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 우리의 아침이다. 그녀 덕분에 잘 먹고 다닌다. 김치도 뚝딱 만들어 내는 스킬이라니.
묘지는 별로 가고프진 않지만 음악가의 묘지가 있다고 해서 오늘은 여기 당첨이다. 날이 미쳤는 갑 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변덕을 부리는데 오늘은 완전 여름날이다.
71번 트램이 한 번에 가길래 좀 걸어야 했지만 트램도 타 볼 겸 가보았다. 진짜 교통카드 알차게 쓰고 있다.
가는 길에 옷 가게가 있다. 동유럽이 오월까지 동계라 춥다고 해서 동행은 겨울옷만 들고 왔다. 오늘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은 다들 여름 옷이다. 더워서 넋이 나가기 전에 옷을 사야 했다. 가게에 들어가서 옷을 보는데 그녀는 하나를 골랐고 옷이 필요 없는 난 두 개나 샀다.
견물생심이라고..ㅠㅠ가방도 무거운데 우짜지.
묘지문이 무려 네 개다. 구글이 3번에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실수였다. 베토벤 묘지는 2번 출구랑 가깝다. 어쩐지 관광객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우르르 2번에서 내리더라니. 땡볕에 2번까지 가는데 터가 무지 넓다. 양쪽에 무덤을 두고 산보라니. 원하던 그림은 아니지만 우짜겠노.
한참을 걸어서 근처에 가니 사람들 무리가 보였다. 투어팀은 모양이다. 혹시나 아는 말이 나올랑가 싶어서 귀를 움직였는데 독일어인 거 같다. 설명이 길어서 그 주위를 둘러보니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브람스, 모차르트의 묘지가 있었다. 익히 아는 이 사람들이 죄다 오스트리아인들? 그건 몰랐네.
투어팀이 끝나고 우리도 사진을 남겼다. 베토벤님 안녕히 주무시길요.
그냥 가기 섭해서 중간에 있는 건물에 가보니 교회다. 안에 들어가 보니 깨끗하니 옛날 건 아닌 거 같다.
느낌이 이슬람이 짬뽕된!
모르는 사람들 묘지를 찍은 이유는 이 묘지 앞 벤치에서 간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 그냥 사진찍는척 했는데 찍힌 거다. 우리는 산소에서 음복을 하니 여기서 음식을 먹는 게 하나도 안 이상한데 남의 나라의 문화를 모르니 뭔가 먹는 게 옳은지 뭔지 알 수가 없긴 했다. 그래도 꿋꿋이 먹긴 했지만.
원래 오후 일정인 시장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다. 구글맵에서 시장이 매우 혼잡이라고 적혀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우리가 어리바리 밥을 시켜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간식을 미리 먹길 잘했다.
시장이 미어터졌다. 관광객은 여기 다 온 거 같다. 안 그래도 오늘이 토요일이라 현지인도 무지 많다.
마트에서 못 보던 생물 생선도 있다.
마트에서 못 보던 생물 생선도 있다.
블로그 이웃님이 요리했다는 흰색 아스파라거스도 보였다. 이쁘네.
사람들을 피해 사진 찍느라 정신이 가출하고 있다.
수제비누인 모양이다.
절임류
간이식당마다 이 땡볕에 먹고 마시느라 시끌시끌하다. 저기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까. 포기.
모종도 있다.
애기들 전통 옷인 모양이다. 귀욥.
장아찌(?)
장아찌(?)
향신료.
시장이 일직선으로 길게 되어 있어서 끝까지 통과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안 그래도 되는데 왜!
건너편에 아시아 마켓이 보이길래 들르자 했더니 그녀가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불러서 같이 들렀다. ㅋ
짜파게티, 라면, 종갓집 김치, 두부까지 다 있었다. 짐을 줄인다고 계속 한식을 먹어서 그런지 못 사도 별로 아쉽진 않았다.
비상용 짜파게티를 두 개 집어 들었는데 10유로 이상만 카드 결제가 된단다. 짐을 줄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욕심스럽게 집어 들었다가 다행이란 생각에 내려놓았다.
지하철을 한국처럼 타고 다닌다. 다니던 노선도 다 외웠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하나도 낯설지 않고 내 집처럼 머무르고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이 헝오체인 동유럽 여행을 좋아하는지 알겠다. 시스템이 거의 한국과 비슷해서 편하기 때문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