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 1박 2일 끝내기
기간: 2013. 9.10(05:00)-9.11(22:30)
소요시간: 41시간 30분(숙박 6시간 포함)
라이딩 거리: 약 600Km
평속: 23.1Km (평지는 30~40Km 유지)
날씨: 첫째 날 밤 부터 다음 날 아침 까지 비가 내림
작년 구름님이 직장 후배랑 3박 4일로 국토종주를 갔다 와서 올린 사진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633Km를 하루에 300Km씩 1박 2일로 끝내자고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좋다고 했는데 1년 뒤에 우리는 결국 1박 2일로 완주를 했다.
9월 10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정해지고 매일 자출 하는 구름님에 비해 나는 알자 때나 잔차를 타는데 혹시나 중간에 체력이 딸려서 못 따라 가거나, 후진 내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켜서 민폐를 끼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생겼다. 그래서 100Km 두 번, 춘천 까지 왕복 230Km 한번 연습 했는데 230Km 갔다 오고 나서 하루에 300Km는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자전거 국토종주 후기와 참고사항을 체크했는데 보통 4박 5일로 많이 가고 빨리 가는 사람들이 2박 3일 걸렸고 1박 2일 간 사람들은 한 번도 못 봤다. 2박 3일 갔다 온 후기를 보면 아무리 잔차가 좋고 짐이 하나도 없어도 1박 2일로 가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글을 보며 우리는 꼭 성공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원래는 서해 갑문부터 출발하려고 했는데 새벽에 출발 하려면 집에서 60Km 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고 구름님도 집이 수원이라서 여의치 않아 시간을 절약 할 겸 인천서해갑문-뚝섬 구간은 둘이서 미리 갔다 왔다.
10일 새벽 5시 팔당초계국수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전날 잠이 안와서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4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시민공원 자전거길로 가는데 새벽에는 가로등이 모두 꺼져 있어서 깜깜했고 사람도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구름님은 화이트 앤 레드로 자전거와 복장을 맞췄다.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겼는데 등산복이나 라이딩 복장을 보면 패션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거 같다.
무탈하게 완주하자고 화이팅을 외치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힘찬 첫 페달을 밟았다. (AM 5:10) 그런데 맞바람이 불어서 힘 있게 밟아도 속도가 안났다.
첫날 계획은 다음날 비소식도 있고 귀경할 때 시간에 안 쫓기려고 가능하면 칠곡보 까지 가기로 했다.
강천보 까지는 연습하러 왔기 때문에 생소하지 않았고 그 이후는 모두 처음 가는 길이었다.
여주읍내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탄금대 가기 전 구름님이 조대슈퍼라는 허름한 슈퍼에서 멈춘다. 여기가 국토종주 하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단다. (AM 10:44)
아침으로 감자탕을 먹었는데 입맛이 조금 까다로운 나는 맛이 없어서 몇 숟가락 뜨다 말아서 그런지 12시 넘어 허기가 온다. 나는 배고프면 체력이 뚝 떨어지는데 구름님은 밥 먹는 거 하곤 상관없이 똑 같단다. 나 혼자 가면 쉬면서 행동식이라도 먹을 텐데 뒤도 안돌아 보고 내 빼는 구름님을 쫓아 가느라 수안보 가는 1시간이 이번 국토종주에서 나에겐 배고파서 제일 힘든 구간이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점심은 갈비탕에 공기 밥을 한 공기 반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이제 살 것 같다.
(PM 2:20)
연료가 채워지니까 체력이 다시 살아나서 힘들다는 조소령을 가볍게 오르고 악명 높은 이화령(548M) 5.2Km도 끌바 없이 한 번도 안 쉬고 로드용(기아 14단)으로 단숨에 올랐다. (PM 3:50)
힘들면 보상이 따라야 하는데 내리막이 구불구불 하고 브레이크 성능이 MTB에 비해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로드용이라 마음대로 속도를 못내고, 계속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니까 손목과 손가락이 아팠다. 그래도 문경불정역 까지는 경치도 좋고 도로상태도 좋았다. 벌써 경상북도를 넘어왔다. (PM 5:15)
상주보 지나 낙단보 가는 길에 복병을 만났다. 나무계단의 언덕을 넘어서니 앞에 경사 20도쯤 되는 산길이 떡 하니 가로 막혀 있었다. 분명 자전거 길인데 어떻게 잔차로 이런 길을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작년 경험으론 우회 하는 게 낫다고 하는 구름님의 말을 듣고 내려왔다가 지나가는 동네 주민한테 우회길 물어보니까 그냥 산을 넘는 게 훨씬 빠르다는 말을 듣고 다시 되돌아 가느냐 한 시간 낭비.
