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화창한 날 오후, 오름해설사 11주차 주제인 당산봉, 수월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한경면 고산리 시내를 통과해 자구내포구 방향으로 들어서는 초입의 연두색 아치에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차귀도라고 적혀 있다.
세계지질공원인 만큼 교수님의 해설이 어우러져야 제격일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나홀로 느린 걸음으로 걸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조금 가다보면 우측에 당산봉 표지판이 있다.
‘당산봉은 높이 148m, 둘레 약 4.6km의 오름으로 약 45만년전 뜨거운 마그마가 지하에서 상승하다가 물과 폭발적으로 반응하여 만들어진 수성화산체’이다. 당산봉은 오래전부터 ’당오름‘이라고도 불러왔는데, 당(堂)이란 신당(神堂)을 뜻하는 말로서, 옛날 당산봉 기슭에 신당이 있던데서 유래되었다.’
야자수가 이쁘게 늘어선 섬풍경펜션을 왼쪽으로 끼고 들어서면 당산봉입구와 올레길 표식을 만날 수 있다.
표식을 지나 왼쪽길로 들어선다.
호젓하고 이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른다.
부드러운 흙길과 때로 현무암은 아닌 바위를 보면서 한 구비를 오르니 작은 정자와 봉수대 터였음을 알려주는 비문이 있다.
‘당산봉은 물과 마그마가 폭발적인 반응에 의하여 형성된 수성화산체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산방산과 용머리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 중 하나이다. 당산봉이라는 명칭은 오래전부터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차귀당)이 있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조사해보니 제주도내의 오름 대부분이 송이로 이루어진 것에 반해 당산봉과 우도, 송악산 등 세 곳은 복수의 화산체로 내부는 송이, 외부는 화산재가 쌓여서 굳은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지질학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응회암으로 보이는 바위들이 눈에 띄고 특히 전망대 아래에는 거북바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필 거북바위를 훼손하면서 전망대를 설치해야 했나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당산봉과 거북바위
당산봉 거북바위에서는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양의 암석을 볼 수 있다. 이 암석은 폭발적으로 분출한 화산재가 쌓인 것으로 응회암이라 부른다. 지하에서 상승하던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는 뜨겁게 끓고 있는 기름솥에 물방울이 들어갔을 때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현상과 유사하다. 응회암은 이 폭발적인 반응에 의해 마그마와 주변 암석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 터져 나와 쌓인 것이다. 반면 용암은 마치 흔든 탄산음료의 병뚜껑을 땃을 때 음료가 뿜어져 나오듯이 지하에서 마그마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지표를 따라 흘러간 것을 말한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고산리 너른 들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수월봉, 차귀도, 신창 풍차해안도로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당산봉과 고산평야
제주도는 180만년 전부터 최근 1,000년전까지 발생한 화산활동에 의해 지표의 대부분이 분석구와 검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산봉 정상은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탁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산봉 일대에 넓게 펼쳐진 고산평야는 약 10,000년 전 제주도에 처음 정착한 신석기인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이로부터 제주인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탁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니, 역시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풍광이었다.
최근에는 차귀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명소로 알려져서 많은 여행객들이 오른다고 한다.
오늘은 일몰까지는 아니어도 멋진 풍광을 맘껏 즐겨보았다.
다음에는 구름 좋은 날에 카메라 장착하고 당산봉에 올라 멋진 일몰까지 담아보리라 작정하면서 다음 일정인 수월봉으로 향한다.
지척에서 가을날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수월봉이 어서오라 손짓하는 것 같다.
■수월봉
수월봉은 해발 77m 높이의 제주 서부지역의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특히 깎아지른 듯한 수월봉 해안 절벽은 동쪽으로 약 2km까지 이어진다.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르며 벼랑 곳곳에는 샘물이 솟아올라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에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왔다가, 누이인 수월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을 못이겨 17일 동안을 울었다고 한다. 이 녹고의 눈물이 곧 녹고물이라고 전하여 수월봉을 "녹고물 오름"이라고도 한다. 이 곳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차귀도, 누운섬, 당산봉을 비롯하여 광활한 고산평야와 산방산, 한라산이 두루 보이고 날씨가 맑은날은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일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지질공원이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장소로서 자연, 인문, 사회, 역사, 문화와 전통 등이 결합되어 있으며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공원을 말한다,
◆제주도 지질공원
제주도는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14년과 2018년에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무사히 통과하였다.
