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채님께서 이미 지난 카페에 올려주셨기에.. 생략할까? 고민도 했었지만
노르망디 여행의 첫 화면이라 전개상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기왕 오셨으니 음악이라도 듣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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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을 처음 방문했던 건
10년 전인 지난 2004년 이었다.
당시 묘지는 독일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에 근무했었고
04~05년 2년 동안 뮌헨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인연이 닿아
04년.. 여름 휴가를 맞아 노르망디를 찾았던 것이다.
이제 10년 만에 그 노르망디를 다시 찾는다. -_-
지도에서 보듯 노르망디는 영국과 인접한 프랑스 북부 해안지역으로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 덕에 농작물이 잘 자라며 특히 사과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목축업 또한 전통적인 산업으로 인식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노르망디 하면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역사상 최대의 작전'으로 불리는
연합군의 상륙작전이 벌어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10년 전 추억을 더듬으며 그 노르망디로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근데 나이 탓인지 두어 시간 달리니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다. =_=
"라지 이식하!! 핸들 좀 잡아!!" -0-
"나.. 졸린데...." =_=
"닥치고 잡아 이식햐!!" -_-ㅗ
이럴 줄 알고 미리 국제면허증을 발급 받도록 종용 했었다. ㅋㅋ
참고로 국제면허증 발급 대단히 쉽다.
면허증이랑 여권이랑 사진이랑 수수료랑 들고
가까운 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를 방문하면 된다.
국제면허증 발급 ..이라고 대문짝 혹은 소문짝 만하게 씌인 곳에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금방 만들어 준다. ^^
혹시라도 외국에 나가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운전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미리미리 발급받아 두시길..... .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까지다. -_-
다만 주의할 것은 차량 렌트시에 혹은 경찰에게 면허증 요구를 받았을 때
나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니 국제면허증 + 여권 + 국내면허증
모두를 함께 소지하고 있기를 권한다.
일례로 캐나다 퀘벡에 갔을 때 차량 렌트를 하고 있었는데
국제면허증은 처다보지도 않고 울나라 면허증을 달라고 하더라는..... . -_-;;
차창 밖으로 프랑스 농가의 모습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너른 들판 사이로 키낮은 구릉이 듬성듬성 들어선
전형적인 프랑스 농가의 풍경이다. ^^
하늘과 맞닿은 너른 밀밭들..... .
한동안 저런 밀밭들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이 밀밭을 보노라면 늘 떠오르는 인물과 도시가 있다.
힘겨운 생을 마감한 '고흐'..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 도시
'오베르 쉬르 오아즈(Auvers sur Oise)'
벌써 2년 전.. 그의 삶을 열심히 쫓아 헤맺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우리 경험의 인식적인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미지의 세계에까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던
시인의 상상력과 화가의 남다른 시선.... .
귓가에 스치던 한 줌 바람과 눈물샘을 자극하던 청명한 공기
저절로 고개들던 나뭇잎 사이 그 눈부신 햇살과 푸른 하늘빛
그리고 잔바람이 귓가를 휘감아 도는 그 아름다운 밀밭을 바라보는 동안
숨이 멎을 듯한 각별한 고독을 맛보았었다.
어쩌면 그건 내 생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덮어버릴 만큼의 치열한 고독이기도 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나는 완벽한 '혼자'였었다.
때때로 고독이 고통을 덮어버리기도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안 것이다.
< 2011년 오베르의 밀밭과 양귀비 꽃 >
누군가의 안타까운 생이 찬란한 금빛으로 머문 거기
실바람 부는 그 밀밭에 아무 욕심 없이 주저앉아
오래도록 빛바랜 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유작인 '까마귀 나는 밀밭'과
그 배경이 된 밀밭에 피어 있던 빨간 양귀비들..... .
슬프도록 한산한 작은 역을 나와 청명한 햇살 아래
마치 모든 사물이 꼴라쥬처럼 명확한 경계선을 지니는 그 작은 마을에서
실로 눈이 아닌 가슴으로 만져지는 행복의 포만감을 새롭게 느꼈었다.
