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서 만나는 인문학 2 - 단산 대정향교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는 문구가 너무 좋아 오름 공부를 시작했다.
오름산행을 하는 날이면 어떤 풍경을 눈에 담고 어떤 들꽃과 나무를 만날까 항상 설랜다.
8주차 오름산행은 제주 서남부에 있는 단산과 대정향교인데 풍성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대정향교>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단산의 품에 안기듯 고즈넉이 자리잡은 대정향교이다.
조선시대 제주에는 1목 2현에 3개의 향교 (제주향교, 정의향교, 대정향교)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대정현에 있었던 대정향교이다.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성현들의 제향을 받들고 지방 백성들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세운 조선시대 지방국립교육기관이다.
조선 태종때 처음 세워졌는데 터가 좋지 않아 풍수에 따라 효종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강학공간인 명륜당이 북향으로 자리잡고 뒤쪽에 제향 공간인 대성전이 남쪽을 향하는 전형적인 전학후묘의 향교배치를 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며, 당시 기숙사인 동재에 의문당
현판을 남기기도 했다.
疑問堂 : 공부하는 사람은 매사에 의문을 가져라. (현판글씨도 보물이지만 뜻도 보물)
명륜당 우측 마루가 있는 동재는 양반기숙사이며, 좌측에는 마루가 없는 서재가 있는데 평민들의 기숙사이다.
대정향교는 각각의 건물 높낮이와 배치가 다르고 향교 출입문은 전반적으로 낮은 문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자세를 공 손히 낮추고 들어가라는 배움의 자세를 뜻한다고 한다.
향교에는 소나무 3그루. 팽나무 5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3강 5륜을 상징하며, 동재 지붕위로 뻗은 소나무 모습은 세한도의 모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대정향교에서도 볼수있듯이 조선의 건축물에는 계급이 있다).
전,당,합. 각, 재, 헌, 루, 정 - 건물이름으로 지위표시
지방교육기관인 향교의 존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대성전. 명륜당)
- 알쓸신잡이라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풍성한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될 것 같음.
<세미물>
세미물은 대정향교 서쪽편에 위치한 단산 기슭 바위틈에서 솟아난다.
대정향교와 인성리 사람들의 주 식수원이었습니다.
세미물은 단차를 두어 크기가 다른 물통이 여러개 만들어져 있는데 제일 위쪽은 식수, 아래쪽은 채소를 씻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차를 좋아했던 추사 김정희는 유배로 제주에 머물렀을 당시 섬의 물맛을 가려가며 차를 시음했다고 하는데 유독 애착을 가진 산물이 세미물이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대정향교가 여러차례 옮겨 지금의 위치로 터를 잡았던 건 이 세미물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단산사>
4.3 피해 사찰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제주는 어디를 가든 4.3의 아픈 역사가 늘 함께한다. 새삼 가슴이 먹먹하다.
<단산>
5월 초입 단산을 오르는데 활짝 핀 인동초의 향기와 야생화들이 어울어져 뽐내는 자연의 향기는 기분을 뿜뿜 업시켜줬다.
단산은 제주 서남부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높이 158m로 낮지만 예리한 자태를 갖고있어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오름이다.
일반적인 제주 오름에 비교하면 이단이다. 형태가 다르고 구성성분이 다르다.
80만년전 화산이 수중에서 강력하게 폭발해 화산재가 쌓여서 굳어진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으로 육지에 있는 응회구 오름인데 침식에 의해 분화구의 일부만 남아있다.
오름의 형상이 독특한데 북사면은 깎아지는 절벽으로 되어있고 남사면은 비교적 완만하다.
제주도 방언으로 박쥐를 바구미라 부르는데 오름형상이 거대한 박쥐가 날개를 편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바굼지 오름이라고 됐다는 설과 바굼지는 제주도 방언으로 바구니라는 뜻이며 오래전 이 일대가 비닷물에 잠겼을 때 바구니만큼만 보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702년 탐라순력도 대정강사 편에는 파군산, 파군산악으로 표기된 단산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파군산(단산) 뒤에 자리잡은 대정향교(문묘) 표기도 있다.
문묘를 중시하던 조선시대 정치. 사회성을 표기한 것이다.
5월초입 단산에는 찔레꽃. 엉겅퀴, 전호가 군락을 이루고 다양한 식물들이 있으며, 오름에
대나무숲 길이 이채롭다.
제주의 오름에는 고종달전설. 설문대할망전설등 여러가지 전설이 내려온다.
오름현장에서 전설을 만나고 설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오름을 찾는 이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 해설사의 역량이 빛을 발할 것이다. (전설따라 삼천리~)
<진지동굴>
오름 앞쪽에 태평양전쟁 말기 패전의 위기에 처한 일본이 본토방어를 위한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단산에 구축한 진지동굴이 10여개 있다고 알려졌는데 현재 확인된 것은 9개이다. 응회암이라서 진지동굴 구축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오름 정상은 사방이 확 트여 산방산. 용머리. 형제섬. 송악산. 모슬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무리>
단산은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오름이었다.
정상에서 눈에 담고온 풍경은 넉넉하고 푸근함이었다.
군데군데 솟아오른 오름들(산방산 송악산 모슬봉) . 멀리 보이는 해안선과 용머리 형제섬이
그리고 제주에서 보기드문 탁트인 평야지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름의 살갗은 딱딱하고 거칠지만 정상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어머니의 포근한 품속이다.
제주에서 오름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했다.
아니다. 우리들 삶에 살아 숨쉬고 있는 진행형이다.
목축의 현장이고 제주도민의 삶과 문화 여러 방면에서 아주 중요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결국 오름은 제주도의 자연과 인문학적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제주사람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첫댓글 하늘도 파랗고 오름에서 보는 경치도 너무 예뻤어요. 덕분에 수업이 즐겁습니다~~😄
낮은 문턱
늘 조심하라 일럿건만…
일러줘도 늘 부딪히는 사람이
생긴다고, 이렇게 얘기해도 꼭
누군가 부딪친다고 ㅋ~
이 날도 어김없이 한 분이~ㅠㅠ
희한한 것은 가장 열심인 사람이
그 일을 당한다는 ㅋㅋㅋㅋ
참 묘한 일입니다~!
풍성한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후기 읽으니 또 다시 다녀온것처럼 느껴지네요. 잘 쓰셨어요
오름에 오르면 언제나 즐겁습니다. 자료를 정말 많이 조사하시고 글을 쓰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차분한 후기 목소리로 듣는 듯 합니다
후기로 복기하니 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