-2-2-2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은 이 전술로 70 멕시코 월드컵 이후 19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5승 2무 11득점 1실점으로 코파 아메리카 89 우승!).
▶ 압박형 3-5-2(3-3-2-2)의 문제점 1. 2선 공격진 포지셔닝
하지만 3-5-2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8번의 주변 공간이 넓다는 것과 5번이 배후로 이동할 때 8번-3백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는 게 그것이었다. 때문에 10번과 7번은 수시로 뒤로 이동하여 8번의 패스를 받아주고 또한 수비에 가담해야했다. 이는 1선과 2선의 연결 라인이 엷어진 원인이 되고 말았다.
▶ 압박형 3-5-2(3-3-2-2, 10번 타입의 미드필더 1명 활용) - 90 이탈리아 월드컵
# 코치 : 세바스티앙 라자로니
# 베스트 11 : ‘( )-실제 등번호’ ①-타파렐(1) ②-조르지뉴(2) ③-R.호차(19) ④-R.고메즈<C>(3) ⑤-M.가우방(21) ⑥-브랑코(6) ⑦-알레망(5) ⑧-둥가(4) ⑨-카레카(9) ⑩-바우두(8) ⑪-뮬러(15)
# 전적 : 4전 3승 1패(vs스웨덴 2-1 승, vs코스타리카 1-0 승, vs스코틀랜드 1-0 승, vs아르헨티나 0-1 패)
브라질은 위의 문제를 보강하기 위해 7번 자리에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중앙 미드필더를 투입했다. 7번이 8번 라인까지 내려가 수비를 지원하면서 10번이 공격에 더 관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대표팀은 이 전술로 90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섰다.
▶ 압박형 3-5-2(3-3-2-2)의 문제점 2. 수비진의 포지셔닝
8번과 수비진 사이가 넓게 벌어지는 것은 3-5-2 스위퍼 시스템의 약점이었다. 7번의 잦은 수비 지원에도 이 문제는 완연히 극복되지 못했다. 결국 10번도 예외 없이 후방까지 깊숙이 내려가 수비를 해줘야 했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이 각자 넓은 공간을 관할하며 많이 뛰는 경기 스타일은 브라질과 잘 맞지 않았다. 결국 브라질은 압박 저지선이 번번이 뚫리고 1선과 2선의 연결고리가 자주 단절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16강 탈락!).
▶ 3-5-2(3-3-2-2) → 4-2-2-2
94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카를로스 페레이라 감독은 3-5-2(3-3-2-2)를 개량하여 압박 전술의 토대를 닦았다. 스위퍼 5번을 3-4번의 앞 포지션, 즉 8번과 3-4번 사이에 배치한 것이 핵심이었다. 3-5-2에서 8번과 수비진 사이에 나타나는 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전체적인 대형은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와 포어 스위퍼가 4백 앞 포지션에 자리하는 압박형 4-2-2-2였다. 이 조합은 이때부터 실리파 브라질 지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더블 보란치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된다.
▶ 압박형 4-2-2-2(10번 기용) - 94 미국 월드컵 조별예선
# 코치 : 카를로스 페레이라
# 베스트 11 : ‘( )-실제 등번호’ ①-타파렐(1) ②-조르지뉴(2) ③-아우다이르(13) ④-M.산투스(15) ⑤-M.실바(5) ⑥-레오나르도(16) ⑦-지뉴(9) ⑧-둥가(8) ⑨-베베투(7) ⑩-하이<C>(10) ⑪-호마리우(11)
# 전적 : 3전 2승 1무(vs러시아 2-0 승, vs카메룬 3-0 승, vs스웨덴 1-1 무)
10번 플레이메이커, 공격적인 풀백(6번, 2번)을 활용하는 4-2-2-2 고유의 공격 운영 방식과 8번-5번이 주축이 된 압박 전술의 조화는 어느 정도 탄탄한 균형감을 뽐냈다. 이를 앞세운 브라질은 조별 예선을 2승 1무 6득점 2실점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 압박 시 4-2-2-2의 구조적 약점
하지만 한 가지 불안 요소가 있었다. 미드필드 진의 측면 공간이 넓은 4-2-2-2의 구조가 그것이다. 상대가 2선의 측면을 통해 빠른 공격을 진행하게 되면, 압박 대형이 좌-우로 분산될 여지가 컸다. 이는 우승후보들을 상대해야하는 토너먼트를 대비해 고심해 봐야할 부분이었다.