힘들게 산을 넘고 경천대 근처에서 알탕으로 저녁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비가 내린다. (PM 8:30) 낙단보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세차지고 구름님은 라이트 배터리가 다 되어서 더 이상 진행하면 아무래도 위험할 거 같았다. 그래서 오늘 예정된 칠곡보 까지 55Km가 내일 부담이 되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상주시내 모텔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PM 10:30)
약 3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출발하려는데 어제 밤 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서 우비도 입고 우중 라이딩을 대비하고 출발한다. (AM 4:25)
컴컴하고 비도 많이 내려서 속도를 낼 수 없어 거북이걸음 마냥 느리게 진행한다. 다행이 칠곡보 쯤 오니까 비가 그친다. (AM 7:45)
구미공단 근처에서 구름님 앞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로드용은 타이어가 얇아서 한번 덜컹하고 충격을 받으면 펑크가 잘 난다.
첫째 날은 도로사정 개의치 않고 막 달렸는데도 펑크 한번 안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둘째 날은 펑크의 연속이었다.
달성보 지나 육개장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려는데 내 뒷바퀴 타이어가 바람이 빠져있었다. 타이어를 분리해서 펑크유무를 확인하니, 펑크 난 곳은 없는 거 같아서 바람만 넣고 달리는데 10분 정도 가면 또 바람이 빠진다. 두 번 정도 그렇게 가면서 자전거 수리점이 나오길 바랬는데 시골에 수리점이 있으리 만무했다. 아무래도 실 펑크 같아서 다시 분해를 하니 진짜 실 펑크였다. 그런데 국도에서 또 다시 펑크가 났다. 이래저래 내 잔차 펑크로 인해 2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해서 구름님한테 미안했다. 이번 기회에 펑크 수리는 확실히 마스터 했다.
타이어도 찢어지고 잔차 고장으로 인해 1박 2일 완주 목표가 좌절 될까봐 잔차에 신경을 쓰다 보니 엉덩이 손목 아픈 건 뒷전이라서 오히려 고통은 덜 느꼈다.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 구간에서 1시간 정도 비를 맞았다.
합천창녕보에서 우리가 추월한 젊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빨리 달리는걸 보고 분명 1박 2일로 가는 사람일거라고 자기네들끼리 말했다고 한다.
이번 국토종주는 여행이 아니고 1박 2일 기록주에 도전하는데 의미를 두고 빨리 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었고 구름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평지는 무조건 30~40Km 사이를 유지했다.
평크로 인해 예정보다 늦게 창년함안보에 도착하니(PM 4:56) K-WATER 직원분이 우리를 보고 어디서 왔냐 이것저것 물어본다. 어제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오늘 안으로 부산 갈 거라고 하니까 우리처럼 1박 2일로 가는 사람은 못 봤다고 하면서 보는 사람마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자기 일 처럼 자랑이다.
