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리뷰
인터뷰
합창으로 ‘새로운 길’ 모색하다
03/02/2023
제7회 제주국제합창축제 & 심포지엄 개최
2월 21일부터 24일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산토토마스대학합창단, 보이스 오브 발리 등 해외 합창단 참가
피강자보(彼强自保)는 위기십결의 아홉 번째 요결이다. 상대가 강하면 나를 보완하라는 뜻이다.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며 한때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제주국제합창제를 추진하던 김희철 예술감독과 김현동 본부장 역시 코로나를 곧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 아래 합창제를 반듯하게 밀고 나갔다.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 ‘비말 천국’인 합창도 이제 비상하리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제주국제합창제의 주제를 ‘새로운 비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웬걸, 코로나는 강대했다. 합창에 참여하겠다는 해외 합창단을 물론 국내 합창단도 취소 통보가 이어지는가 하면 비대면으로 행사를 치러야 했기에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날 것 같았는데 헛된 꿈이 되었다.
김희철 예술감독과 김현동 본부장은 취소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이 기회를 바둑의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피강자보’처럼 더욱 강력한 합창제를 이루기 위해 보완하기로 했다. 물론 참가팀은 애초 예상보다 적었지만 끝내 성공적으로 마쳤고, 심포지엄 또한 비대면으로 원만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인지 알 수 있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 진실한 신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당태종이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제주국제합창제는 전례 없는 고난을 당한 셈이지만 그 덕분에 2023년 더욱 강한 국제합창축제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축제는 견디기만 하면 시절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해도 어쨌든 성장하는 주식시장 같고,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부풀어오는 크루아상 같은 것이다. 올해 참가하는 단체만 봐도 보통이 아니다. 오는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제주아트센터와 서귀포예술의전당 등에서 개최되는 ‘제7회 제주국제합창축제 & 심포지엄’에 참여하는 합창단을 살펴보자.
필리핀의 UST Singers(산토토마스대학합창단), 인도네시아의 Voice of Bali(보이스 오브 발리), 필리핀의 RTU Himig Rizatia(알티유 히미그 리잘리아), 카자흐스탄의 Kazakh Chamber Choir(카자흐챔버합창단), 미국의 Riverside City College Chamber Singers(리버사이드 시티 대학 챔버합창단),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한인여성합창단(San Francisco Korean Ladies Choir) 등 해외합창단을 비롯,
창원시립합창단, 구미시립합창단, 하남시립합창단, 이화챔버콰이어, 코리아남성합창단, 마포구립여성합창단, 성동구립여성합창단, 서울코랄소사이어티, 엘피스앙상블, 굿보이스 등 국내팀 역시 대거 참가한다.
악조건에도 제주국제합창축제는 성공해낼 것
지난해의 위기를 잘 극복한 덕분에 이토록 많은 합창단들이 호응하는 것이다. 베토벤도 스메타나도 청력을 잃어버렸을 때 위대한 작품을 작곡했는데, 코로나의 역병을 잘 견뎠기 때문에 2023년 위대한 합창축제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국제합창심포지엄조직위원회 이영조 위원장은 평소 그 많은 곡을 어떻게 작곡해내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두 가지 비결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엉덩이, 또 하나는 마감시간입니다. 마감시간에 닥쳐 엉덩이를 진득하게 방바닥에 붙여놓으면 곡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지난해 합창제의 위기가 왔을 때 진득하게 기다리고 보완하고 준비했기에 올해 결실을 맺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모든 면이 장밋빛이라는 뜻은 아니다. 행사를 온전하게 치르기에는 지난해에 비해 ‘뚝’ 깎여버린 예산을 어떻게든 충당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자체는 물론 기업이 전폭적으로 후원해준다 해도 국제적 규모의 합창제를 흡족하게 치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각 분야가 똑같이 겪는 애로사항이지만 국가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기만 하면 예술에 대한 지원금부터 대폭 줄이는데 이번 제주국제합창축제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예술의 은근과 끈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예술은 일방적인 지원이 중요합니다. 자산 창출, 이익 창출이 되어야만 지원하는 방식은 선진국형이라고 볼 수 없지요. 독일에 있을 때 대학 측에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고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등록금 없이도 과연 운영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참 멋졌어요. 미술가나 음악가는 자산을 창출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인드로 국가를 운영하니까 대학에서 공짜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모두 세금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불공평하다, 왜 세금으로 공짜 교육을 시키냐고 거세게 항의하겠죠. 여하튼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제주국제합창축제는 해나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비상 아닌 ‘새로운 길’ 택하다
김현동 본부장은 지난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본인이 축제를 직접 진두지휘했으니 누구보다 핍진하게 느낄 수 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펜데믹 속에서 국내만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에 다양한 합창단이 모이는 축제는 당연히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새로운 비상은 고사하고 매우 힘들었던 축제였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음악축제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합창’이라는 지금껏 해 보지 않은 방법을 찾아 어떻게든 역사를 이어갔죠, 물론 축제 진행에는 어려움이 많은 방법이었죠.”
