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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글 스크랩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쥴리아니 추천 0 조회 137 07.12.31 07:28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글쓴이: 플륫 번호 : 574조회수 : 492007.11.05 10:03

한껏 개 멋이 들어 Guitar 학원에 다니던 때.

진도는 느리고 학원 비도 아까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엔

눈요기 감들이 있어서 학원 가는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그럼에도 고급반에 접어들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배울 때는 가장 힘들었던 고비였는데,

네 개의 오른 손가락을 활용하여, 소리의 간격이 일정하게, 각기

다른 Guitar 줄을 뜯으면서, 마치 만도린 소리 비슷한 효과를 내야 하는

그 곡이 얼마나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었던가.

 

선생님은 곁에 와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이런 속도로 엄지는 멜로디니깐

아래 방향으로 액센트를 주면서.그래야 절름발이 되지 않는 소리가…”

그런데 별로 눈에 띄지 않던 건너편의 한 여고생이 그 곡을 윤기 나게 치면서

나를 약 올리듯 힐끔거린다.

 

끊어 질듯 그러면서도 천년의 한이 서린 여인의 흐느낌 같은

애잔한 느낌의 전달.

게다가 가냘픈 그녀의 엄지에서 튕겨 나오는 선명한 멜로디의 공명.

 

.

죽여 주는구나.

저건데 말야. 멋은 내고 싶은데 손가락은 따라 주질 않고.

 

고급반을 마스터하면 학원비 내지 않고 대신 자유롭게 드나들며

정기 연주회나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서 연주를 한다.

 

어느 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함께 연주할 곡목과 명단을 나누어 주는데

슈베르트밤과 꿈이라는 이중주 곡을 나하고 하겠다고 그 여고생이 나섰다.

분명 프로그램에는 선생님과 그 아이였는데.

별로 말이 없어 보이던 그 아이의 행동에 당연히 놀랄 수 밖에.

함께 연습할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그 아이의 집에서 저녁까지

얻어 먹으면서 연습을 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식기를 나르면서 온갖 방향에서 훔쳐보던 시선은 장차 사위감이 될 수도 그래서 였을까?

그리고 가끔은 플륫과 기타의 이중주를 했던 기억을 끝으로  미국 와서 막노동으로 밑바닥부터 헤짚느라

Guitar 가방은 잔뜩 먼지에 쌓이고 내 삶의 어느 어귀에도 그 여고생이나

알함브라 궁전 따위의 우아한 잔영을 떠 올릴 여유가 없었다.

 

원정출산이라는 말이 그때도 있었지만 나는 반대로 미국서 낳은 둘째를

처가에 맡기러 젖먹이를 안고 나들이를 했던 여름.

내가 없는 동안에도 서울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ㅎ)

애를 처가에 넘겨주고 학원에 들렸더니 마침 거기에 있던

그 아이가 가장 반색을 하며 반겼다.

 

이미 그녀는 아이도 여고생도 아닌 정장을 한 숙녀였다.

낯이 익은 몇 사람들과 함께 늦도록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문 닫을

시간에 나오는데 그녀가 바래다 주겠다면서 따라 나오더니

그녀의 차에 키타 케이스와 나를 싣더니 이번엔 오랜만에 뵈었으니

드라이브나 함께 가자고 한다.

 

카페에서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고 그녀에게 맡긴 행선지는

어느 조용한 산사였다.

입구에 이르러 그녀가 차 안에서 키타를 꺼내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

을 들려 주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이 쏟아지던 산사의 여름 밤이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 손이 포개져 있었다.

그녀의 가늘고 여윈 손에서 미세한 진동으로 마치 트레몰로 같이 전달 되어 가슴을 쥐어 뜯었다.

손을 놓아 주며 대신 서둘러 돌아가자고 결단을 내렸다.

 

선수도 더러는 고기를 놓친다.

너무도 여린 고기는 목에 걸리기 쉽고, 걸리면 상처가 오래 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바다를 넘어 거의 매주 3회씩 편지가 날아왔다.

말이 없어 보이던 그녀의 내면 세계를 산책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모짜르트와 빈센트 고흐의 이야기.

아버지의 전근으로 유년시절부터 전학을 다니며 새로운 세계에서

접했던 사소한 일까지.

 

그런데 편지를 잘 못 관리하여 어느날 마눌에게 일부가 압류되었는데

세상에는 정말 억울한 일도 있다.

? 절에서 밤을 새우며 별을?

별만 봤겠어?

애 하나 키울 능력 없어서 애 떼어 놓으러 간 주제에

재미교포 실업가 행세를 단단히 했었겠지.

도대체 어떤 사이길래 날마다 일기를 써서 보내?

대답 좀 해봐. 누군데. 틈만 나면 개처럼 킁킁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글쎄 증인을 세울 수도 없고.

 

급히 메시지를 보내 편지가 끊기고 또 무정한 세월은 흘렀는데

눈이 내리는 어느해 크리스마스 밤이었다.

집에서 친구들 모아놓고 조촐한 파티를 하는데 전화가.

그녀였다.

다른 차들을 비키도록 하여 애마 머르세다스(벤츠)를 꺼내

그녀가 준 주소로 단숨에 찾아갔다.

어떻게 미국을, 그리고 이곳까지?

전화번호는?

어디 가서든 신문사에 물으면 알 것 같은 예감이…”

 

다음 날 우리는 예술박물관에서 고흐의 실품 해바라기

감상했다.

살아서 캔버스를 튀어 나올 것만 같던 해바라기.

강이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우린 헤어지고 말았다.

스페인의 어느 여왕이 지었다는 아람브라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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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7.12.31 07:40

    첫댓글 샤론 이즈빈 기타아리스트 초청 연주를 이곳 시민문화회관에서 했는데 이제보니 많이 변했네요~외모도 아주!!!~~데

  • 08.01.05 01:18

    글 잘 일고 감동 먹고 뜻깊고 감사 드리고 따듯 한 마음 드립니다...

  • 08.01.22 23:49

    거창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속의 주인이여라

  • 08.04.03 17:53

    가슴이 아려오네요^^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기타의 매력에 다시 넋이 빠집니다

  • 08.07.31 13:48

    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군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에 충분할것 같습니다. 어려울때나 슬플때나 늘 가슴에 새기면서....

  • 08.12.13 18:41

    유럽의어느중세국가의영화를본듯한 이 초겨울에서두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의정서가 너무나 가슴뛰고 더욱 그리워집니다, 그땐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어느 한 은퇴자의 절규가 더욱 뇌리를 스쳐갑니다, 멋진 추억 소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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