겨우 2년이 지났건만 그 모든 풍경들이 또 그립다. ^^
암튼.. 프랑스 하면 예술이나 낭만 등을 떠올리겠지만
현실의 프랑스는 이처럼 유럽 최대의 농산물 대국이다.
유럽내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달리는 차 안에선 창까지 열고 아무리 집중해도
포커스에 한계가 있다.
구도를 어디다 맞춘건지 원.... . OTL
목적지인 몽생미셸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는 우리의 라지.... .
그래 과속 따위 두려워 마라.
영혼 없이 달리는 거다.
므하하하핫~~~!!!!!
더~ 달료~ 더어~ 달료~~!!!!! -0-
여름의 상징인 낮은 적운 그리고 높다란 권운이 겹쳐 흐르고 있다.
학창시절.. 미서부의 데스 벨리(Death Valley)를 여행할 때 보았던
바로 그 구름과 비슷했다.
인공의 빛이라곤 한줄기도 찾을 수 없던 척박한 죽음의 공간에서 경험한 수 많은 별무리들....
그리고 새벽 여명이 밝아오던 그 장엄한 대서사시....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던 당시의 색채감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다. ^^
이제 몽생미셸까지 103킬로 남았단다.
40~50분 후면 도착할듯.
불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겠지만
'몽'은 마운틴 즉 산을 뜻하고
'생'은 Saint 성인을 의미하며
'미셸'은 Michael 미카엘 대천사를 의미한다.
조합하면 대충 답이 나오겠지?
그러나 솔직히 산은 아니다. =_=
머리 위로 비행기 한대가 지나치며 긴 비행운을 남긴다.
방향으로 짐작컨데 영국에서 해협을 건너 유럽대륙으로 날아오는 비행기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몽생미셸의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원래 만조 때 물이 차면 저렇게 바다를 걸어서 들어가기도 한다.
저 표지판으로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바다 위에 혹은 해변 위에 우뚝 선 수도원이자 작은 마을이자 성인 곳
그게 바로 오늘의 목적지 몽생미셸이다. ^^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저 마을을 지나면 바로 바닷가고 몽생미셸을 만날 수 있다. ^^
목숨 걸고 오지게 달려 거의 한시간 이상이나 앞질러 왔다.
수고했다 라지야.
암튼.. 기대해라. -_-/
아~~~~!!!!!! ㅠ_ㅠ
저~~ 멀리 아스라하게 몽생미셸이 보인다.
역시 언제봐도 멋지다. ㅠ_ㅠ
참고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궁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두 명작의 모티브를 제공해 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파즈와 시타의 슬픈 목소리 "마르스!!" 가 들릴 것 같다.
주변엔 아무렇게나 흩어져 풀을 뜯는 양때들이 지천이다.
우리가 아는 복실복실한 일반적인 양과 달리 머리가 까만 애들인데
가까이 가면 찢어진 눈으로 쫘악~ 째려보는데 쫌 무섭다. ^^;;
암튼.. 이렇게 짭쪼름한 성분의 함초들을 먹고 자란 애들이라
Pre Salt라는 이름으로 팔린단다.
이미 고기에 간이 잘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안하지만 나중에 재들을 맛 볼 거다. ^^;;
척~척~!!
삼각대 펴고 망원으로 한 컷!! -_-
천년도 훨씬 전인 8세기....
오베르라는 신부가 천사 미카엘의 명을 받아 지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유례를 가진 이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관광지로 명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 바다 위 외딴 바위섬에 지어진 수도원의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고 또 가고 싶다는 로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다시피 작은 산.. 아니 작은 섬 하나에
옹기종기 사원과 마을이 붙어있는 성처럼 생겼다.
건물들은 얼핏보면 중세 고딕양식처럼 보이지만
그건 나중에 재축 및 증축의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대략 1000년에 이르는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다.
우리 같은 노가다 학과 출신성분들은 당근 궁금증 +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주차장 따위를 만들 공간이 없기에
차는 대략 2~3킬로 떨러진 마을에 세워두고
한들한들 산책하듯 걸어오거나 아니면 마을에서 셔틀로 운행하는
무료 전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산들바람 맞으며 쉬엄쉬엄 걸어오고 싶었지만
이미 도착 시간이 저녁인 탓에 전기버스를 탔다.