김현동 본부장은 이제 이런 펜데믹의 시기를 극복할 즈음을 맞아 ‘새로운 음악축제의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축제에 임하기로 했다. 그 새로운 길을 찾는 지혜를 갈고 닦아야 설혹 제2 제3의 고난이 찾아와도 너끈히 맞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국제합창축제는 음악축제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올해 합창축제에 대한 기대는 대단하다. 간만에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은가. 온라인 비대면 합창도 합창이긴 하지만 어찌 대면과 비견할 수 있을까. 이영조 위원장은 아무리 대형 화면이라도 TV로 보는 야구와 축구경기는 실제 현장에서 감상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눈을 크게 뜬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몸을 짓누를 것 같은 열기는 오래 묵었던 흥분을 들썩거리게 해 하늘을 찌른다.
“야구장이나 농구장에서 응원하면서 감상하는 것과 텔레비전 화면으로 감상하는 즐거움은 전혀 다릅니다. 난 이 흥분을 연고전에서 몸으로 체득했어요. 대면 합창축제가 바로 이런 차이입니다. 우리가 내는 소리에 스스로 감동합니다.”
이영조 위원장은 제주국제합창축제에 이사장으로 위촉받았을 때 ‘몸이 먼저 울었다’고 흥분한다. 큰일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 단지 맡아달라고만 했을 때 ‘해야지’ 하는 열정이 생겼다. 합창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위대한 열정인 까닭이다.
“맞아요. 김희철 예술감독이 요청해왔을 때 축사와 강의 몇 번 해주면 되겠다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스르르 빨려 들어갔어요. 제주합창축제와 연애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이왕에 오신 합창단 모두 이런 사랑에 빠져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모두가 한 무대에서 합창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한-우즈벡, 한-카자흐스탄 수교 30주년(2022년)을 기념하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문화부 제1차관과 우즈벡 국가축제위원장 등 일행이 우즈베키스탄 국립필하모닉 합창단원 수뇌부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며, 카자흐스탄에서도 합창단을 보내 부산, 제주, 평택 등지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지난해 이미 계획되었던 이 방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연기되었다가 올해 극적으로 성사된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예술과 문화강국인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아주 깊은 친밀도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예술계가 긴밀히 상호 협조 발전해 나가야 할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김현동 본부장은 반드시 함께하고 싶었다.
제주국제합창축제는 이렇듯 그동안 우리나라와 예술적 교류가 낯설었던 중앙아시아와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민족과 국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예술적 연합의 길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심포지엄, 마이클 베넷 등 세계적인 지휘자 참가
한편 그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합창단들이 축제에 참여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같이 연대해서 손을 잡는 일은 좀처럼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영조 위원장은 김희철 예술감독과 함께 국제 합창 연대를 고안해냈다.
“해마다 각자 노래 부르고 출국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전세계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합니다. 6.25와 같은 전쟁이 지구상에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세상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합창으로 평화를 노래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각 국가의 합창단들이 합동으로 노래도 부르며 연대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함께 합창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곡을 창작했습니다.”
위원장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국 한국 등 이번에 참가하는 합창단 외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곡 ‘파쳄’(Pacem)을 창작했다. 파쳄은 라틴어로 ‘피스’ 곧 ‘평화’라는 뜻한다. 축제위는 이 곡을 외국의 각 참가팀에게 전송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곡이 쉬워야 모든 나라의 합창단들이 따라 부릅니다. 그런데 쉽게 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예술적인 곡은 더더욱 힘들고요. 그래도 어쨌든 잘 창작해서 각 참가합창단에게 보냈습니다. 굉장히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제주국제합창축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합창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화상으로 심포지엄을 진행해 답답했는데 올해는 대면으로 심포지엄을 치르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치렀지만, 집중도가 떨어져서 강의하는 이나 수강자들이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지난해 비대면으로 강의했던 분들이 직접 내한한다. 세계적인 합창 석학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이클 베렛을 비롯, 미국의 티제이 하퍼, 피델 칼라랑 주니어, 인도네시아의 토미안토 칸디사 푸트라, 미국의 존 변 등 해외 최고의 합창지휘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국내에서는 박신화 교수와 함께 이영조 이사장 김희철 예술감독 등이 패컬티로 나선다.
“심포지엄은 한국 지휘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기 위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마이클 베렛 등 몇 분은 심포지엄 강사만으로 오지만 대부분 강사는 합창지휘를 겸합니다. 사실 그래야 예산이 배정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직접 지휘도 보고 심포지엄에서 마스터클래스 방식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들 해외 강사들의 합창지휘가 한국합창단으로서는 새로운 경험이고 배움의 기회가 된다. 일종의 콰이어 클래스로 이들 지휘자들에게 교육을 받으려고 한국 합창단들이 지원하곤 한다. 마포구립합창단의 경우 원래 일정보다 하루 더 머물면서 콰이어클래스를 받겠다고 자원했다.
“사실 서로 좋은 거예요. 단독으로 마이클 베넷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를 초청한다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런데 제주국제합창축제에서 시범합창단이 되어 이론과 실제를 배운다면 정말 행운입니다. 마이클 베넷으로서도 나쁠 게 없고요. 어디 마이클 베넷뿐일까요? 국내 지휘자들도 초청해서 레슨받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김현동 본부장은 “이번 합창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큽니다. 오랜만에 대면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호응이 대단할 것입니다. 이제 마스크 착용도 자율적이니 보다 많은 합창인들이 제주로 와서 여행도 즐기고 합창의 에너지도 가득 채워 힐링하시길 바란다”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글 김종섭
합창으로 ‘새로운 길’ 모색하다 - 월간 리뷰 (irevie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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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제주국제합창축제 &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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