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만사가 다 상에 속해 있어도
한 상이 아니라 두 상도 아니오
두 상도 아니라 한 상도 아니니
어찌 한상이다 두 상이다 하겠소
음지 양지 없는 골짜기에
뿌리 없는 나무가 서신을 통해
동서를 오가니 어찌 한 자 두자 찾겠소
심월이 밝으면 온 누리에 빛을 비추거늘
어찌 한 자 두 자 찾겠소
꽃은 다 같지만
한 도량에서 수만 가지가 피고 있으니 말이오
-1994. 04. 12-
'모든 것을 주인공한테 일임해라' 하는 건 믿는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보는 거라든가 듣는 거라든가 답답증이 일어나는 거라든가 전부 거기서 하는 걸로 몰고 들어가야 그게 올바로 들어가는 겁니다. 생각을 안하려고 애쓰지도 마세요.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것도 거기서 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생각할 것도 없고, 그저 이렇게 오든 저렇게 오든 네가 한다고 전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뭐, 따로 '네가 하느니 내가 하느니' 이런 생각조차도 없어질때 까지 몰고 들어가야죠.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한데 몰고들어가는 데 문제가 있어요. 지금 극치적으로 하나로 몰고 들어가다 보면 이건 오고 갈 데가 없단 말입니다.
이 힘줄 하나가 도데체 오고 갈 데가 없어요. 오고 갈 데가 없으니 불록 나오는 거죠. 그래서 모아서 어디로 옴쪽을 못 하도록 만드는 거죠. 캄캄하게 절벽으로 그냥 모는 거죠. '아. 이것도 네가 하는 거. 이것도 네가 하는 거. 이것도 네가 하는 것' 사방에서 그냥 몰고 들어오니까 이건 어떻게 옴쭉할 수가 없지. 그럴 때에 비로소 이것이 그냥 탁. 퇴어서 나오는 거죠.그래서 한군데로 몰리는 뜻입니다. 모든 걸 한군데로 모으지 않으면 ... 아. 나갈 틈이 있는 데 이게 튀어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나갈 틈이 있으면 요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이게 영 나오지 않는데.
그래서 나갈 틈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 그냥 모는 겁니다. "몰락 놔 버려라." 이러는 것도 몰기 위해서 몰락 놔 버리는 거거든요. 근데 이걸 허공에다 놓으면 또 공으로 빠져 '다 공했다더라' 이러고 그렇기 대문에 공도 아니고 색도 아닌데서 이거 하나를. 심줄 하나를 지어 놓고 주인공이라는 이름 아닌 자기 하나를 세워 놓고 그냥 몰고 들어가는 거죠. 자기 한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