몽생미셸 안에 올망졸망 자리한 가게들..... .
길은 좁을 수밖에 없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몇몇 유명한 식당과 제법 비싼 숙소들이 있다.
거주민은 대략 40명 내외란다. -_-
겨우 한사람 지나다닐 요런 좁은 틈으로도 샤샤샥~~ 다녀야 한다.
물론.. 묘지는 날씬하기에 무리가 없다. -_-
바닷가라서 그런가? -_-a
지붕과 벽에 마치 해조류같은 저런 이끼류가 제법 많았다.
근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
새똥.. 그러니까 새님들의 변 때문이란다. -_-;;
암튼.. 지붕은 얇은 판석을 하나씩 이어붙인 특이한 구조다.
마치 잘 다듬은 돌널지붕 같은 느낌..... .
그나저나 고기 불판으로 쓰면 딱이겠는 걸. ^^;;
성내에는 이렇듯 작은 공동묘지도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일 여기에서 태어나 일생을 여기서 살다가 여기에 묻혔다면
그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라면.. 그래도 행복했을 것 같다.
뭉글뭉글 찬찬히 흘러가는 구름들과 어느 한시절 사람들의 소망을 담았던 첨탑....
그때도 이렇게 날은 좋았을 것이고 그때도 구름은 흘렀겠지.
일단.. 쌔벼온 렌즈는 다 써 본다.
실력이 없으면 장비빨로라도 커버를 해야지 머. =_=
지금은 간조..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 갯벌에
듬성듬성 사람들이 보인다.
조개잡이 체험 비슷한 행사도 있던데
아마도 그런 걸 하는듯..... .
어디가나 저런 사람들 꼭 있다 모래에 글자 크게 써 놓는 사람.
흠.. 이따 나도 하나 써야지.
묘지 인생 최대의 유행어.....
" Jo >>ㅏ " ㅋㅋ -_-;;
이 수도원은 천년이 넘도록 이곳에 우뚝 서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리고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늘 한결 같았고 햇살은 따스했을 것이다.
궁금하다.
수십 년이 흐른 어느날....
난 그때까지 무엇을 보고 또 무슨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
이미.. 뒤져서.. 제삿밥이나 얻어 먹고 있을라나? -_-;;
멋진 노을을 담기 위해 마을까지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일단 후퇴
담배 한대 빨며 기다리고 있는데
느닺없이 화면에 등장한 커플..... .
거참~ 드럽게 부러운 부부일세.
시도때도 없이 쪽쪽~ 거리며 아주 제대로 염장질을 한다. -_-+
우쥬 플리스~ 이제 쫌 비켜줄래!!
사진 좀 찍자 잉간들아!! -0-
심각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여행자 청년....
오래 전 나를 보는듯 하다.
그때의 난 필요 이상으로 심각했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며 구름이 짙어져 멋진 노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야경을 담으려 다시 전진..... .
저 전기버스가 마을서 무료로 왕복하는 셔틀버스다.
오~~ 고맙습니다. 구름님!! -0-
마지막으로 목격한 몽생미셸의 붉은 노을이었다.
한여름의 프랑스는 낯이 대단히 길다.
이때가 대략 밤 11시가 넘은 시간....
정말 10까지는 낯처럼 훤하다.
사진 찍기 좋은 매직아워 또한 길다는 것도 축복이다. ^^
마지막 노을을 극대화 하기 위해
잽싸게 와인 필터로 보정 샷 -_-
이제 미리 예약한 숙소를 찾아간다.
푸욱 자고 낼 아침 이 멋진 산책로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고 노르망디의 자연을 마음껏 즐길 것이다. ^^
커밍~~ 쑤~운~~!!!! -_-/
PS- 사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작은 팁!!
↑요때 시간이 대략 밤 11시.. 광각렌즈 탓에 좀 더 시퍼루딩딩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여전히 훤~하다. -_-;;
30분 후.. 이제 조금 깜깜하다.