또한 제주도는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을 지닌 제주는 섬 전체가 지질공원이다.
대표적 지질명소는 섬 중앙에 위치한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수성화산체의 세계적인 연구지 수월봉, 용암돔 대표지역 산방산, 제주도 형성 초기 수성화산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용머리해안, 주상절리가 만든 해안 절경 중문주상절리대, 제주 형성 초기 지층이자 100만년 전 해양환경을 알려주는 서귀포층, 계곡과 폭포의 형성과정을 알려주는 천지연폭포, 해 뜨는 오름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가운데 유일하게 탐방 가능한 만장굴, 독특한 화산지형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선흘곶자왈, 섬 속의 섬 우도와 비양도, 교래 삼다수마을 등 13개의 명소가 있다.
오름을 탐방하면서 새롭게 알이가는 제주의 가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스레 감탄하면서 차귀도까지의 지질트레일을 산책해 보았다.
교수님과 함께였으면 어떤 경로를 선택했을지, 새삼 안내판을 보면서 먼저 다녀온 당산봉이 B코스, 수월봉에서 차귀도 선착장까지가 A코스인 것을 알게 된다. A코스와 B코스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다는 것도.
이제까지의 차귀도는 그저 선착장에 주차한 채 차안에서 반건조오징어를 씹으며 멍때리기 좋은, 구름좋은 날엔 주섬주섬 카메라와 삼각대를 세워 장노출을 걸어놓던 놀이터였다면 그 이면에 이렇게 멋진 지질트레일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이 멋진 곳에 있어서는 안될 그 무엇을...
갱도진지라니,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일이 아닌가
■수월봉 갱도진지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은 수월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제주도내 370여개의 오름(화산체) 가운데 갱도진지 등의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약 120여 곳에 이른다.
수월봉 해안은 미군이 제주도 서쪽 끝 고산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전함을 공격하는일본군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던 곳이다.
차귀도로 향하는 트레일은 용운천(龍雲泉)이라 명명한 녹고물도 있고,
끝없이 펼쳐지는 주상절리가 있다.
새까만 바위에 부딪치는 하얀 포말이 좋아 만조가 높은 날에 ND필터로 장노출을 걸곤 하던 그 바위가 주상절리인 것도 알아간다.
♠주상절리
수월봉 해안에는 검은색의 용암이 넓게 분포하고 잇다. 이 용암은 수월봉 화산재 지층의 아래에 놓여 있어, 용암이 먼저 흐르고 그 다음에 수월봉의 화산재가 쌓였음을 말해준다.
용암의 표면에는 육각형으로 갈라진 절리가 발달하고 있다. 절리는 액체상태인 뜨거운 용암이 고체 암석으로 굳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형성되며 육각형으로 갈라진 형태가 거북이의 등 모양과 비슷해서 '거북등절리' 라 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빨리 식을수록 주상절리 기둥의 굵기는 가늘어지고, 주상절리 표면에 발달한 띠구조의 간격은 좁아진다.
오후부터 시작한 일정이라 차귀도 선착장에 닿았을 때는 마침내 일몰이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핸드폰 배터리가 다 소진되었다.
끝으로 작년 2022년 1월에 차귀도에서 멍때린 일몰사진으로 마감해 봅니다.
교수님의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혼자서도 유익했던 지질트레일이었어요.
오름해설사 19기 화이팅!
첫댓글
교수님, 등업이 안됐는지 가입인사 게시판만 선택할 수 있어서요..
오름해설사 19기로 옮겨주세요^^
하늘 맑고 햇살 좋은 멋진 날에
오름탐방을 즐기셨구랴~^^
내가 해줄 얘기들을 다 잘 담아놓았어요.
옆에서 같이 걷고있는듯한 느낌이예요 ㅎㅎ 🤣
정리도 편집도 작가님 답게
잘 하셨네요, 수고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번주 수업에 친구좀 데려가도 될까요
육지에서 일주일 놀러와서요...
저희도 다음날 다녀왔답니다
같이 간거 같은 느낌이네요
사진이 역쉬~~!!
달리 작가가 아니죠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해요☺️
서쪽이라 오후햇살이 참 좋았어요^^
멋진사진들과 너무 상세한 설명들도 같이하지 못해서 아쉬운마음뿐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