이제 종착지 낙동강하구둑 까지는 90Km. 더 이상 잔차 고장 없기를 바라면서 오늘 안으로 완주를 목표로 다시 페달을 밟는다. (PM 5:30)
창녕함안보에서 양산 물문화관 가는 길이 제일 길고(55Km) 밤이라서 주변 경치도 없고 밀양 근처에서 기차소리만 요란하고 정말 지루하게 느껴졌다. 낮에 가면 경치는 멋있을 거 같았다. 시간단축을 위해서 저녁은 에너지젤과 초코파이로 때우고 남은 마지막 구간 낙동강하구둑을 향해서 출발~ (PM 8:50)
낙동강하구둑 까지는 35Km라서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가도 가도 하구둑이 안 나타났다. 게다가 시민공원 안에 자전거길이 있고 밤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속도도 많이 못 내고 길도 엉망이고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낙동강하구둑에 도착(PM 10:30) 인증센타 주변은 온통 캄캄하고 사람 한명 없이 너무나 썰렁했다. 무사히 완주 한 거에 감사하고 인증샷만 찍고 서둘러 하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노포동역에 도착 새벽 1시 30분 심야고속버스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자전거 국토종주 1박 2일이 설태나 지태보다 더 힘들었다고 구름님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결코 쉬운 건 아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지만 잔차 고장과 엉덩이 아픔 그리고 손목과 손가락 아픔(로드용인 경우)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내가 무사히 완주한건 순전히 구름님 덕분이다. 구름님이 작년에 갔다 온 경험과 풍부한 라이딩 경력이 이번 종주 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에는 정말 여유 있게 국토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트레일러 달고 힘들면 텐트 치고 쉬면서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서 좋은 사람들과 삼겹살도 구워먹고 낭만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
구름님 내년엔 3박 4일 콜?
글재주 없는 장문의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능내역 인증센터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타
이포보 가기 전 전망대
이포보를 배경으로
여주보
여주보 다리 위에서...
강천보를 배경으로...
구름님의 유일하게 웃는 사진
충주탄금대 가는길에 있는 전망 좋은 곳
국토 종주하는 사람들이 꼭 들린다는 조대슈퍼
충주탄금대에서...세계무술축제기간이었다.
수안보온천 가는길에 경치 좋은 곳... 여름에 풍덩하면 시원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소령 올라가는 전망대
이화령 정상...끌바 없이 올라온 사람은 우리 둘
이화령에서 나도 폼 한번 잡아보고
구름님 작품...이런 사진을 좋아하는 거 같다.
문경불정역...주변 경치가 멋있었다. 레일 바이크도 있고...
구미보 인증센타...둘째날 출발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구미공업단지
구름님의 펑크수리 작업
칠곡보를 배경으로..
멋진 강정고령보가 보인다.
강정고령보 전경
달성보 다리...항상 표정이 근엄하다...ㅋ
달성보 인증센타...
위험한 국도에서 펑크 수리 중
창녕함안보...여러번의 펑크 끝에 힘들게 왔다.
양산 물문화관...창녕함안보에서 여기 까지 55Km... 밤이라서 너무나 지겨운 기억이...
낙동강하구둑 거의 도착해서 야경이 멋진 다리
드디어 종착지...여기를 오려고 발바닥에 땀 나도록 페달링만 25시간 했다
언제 또 다시 여기를 오려나...
험난한 국토종주의 여정을 말해주는 찢어진 내 타이어
이번에 나와 함께 국토종주를 한 18만원 짜리 내 애마 삼천리 자전거...고맙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얼마전 지인과 둘이서 다녀 온 4대강 자전거 국토종주 후기를 왕초님의 요청으로 올립니다.
국토종주에 관심 있는 회원님들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봐도 멋있어요~ 철인운동하시는분들 대부분은 잔차 욕심이 많습니다...고급 프레임에 휠 등등... 하지만, 18만원짜리
형님 잔차가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같이 마라톤훈련하면서 항상 열훈하시는 형님모습 보면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연초에 목표하신 것 차근차근 준비해서 결국 계획대로 달성하는 모습.......진짜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국토종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한벙에 돌거 아니구요.. 구간별 나눠서 하되~ 국토종주를 넘어 4대강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합니다... 중요한건 "목표"라는 것.. 크하하하하하
마지막 타이어가 찍어진것을 보니 얼마나 달렸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네요. 600km를 이틀만에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시고요.열정이 있으시네요..생각만가지고 있지...행동으로 옮기질 멋해서리...안전하게 다녀오신걸 진심으로 축하드림니다..
18만원짜리 잔차로 600km를 이틀만에..ㄷㄷㄷㄷ
대단하십니다.
저도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18만원짜리가 180만원짜리보다 더 멋져보입니다! 얼마나 거대한 인내의 시간이었을지~!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