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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 12호(2019년 봄호) 번역
편집부 ∣ B6(128×188) ∣ 376쪽 ∣ 2019년 3월 31일 발간 ∣ 정가 15,000원 ∣ ISSN 2466-1481 ∣ 바코드 9772466148008 12 ∣ 펴낸곳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10387)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1455 대우시티프라자 B1 202호 ∣ Tel. 031-919-4288 ∣ Fax. 031-919-4287 ∣ Mobile-Fax. 0504-441-3439 ∣ E-mail bookparan2015@hanmail.net
신간 소개 ▄
좋은 번역은 있어도 성공한 번역은 없다_황현산
<계간 파란> 12호(2019년 봄호)의 issue는 ‘번역’이다. “번역은 ‘화두’로 존재한다. 새로운 ‘사건’이나 ‘이야기’의 첫머리를 장식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중요한 지점들을 표정한다는 점에서도 번역은 역사적으로 자주 화두가 되었으며, 현대의 지평에서 화두일 수밖에 없었으며, 화두로 남겨져 또 다른 화두를 끌어낸다. 번역은 알고 있지만, 말하려 하지 않거나, 알지 못해서 말하지 않거나, 알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말하려 하지 않는, 문학과 관련된, 문학의 탄생과 관련된, 개방을 통한 에크리튀르의 개혁이나 이데올로기의 변형을 통한 새로운 문학, 새로운 시대의 문학, 변화하는 문학, 변화를 모색 중인 문학, 결국 타자로 도모하는 나의 문학, 오로지 이타성을 통해 정체성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놓인 문학, “언어-문화의 활동성에 의해 주체로 구축되려 애쓰는 어떤 주체를 탐구하는 행위” 전반이자, 주체를 이루는 이 활동성이 “오로지 타자에 의해서만 주체를 이루는 활동성”인 문학, 이러한 활동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내는 복잡한 주제, 빈번히 잊히고 자주 묻힌 주제를 꺼내 들게 하는 실로 기묘한 재주가 있다. 번역은, 정체성에 사로잡힌 관점, ‘아(我)’와 ‘타(他)’의 이분법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는 모종의 고유성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입장이나 자생성과 이식성의 기계적 이분법을 항용 고수하려는 관점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거나, 절대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에 사로잡혀 떠도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다. 번역은 따라서, 무엇을 말하건, 무엇에 대해 말하지 않건, 어떤 시기를 말하건, 어떤 시기의 언어-문화-문학의 변화의 맥락에서 말하건, 이미 말한 것과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 그 이상을 사유하게 한다.”(이상 조재룡, 「번역이라는 화두」) 이번 호 <issue> ‘번역’ 코너에는 조재룡 교수의 글 외에도 소설가이자 한국 번역문학의 대가인 안정효 선생의 「번역의 전설과 진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이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우리말로 옮긴 이재룡 교수의 「번역자의 투정」,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이자 <책 읽어 주는 남자> 등 60여 권을 번역한 김재혁 교수의 「독일 시 번역의 비밀」, 그리고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박종우 교수의 「근대 초기 문학사와 번역의 문제」 등이 실려 있다.
<poet & critic>에는 이재훈 시인, 남승원 평론가, 김광섭 시인, 정재훈 평론가의 시와 평론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criticism>에는 철학자 진태원 선생의 「정의란 무엇인가? 을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가 실려 있으며, 이번 호부터 새로 문을 연 <heavy jazz> 코너에는 강웅식 교수의 「기이한 작품―박용철의 「빛나는 자취」」가 <계간 파란> 12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poem>에는 허진석, 안상학, 정채원, 김해자, 위선환, 박정석, 김이강, 김경엽, 기혁, 강은진, 장수진, 최호빈, 양안다, 고주희, 최원, 오영미 시인의 신작시들이 실려 있다.
책 속으로 ▄
※어떠한 주제들이, 무엇이, 이 목록들에 추가될 수 있을까?
서정주와 보들레르, 그리고 그 이후: <화사집>과 <악의 꽃>에 관한 번역적 연구.
장만영, 조향, 김경린, 그리고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 아폴리네르의 한국어 번역의 역사와 한국 현대 문학에 미친 영향.
프랑시스 퐁주의 사물시와 한국 현대 시: 오규원-이승훈-김춘수로 이어지는 계보.
프랑스의 부조리극(베케트, 이오네스코, 장 주네)의 번안극과 한국 현대 연극.
프랑스 현대 철학과 한국의 문학 이론의 관계: 질 들뢰즈, 미쉘 푸코,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조르주 바타이유, 자크 데리다, 장-뤽 낭시 등이 활용되고 전유되는 방식.
……
―조재룡, 「번역이라는 화두」
“Boys, be ambitious!”
전설이 되다시피 한 명언이다. 필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 말은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뜻이라고 학교에서 배웠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번역이었을까?
