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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섭 칼럼,시사작가 스크랩 12. 새마을 조기청소
박종섭 추천 0 조회 21 08.08.13 16: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2. 새마을 조기청소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새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아침 일찍 토끼 눈 비비고 일어나 왕 소나무에 모여서 출석체크하고 각자 담당 구역으로 흩어져 마을 구석구석을 매일 같이 청소하고 다시 모인다. 288살(2008년) 보호수로 지정된 왕 소나무는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 되고 5월 단오 날에는 창포물 들인 누님들이 동아줄 그네를 씽씽 달리던 곳이다. 우리는 매일 같이 청소를 끝내고 왕 소나무에서 도토리 참나무 성황당까지 200미터 정도나 되는 산등선 길을 동편말 서편말로 나누어 릴레이 경기를 한다. 기관지가 나쁜 동편말 천홍이는 오늘도 숨이 목에 차는지 쌕쌕 되고 서편말 신만이는 길다란 꺼쩡다리를 휘청거리며 잘도 달린다. 일곱집매 순덕이는 학교를 늦게 들어가 두학년이나 아래지만 출렁거리며 달리는 모습은 제법 숙녀 티가 나고 바로 윗집 병례는 말궁뎅이 흔들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땡구르르 넘어지고  입가에 허연 거품을 문다. 

포도나무 물기 오르던 지난 봄엔 고약하신 아버지의 눈을 피하여 애지중지 키워오던 포도나무 가지를 꺾어서 담 너머로 훌쩍 던지고 새싹 눈이 서너개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얼른 주워 들고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양지쪽을 찾아서 똥 마려운 강아지가 되어 이리저리 찾아 다니다가 결국 미루나무 옆 땅속 깊숙이 푸-욱 찔러 놓고 호미로 둥글게 두렁을 만들고 커다란 바가지에 물을 찰랑찰랑 가지고 와서는 가득 채워준다. 포도나무는 정성을 머금고 나머지 눈에서 싹이 파르르 피어나고 커다란 미루나무 기둥과 가지를 타고 무럭무럭 자라서 다음해엔 싱그러운 포도송이도 딸 수 있었다. 윗집 병례는 유난히 덩치가 크고 마음도 넓었다. 저 건너 순덕이는 맨날 옆집 복순이랑 싸우고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자기 일도 아닌데 꼭 끼어들어서 말썽을 만들고 싸워야 직성이 풀리는 괜히 주는 것 없이 얄미운 아주 깍쟁이 뺀덕 엄마였다.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도 찾았다.”“못 찾았다.””보았다.””못 보았다.” 떼가지 쟁이를 못 이겨 다시는 같이 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금새 잊어버리고 순덕이네 집 앞, 아름다운 짝을 찾아 구구소리를 내어 구애를 하는 산비둘기의 안락한 휴식처인 울창한 소나무 숲 속, 커다란 산소()가 세개 있는 우리들의 놀이터로 다시 모인다. 산소로 가는 길엔 꼬리가 길고 질긴 풀끼리 댕기를 매어 놓고 지나가는 친구들의 발등을 걸어 넘어지면 몰래 보고 있다가 깔깔 대고 웃으며 도망친다.

천일이 형이 소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잔돌을 던져 살짝 맞추는데 기둥에 빗맞은 잔돌이 나무를 튕겨서 올려보던 복례 이마로 떨어졌다. 눈썹 위에서 피가 흐르고 고래고래 울음소리에 복례 엄마께서 달려 오시고 순식간에 놀이터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멀리 도망 치고 싶었지만 실수로 그런 것인데 잘못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도망 칠 수 없었다.

아이구 이거 어째?? 흉터 생기면 시집 어찌 가라고. 니가 데리고 살 꺼야?? 큰 일 났네!”

다행히 흉터는 윗눈썹으로 살짝 가리고 그 후에도 만날 때 마다 코 찔찔이 복례 신랑감으로 놀림을 당했다.

추석이 가까워 질 무렵 밤나무에 탐스럽게 입 벌리고 있는 알밤을 털려고 돌팔매질 하다가 밤나무 줄기에 맞고 던진 힘에 비례하여 튕겨 내려 올 때 순간 커다란 알밤 인줄 알았더니 자기가 던진 돌덩어리에 이마가 깨지고 알밤 따려다가 이마에 알밤 까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애꿎은 밤나무만 멀거니 쳐다보다가 분풀이라도 하듯 양발 옆차기 자세를 취하고 힘주어 밤나무 아랫도리를 서너번 걷어차고 나서 땅바닥에 덥석 주저앉아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 피-식 웃어본다.

이렇게 새마을 운동은 새 마음 운동으로 이어지고 우리들은 오늘 하루도 아침을 활기차게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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