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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경로당에서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독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1일 공덕삼성아파트 경로당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의 모습. |
경기‧충남‧경북 일부 경로당은 준도서관급 많은 장서 갖춰
천안 불당동, 경로당에 책 배달하는 ‘책 읽는 경로당’ 사업도
최근 서울과 경기, 충남 지역 경로당을 중심으로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지역 경로당 중에선 공덕삼성아파트 경로당이 마을도서관, 동대문구 답십리3동 경로당이 북카페로 운영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덕삼성아파트 경로당은 지난 6월 450만원의 예산을 들여 낡고 오래된 장판을 교체하고 도배를 새로 해 칙칙한 경로당 이미지를 없애고 마을도서관으로 바꿨다. 회원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이 줄어든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로당을 개방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10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 먼저 눈길을 끈다. 구청과 각종 단체에서 지원해준 새 책을 들여놓느라 누렇고 벌레 먹은 책을 대거 버렸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책은 경로당 회원이 기증한 것이다.
책종류도 다양하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동화책과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역사서,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신작 등이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신간도 채워 넣을 예정이다.
경로당 안쪽에는 10여명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매주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화‧목요일은 오후 2시부터)까지 마을 주민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직 개방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10여명의 마을 주민이 방문하고 있다.
덩달아 경로당 회원들도 책을 읽고 있다. 이전에도 일부 회원들이 독서를 꾸준히 했지만 마을도서관으로 변하면서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정화진 경로당 회장은 “자식‧손주 같은 주민들이 오면 회원들이 음료수를 챙겨주는 등 친근하게 대해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답십리3동 경로당도 7월 24일 경로당 회원이 주축이 돼 아이들 도서 300여권을 비치하고 북카페를 열었다.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며 주민들로부터 꾸준히 양서를 기증받아 운영될 예정이다.
공덕삼성아파트 경로당과 달리 이곳은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을 초청해 책을 읽어주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매주 2회 경로당 회원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면서 1‧3세대 간 정서 교류도 하고 있다. 또 경로당 회원들이 자비로 장난감을 구매해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도중에 잠시 지루함을 덜 수 있도록 했다. 8월 24일 현재 200여명이 방문하며 서서히 이용객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동대문구 개방형 경로당 담당자는 “내년에도 두 곳의 경로당을 추가로 선정해 북카페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예 경로당 안에 작은 도서관을 들여놓은 곳도 있다. 경기 안양시 삼성산경로당과 경기 안산시 반월경로당, 충남 천안시 용암마을아파트경로당, 경북 포항시 동부경로당 등은 경로당 건물 내에 일반도서관에 버금가는 장서와 열람석을 갖춘 ‘작은 도서관’을 설치해 어르신들과 지역주민들이 책을 읽으며 여가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곳은 천안 용암마을아파트경로당이 직접 운영하는 ‘용암마을 작은 도서관’이다. 2009년 개관한 이곳은 6000권의 장서와 24개 열람석을 갖춰 아파트 주민들이 집 앞에서 편안히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명무실했던 마을도서관을 경로당 회원들이 나서서 확장한 경우라 의미가 크다. 개관 당시 150권에 불과했던 장서가 회원들의 노력으로 5년 사이 4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또 경로당 회원 10여명이 2명씩 조를 이뤄 매일 오후 1~6시에 서적 정리와 회원 관리 등의 업무를 하면서 운영 체계를 잡았고 타기관에서 이를 배우기 위해 나설 정도이다.
주민센터 차원에서 경로당을 통한 어르신 책 읽기를 독려하고 나선 곳도 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주민센터는 8월 20일부터 관내 8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책 읽는 경로당’ 사업에 돌입했다. 주민센터 담당자가 천안시청 도솔도서관에서 경로당 회장 명의로 된 회원증을 발급받아 이를 토대로 책을 대여해 각 경로당에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일반 도서대출은 14일이지만 고령인 어르신들이 천천히 읽는다는 점을 감안, 도서관과 협의해 21일로 대출 기한을 늘렸다. 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초반에는 큰글씨도서와 소설 위주로 비치하고 차츰 어르신들이 선정한 책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불당동주민센터 관계자는 “경로당 회장님들을 포함한 어르신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어서 독서 분위기가 서서히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