▶ 압박 4-2-2-2(10번 배제) - 94 미국 월드컵 토너먼트
# 코치 : 카를로스 페레이라
# 베스트 11 : ‘( )-실제 등번호’ ①-타파렐(1) ②-조르지뉴(2) ③-아우다이르(13) ④-M.산투스(15) ⑤-M.실바(5) ⑥-브랑코(6) ⑦-지뉴(9) ⑧-둥가<C>(8) ⑨-베베투(7) ⑩-마지뉴(17) ⑪-호마리우(11)
# 전적 : 4전 3승 1무(vs미국 1-0 승, vs네덜란드 3-2 승, vs스웨덴 1-0 승, vs이탈리아 0<3pk2>0 무)
압박 시 4-2-2-2의 약점을 커버하려면 10번과 7번의 측면 수비 가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윙을 두지 않는 4-2-2-2에서 10번에게 수비 할당 구역이 부과되면 2선에서의 찬스메이킹이 무뎌질 공산이 커진다. 이에 페레이라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공격력 유지냐, 압박 수준의 극대화냐. 페레이라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 10번 하이의 나쁜 컨디션, 탄탄한 수비가 중요한 토너먼트의 특성을 고려한 실리적인 선택이었다.
▶ 압박 시스템 도면
페레이라는 조별예선에서 5번과 8번의 백업으로 활동했던 마지뉴를 10번 자리에 배치했다. 이후 브라질은 완벽한 압박 수비를 구사하며 매 경기 꿋꿋하게 이겨나갔다. 1선과 2선을 종횡무진 오가며 찬스메이킹 역할까지 해낸 11번 호마리우의 놀라운 활약으로 10번의 공백 또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완벽’ 그 자체였다. 결국 브라질은 24년 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차지했다.
▶ 압박형 4-2-2-2(10번 기용) - 98 프랑스 월드컵
# 코치 : 마리우 자갈루
# 베스트 11 : ‘( )-실제 등번호’ ①-타파렐(1) ②-카푸(2) ③-아우다이르(3) ④-J.바이아누(4) ⑤-삼파이우(5) ⑥-R.카를로스(6) ⑦-레오나르두(18) ⑧-둥가<C>(8) ⑨-호나우두(9) ⑩-히바우두(10) ⑪-베베투(20)
# 전적 : 7전 4승 1무 2패(vs스코틀랜드 2-1 승, vs모로코 3-0 승, vs노르웨이 1-2 패, vs칠레 4-1 승, vs덴마크 3-2 승, vs네덜란드 1<4pk2>1 무)
94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했지만, 우승 전술은 자국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11번 호마리우의 대활약에 간신히 공격의 균형을 유지했지만, 2선에 10번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는 4-2-2-2는 여러모로 위력이 떨어지는 전형일 수밖에 없었다. 페레이라의 후임으로 자리한 마리우 자갈루 감독은 수비적인 5번과 8번을 기용하는 압박형 4-2-2-2의 모토를 그대로 유지하되, 10번 플레이메이커를 미드필드 전방에 두는 방식을 재도입했다.
▶ 시스템 구조의 문제점
하지만 불안한 경기 내용이 반복되었다. 10번 플레이메이커를 앞세운 공격력과 둥가(8번)의 희생으로 공-수 균형을 근근이 유지해 나가긴 했으나, 2선의 좌-우 공간과 3선의 배후 공간(특히 오버래핑에 나선 풀백이 비운 측면 수비 공간)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는 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브라질은 지단을 축으로 측면을 집중 공략한 프랑스의 빌드 업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0-3 완패!).
( 사진 - 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당시 실점 장면 )
압박형 4-2-2-2의 약점을 꿋꿋하게 막아주었던 ‘캡틴’ 둥가가 대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 시스템의 약점은 그 후 더 두드러졌다. 이후 브라질을 상대하는 팀들은 의도적으로 측면을 활용한 빠른 빌드 업을 구사했다. 브라질은 늘 알면서도 당했다. 이내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다. ‘2선과 3선의 수비 불안→풀백의 활동성 정체→공격의 너비 확보 실패→득점력 부재’는 대표팀의 패배 공식과 다름없었다. 이 흐름은 2001년 5월 ‘우승 청부사’ 펠리페 스콜라리의 부임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 4편 ‘수비형 4-2-2-2(2001~2010)’ 편에서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