짙은 저 구름의 흐른는 모양을 잡기위해 노출시간을 늘릴 거다.
이른바 장노출..... .
어때?
아까보다 확실히 구름이 흐르는 것처럼 역동성이 부여되지?
하나 알려줬다. 장노출..... . ^^
젝일.. 멋진 노을씬과 야경 좀 잡으려고
무려 4kg이나 하는 삼각대도 들고왔구만 짐짝이 되었네요. ~_~
암튼.. 이 사진도 구름 모양을 보면 알겠지?
그렇다. 장노출이다.
저 퍼렇고 뻘건 광선은 셔틀버스가 지나가며 장노출에 걸린거다.
또 하나 배웠지?
장노출은 이렇게 주변의 움직이는 광원들을 적절히 담을 수 있다. ^^
아쉽다.
정말 아쉬웠다.
2004년에 보았던 그 멋진 노을을 다시 볼 수 없다니.... . ㅠ_ㅠ
< Clarinet Concerto KV 622 No.2 Adagio - Mozart >
첫댓글 휴일.. 싫다는 애쇗히들 끌고 저~~ 멀리 이어진 천변길을 따라
오지게 긴 산책을 다녀와씀.
산책이라기엔 거의 하프마라톤 길이의 나들이..... ^^;;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모두 즐가을하세여. ^0^/
오늘 춘만디..ㅡ.ㅡ
음악.글.사진 삼박자가 딱이네.
눈이 아닌 가슴으로 만져지는 행복의 포만감.뿌듯함.. 좋은글에 한참 머물며..
지가 건져갑니다.
아~~!! 그거~!!!!!
오타에여.
눈이 아닌 가슴으로 만져지는 행복의 포만감 ㅡ> 눈이 아닌 가슴을 만지는 행복의 포만감
오타야 오타!! -_-
멋지다. 도배 준비한다고 살림 옮기는게
거의 막노동 수준인데 눈은 이런 호사를 하니
다시 봐도 좋습니다.
꾸역꾸역 머릿속에 집어 넣었던 역사적 팩트들이
꿈툴거리네요^^
도배.. 힘들져.
마치시고 갈비탕이나 곰탕이라도 한그릇 드셔야겠네여.
그냥.. 눈요기 삼아 사진만 셤셤 보세요. ^^;;
기행에 글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푸념들이 들려 가볍게 쓰기로 했던 순간인듯.. ㅋㅋ ^^;;
나도 이런 말 한 번 해보자
좋은 글에 한참 머물다 갑니다.
리얼~리?
다~~ 보임!!
속이..... . -_-+
레알?? ㅡ,ㅡ
이거 이미 펌방에 있어요..ㅎㅎㅎㅎㅎㅎㅎ
이 원작가를 우리방에서 만날 수 있다고...ㅎㅎㅎㅎㅎㅎㅎ
저거 안내리고 걍 둘겁니다. 이글 또한 당연히 나와야하구요. ㅎㅎ
아~~!! 이꾼여 ㅋㅋ -_-;;
이거 보고 묘지님 한테 홀딱 빠졌자나요.
허푸허푸~~
홀딱은 무신.. 걍.. "잉? 누구?" <ㅡ 요 정도? -_-;;
묘지님이 눈치가 8단이시네 ㅎㅎ
정녕 저 사진들이 그대의 작품이란 말임 뮈?
글은 또 어쩌라구..
한땀 한땀 한올 한올 극세사로 역어 놓은 저 문장의 느낌.
정녕 당신의 헛점은 무엇이란 말 임뮈?
모짤트 음악과 함께 삼위 일체.. 아아,,, 괜히 바쓰~ 괜히,,
내 가슴이 뛰어. 자야는데..
놀망디.. 참 오래 머물고 싶던 곳. ^^
언젠가 뒤지기 전에 한번은 더 둘러볼듯.
지난 글이지만 댓글 거마워여.
허접한 글 프린트하신 정성도 고맙구여.
늘 행복하삼 솜결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