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탐방
봉사부, 신박한 발명의 역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교회 로비에 다시 음료가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음료가 제공되는 탁자 위에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함즐함울이 그 변화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것은 지난 10월이었습니다. 이제 간단히 그 변화의 역사와 의미를 정리합니다.
변화의 시작, 코로나19 방역 해제
로비의 음료 제공은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믹스 커피와 둥글레차를 담은 스테인레스 재질 대형 온수통을 비치했고, 플라스틱 컵을 비치했습니다. 마신 컵을 담는 커다란 통을 옆에 두어 담도록 했습니다. 주일마다 수천 명의 교인이 이곳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이에 마치 투명 인간처럼 소리없이 봉사부의 여러 분들이 온수통을 채우고, 플라스틱 컵을 쌓고, 다 마신 플라스틱 컵을 씻었습니다. 컵에 뜨거운 커피나 차를 받는 동안, 때로 컵이 흔들려 손을 데는 일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되자, 감염 방지를 위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고, 음료 제공은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방역이 해제되면서 마스크 착용도 중단되었고, 음료 제공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부 설동춘 집사가 음료 제공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까다로운 네 가지 과제
그이에게 주어진 과제는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코로나19 상황은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방역을 위한 장치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차를 기대하는 교인이 많다, 넷째, 뜨거운 물에 손을 데지 않도록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으며, 서로 모순되는 요구였습니다. 최우선으로 교인 사이의 방역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열 온수통을 이용하여 뜨거운 물을 제공하며, 믹스커피와 함께 여러 종류의 티백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챙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열 온수통에서 뜨거운 물을 받을 때 손을 델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온수통 꼭지 아래에 컵을 받칠 수 있는 틀을 부착했습니다. 즉 종이컵을 놓고 물을 따른 후 컵을 들고 가도록 바꾼 것입니다. (사진 1)
이제 마지막으로 환경 보호도 챙겨야 했습니다. 교인들 가운데 환경 보호를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개인용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데 착안했습니다. 그런데 종이컵 사이즈와 텀블러 사이즈가 서로 다릅니다.
신박한 발명품 하나, 회전 컵받침
의류 디자인이 본업인 설동춘 집사의 머릿속이 바빠졌고, 곧 신박한 발명품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컵 받침대를 돌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종이컵을 받칠 때에는 꼭지 아래 놓고, 텀블러에 온수를 받을 때에는 컵받침을 돌려놓을 수 있도록 배관을 다시 설계하고, 플라스틱으로 시제품을 제작했습니다. 5월부터 시작된 이런 고민과 발명의 과정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0월 들어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진 2)
신박한 발명품 둘, 아메리카노용 튜브
그 사이에 또 다른 신박한 발명품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믹스커피는, 굳이 종류를 설명하자면 시럽을 넣은 카페라테입니다. 깔끔한 맛의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메리카노는 개인마다 농도의 취향이 다릅니다. 동결건조 커피분말을 병에 담아 놓으면 스푼이 필요한데, 개인 방역을 위해서는 되도록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스푼에 커피를 담아 옮기는 사이에 흘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봉사부 부장 오세원 안수집사는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발명’했습니다. 소스용 튜브에 커피 분말을 넣고 꼭지를 비스듬히 잘랐습니다. 누구라도 원하는 만큼 튜브를 누르면 분말의 분량이 조절되도록 했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이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데 석 달이 걸렸습니다. 꼭지 구멍의 각도와 크기를 맞추기 위해 수십 개의 튜브가 희생되었습니다. (사진 3)
환경 보호를 위해, 지금 텀블러를!
지금 로비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신박한 발명품들을 봅니다. 사소해 보이는 이 장치에, 지금도 걸레를 들고 바닥을 훔치는 봉사부 여러분의 땀과 헌신이 숨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분들은 더 나은 방법이 없을지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환경 보호 시대에 종이컵을 제공하는 것을 탓하는 교인들도 계십니다. 텀블러를 갖고 오시길 부탁드립니다. 컵받침 돌리고 온수를 받으시면 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