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24.02.15 목요일
목적지 : Day 1. Central - Seron (13 km/8 mi)
한 두 번도 아닌데 백팩을 생각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하루 이틀이 아닌 특히 이번같이 장기간 어깨를 짓누르는 백팩에 대한 부담감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그 무게는 배낭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세월의 흐르는 동안 반비례해 아무리 가볍게 준비한다해도 벅차다.
한 땐 젊음이란 단어가 무게를 감당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나이면 이미 꼰대 취급을 받을 나이가 이미 지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백팩을 메고 몇 일간 오지를 걷는다는 자체가 참 세월 많이 변했다.
백백을 준비할 땐 으례 목록을 적어 놓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나열해 놓은 후 차곡차곡 배낭을 꾸린다.
야영장비부터 취사 의류 음식...
그리곤 다시 한 번 하나씩 점검하며 생각한다.
"이게 꼭 필요할까?"
그러다 보니 무게에 관계없이 꼭 필요한 장비만 챙기기 때문에 굳이 저울위에 올릴 필요가 없다.
더 무겁다해도 이미 필요한 물건만을 챙겼기에 뺄 이유가 없으니 숫자에 민감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내 스타일이다.
배낭이 크고 무겁다는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분명 한 가지 자랑스러워 할 일은 있다,
개인의 장비가 아닌 안전 방비나 취사도구를 비롯해 모두를 위한 장비를 메는 것이다.
그 외엔 아무리 무겁다고 엄살을 부려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빠진 것 없이 준비했는데도 배낭이 편한 준휘가 제대로 배웠다.
꼭 필요한 것들만 그러면서도 모두를 위한 것들까지도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반면 남을 위한 장비가 많은만큼 배낭의 배가 불룩했던 에릭님도 장비에 신경을 쓰면서 많이 홀쭉해져 가는 듯 하다.
"왜 이렇게 배낭이 크지? 혹 가다 내가 들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분명한 것은 갈수록 배낭의 무게에 신경이 많이 쓰이고 또 그만큼 가벼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체력 위에 경험이 얹혀진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새벽 6시 숙소를 떠나 Torres del Paine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15분 남짓 거리에 있는 터미널로 햔한다.
이 시간은 우리들에게 펼쳐질 자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임은 한층 배가 된다.
버스 터미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다.
온 세계의 하이커들의 로망인 이 곳이 한가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6시 55분 버스를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순조롭게 출발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인 Laguna Amarga에 도착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하이커들이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영상을 시청하고 국립공원 입장료를 낸 후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팬데믹 이후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도착하자마자 국립공원 관리인이 버스에 오르더니 약 10여분간 연신 침을 튀겨가며 영상을 대신해 주었다.
그 후 버스에서 내려 국립공원 패스를 확인한 후 배낭을 꺼내 O Circuit 트레일 헤드인 Hotel Las Torres 셔틀 버스로 갈아 탔다.
Hotel Las Torres에 내리자마자 밀려드는 고산증을 해결 한 후 마지막 점검을 한다.
백패커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일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으로 하루종일 분주하다.
이 곳에서 흔히 말하는 삼봉 Viewpoint Torres del Paine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제 세상이 제대로 보이네요"
출발.
지금까지 유튜브나 블로그의 내용과는 약간의 차이를 느끼는데 어느 시점에 다녀왔는지와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온통 믿기 보다는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공통점을 찾아내야 비교적 정확할 것이다.
교통 수단으로 말을 이용했기에 많은 안장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오늘은 Central Campsite 를 출발하여 Serón campsite까지 13 km (8 mi) 약 4시간 30분 소요될 에정이다.
구름이 걷혔더라면 2640m의 Monte Almirante Nieto 멋진 봉우리를 보았을 것이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햇살은 구름 뒤에 숨어있고 흐려있는 상태로 걷기엔 나쁘지 않았다.
시작은 자동차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여느 트래일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높지 않지만 시작부터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니..
그렇게 10년을 바라보았던 꿈의 파타고니아에 들어 섰다.
우리 이외도 몇 몇 하이커들이 따라 움직였는데 우리만큼 커다란 배낭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여행사 소속이거나 산장이나 정해진 텐트를 이용하고 음식도 제공 받는 일정일 것이다.
편한만큼 금전적인 부담은 따르지만 자신을 위해 쓰는만큼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워낙 부담이 되겡 텐트조차 빌리지 않고 몸소 지고 가는 나그네가 되어야 했지만 스스로 자초한지라 불만은 없다.
칠순이 넘은 형님도 미소로 일관하는데 인상쓰며 걸을 이유가 있는가.
그것도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 애타게 그리워하다 내 발로 찾은 것 아닌가.
즐겁게 걷자.
즐겁자... 즐겁자.,
대신 메 주지도 않을 것인데 신경 써 주는 척 바라보는 준휘가 얄밉지만 이쁘게 봐주기로 한다.
오랫만의 백팩이다.
백팩은 정말 특별하다.
하이킹의 꽃이라 불릴만큼 많은 의미를 부여해 준다.
특히 몇 일을 같이 걸으며 동료애를 느끼며 하나됨을 몸소 느끼기에 따듯함과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게 진정한 백팩 아닐까 싶다.
껌딱지같은 당일 배낭메고 촐랑촐랑 거리며 걷는 것 보다 훨씬 무게감을 느끼면서도 뿌듯함이 동반한다.
