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가리 루어낚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절엔 스푼만 사용해서 쏘가리를 만나곤 했다. 섬진강에서는 은색 12g 한국루어 스푼, 남한강 금강에서는 15g 금색 스푼, 이런 공식이 선배들로부터 구전될 정도로 스푼은 유일무이한 쏘가리 잡는 킬러였다. 한남대교 북단에서 출발한 출조 버스에 몸을 싣고 밤새 달려서 동이 훤히 터오는 어딘지도 모르는 포인트에 내려주면 잠이 덜 깬 채로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심을 향해 묵직한 스푼을 캐스팅하는 기분은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알싸한 새벽바람을 가르며 피~융 하고 날아가는 스푼 루어는 일주일의 스트레스와 쏘가리에 대한 갈증을 확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매년 3월 말쯤이면 쏘가리 루어클럽들은 강변에서 시조회라는 것을 했었다. 금강의 지수리 강씨네, 섬진강의 동해마을, 남한강 가곡강변 등은 쏘가리 루어클럽의 단골 시조회 장소였는데, 강변에 돼지머리를 차려 놓고 총무님이 따라주는 막걸리를 올리면서 한다는 한마디가 “올해는 꼭 사짜 한 마리 점지해주십시오”였다. 지금보다 훨씬 쏘가리 자원이 많았던 그때도 사짜 쏘가리는 흠모의 대상이었던 거다. 최근에는 오히려 쏘가리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필자가 연간 만나는 40cm 이상의 쏘가리가 10마리가량은 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내가 속한 낚시회에서는 금어기 후부터 추석 전까지는 거의 매주 한두 마리씩의 40cm 이상의 쏘가리가 낚이곤 한다. 쏘가리 낚는 장비와 기술이 현격히 발전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