전설의 명언은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의 초대 교감 윌리엄 스미드 클락(William Smith Clark, 1826-1886)이 일본 학생들에게 영어로 전해 준 격려의 말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삿포로 대학생들은 정말로 ‘소년들’이었을까? <국어사전>은 ‘소년’을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사내아이”라고 정의했으며 소년법에서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소년’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대학생은 소년이 아니다.
―안정효, 「번역의 전설과 진실」
<프랑스 문학 번역가 회보>에 “역사상 가장 비극적 오역”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기사 내용은 1981년 마르트 로베르가 발표한 <문학적 진실>에 상세히 소개되었다. 마르트 로베르는 프로이트의 가족소설을 소설의 기원이자 기원의 소설이라 해석한 뛰어난 문학 연구자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카프카를 비롯해 많은 독일 문학을 프랑스 말로 옮긴 번역가이기도 하다. 기사에서 다룬 그 비극적 오역 사건은 1945년에 벌어졌다.
―이재룡, 「번역자의 투정」
외국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배반이 아니라 원문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면서 원문의 확장을 돕는 일이다. 번역은 그 시대마다의 풍속화를 기록하는 것과 같다. 언어는 끝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 역시 시대마다 새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시는 응축된 언어로 음악성과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번역가에게 선택과 결단의 문제를 던진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 난해한 문장 앞에서,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그 시인만의 시어 앞에서 번역가는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카프카의 <성>의 주인공 K처럼 끝없이 서성여야 한다.
―김재혁, 「독일 시 번역의 비밀」
김억의 ‘창작적 의역’의 관점은 제자인 김소월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김소월은 당시 오산학교 교사였던 김억의 지도와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한시 번역에 대한 입장도 함께 전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억과 김소월의 한시 번역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김소월도 전통적인 직역이 아니라 김억과 유사한 방식의 번역을 지향하였다. 하지만 김소월의 번역 방식은 김억의 그것에 기초를 두면서도 자기 나름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 준다. 기존 연구에서 김소월의 한시 번역의 특징을 원시보다 길어진다는 점, 대화체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화한다는 점, 구어체 사용으로 구술성이 강조된다는 점 등을 지적한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종우, 「근대 초기 문학사와 번역의 문제」
지금까지의 해방운동이나 변혁운동이 실패와 좌절을 맛본 것은 그것들이 갑과 을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거나 간과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해방의 정치, 또는 진보 정치는 갑과 을의 관계를 자신의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할 텐데, 이러한 과제는 단순히 보편적인 정치를 넘어서는 보편적이면서 독특한,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정치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근대 민주주의 및 정치의 기본 원리인 모든 사람의 평등한 자유를 넘어서 각각의 사람들의 독특한 정의(singular justice)에 관심을 기울일 때, 사회 각 분야에서 자행되는 갑질의 문제, 을과 을 사이의 대립의 문제를 적절하게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진태원, 「정의란 무엇인가? 을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박용철의 「빛나는 자취」는 이제까지 김수영 말고는 다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우리는 김수영의 중개로 「빛나는 자취」에 잠재돼 있었던, 사랑의 승화와 관련된 힘의 세계와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해석학적 관점에 의하여 조명됨으로써 하나의 작품이 ‘기이한 작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그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한 시인의 전체 작품 세계가 이제까지 그렇다고 여겨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빛나는 자취」는 분명히 기이한 작품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 작품이 들어 있는 작품 목록에 의하여 구축되는 박용철의 시 세계와 그렇지 않은 시 세계 사이에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의 거리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이한 작품의 존재는 유독 박용철에게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일까?
―강웅식, 「기이한 작품―박용철의 「빛나는 자취」」
차례 ▄
002 essay 이현승 요령부득의 세월에 대하여
issue 번역
012 조재룡 번역이라는 화두
097 안정효 번역의 전설과 진실
118 이재룡 번역자의 투정
129 김재혁 독일 시 번역의 비밀
156 박종우 근대 초기 문학사와 번역의 문제
poem
180 허진석 쾰른 사람 외 1편
184 안상학 두메양귀비 외 1편
187 정채원 자동인형의 편지 외 1편
192 김해자 지하철 바닥의 새 떼 외 1편
197 위선환 초점 외 1편
202 박정석 최하림 생각 외 1편
207 김이강 절규 외 1편
212 김경엽 노점상 암자 외 1편
215 기혁 사진 현상액 외 1편
220 강은진 이즘(ism) 외 1편
225 장수진 버디무비 외 1편
233 최호빈 이사 외 1편
237 양안다 케이크를 자를 때 칼의 주인은 누구 외 1편
250 고주희 뒷모습의 세계 외 1편
255 최원 택시 외 1편
258 오영미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 외 1편
poet & critic
264 이재훈 질병의 숲 외 4편
275 남승원 고통의 감각
287 김광섭 대물림 외 4편
298 정재훈 신(神)의 마침표를 찢어 버린 하와의 문자들
criticism
312 진태원 정의란 무엇인가? 을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heavy jazz
340 강웅식 기이한 작품―박용철의 「빛나는 자취」