그래서인지 백팩의 시간이 다가오면 다른 산행보다 훨씬 더 설레여진다.
단 하루라도 백팩이 주는 기쁨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여실히 지켜보았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걸어 온 자연과 크게 다르지 않게 평범했다.
그러다 고개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푸른 숲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무도
하늘도
그들이 주는 색깔까지도
좋은 곳을 걸으면 생각나는 하나가 있다.
고산증 예방..
그렇지만 이 곳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몇 년 전 인재로 인한 화재로 인하여 지정된 장소 외엔 화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기에 굳이 어렵게 눈치 봐가며 해야할 것은 아니었기에.
그럼에도 분명 고산증 예방은 효과가 있었음은 인정한다.
뉴욕을 떠나며 가장 큰 고민은 3주 째 지독한 감기로 인하여 잘 먹지도 못한 채 찾아온 부자님이었다.
그럼에도 잘 걸어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O Circuit은 한 가운데에 있는 Cerro Fortaleza 산을 중심으로 원을 그려 o 트레킹이라 하지만 실제로 지도를 보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118km 트레일로 오늘은 왼쪽에 있는 1467m의 P. 봉우리를 끼고 도는 트레일로 큰 오르막없이 이어진다.
처음 접하는 길을 걸으며 늘 끊이지 않은 의문은 어떻게 이런 곳까지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비단 나 뿐 아니라 공통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찾았다 보기엔 빙하에 농사를 짓기에도 너무 척박한 곳이지 않는가.
걸으며 이런 숲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 진다.
걷다 보면 쓰러진 고사목이 눈 길을 끈다.
그 중에는 ㅈ지리산의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기 전에 만나게 되는 고사목 지대인데 안개가 끼는 날이면 얼마나 신비스럽게 느껴지는지 같이간 동료들이 자정상에 다녀올 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멍 하니 앉아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말은 절대 힘들어서 올라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고사목에 취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믿어주세요~
물론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며 이 곳이 고사목 지대였구나 하는 흔적만 남아 안타까웠다.
너무 탐스러워 손 길을 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야!!!"
이 곳 날씨에 적응하다보니 엄청 억세지고 칼날같이 날까로워진 것이다. 보기엔 너무 부드러워 보여 쓰다듬어 봤는데..
찾아보면 이름이 나오겠지만 그런 열정까지 끌어 올리기엔 기다리는 앨범이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간다.
P.
기막힌 경치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모여졌고 내친 김에 준비한 빵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냥 이런 시간들이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것도 익숙한 사회가 아닌 낯선 이국 땅의 한 켠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특별하다.
웃고 살아도 모자랄 시간인데..
왜 이리 메말라 가는지 모를 일이다.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러는지.
얼마나 더 우위를 점하고 바라보고 싶은지.
사는게 무엇인가.
돌아보면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 삶이다.
제발 사는 것 같이 살자.
살면 얼마나 산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O Circuit을 걸으며 만난 경계선의 의미는 무엇일까.
산장과 산장 사이엔 많은 관문이 있었다.
Río Paine 강이 지척인 것이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다.
이제 곧 분지를 만나게 되고 그 끝엔 우리의 목적지 세론이 반길 것이다.
그 유명한 파타고니아
그런데 걸으며 만난 사람들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인원제한을 하고 사이트 예약이 별따기란 소문은 어디 가고 한적함 그 자체로 반기는 것인가.
실제로 W TREX와 달리 O Circuit을 걷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O Circuit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 반복되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일정이 대체로 그렇게 짜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파타고니아 영상에 나레이셩을 담당한 에릭님.
다른 원정과 달리 흠뻑 취한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따라 취해갔다.
걷는 내내 "너무 좋아" "아~~"
어느 시간을 막론하고 적응을 잘 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번 파타고니아에서는 그 절정을 보여준 에릭님이었다.
덕분에 모두가 같이 취해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첫댓글 항상 백팩을 준비 하면서
느끼지만
습관 때문에도 잘 고쳐지지 않는 짐싸는 내용물들이 있기는 합니다.
늘 더 줄이고 ㅡ 간단명료를 한답시고 짐을 꾸려 보지만, 별 차이 없는 5박이나 8박. 이렇게 비슷한 나의 배낭무게는 뭐슨 욕심을 담아서 그런지 ... 아니면 고집인지.
그렇다고 제가 공동장비를 들은것도 솔직히 가스 한통 빼면 없었거든요.
자신감도 아니지만 불안함에 챙긴것들도 분명 있었고, 아니기를 바라면서 비상으로 챙긴 장비들도 있었고, 나름 이번에는 얼굴 바라클라바 빼고 다 사용했었으니, 불필요한 것을 챙겨 다녔다고는 말 못하겠고요 ㅡ 무게를 많이 느꼈던 어깨도 무시 못하면서, 좀 더 잘 배낭을 꾸렸으면 하는 마음은 아쉬움 몫으로 남습니다.
버리면 채워 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Central에서 Seron까지 4시간을 걸어왔는데 2편의 앨범 중에 한 편을 올리는데 2시간이 꼬박 걸렸다.
너무 장시간 움켜쥐고 정리하느라 사이트 에러로 글이 다 날아가는 수모를 두어 번 겪었지만 다른 때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는데 그 이유는 아직껏 물음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