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소매물도
2018. 12. 13
몸도 마음도 늘어져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체중만을 불리다 통영 여행가자는 지인들의 말에 솔깃하여 13일 새벽
떨치고 일어나 통영을 갔습니다. 아침 7시.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일행 6명이서 통영행 우등 버스, 공항리무진 같은 28인승 럭셔리한 통영행 버스를 타고 7시 30분 출발합니다. 일행 한 분이 빵과 요구르트, 그리고 또 한분이 맥주 캔을 돌리자 운전기사가 버스 안에서 술 마시면 쫓아낸다고 위협을 합니다. 안 그래도 아침에 술 마실 생각이 없는 일행들은 캔을 배낭에 넣고 모자란 잠을 청합니다. 나도 편히 누워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입을 크게 헤 벌리고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합니다. 왜 입이 그렇게 크게 벌어지는지 민망해 하면서도. 대전 지나면서는 산과 들에 눈이 제법 많습니다.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 15분간 쉰답니다. 생수를 공급 받고 다시 승차. 지리산 갈 때마다 지나던 함양 산청 등을 거쳐 대전 통영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통영. 11시 20분? 4시간이 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전에 운전하고 가던 것 보다 아주 편안하게 왔습니다. 리무진 버스가 요금은 좀 비싸지만 아주 쾌적하고 좋습니다. 6명이서 택시 두 대로 중앙시장 앞 문화마당. 통영을 다섯 번째인가 이니까 눈에 많이 익습니다. 그때마다 음식은 별로라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맛 기행이라 할 만큼 맛있는 메뉴로 아주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통영은 굴이 유명하고 지금이 제철이니 점심에 굴국밥을 먹습니다. 택시 기사말로 이곳에서 굴을 까는 아주머니들은 돈을 잘 번답니다. 1kg까는데 3,000원 하루에 100kg 내지 120kg을 깐답니다. 그러면 일당이 30만원에서 40만원을 번다지요. 한 달이면 5,600만원 수입이 거뜬하답니다. 내가 물었습니다. 그래도 그거 한 철이잖습니까. 두세 달 벌겠지요, 그랬더니 일년에 9달은 번답니다. 점심은 멍게 비빔밥과 굴국밥을 고민하다 5분은 굴 국밥, 한분은 멍게 비빔밥.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굴국밥 잘하는 곳에서 여러 번 먹어 본 나는 별로라 생각했습니다.
점심 후 택시로 통영의 간판 명물 미륵산으로 향합니다. 나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고 다른 분들은 연화사에서 등산을 한답니다. 한 분이 나랑 케이블 카를 탄다하여 둘이서 승강장으로.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 천천히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다도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 미륵산 정상에 가니 연화사에서 걸어 올라 온 일행이l 벌써 도착합니다. 사방에 다도해의 절경. 통영 앞 바다는 바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잔잔한 호수들입니다. 섬이라고 볼 수도 없는 수많은 섬들, 멀리로 대마도, 그리고 한산도 매물도 욕지도 비진도 무슨 무슨 도, 도, 도. 몇 번을 보았는데도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는 다도해의 절경.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고 하산합니다. 내려 갈 때는 나도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연화사로 하산 합니다.
이어서 걸어서 유명하다는 통영의 꿀빵집을 찾아 갑니다.통영 중학교 지나 오미사라는 몇십 년 전통의 꿀빵집. 통영엔 여객 터미널 부근이 온통 꿀빵집과 김밥집입니다.그 외에도 시내 어디든 꿀빵집과 김밥집입니다. 그 중, 이곳 오미사가 완전 원조 꿀빵집이랍니다. 나도 한 개 맛 보았는데 동그란 팥빵에 꿀을 바른 빵입니다. 맛있었지만 한 개만 먹습니다. 이어서 버스타고 윤이상 기념관. 시대의 아픔을 안은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 기념관을 둘러 보고 통영 여객 터미널로 갑니다. 내일 탐방할 섬과 승선 시간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소매물도를 가기로 합니다. 다른 섬들은 대개 산행을 해야 하므로 나에 대한 경로 차원에서 그냥 둘러보는 소매물도를 택한답니다. 아 서글픈 인생이여. 내일 6시 반 출항이므로 여객 터미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기로 합니다. 하와이 호텔. 2인 1실 방 세 개를 잡고 잠시 쉬었다가 짐을 두고 호텔을 나섭니다.
통영 중앙 활어 시장. 싱싱한 고기들이 넘칩니다. 그리고 손님을 부릅니다. 커다란 참돔 한 마리 광어 한 마리 그리고 방어 5만원이랍니다. 게다가 놀래미 한 마리 덤으로 더 준답니다. 우리는 좀 더 들어가 그보다 더 큰 광어, 참돔, 방어, 게다가 농어를 더하여 7만원에 흥정을 마칩니다. 그리고 상추와 마늘, 양념 등을 파는 집에 앉아 기다리는 사이 그 아주머니 정말 놀라울 정도의 재빠른 솜씨로 회를 뜹니다. 우리는 게다가 굴 한 접시, 멍게 한 접시, 해삼 한 접시 각 만원씩에 세 접시를 더 사옵니다. 내가 본 어느 곳 보다도 싱싱하고 양이 푸짐합니다. 놀라 떡 벌어질 지경입니다. 이어서 회가 옵니다. 두툼 두툼 썬 회가 두 접시 가득 담겨 옵니다. 이렇게 싱싱하고 푸짐한 회를 난 그 어디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안양, 수원의 수산물 시장, 속초 중앙 시장 어디 어디 포구의 어시장. 그 어디도 여기 통영 중앙 활어 시장의 이 회 만큼 풍성하고 싱싱한 회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먹어 본 회중 단연 최고입니다. 내가 이렇게 극찬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최고입니다. 여섯이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소하고 담백한 네 가지 고기의 회와 싱싱한 제철 멍게, 굴과 해삼. 아 통영 여행은 이것만으로도 꽉 차고 넘칩니다. 이어서 회를 치고 난 생선 서더리탕.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은 다음 반 이상 남은 회를 싸고 남은 채소와 양념을 싸서 호텔로 돌아옵니다. 호텔 방에서 다시 소주와 회, 남은 굴과 해삼. 그 많던 회를 모두 다 먹은 다음 안주가 워낙 좋아서인지 별로 술도 취하지 않아 통영의 밤거리를 구경하자고 밖으로 나옵니다. 일부는 맛사지 받는 다고 가고 우리는 내가 흰 소리 뻥뻥 친 댓가로 당구를 치러 갑니다. 내심 내가 자신 있어 했는데 말과 실전은 달랐습니다. 난 겨우 80을 놓고 송은 150, 원은 100을 놓고 치는데 난 맨날 빠킹을 일삼습니다. 그래도 셋 모두 쿠션만 남겼을 때 송이 쿠션을 성공하여 두 시간의 당구 경기를 마치고 숙소. 11시 40분입니다. 오늘의 환상적인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